<중부내륙선>, 새로 만들어진 역을 찾다
1. 2024년 11월 30일, <판교-충주>까지 이어졌던 중부내륙선이 좀 더 확장됐다. 경북 문경까지 연결된 것이다. 한국의 철도는 경부선, 중앙선, 호남선, 전라선을 통해 남북을 연결하고 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혜택을 받지 못한 철도교통의 오지가 발생했다. 모든 지역을 완벽하게 철도로 이어지게 할 수는 없을지라도 소외된 지역을 지속적으로 연결시켜 주는 과정은 지역균등발전 뿐 아니라 자동차 운행을 줄여주는 환경적 측면에서도 바람직한 흐름이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중부내륙선>의 역들은 <살미역(충주)>, <수안보온천역(충주)>, <연풍역(문경)>, <문경역>이다. 열차를 통해 4곳을 모두 가기에는 하루 4번의 편도 배차로는 한계가 있어 <문경역>과 <수안보온천역>을 집중 답사하기로 했다.
2. 경북 <문경역> 또한 최근 새롭게 만들어진 KTX역의 규격화된 모습을 하고 있다. 중심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에 넓은 주차장을 조성한 형태이다. 최근 KTX 신설역을 방문하면서, 역의 매력은 이제 역 자체의 분위기나 주변 환경의 개성과 같은 독자적인 특성이 아니라 어떤 곳으로 연결시켜주는가와 같은 ‘교통허브’의 기능으로 판단해야 될 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들의 모습은 세련됐지만 거의 정형화된 모습으로 특별한 차이를 발견하기 어렵고 주변에는 어떤 건물도 없는 공허한 땅 위에 서있기 때문이다. 이제 역은 어느 곳으로 이동시켜주는가가 중요해졌다. 역이 이어주는 장소가 매력적일 때 역 자체의 매력도 올라간다. <진부역>이 오대산 월정사, 상원사를 이어주고, <공주역>에서 계룡산 동학사와 갑사로 가는 셔틀버스로 규칙적으로 갈 수 있게 해줄 때, 그 역에 대한 방문욕구가 커지는 것이다. <문경역> 또한 하루 편도 7-8회 배차를 통해 문경새재을 직통으로 갈 수 있었다.
<문경새재>는 험하지 않으면서도 역사적, 문화적 감성을 느끼면서 걸을 수 있는 길이다. 3개의 관문(주흘관, 조곡관, 조령관)은 독특하면서도 단단하게 시간의 깊이를 품고 자리잡고 있으며, 길을 따라 동행하는 석벽의 다양한 모습과 청량하게 흐르는 계곡물과의 만남은 자연에서 경험하는 상쾌함과 문화적 자원에서 습득하는 진지함을 모두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문경새재>이 여유로움은 나이가 들어서도 도전할 수 있는 평이롭고 멋진 길이라는 점에서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길이다. 그 길을 자동차가 아닌 열차와 공영버스로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은 쇠퇴하는 육체에 신체적, 공간적 자유를 제공해주는 기분좋은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2025년 1월부터 문경의 모든 차량(버스)은 무료라하니, <문경역>은 많은 방문객을 모을 것이다.
3. 충주 <수안보온천역>은 한국의 대표적인 온천지역인 ‘수안보온천지구’ 주변에 만들어져 있다. 아직 온천지구와 연결되는 버스도 부족하고 특별한 안내시설도 없지만, 역주변에서 역과 온천지구를 이어주는 도로의 확장공사가 한참인 걸 보아 조만간 이곳도 확실하게 새로운 모습으로 변모할 것이다. 역에서 20-30분 정도 걸으면 ‘수안보 온천’이 나타난다. 수안보는 과거의 명성을 잃고 지금은 점차 쇠퇴하고 있는 장소 중 하나이다. 그러한 변화를 거리의 퇴색한 색깔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온천호텔이 운영 중이고 밤이 되면 불을 밝힐 것이다.
개인적으로 허전함을 느낄 대 이곳으로 온 적이 많다. 과거 S와의 흔적이 남아있을 뿐 아니라 제법 많은 다른 경험들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억의 연상을 통해 혼자만의 고독을 즐기건 했다. 수안보를 오기 위해서는 반드시 자동차를 이용해야 했다. 그런 제한성이 조금은 넓어지게 된 것이다. 어느 순간 충동적인 기분이 들 때, 기차를 타고 이곳으로 올 수 있을 것이다. 숙소와 식당이 많으니 먹고 잘 곳을 찾아 헤매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 남아있는 과거의 낭만과 함께 한 잔의 술도 마실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기차로 가고싶은 또 하나의 역이 만들어졌다.
첫댓글 - 길은 빠르게 이어지는데 사람들은 어찌하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