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자·호랑이 영역 걸으니 등골이 '오싹' 맹수 영역표시 오줌 비린내… 갑자기 나타난 사람 보고 기린 웅성거리듯 모여있어 개울물엔 반딧불이 3만마리
여름 밤하늘은 검푸르고, 나무 사이 흙길은 어둑어둑했다. 발밑을 조심하며 5분쯤 걷자 수사자 그림이 붙은 철문이 나타났다.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 안 사파리 입구는 19일 밤 8시 40분쯤 어둠에 잠겨 있었다.
'삐삐' 요란한 경고음과 함께 문 옆 철책에 붙은 적색등이 켜졌다. 잠시 후 '철컹철컹' 쇳소리를 내며 철문이 열렸다. 안내를 맡은 김민주 스토리텔러가 "맹수에겐 편안해도 사람에겐 위험한 지형이 있으니 잘 따라오라"고 말했다. 평소 차량만 지나다니던 문을 걸어서 통과하니 기분이 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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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야간 도보 개방을 앞둔 에버랜드 초식사파리에서 한 시민이 기린에게 먹이를 건네고 있다. 걸어서 사파리를 돌아보면 불과 40~50㎝ 거리에서 기린, 얼룩말 같은 동물을 마주할 수 있다. /에버랜드 제공
"사파리 역사 35년 만에 최초로 걸어서 여기 들어온 기자가 되셨습니다." 권수완 에버랜드 동물원장이 선언하더니 오싹한 농담을 덧붙였다. "호랑이 다 넣었으려나…. 한두 마리 남아있을지도 모르겠는데." 그 말에 호응하듯 철책 저편 어둠 속에서 '그르렁' 묵직한 소리가 들려왔다. 사파리와 불과 10m쯤 떨어진 맹수 우리 안에서 사자나 호랑이가 울부짖는 모양이었다.
"호랑이라면 여기 있네요." 스토리텔러의 설명에 깜짝 놀라 돌아보니, 입구 부근 철책 안쪽에 진돗개만한 새끼 호랑이 2마리가 있었다. "귀엽다고 철책 틈에 손가락을 넣으시면 절대 안 됩니다. 생후 7개월이지만 벌써 고기 맛을 알아요."
철책 통로를 지나 철문을 하나 더 통과하자 흙마당이 나타났다. 낮 동안 호랑이·사자가 뒹굴던 공간이었다. 어디선가 견사(犬舍) 비슷한 비린내가 풍겨왔다. 바위마다 뭔가 흘러내린 듯한 커다란 얼룩이 보였다. 호랑이·사자가 영역표시를 위해 오줌을 싼 자국이라고 했다. 나무둥치엔 전부 목제 보호대가 휘감겨 있었다. "맹수들이 발톱을 갈아대도 나무가 죽지 않도록 옷을 입혔다"고 했다. 보호대가 없어 말라죽은 고목을 보자 이해가 갔다. 대형 끌로 후벼파낸 것처럼 깊은 발톱자국이 둥치 전체에 빽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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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용인시 에버랜드에서 20일 밤 기린과 얼룩말이 초식사파리 안을 거닐고 있다. /김진명 기자
길은 에버랜드가 지난 3월 개장한 초식사파리로 이어졌다. 맹수사파리에서 초식사파리로 이어지는 철문 앞에 두꺼운 천이 융단처럼 길게 놓여있었다. "동물이 탈출하는 걸 막으려고 바닥에 설치한 전책(電柵)을 사람이 밟지 않도록 깔아뒀지요."
다시 철문 2개를 지나 초식사파리에 들어서자, 나무 아래 어른거리는 관람용 불빛에 그물무늬가 비쳤다. 기린 목덜미였다. 기린 무리는 갑자기 나타난 사람을 보고 웅성거리듯 모여있었다. 박정욱 담당사육사가 "초식동물은 예민하니 조용히 움직이고 카메라 플래시를 꺼달라"고 부탁했다. 새끼 기린 '한결이'와 '캡틴'은 커다란 눈을 굴리며 어미 뒤로 숨었다. 새끼라고 해도 키는 1m80이 넘었다.
걸어서 사파리에 들어가니 동물이 모두 코앞에 있었다. 불과 40~50㎝ 간격을 두고 얼룩말·쌍봉낙타와 얼굴을 마주했다. 6살 난 코끼리 '코식이'는 목책 너머에 서서 "주와웅"하고 2~3번 웅얼댔다. "'좋아'라고 한 거예요. 코식이는 말하는 코끼리거든요." 사육사 말을 듣고 나니 신기하게 "주와웅"은 "좋아"로 들렸다.
초식사파리를 돌아나와 곰 24마리가 낮 시간을 보내는 곰사파리로 향했다. 곰은 실내 우리에 들어가고 없었지만, 숲 속 어디선가 커다란 검은 그림자가 나타나더니 '후두둑' 눈 앞을 가로질러 날아갔다. 그림자가 사라진 나무 아래 맹금류를 담당하는 안수현 사육사가 서있었다. 안 사육사의 팔 위에 수리부엉이가 앉아있었다.
사파리 옆을 흐르는 개울물 근처엔 또 다른 선물이 있었다. 꽃가루처럼 두둥실 떠다니며 빛을 흩뿌리는 반딧불이였다. 첨단 발광다이오드를 연상시키는 세련된 빛이었다. 올해 여름밤을 꾸미려고 반딧불이 3만마리를 따로 길렀다고 했다.
에버랜드는 21일부터 다음달 22일까지 '사파리 야간 도보탐험' 프로그램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밤의 사파리'를 개방할 예정이다.
최창순 에버랜드 차장은 "버마비단구렁이, 사막여우, 스컹크 같은 다른 야행성 동물도 사파리에 데리고 나오겠다"고 말했다. "어둠 속에서 꿈틀대는 비단구렁이를 만지려면 담력 좀 기르셔야 할 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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