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산 원인을 감추고 한 신용거래 행위’
1. 법률 규정 및 해석론
채무자회생및파산에관한법률 제564조(면책허가)
① 법원은 다음 각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때를 제외하고는 면책을 허가하여야 한다.
2. 채무자가 파산선고 전 1년 이내에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없는 것으로 믿게 하기 위하여 그 사실을 속이거나 감추고 신용거래로 재산을 취득한 사실이 있는 때 |
가. 재산의 취득행위가 파산선고 전 1년 내일 것
신용거래에 의하여 재산 등을 취득한 날짜와 파산선고일 사이에 1년 이상의 시차가 존재하면 본 요건을 구비하지 못하게 된다.
속칭 ‘舊파산’ 시절에는 사건 적체로 인하여 파산을 신청하고도 해를 넘긴 후에야 파산이 선고되는 경우가 많아서 본 요건을 피해가는 경우도 제법 있었으나, 현재 파산신청과 파산선고 사이의 시간적 간격이 2~3개월 정도로 단축되어 특별히 문제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나. 파산의 원인인 사실이 있을 것
파산원인이란 지급불능을 뜻하고, 채무자가 자력이 없어서 즉시 변제하여야 할 것채무를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하지 못하는 객관적 상태로서 재산 외에 신용과 노력을 종합하여 판단하며 채권자 또는 채무자의 주관적 평가 또는 행동과는 관계가 없다.
다. 파산의 원인인 사실을 속이거나 감출 것
행위자에게 파산원인인 사실이 있음에도 그렇지 않은 것처럼 이를 속이거나 감추어 상대방을 착오에 빠뜨리는 행위를 말한다.
이에 관하여 대법원은 “채무자가 객관적으로 지급불능의 상태에 있었다는 사정만으로 부족하고, 채무자가 신용거래로 재산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인 채권자에게 한 언행, 상대방인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다액의 채무가 있다거나 지급불능의 상태에 빠질 수도 있다는 사정을 알고서 과다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신용거래에 나아간 것인지 여부 등
상대방인 채권자가 신용거래를 하게 된 경위, 채무자의 전체 채무 중에서 위와 같이 취득한 재산이 차지하는 비중 및 그 증감의 정도, 신용거래의 성격 즉, 새로운 신용거래인지 아니면 종전의 신용거래를 연장 내지 갱신한 거래에 지나지 않는지 여부, 채무자가 신용거래로 취득한 재산의 사용처 등을 면밀히 심리하여 판단하여야 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
다만 최근 실무에서는 파산신청을 불과 얼마 앞두지 않은 시점에서 신용카드를 사용하여 다량으로 물품을 구입하거나 거액의 현금서비스를 받아 소비 또는 일부 채권자에게 변제하거나 심지어 파산신청을 위한 비용으로 삼는 비정상적인 사례가 늘어나고 있고, 이러한 경우에까지 이 규정의 행위에 대한 해석을 엄격하게 할 필요는 없는 것으로 본다.
라. 신용거래로 인하여 재산을 취득할 것
신용거래란 대금 후불 형태의 거래를 말하고, 신용카드를 사용한 물품 구입, 현금서비스, 마이너스 통장 대출 및 기타 담보를 제공하지 아니하고 금융기관으로부터 신용대출을 받거나 개인채권자로부터 자금을 차입하는 행위가 이에 포함된다.
한편 속칭 ‘카드깡’이 이 규정이 정하는 신용거래에 포함되는지가 문제되는데 현재 하급심결정례들은 속칭 ‘카드깡’ 행위를 파산원인 사실을 속이거나 감추고 한 신용거래 행위‘로서 면책불허가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고 있다.재산에는 동산, 부동산, 채권, 무체재산권 기타 재산을 포함하며 재물의 점유가 이전되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할 것을 요한다.
마. 인과관계 및 고의
채무자의 행위, 상대방의 오신, 신용거래, 재산의 취득 사이에는 차례로 인과관계가 있을 것을 요하며, 재산의 취득으로 이 규정의 행위가 성립하고 그 후에 일부 변제를 하였다고 하더라도 이 규정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
이 규정의 고의는 전술한 각 구성요건 사실에 대한 인식, 인용이다. 스스로 지급불능인 사실을 인식할 것을 요하지만, 파산절차상의 지급불능에 해당하는가 아닌가의 법률상의 평가 또는 인식을 요하지 않는다.
2. 관련 사례
가. 하급심 사례
- 파산신청 5개월 전 1천만원을 편취하였던 건으로 인하여 징역 6개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은 경우
- 파산신청 불과 10여일 전에 신용카드로 법무사 사무소에서 450만원을 결제한 경우
- 채무자는 2005.경부터 지급불능 상태에 처하게 되었음에도 파산선고 전 1년 이내이자 신청 전인 2008. 10.경과 같은 해 12.경 실제 물품을 구입하지 아니하면서 신용카드로 1,040만원을 결제하고 현금 936만원을 수령하는 ‘카드깡’을 함으로써 사기적 신용거래를 한 경우 |
나. 필자가 경험한 사례
- 지급불능에 처한 후 파산 신청을 하고자 법무법인에 3매의 신용카드로 총 195만원의 수임료를 결제한 경우
- 파산 신청 직전에 2매의 신용카드로 하루동안 275만원 상당의 가구 및 203만원의 냉장고를 구입한 경우
- 폐업 직전에 3매의 신용카드로 오픈마켓 사이트인 ‘옥션’에서 1개월간 총 1,477만원의 상품 또는 서비스를 구입하는 것처럼 가장하여 속칭 ‘카드깡’을 하였던 경우 - 지급불능에 처하였음을 알고도 알고도 4개월간 2매의 신용카드로 무속인 사례비로 2,580만원을 결제한 경우
- 무자력·무직 상태에서 캐피탈회사에서 4천만원을 대출받아 곧바로 내연남의 사업자금 용도로 전액 소비하여 지급불능에 처하게 되었음에도 파산 신청을 준비하는 도중에 신용카드로 1,700만원을 대출받은 경우
- 파산 신청을 준비하고 있는 도중에 신용카드로 하룻밤에 유흥업소에서 주대 364만원을 결제한 경우
- 채무 초과에 처한 상태에서 실직한 가운데 3개월간 신용카드 2매로 오픈마켓 사이트인 ‘지마켓’ 또는 인근의 귀금속 판매점에서 총 826만원 가량의 금지금(Goldbar)을 구입하여 母에게 선물한 경우
- 파산 신청 1주일 전에 신용카드로 GS25 편의점에서 夫를 위하여 15만원 어치의 담배를 구입하고, 그 외에도 500만원 상당의 가구, 의류 등을 구입한 경우
- 파산 신청서가 법원에 접수된 후 고양 킨텍스 내 현대백화점에서 100여만원 가량의 의류 및 화장품을 구입하여 손자녀들에게 선물한 경우 - 지급불능에 처한 상태에서 신용카드로 게임 아이템을 결제한 후 헐값에 되팔아 수백만원의 현금을 확보하여 소비하였던 적이 반복되었던 경우 |
3. 조사의 착안점
가. ‘최초 발급일’
전술한 바와 같이 파산절차상의 ‘지급불능’에 해당한다고까지 스스로 평가 또는 인식할 것을 요하지는 않지만, 채무자가 자신이 지급불능에 처하였음을 어느 정도 인지하였을 것이 필요하다.
채무자가 지급불능에 처하였음을 스스로 인식하였음을 외부적으로 드러내는 행위가 파산 신청이고, 파산 신청을 대리 또는 대행할 변호사나 법무사를 물색하여 상담을 받고 서류를 준비하는 단계가 파산 신청서의 법원 접수에 선행하게 되는데, 파산 신청의 준비에 본격적으로 착수하였다면 채무자가 스스로 지급불능을 인식하고 있었다고 일응 간주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
채무자가 수임료 또는 수수료를 지불한 시기가 언제였느냐를 살펴보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지만 현금으로 수개월 분납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적지 아니하기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오히려 파산 신청서 제출 당시 첨부되었던 가족관계증명서, 부채증명원 등의 서류가 언제 발급되었는가, 소위 ‘최초 발급일’을 그 기준점으로 삼는 것이 적절하다고 사료된다. 다만, 가족관계증명서는 부채증명원에 비하여 용도가 훨씬 다양한 서류이기에 기계적으로 가장 먼저 발급된 날짜만을 따지기보다는 하루 동안에 여러 종류의 서류가 발급된 날 중에서 가장 이른 날짜에 의미를 둠이 상당하다.
나. 채권자목록에 포함되지 아니한 신용카드
채권자목록에 포함된 신용카드 외에도 채무자의 예금계좌 거래내역에서 파산 신청 전 1~2년 내에 이용대금이 자동이체되어 나갔던 신용카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간혹 장기간에 걸쳐 유흥비, 해외여행 경비, 사치품 구입비용 등이 과다하게 지출된 관계로 경제적 파탄의 원인이 과다한 낭비나 도박 기타 사행행위 때문이라고 평가될 수 있는 사안일 때에 당해 신용카드 부채를 채권자목록에서 제외시킴으로써 법원, 파산관재인 및 채권자의 시선을 피하기 위하여 다른 금융기관이나 신용카드의 대출금으로 대거 상환해 버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다. 신용카드 발급 이력
‘페이인포’(http://www.payinfo.co.kr) 사이트에 공인인증서로 회원 가입하면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던 이력을 출력할 수 있기에 채무자가 이용내역을 제출하지 아니하는 신용카드의 존재가 의심될 경우에 활용해 볼 법하다.
라. 신용카드 이용내역
세무신고 용도로 발급되는 신용카드 이용금액 일람표는 월별 이용액, 전통시장 이용 등 용도에 따른 구분 정도밖에 확인할 수 없기에 흔히 아는 신용카드 이용내역서처럼 이용일자, 카드번호, 가맹점명, 이용금액, 할부 여부가 구체적으로 표시된 형태로 발급받아 제출해 오도록 채무자에게 요청해야 한다.
마. 신용카드로 구입한 고가품의 현존 여부 확인
파산 신청 직전에 고가의 가전제품 및 가구 등을 구입하였던 경우에는 ‘카드깡’과 구별하기 위하여 채무자로 하여금 주거지 내에 당해 물품이 현재까지도 남아있음에 관하여 사진 촬영하여 제출할 것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바. 파산 신청 직전의 의료비 신용카드 지출
기계적으로 본 면책불허가 사유를 적용하자면 파산 신청 직전에 수백만원을 병원에서 결제하였던 것도 이에 해당할 수 있겠지만, 환자가 채무자 본인이었거나 부양의무가 있는 근친으로서 자력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없는 자인 경우, 암, 심장병, 뇌종양 등 생명과 직결되는 중대 질환이거나 눈(眼), 척추, 주요 장기 등 신체의 중요 기능을 담당하는 부위에 관하여 치료비를 지출한 경우 등 특별히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면 환수 없이도 재량면책 의견을 개진하는 것이 상당하다고 사료된다.
4. 결 어
다소 시류에 역행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파산 원인을 감추고 한 신용거래 행위’ 중 소위 ‘도덕적 해이’와 결합한 유형들은 면책 제도의 목적인 ‘성실하였으나 불운한 채무자’의 구제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기에 관재인 집단에 대한 채권자들의 신뢰 확보, 건전한 근로의욕의 보호 등을 위하여 충실한 조사, 적절한 환수, 공평한 배당이 뒤따르는 것이 마땅하다고 사료된다. 끝.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