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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의 제국 중국.
중국의 요리는 5,000년의 역사 안에서 다채로운 형태와 독특한 맛을 발전시켜 왔습니다. 그 중 중국요리의 보석이라 불리는 딤섬의 고향을 찾아 광동으로 갑니다.
* 식재 광주 : ‘먹거리는 광저우에서’라는 뜻으로 식도락의 고장으로 유명한 광저우를 일컫는 표현
광등성의 성도 ‘광저우’에서 제가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칭핑시장’입니다. 광등요리의 모든 식재를 만날 수 있다는 시장. 그 곳에서 처음 만난 식재료는 바로 ‘전갈’입니다.
“이거 위험하지 않아요?”
찌양위치오(62세/상인)
“정말 위험하죠. 사람을 물기도 하는데 전갈에는 독이 있어요. 반드시 젓가락을 사용해야지 손으로 잡으면 안 됩니다. 보세요. 여기 꼬리로 사람을 무는데 힘이 대단해요.”
“이렇게 위험한데 먹었을 때 맛은 좋은가요?”
“전갈은 튀겨서 먹기도 하는데, 튀기면 무척 바삭하고 단맛이 나요. 탕으로 끓이면 감칠맛이 그만이죠.”
* 의식동원 : 질병치료와 식사는 인간의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것으로 그 근원이 동일함을 이르는 말.
때문에 이 곳에서 약이 되는 식재료는 그게 무엇이든 요리의 대상이 됩니다. 관상용으로 파는 거북이는 봤어도 식재료 거북이는 생소한데요.
즈룽웨이찌에(20세/상인)
“이 종류가 맛이 좋아요. (부위에 따라) 소고기 같기도 하고 돼지고기 같기도 하고 혹은 닭고기 맛도 나죠.”
탕으로도 먹고 구워서도 먹는다는 군요.
“마리당 30위안(한화 약 5,000원)입니다.”
이 시장에 와보니까 정말 식재료가 정말 다양해요. 정말 거북이를 식재료로 쓸 줄은 생각도 안했거든요.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나는 건 비행기 빼고, 네 발 달린 건 책상 빼고 다 먹는다는 광동사람들. 그만큼 식재료의 선택범위가 다양하다는 뜻이겠죠.
“와! 진짜 크네요. 엄청 커요. 이건”
이것은 ‘구이덕’이라 불리는 코끼리 조개입니다.
또 어떤 식재료를 만나게 될까요?
“오! 악어네요. 이건 호주에서 먹는 걸 봤거든요. 중국에서도 이 악어를 쓰네요. 정말 광동이 식재료가 다양하긴 정말 다양하네요.”
다양한 식재료, 하지만 광동에서 제일로 치는 건 제철 요리와 신선함입니다. 하여 작은 물고기라도 금방 건져 올린 걸 선호하죠. 살아 있는 건, 뱀이라도 좋은 식재로가 됩니다.
테엔룽인(43세/상인)
“이건 독이 없어요. 독이 있는 건 바다뱀이고 이 뱀은 독이 없죠. 소금구이나 간장조림 혹은 전골로도 먹어요.”
상상을 넘어서는 광동사람들의 음식과 문화. 그 중에서도 광동요리를 말할 때 반드시 등장하는 것이 있죠. 딤섬입니다.
광동인들이 즐기는 딤섬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이른 아침부터 제 각각 자신에게 맞는 운동으로 아침을 여는 사람들. 이 곳에선 제기도 운동입니다. 엉? 이것은 또 어떤 운동이죠? 부채춤 같기도 하고 태극권 같기도 하고... 호기심에 저도 부채하나 들고 본격적인 운동에 나섰는데요.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아! 진짜 힘든데요. 아침부터 이렇게 식사도 하지 않고 나오시면 배고프거나 그러지 않으세요?”
효우후이친(63세)
“보통 1시간 정도 운동을 하고 식당에 가서 차와 함께 딤섬을 먹어요. 광동의 딤섬은 다양하고 아주 맛있어요. 에너지 보충에도 좋아요.”
아침 운동을 마친 후에 대부분의 아침을 먹기 위해 찾는 곳, 딤섬식당입니다.
*딤섬 : 우리말로는 점심(点心)이라 쓰고 광동어로는 딤섬이라 발음하는 이 음식의 뜻은 광동식 간식이라는군요.
‘마음의 점을 찍는다’는 뜻으로 3,000년 전부터 광동지방에서 만들어 먹기 시작한 한입 크기의 간단한 음식.
쉬지링(58세)
"공원에서 운동을 하고나면 이 곳에 와서 차와 딤섬을 먹죠.“
레이(56세)
“보통 한 주전자의 차와 딤섬 두 접시 이상을 먹어요.”
차와 함께 곁들이는 간식 딤섬. 그 종류만도 수백 가지가 넘습니다. 우리가 흔히 ‘에그타르트’라 부르는 ‘반탁’, 쌀가루 피에 소를 넣어서 말아서 쩌낸 ‘창포’, 그리고 다양한 류까지 모두 딤섬입니다. 이 다양한 딤섬은 이곳에서 단순한 먹을거리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는군요.
멍양쭤(54세)
“매일 이곳에 와서 딤섬을 먹어요. 아침과 점심을 한 끼로 먹는 거죠. 천천히 즐기며 대략 두 시간 정도 먹어요. 광저우 사람들의 일반적인 생활습관입니다. 보통 토요일과 일요일은 이렇게 보내요.”
이렇게 풍미넘치는 아침 문화가 또 있을까요?
자연의 맛을 살리는, 담백한 광동의 요리. 딤섬 안에도 그 원칙은 살아 있습니다. 식재료의 가장 알맞은 방식으로 요리한다는 사실인데요. 모양과 요리법에 따라 부르는 이름도 달라집니다.
*파오 : 둥글고 피가 두꺼운 딤섬
내용물이 보일정도로 피를 얇게 빚은 딤섬은 ‘파오’라고 부릅니다. 얇고 투명하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죠. 꽃봉오리 형태로 화려하게 장식된 것은 ‘마이’라고 부르는데요. 새우나 찹쌀 등의 재료가 보이게 하여 식욕을 돋우는데 그만이라는군요.
광저우 시내 곳곳에는 그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딤섬식당이 있습니다. 각각의 식당마다 고유한 특징을 자랑하죠. 면과 만두가 한꺼번에 들어있는 한 그릇 음식인 ‘만탕면’
보기에는 특별한 게 없어 보이는 이곳만의 특징은 무엇일까요?
“딱 씹는데 피가 쫄깃쫄깃 한 게, 만두피가 손으로 만들 수 있나요?”
그 비법을 찾아 주방으로 갑니다.
이곳에서는 반죽할 때, 오리알을 함께 넣습니다. 달걀과 오리알을 1:1로 넣어 반죽하는 것이 특징인데요. 오리알을 넣은 반죽은 찰지고 쫄깃한 식감을 살릴 수 있는군요. 이렇게 전통적인 방법으로 반죽을 다 만든 후에 가장 중요한 비법이 등장합니다.
바로 대나무에 올라 타 반죽을 하는 건데요. 마치 시소를 타는 것 같기도 하죠. 중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이렇게 대나무를 이용해 반죽을 했습니다. 인체가 탄력을 받을 때의 중력으로 고르게 힘을 받은 반죽은 독특한 끈기가 생긴다는군요. 그래서 저도 한번 대나무 반죽에 도전해 보았습니다.
“아 이렇게 땀도 나고... 면을 탄력있게 하려고 다양한 것을 사용하네요. 오! 그런데 오래하기 힘든데요... 엉덩이가 아픈데요... 마냥 재밌지만 않은데요.”
광둥에서 요리는 과학이며 문화입니다. 게다가 혀를 자극하는 섬세함까지 더해져야죠. 차와 곁들이는 간식에서 시작해 광동인들의 아침 문화가 된 딤섬. 이 곳은 광동딤섬 안에 예술을 포함시켜 놨습니다. 딤섬의 미적 감각에 더해 예술로 승화시킨 건데요. 예술 딤섬을 만드는 이는 ‘라오엔이’씨. 광동성 우수딤섬 장인입니다. 그녀의 손 끝에서 탄생하는 예술딤섬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딤섬 장인은 불과 20초도 지나지 않아 토끼딤섬을 만들어 냅니다.
뤼인바이투자오(토끼 모양의 딤섬)
마틴가오(가지 모양의 딤섬)
샤오진주(돼지 모양의 딤섬)
쓰파오(복숭아 모양의 딤섬)
씨추에등메이(까치 모양의 딤섬)
이 아름다운 딤섬은 모두 먹을 수 있습니다.
예술 딤섬의 맛이 궁금하시다구요?
“달콤한게 들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토끼 안에 새우가 들어있어요. 되게 맛있어요.”
복숭아 모양의 소파오는 또 어떤 맛일까요?
“한국의 찐빵이에요.”
예술딤섬이라고 모양에만 신경 쓰는 게 아닙니다. 맛도 모양도 천하일품이죠.
라오엔이(50세/요리사)
“시대가 끊임없이 변하면서 딤섬도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야 했습니다. 물론 딤섬의 전통은 지키면서 말이죠.”
과연 딤섬의 세계는 어디까지 발전할까요? 라오엔이씨가 꼭 소개하고 싶은 길거리 음식이 있다고 해 찾은 곳입니다.
“이건 쌀이 들어간 중국식 푸딩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팥이 들어간 푸딩이에요.”
예술 딤섬장인이 즐기는 중국식 푸딩이라... 아! 입이 호강합니다. 하지만 진짜 입이 즐거우려면 꼭 가야 할 곳이 있다는군요.
“많은 외지 사람들이 광저우에 음식을 즐기러오죠. 하지만 광저우 사람들은 순더에 가서 순더 요리를 먹어요.”
광동에 왔으니 꼭 순더의 요리를 맛보라네요. 광동요리의 고향으로 불리는 곳, 순도를 찾았습니다. 이 곳에서는 딤섬을 만날 수 있을까요? 예로부터 순도는 물이 풍부하고 토질이 비옥해 풍성한 식탁을 자랑하는 고장이었습니다. 그래서 ‘순더미식’이란 말도 탄생했다죠... 그런 순도에서 제가 처음으로 마주한 음식은 바로 길거리 야식. 이 곳의 가장 인기 메뉴는 바로 “죽”입니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고기가 듬뿍 들어간 이 음식을 즐긴다는군요.
천팅(19세)
“12시가 넘었지만 이 시간에 죽을 먹어야 맛있어요. 지금이 가장 신선하거든요.”
야식으로 먹을 때, 가장 신선한 음식이라... 순더에서 도살은 보통 늦은 밤에 이루어진다고 하는데요. 갓 도살한 돼지를 바로 이 야식 거리로 가져온다는데요. 머리부터 발끝까지 버릴게 하나 없다는 돼지고기. 이 시간이야 말로 가장 신선한 돼지고기를 맛볼 수 있는 시간입니다.
신선한 돼지고기를 맛보기 위해 딸과 함께 야식거리를 즐겨 찾는다는 ‘천강’씨. 갈비와 함께 맛 좋은 다양한 부위를 선택했습니다. 특히 부드러운 식감을 자랑하는 부드러운 혀는 딸이 좋아한다는군요. ‘천강’씨가 선택한 부위들은 주방에서 먹음직스런 요리로 탄생합니다.
순더요리는 제철요리가 아니면 쓰지 않고, 신서하지 않으면 또 쓰지 않는다죠. 원재료가 좋아야 음식 맛이 좋다는 요리의 기본이 살아있는 고장. 그 곳은 신선한 돼지고기로 만든 죽은 과연 어떤 맛일까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밤잠도 뒤로 하고 찾는다는 음식. 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군침이 돕니다.
천강(40세)
“돼지의 갈비, 신장, 창자, 턱의 연골과 혀를 넣었어요.”
저도 한 번 맛봐야 하겠죠?
“제가 골라 드릴게요. 혀와 갈비가 들어가야 맛있어요.”
주인 아주머니가 추천한 부위는 돼지 혀와 갈비 그리고 창자와 꼬들살입니다. 죽으로 끓여내니 야식으로 손색이 없습니다.
“륀안루자죽이에요. 뜨거우니까 천천히 드세요.”
우리로 치자면 돼지고기 죽인데요. 순도의 대표 보양식이라는군요. 신선함에서 오는 그 향기가 일품인 음식입니다.
“돼지 모든 내장이 다 들어가 있어서 지금 각 부위별로 씹는 맛이 다 달라요. 그래서 입맛을 돋우는 그런 음식인 것 같아요.”
광동의 요리는 2,000여 년 전 ‘한조’ 초기에 시작되었다고 하죠. 순더에는 그 때부터 만들어 먹던 음식이 있습니다. 마침 마을에 잔치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음식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이 곳에서 그 오래된 전통의 음식을 만날 수 있을까요?
순더에서 잔치요리는 보통 12가지 반드시 짝수로 준비합니다. 그 중에서 절대 빠지면 안되는 음식 4가지가 있다는데요. 닭고기, 돼지고기, 생선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자라입니다.
“이건 잔치에 반드시 있어야 하는 자라요리에요.”
잔치에 반드시 올려야 하는 4가지 요리 중 가장 오래된 음식, 새끼 통돼지요리입니다. 새끼 통돼지요리는 그 맛이 특별할 뿐만 아니라 완전무결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하는데요.
레이가얀(42세/요리사)
“쥔안증주(통돼지 찜)는 새해 축하연과 같은 크고 작은 연회에 빠져서는 안되는 순더 전통요리죠”
잘 손질된 새끼돼지요리를 특제된 가화에 넣고 30여 분간 쪄내면 되는데요, 중간에 반드시 거쳐야 할 작업이 있습니다..
“이렇게 해주면 기름이 빠져나와 더욱 맛있어져요.”
2,000여년의 역사를 가진 새끼통돼지요리. 중국의 현존하는 농업기술서 ‘재민요술’에도 기록이 나와 있는데요. 색깔은 호박과 같고 금과 같기도 하며, 입에 넣으면 살살 녹는다고 전해집니다.
“입 안에 넣자마자 혀를 자극시켜요. 이렇게 돼지고기 맛있게 먹는 건 처음이에요. 오! 맛있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 도착하고 드디어 잔치가 시작되었습니다.
“제 어머니의 생신 잔치에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허인쯔(81세)
“올해 81번째 생일이에요. 이렇게 많이 와줘서 정말 기뻐요.”
순더요리로 차려진 풍성한 식탁은 이렇게 마을 사람들을 한 자리에 모이게 했습니다. 마음을 나누니 그 맛도 배가 되죠.
사우여치(20세)
“자라요리가 신선하고 맛있어요. 광둥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아요.”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 즐길 수 있는 음식.
샤오치엔(23세)
“순더 잔치음식은 모두가 즐길 수 있어야 해요. 때문에 음식은 꼭 순더 사람이 만들어야 해요. 조미료, 소금, 기름을 적게 사용해 건강에도 좋죠.”
순더 사람들이 만들고 순더에서 난 식재료로 만든 이 건강한 식탁 안에는 오랜 시간 전해져 내려온 음식의 조화로움이 있습니다.
“광둥요리 고향이잖아요. 이 사람들의 자부심이 상당히 많을 것 같아요. 그리고 이런 즐길 수 있는 문화 속에서 오늘 상당히 많이 배우고 갑니다.”
순더를 떠나기 전, 마을잔치에서 만났던 이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온 가족이 인근 마을에 함께 산다는 ‘리엔링’씨 가족입니다. 손님을 초대했으니 큰 가족이 모여 딤섬을 만든다는군요.
리엔링(54세)
“우리는 명절을 지내거나 기쁜 일이 있을 때면, 꼭 딤섬을 만들어 먹어요.”
이 곳에서 만드는 딤섬은 생각보다 간단합니다. 제가 만든 것은 꼭 송편 빗는 것과 비슷한데요. 가족들이 잘한다 칭찬하니 계속 만들게 되네요. 집난의 가장 큰 어르신인 ‘탄파오챠이’씨는 속을 넣지 않는 독특한 딤섬을 빗습니다.
탄파오챠이(80세)
“아들을 낳으면 이 딤섬을 꼭 만들어요. 그리고 정월 초하루 때처럼 등을 주위에 걸지요. 그리고 나서 등처럼 속이 빈 이 딤섬을 사람들과 나눕니다.”
‘진띵차이’라 불리는 이 딤섬은 아들을 낳았을 때 만드는 딤섬입니다. 진띵차이를 만들고 이웃과 나눠야만 아들을 얻을 수 있다는데요.
순더의 딤섬에는 하나하나의 의미가 새겨져 있습니다. 이것은 대대로 이어져 내려온 음식에 대한 또 다른 기억이죠.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순더의 딤섬이 완성되었습니다. 다양한 딤섬으로 차려진 풍성한 식탁. 온 가족이 함께 즐기니, 맛은 배가 되는데요.
리엔링(54세)
“딤섬은 말 그대로 ‘마은에 한 점 찍다’라는 뜻이잖아요. 이처럼 딤섬은 종류마다 한 가지씩 축복의 의미를 담고 있어요.”
맛에 의미가 더해진 딤섬. 그래서 이 곳의 딤섬은 더 특별합니다.
“제가 딤섬이라는 걸 체험해보니까 하나의 음식이 아니라 하나의 문화인 것 같아요. 제가 이 마을에 와서 가족들하고 이렇게 오랜 시간동안 딤섬을 먹으면서 차를 마시면서 이 문화를 체험해보니까 딤섬이 이제야 뭔지를 알 것 같아요.”
가족이 화목하기를 바라는 작은 마음을 담고, 아들을 소망하는 작은 마음을 담고, 부모가 건강하기를 바라는 작은 마음을 담아 빗어낸 음식. 중국요리의 보석이라는 딤섬이 왜 보석처럼 빛나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