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시간 반 가량의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런던 히드로 공항에 도착
짐을 찾고 우버택시를 부르기로 했다.
택시기사의 인적사항, 미팅장소,
심지어 택시가 오는길, 가는 길까지
어플에 표시되니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을 듯 하다.
젊은이들에 비해
디지털 유목민인 나와 남편은 그냥 신기할 뿐
"어머, 신기하다 얘"
"외국에서까지 콜택시를 맘대로 부르는 기분이네"
우리가 묵을 호텔앞까지 친절하게 내려주고
쿨하게 가버린다.
요금도 현금지불 할 필요없이 등록된 카드에서 빠져나가니 지갑을 추스릴 필요도 없다고 한다.
5일간 묵을 호텔이다.
조용한 켄싱턴지역의 작은 호텔.
트리플 룸에서 5일간
어찌 복작거리며 지내지? 했는데
호텔에 머무는 시간은 잠깐이고
밤늦게 들어와 잠만 자다보니
넓고 쾌적한 공간을 그리워할 새가 없다
뭐 그런대로 정도 들었다.
도착 다음날
꼼꼼한 일정을 챙기던 가이드 짠딸은
밤에 늦게 들어올테니
관광 나서기 전에
먹거리를 미리 사다 놓는다며
생수며 과일 우유 주전부리거리 등을
근처에 있는 '테스코'에서
한봉지 사들고 온다.
마치 자기집에 들어가는 것같은
저 자연스러움.
벌써 유러피언느낌이 깃든건가.
바로 앞에 미니공원도 있어
애연가인 남편은 럭셔리 흡연공간을
공짜로 마련한 셈이다.
새벽마다 나갔다와서는 날씨정보를
알려주는 기상캐스터역도 자처하고.
외국에서 처음 타보는 지하철인지라
긴장한건지 시차적응에 실패한건지 몽롱한 눈빛의 남편
런던시민 출근길에 우리도 함께했다.
내일부터는 출근시간 좀 피해서 나와야겠네.
영국스런 빨간 이층버스가 지나는 세인트폴 성당 앞길.
바티칸 성당 다음으로 크다는 그 성당이다.
멀리서도 돔의 아름다움이 거리를 압도한다.
성당 둘러보는 사이
열심히 카메라 만지고
검색하면서 동선과 관광지를 꼼꼼히 챙기는 가이드님
이제 밀레니엄 다리를 건너 갤러리 테이트모던으로 향한다.
내가 테임즈강을 다리로 걸어 건넜다는 기쁨.
그것도 여유있게 느릿느릿.
근처에 있는 인근 그림지도도 찍어보고
나의 길을 노란선으로 표시해본다.
참으로 어색하게
관광객 티 팍팍 나는 포즈로.
이건 여행의 시작이다보니
뻣뻣할 수밖에
짠딸은 긴장과 설레임의 표정
그래도 자기 동네처럼 찾아다닌다.
이번이 4번째 방문이니 그럴 만도 하지
와우! 테이트모던이다.
마치 뛰어가듯 남편도 뿌리치고 간다.
목적지에만 도착하면 나도모르게 팔짱도 뿌리치고
후다닥 빠른 걸음으로 앞서나간다고.
남편의 서운함 섞인 핀잔을 종종 받았다.
좋은델 가면 남편도 필요없나봐용
발전소 건물을 개조해서 만들었다는 미술관
굴뚝도 그대로 두고 멋진 미술관으로 만들었다.
이른시간에 도착해서 아직 오픈전이다.
잠시 쉬어주는 것도 여유다
갤러리 안 공간이 이렇게 넓직해서
시원스런 느낌을 준다.
피카소의 우는 여인도 여기서 보다니!
스페인 내전의 슬픔을 이렇게 우는 여인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아이들과 색칠공부용으로 많이 활용했었다.
뒤샹의 '샘'도 여기서 만나다니
늘 익숙한 건데
갤러리 전시장에서 만나니 반갑다고 해야하나
넌 왜 여기있니? 해야하나
몬드리안의 황금비율도 직접 만나면
왠지 오래 전부터 만났던 친구 만난 기분.
그래서 마구마구 환호성을 지르고 싶은 기분.
작가 본인의 이미지와 너무 닮은 작품을 만드는
자코메티의 특별전이 진행중이다
요 전시방만 유료다.
그래도 특별전 하나정도는 봐줘야하니까.
3명 입장료 50.4파운드.
문화생활도 휴식이 필요해
맨 위층에 올라가면 전망좋은 카페가 있다.
잠시 쉬면서 내려다보는 테임즈강
그리고 위에서 봐야 더 멋진 방금 건너온 밀레니엄다리.
차암 여유롭다.
그림 감상하다 쉬다를 반복하니 어느덧 한나절이 다 지났다.
내려오니 멋진 음성의 버스커가 잠시 쉬어가라 한다.
BP 란 글자가 선명하길래 뭔가 했더니
버스커 포인트였나(나대로 해석)
슬슬 걸어서 버로우마켓으로 간다.
여행 첫날이다보니
길에서, 마켓에서 음식을 고르고
밖의 벤치에 앉아 먹는 것에 익숙하지 않은 우리 남편.
아직 메뉴를 고르지 못하고 방황
하긴 남편이 먹을 만한 그런 음식은 안보인다.
결국 2개 선택해서 많은 사람들 틈에
겨우겨우 자리차지하고 어정쩡하게 먹었다.
뭔가 허전하여 오던길에 봐놨던 치킨집으로 다시 고고!
이런 날엔 컴컴한 실내보다 야외식탁이 어울리지.
포루투갈식 치킨요리집이라서 그런지
포루투갈에서 수없이 보았던 수탉이 인사한다
익숙한 치킨요리 뚝딱!
이번엔 짠딸이 수개월전부터
티켓오픈 날짜 손꼽아 공들여 예약한
스카이가든에 간다.
입장객수도 시간별로 제한하고
엄격한 짐 검사와 수색대를 통과해야만
37층 전망대까지 올라갈 수 있는
런던의 손꼽는 전망대라고 한다.
건물자체가 예전에 사용하던
워키토키를 닮았다고 하는데
글쎄 워키토키를 사용해보지 않아
그 느낌을 잘 모르겠다
유리로 된 외벽이 화려하다
런던에 몇번 와 봤어도 여긴 처음인지라
혼자서 난리났다
여기저기 홍길동이되어 바람같이 왔다갔다
요기찍고 조기찍고.
그래
스카이가든은 너의 것으로 해줄게 맘껏 즐기세요.
테임즈강변의 주요 건물과 관광지들이 다 보인다
짠딸 카메라옆으로 나의 로망을 실현시켜줄
타워브릿지도 보인다.
평상에 벌러덩 누우면 이렇게 하늘창으로
비행기가 지나는 것도 보인다.
조명이 들어오면 더 아름답다기에 조명이 들어오는 시간까지
저녁을 먹으며 기다리렸더니
예약이 넘쳐 9시가 넘어야 식사가 가능하다기에
아쉬움을 접고 내려오기로 했다.
오늘 타워브릿지를 걸어보는 나의 로망을 실현해야하기에.
런던타워 쪽으로 천천히 걸어내려오다
라벤더가 조금 피어있는 계단에 앉아 쉬기도 하고
드디어 타워브릿지 앞에 도착했다.
12년전 패키지 여행 때
이 멋진 다리를 조망할 수 있는 근처에 우릴 내려놓고
사진만 찍게하고 떠나 내내 아쉬움으로 남아있었다.
이번 여행에서 딸이 물어본 로망 1호가 바로
"타워브릿지 걸어서 건너보기"
스카이가든에서도 눈길은 자꾸만 타워브릿로!
저 다리가 뭐라고~~~~
이쁘잖아, 걸어보고싶잖아.
그 쉬운걸 못해봐서 한이되었다고요.
차암 소박하죠 잉~~~
아이스크림처럼 생긴 저 시청건물 근처 잔디밭 즈음에
우릴 내려주고 사진을 찍게 했던 것 같은데
12년 전이니 조금 변했을 수도 있겠다
자꾸 추억더듬기를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나 지금 타워브릿지 걷고 있다!
지금 테임즈강을 요 이쁜 다리로 건너가고 있다고요.
남편도 덩달아 신나게 걷고요.
조명이 켜지기 시작하니 더 예쁘다.
오늘 이 예쁜 다리 야경까지 야무지게 보고 들어갈거야.
짠딸처럼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다리가 짧고 몸이 둔해
난간에 사뿐히 오를 수가 없어서 포기.
난간의 높이가 제법 되거든요.
옆에서 도와준다는 남편
아니야, 아니야,
'템즈강에 빠진 동양인 부부'라는 제목으로
신문에 나고 싶지 않다고.
런던의 유명한 신문은 '텔레그라프'였던가?
갑자기 영국 아니랄까봐 빗방울이 후두둑
근처의 레스토랑으로 들어가 저녁을 먹으며
다리의 불빛이 점점 짙어지는 걸 보니 더없이 만족감이 든다.
자유여행의 진정한 맛이 이거구나.
오늘 지하철 타고 출근해
지하철타고 늦은 퇴근을 한다.
야근을 한 무거운 몸으로 호텔에 들어서니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호텔 룸에서는 실세가 먼저 욕실을 사용할 권리가 주어지는 법.
" 가이드님, 먼저 씻으세요."
첫댓글 ㅋㅋㅋ내가 실세라 그런거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