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윤사랑 기자] 정치 경험이 전무한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 자리에서 내려오자마자 20대 대통령 자리를 거머쥐는 과정에서 친윤 인사들의 입김도 거셌다. 이들은 일명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으로 불리우며 윤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해서 대선을 거쳐 대통령 자리에 오를 때까지 존재감을 과시했다. 대표적 인물이 국민의힘 권성동·장제원 의원이다. 최근 두 사람 사이에 갈등 전선이 형성되며 심상치 않은 기류가 흐르고 있다. 이들은 ‘영원한 형제’임을 부각시키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 안팎에선 ‘시소 권력’의 특성상 이들이 평화적으로 공존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윤핵관’ 쌍두마차 ‘권·장’ 사그라들지 않는 ‘불화설’
-“영원한 형제” 외치는 ‘권·장’의 권력다툼 본격 시작?
여권 내 권력 다툼이 표면화되면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 혹은 ‘친윤’(친윤석열) 그룹의 분화도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국민의힘 내에서 친윤 그룹의 대표적 두 축은 ‘윤핵관’으로 불리우는 권성동·장제원 의원이다.
권성동 의원은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하기 이전 강릉에서 윤 대통령과 회동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친윤’ 실세임을 만천하에 증명했다. 권 의원은 검찰 시절 윤 대통령의 선배였으며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죽마고우로 알려져 있다.
권성동·장제원 불화설 끊이지 않는 이유는?
장제원 의원은 윤 대통령의 대선 경선캠프 종합상황실장과 당선인 비서실장 등을 지낸 바 있다. 장 의원은 당 내에서 이준석 대표 등으로부터 ‘윤핵관’으로 지목되면서 집중 견제를 받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장 의원의 정무적 판단을 상당히 신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의원은 당내 ‘윤핵관’ 집중 견제가 심화되자 백의종군을 선언했지만 대선 막판 윤 대통령으로부터 전권을 받아 국민의당 대선후보였던 안철수 의원과의 단일화 협상을 주도하면서 다시 한번 ‘윤핵관’의 입김을 과시했다.
권성동 의원은 현재 당 원내대표를 맡아 원내를 이끌고 있다. 이준석 대표가 최근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6개월 정지’라는 징계를 받은 이후에는 ‘당 대표 직무대행’까지 맡아 ‘원톱’으로 당을 지휘하고 있다. 반면 장제원 의원은 당선인 비서실장직을 마무리한 후 특별한 당직을 맡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장 의원은 여권 내에서 논란이 되는 이슈가 부상할 때마다 언론에 그 이름이 등장하고 있다.
장예찬 전 대통령직인수위 청년소통TF 단장은 22일 YTN에서 “국민의힘 정당 내부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신뢰를 받는 장제원 의원의 영향력이 상당히 강하다”며 “많은 분들이 장제원 의원의 생각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는 것 정도만 우리가 정치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성동·장제원 의원은 윤 대통령의 정치 입문 후 대선 기지였던 이마(빌딩) 캠프와 대선 본선 레이스, 대통령직인수위원회를 거치는 기간 동안 ‘윤핵관’의 두 축으로 확실히 자리매김을 했다. 윤석열 정부가 공식적으로 출범하기 이전까지는 두 의원의 갈등이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물밑에선 ‘윤석열의 최측근’ 자리를 꿰차기 위한 주도권 다툼이 벌어졌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공식적으로 닻을 올린 이후에는 두 사람의 갈등이 서서히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지난달 두 의원은 친윤계 의원들 주축으로 추진된 대규모 의원모임 가칭 ‘민들레’(민심 들어 볼래) 결성 문제를 놓고 입장차를 드러냈다.
‘민들레’ 발족 추진 사실이 알려지자 당 내 일각에서는 친윤 그룹의 세몰이라는 비판이 제기됐고 권성동 의원도 공개적으로 결성 반대 입장을 밝혔다. 권 의원은 당시 언론 인터뷰를 통해 “단순한 공부 모임 이상으로 비칠 수 있는 모임은 자제하는 것이 맞다”며 “그런 의도가 있는 모임이라면 제가 원내대표로서 앞장서서 막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들레 모임에 참여하는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순수 아침 개방형 의원모임’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친윤 세력화니 하는 말들이 나오지 않았으면 한다. 오해 없길 바란다”라고 비판 목소리에 반박을 가했다. 이후 장 의원은 논란이 확산되자 결국 “한번 형제는 영원한 형제다. 권성동 원내대표와의 갈등설이 언론을 장식하고 있다”라며 민들레 불참을 선언했다.
“뭐가 갈등이고 불화냐” 장의원, 바로 공개비판
이준석 대표의 직무 정지로 국민의힘이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권성동-장제원 불화설’이 또다시 불거졌다. 장 의원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를 확정 짓는 의원총회에 불참하자 일각에서는 ‘윤심’(윤 대통령의 의중)이 ‘권성동 직대 체제’가 아닌 조기 전당대회 개최에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친윤 그룹 내에서는 당초 조기 전당대회 개최를 더 선호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장 의원은 지난 10일 권 의원을 비롯해 윤한홍·이철규 의원 등 친윤 그룹 핵심과 윤 대통령과의 저녁 식사 자리에도 함께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또다시 ‘권·장 불화설’이 제기되자 두 의원은 모두 이를 일축했다. 권 의원은 지난 14일 기자들과 만나 “한번 형은 영원한 형인 것처럼, 한번 동생은 영원한 동생이다. 잘 지내고 있다”라고 강조했고, 장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뭐가 갈등이고 불화인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갈등설을 진화하기 위해 지난 15일 함께 오찬을 갖는 모습까지 연출했다.
그러나 곧바로 대통령실의 ‘사적 채용’ 논란 정국에서 장 의원이 권 의원을 공개 비판하면서 갈등설은 다시 불이 붙었다. 권 의원은 ‘사적 채용’ 논란을 적극 방어하며 해명에 나섰지만 ‘9급 공무원 비하’ 등 역풍이 불면서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
장 의원은 지난 18일 페이스북을 통해 “권성동 대행께 부탁드린다. 말씀이 무척 거칠다”며 “아무리 해명이 옳다고 하더라도 ‘압력을 넣었다’ ‘최저임금 받고 서울에서 어떻게 사냐, 강릉 촌놈이’ 등등의 거친 표현은 삼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의원은 “국민들은 말의 내용 뿐만 아니라 태도를 본다”며 “권 대행은 이제 집권여당의 대표로서 엄중하고 막중한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권 의원이 “장 의원의 지적에 대해 겸허히 수용한다”고 밝혔고, 장 의원은 언론을 통해 ‘권성동 직무대행 체제’ 논란에 대해 “이미 의총에서 결정된 것으로, 여기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밝히면서 갈등설은 일단락 됐다.
그러나 권력 분점이 안되는 ‘시소 권력’의 특성상 ‘윤핵관’ 쌍두마차인 두 사람의 주도권 다툼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징후들은 벌써부터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권성동 의원은 ‘당 대표 직무대행 체제’를 통해 리더십을 확고히 다진 후 차기 당권 도전을 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당 내에서는 ‘안철수 당 대표, 장제원 사무총장 설’인 이른바 ‘간·장 연대설’이 돌고 있다. 또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김기현 의원과 장제원 의원과의 ‘김·장 연대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권성동-장제원’의 이별은 운명?
안철수 의원은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처음 듣는다”고 선을 그었고, 김기현 의원은 라디오 방송에 나와 “저는 김장 담그는 소재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연대설의 중심 인물인 장 의원은 지난 20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언론에서 그런 조어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지금 전대가 있는 것도 아닌데 너무 심하다”면서 연대설을 일축했다.
그러나 권 의원이 당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만일 장 의원이 다른 당권 주자와 손을 잡게 된다면 ‘영원한 형제’를 외치고 있는 ‘권·장’의 사이에도 금이 갈 수밖에 없다.
배종호 세한대 교수는 YTN에서 “두 사람은 결국은 충돌할 수밖에 없다. 가는 길이 다르기 때문에 그렇다”며 “권 원내대표는 직무대행 6개월 한 다음에 본인이 당권 도전하겠다는 그림이고 권 원내대표가 당대표가 되면 장 의원은 사무총장 하기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배 교수는 “왜냐하면 윤핵관이 당대표도 하고 사무총장도 할 수가 없기 때문에”라며 “그렇지만 비윤 예를 들면 김기현·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자신(장제원)의 공간이 열리는 것”이라며 “그래서 결국은 장 의원, 권 원내대표는 충돌할 수밖에 없는 그런 사이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밝혔다.
김용태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MBC 라디오에서 “제가 언론에서도 말씀드렸었는데 두 분(권성동·장제원)께서 형제라고 하시는데 그걸 너무 과도하게 해석하실 필요는 없다”며 “과거 역사적으로 봤을 때 대부분의 왕자의 난은 형제 사이에서도 일어났다 이런 표현을 했는데 재벌 관계라든지 조선시대의 왕권을 다투는 것에서는 형제간에서도 있었던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런데 이런 권력투쟁이라고 할까, 정치권력을 향한 어떤 싸움, 이런 것은 저는 정치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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