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사과, 평택 배, 상주 한우...
상주 곶감, 나주 배는 옛말 농민들 특산물 다각화 노력에 유통업체 기획력 더해져
상주하면 떠오르는 것은? 배. 중학생이상이라면 달달 외우고 있을 이 '특산물 고정 관념'은 잊을 때가 된 것 같다.
판에 박힌 듯 일정했던 특산물 지도가 확 바뀌고 있다.
농민들의 도전 정신과 대형 유통업체의 기획 덕분에 지역마다 새 특산물이 탄생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오는 30일까지 잠실점과 서울역점 등 52개 점포에서 경북 상주 한우를 최대 30%가량 저렴하게 판매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는 소비자들에게 생소한 상주 한우를 널리 알리기 위한 행사다.
상주는 곶감이 유명한 지역 한우라면 보통 횡성 등 강원도 지역을 찾게 마련이다.
하지만 상주 지역도 최근 품질 좋은 한우를 생산하는 등 '체질 개선' 내지는 특산물 다각화를 진행해왔고,
이번에 대형 유통업체를 통해 이를 소개하게 됐다.
롯데마트는 이외에도 포도가 유명한 거창에서 재배한 사과, 평택의 배, 안동 한우 등을 발굴해 판매하고 있다.
거창은 해발 600m의 고지대에 위치해 낮과 밤의 기온차가 커서 사과의 당도가 매우 높다.
거창 사과는 일반 소비자에게는 익숙하지 않지만, 경북 지역에서는 맛 좋기로 유명하다.
배는 주로 전남 나주나 충남 성환 등이 주산지였으나, 최근 평택 등 새로운 산지를 개발하고 있다.
평택은 충남 성환과 지리적으로 가까워 배 생육 환경이 비슷하다.
안동은 소주와 간고등어 등이 유명하지만 롯데마트에서는 안동 한우도 개발해 올해부터 판매하고 있다.
롯데슈퍼는 청도 복숭아와 강릉 배추 등을 판매 중이다.
복숭아는 주로 충주나 감곡, 장호원 등 충청권 제품이 유명하다.
청도가 자랑할 만한 특산물은 반시였다.
그러나 롯데슈퍼 측 조사 결과, 청도는 일조량이 풍부한 점 등이 복숭아 재배에 매우 유리했다.
올 여름 처음 선을 보인 청도 복숭아 판매량 중 20%나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롯데슈퍼의 강릉 배추도 새 특산물이다.
강원도에서 생산되는 배추는 주로 고랭지 배추였으나 롯데슈퍼는 지난해부터 전용농장을 운영,
강릉 배추를 선 보였다.
강릉 배추는 해풍을 맞아 식감이 아삭하고, 고소한 맛이 뛰어나다.
강릉 배추는 지난해 김장철에만 전체 배추 판매량 중 15%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있다.
롯데슈퍼는 올해도 강릉 배추를 프리미엄급 배추로 판매할 계획이다.
이마트도 오는 30일까지 안동한우를 전 점포에서 판매한다.
이마트는 지역 산물인 '로컬 푸드'를 육성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4월부터 안동한우를 안동점 등 인근 점포에서만 팔았다.
안동 한우는 입점 초기에는 월 매출이 1000만원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1억5000만원까지 급성장했다.
안동 한우가 간고등어에 버금가는 특산물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 같은 특산물 지도의 변화는 대형 유통업체의 '리스크 관리'의 일종이다.
유명하다고 해서 특정 지역에서만 상품을 수급하다 보면 그 지역 농사 작황이 안 좋을 경우
대형 유통업체들은 비상이 걸리게 된다.
가격 급등과 물량의 부족 등의 악재를 연이어 맞게 되기 때문이다.
태풍이 주요 사과 산지를 강타하면 그해 사과 가격이 급등하는 등의 사례를 감안하면 배경이 명확해 보인다.
이 같은 기상 이변 악재를 최소화하기 위해 대영 유통업체에서는 한 지역의 특산물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다.
특산물 다변화는 소비자들에게 경제적 이점을 주기도 한다.
청도 복숭아는 품질이 매우 뛰어나지만 인지도가 높지 않다보니
가격은 충청 지역 유명 브랜드 복숭아보다 15%정도 저렴하다.
기존 유명 특산물들의 이름값을 제외한 실속형 상품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 신규 특산물의 장점이다.
도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