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으로 가는 화엄경] <63> 입법계품(入法界品) ⑯
“모든 어린이들이 선재, 자재주동자”
어린이가 어른 스승인 것은
그 천진난만한 순수성 때문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희망
꿈 이루는 것 보여주고자…
선재가 만나는 자재주동자는 십행의 두 번째 선지식으로 요익행(饒益行)의 길을 보여주고 있다. 나와 남을 이롭게 하기 때문에 요익이며 그러기 위해 삼취정계(三聚淨戒)를 지켜야 한다. 악을 멈추는 섭률의계, 선을 실천하는 섭선법계, 모든 이들에게 공덕을 나누는 섭중생계로 대승불교를 수행하는 이들이 지녀야 할 삶의 방식이다. 이 청정한 삶이 중생을 행복하게 하는 기본원리다. 청정한 사람이 하는 말을 사람들은 듣고 따르기 때문이다.
자재주동자는 수학천재다. 청정한 수행을 마음에 두고 자재주를 만나러 가는 그 길을 천신이 호위무사가 되어 함께 한다. 먼저 자재주를 발견한 천신들이 강가에서 만명의 동자들과 모래성을 쌓으며 놀고 있다고 알려준다. 선재는 모래 속에 놀고 있는 자재주동자를 보며 합장하고 한참을 기다렸다가 공경하는 마음으로 법을 청했다.
“저는 이미 보리심을 내었지만 어떻게 보살행을 배워 보살도를 닦아야 할까요?” 자재주동자는 선재를 보며 함께 놀자고 한다. 함께 모래를 만지자 선재는 각 모래들이 다 낱낱이 의미가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자재주동자가 웃으며 말했다.
“나는 옛날에 문수사리동자에게 지구상에 존재하는 글, 수학, 결인, 세계와 국가와 도시, 머무는 장소, 병의 치료법, 공업, 영농법, 경영법과 중생이 태어나는 인과 연을 배웠어요. 수없이 많은 숫자들 속에서 중생과 그 모든 법들이 만나면 어떤 신기한 일이 일어나는 줄 알게 되었답니다. 바로 온갖 공교한 신통과 지혜의 법문에 통해 깨달음의 광명 속으로 들어갔죠.”
자재주동자는 중생의 모습을 보고 선과 악을 지으면 앞으로 어떤 삶을 살게 될지도 알게 되었고, 그들이 지혜의 문으로 들어가는 일들을 다 알았기 때문에 적절한 방법으로 중생들을 제도했다.
중생의 수를 다 알고, 중생의 병을 다 알아서 그들의 희망과 치유책을 문수사리동자에게 배워 어려서부터 청정한 마음으로 수행했더니 해결법을 알았다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우리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앓고 있는 병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치유를 위해서라면 병의 역사인 병력과 가족력을 들여다보고 계획을 세우는 것처럼 중생을 교화하기 위해선 그들의 존재의 의미, 머무는 곳, 희망, 능력 등등 알아야 할 것들이 너무나 많다. ‘1인-1병-1치료법’이면 좋겠지만 유병장수시대를 살고 있지 않은가. 중생 하나 교화하는데 한 가지 방법이 아니라는 말이다. 우리 부모님들이 자식을 낳아 기르며 자식이 다시 부모되는 순간까지 항상 그를 위해 애쓰시며 초인적인 힘을 발휘하여 성현의 지혜를 갖추는 것처럼 자재주동자도 중생을 위해 그렇게 변해갔던 것이다.
보살의 안목으로 중생을 보는 계산법을 알게 되자 그는 강가의 모래알을 보며 중생도 모래알 같이 많고, 중생의 세상도, 그 곳에 계시는 부처님 이름, 진리의 이름, 그 속에 존재하는 생명체의 숫자는 물론 그들의 이름도 낱낱이 알게 되었다. 이것은 단순히 계산법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직관하는 능력이 계산의 깊이를 확장시킨 것이다. 바로 그가 수학천재가 된 것은 지혜와 자비로 중생을 위해 살아가는 청정한 보살의 안목을 성취했기 때문이다.
얼마나 많은 생명체가 세상을 의지해 살아가는지 우리는 다 알 수 없다. 그러나 자재주동자는 청정한 마음으로 이들 모두를 행복하게 해주는 방법을 알고 있다. 하지만 자재주동자는 선재에게 ‘난 다만 이것만 알 뿐이니 그 광대한 공덕행에 대해선 구족우바이에게 가서 물어라’하여 선재는 또 남쪽으로 떠난다.
동자, 어린이가 어른의 스승인 것은 그 천진난만한 순수성 때문이다. 세상의 견해에 물들기 전 아름답고 맑은 우리 아이들이 바로 동자다. 먹을 것을 들고도 곁에서 입을 벌리면 바로 넣어주는 그런 손주를 만난 이 땅의 모든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사람이 꽃이다” 하며, 금연, 금주, 악행을 멈추고 청정성을 회복하려 한다.
아마도 힘들고 지친 삶이나 편견들로부터 아이를 지켜주는 것이 새 생명을 만난 감사함의 표현이리라. 아이들의 순수함은 그런 어른들이 많아질수록 가능할 것이다. 가정의 달 5월, 첫 번째로 오는 행사가 어린이날이다. 모든 어린이들은 선재동자이며, 자재주동자다. 이들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세상에 희망을 전하고 꿈을 이루는 것을 보여주고자 함이다.
[불교신문3491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