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텔레비전 정치의 등장은 정치 환경의 구조적 변동에서 기인되었다고 볼 수 있다. 현대의 정치는 정당 기능이 상대적으로 약화됨으로써 유권자들에게 입후보자나 정당 정책에 대한 강한 이미지를 심어 줄 필요가 있다. 유권자들의 주의를 끌 수 있는 방법으로 광고가 효과적이며, 광고는 선거 이슈나 입후보자들의 특징을 선명하게 강조할 수 있고, 입후보자들의 호의적인 태도나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 최적의 수단이 된다. 텔레비전을 이용한 정치 광고는 높은 효율의 기술적 매개에 의해 유권자와 후보자간의 직접적 접촉이 이루어지므로 저비용 정치를 가능케 한다.
2002년 제16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언론매체를 선거에 적극 활용한다는 미디어 선거 방안을 제시하였다. 미디어 선거 관련 개혁안의 주요 내용은 정당연설회, 간담회 등을 없애고 이를 공영 방송사 주관의 정책토론회 개최로 대신하며, 선거보조금을 없애는 대신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등의 미디어에 내보내는 후보연설과 광고의 횟수를 상향조정하고 이 비용을 국고에서 지원한다는 것 등이다. 이는 텔레비전을 비롯한 각종 매스미디어가 선거 캠페인 영역에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후보자 이미지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에 따라 본 연구에서는 기존 연구결과 등을 통해 선거 캠페인 기간의 텔레비전 광고의 내용과 스타일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미디어 정치의 경험이 가장 풍부한 미국의 정치 광고를 중심으로 지난 15대 대통령 선거의 정치 광고를 비교하는 것으로 논의를 전개하고자 한다.
II. 선거 캠페인에서 정치 광고의 중요성
정치 광고는 미국에서 처음 선거가 치러지기 시작할 때부터 볼 수 있는 현상이었다. 초기에는 포스터, 현수막, 팜플렛 등의 초보적인 매체를 사용했는데 19세기 신문광고의 시대를 거쳐 20세기에 들어서 라디오, 영화, 텔레비전의 발전과 더불어 정치 광고도 그 주요 매체가 변화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대통령 선거전의 승패는 미디어의 성공적 이용 여부에 달려 있다. 선거 캠페인 기간에 발표되는 여론조사 결과를 토대로 하여 각 진영의 선거책임자들은 미디어의 이용전략과 전술을 짜고, 이를 신속히 실행에 옮긴다. 미디어를 효과적으로 이용한 진영이 지지도를 향상시키게 마련이므로 대통령 선거전에서 미디어 컨설턴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증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미국의 선거 기간에 방영되는 텔레비전 광고는 후보와 유권자들을 연결하기 위한 주요한 형식으로 자리잡아 왔다. 1988년의 캠페인 기간에 부시와 듀카키스 후보는 방송매체 광고에 8,000만 달러 이상을 지출했다(Devlin, 1989). 1992년 선거에서 세 후보가 사용한 금액은 페로, 부시, 클린턴의 세 진영을 합산할 경우, 1억 2,000만 달러를 넘어섰다(Devlin, 1993). 1996년 선거에서 클린턴과 돌 진영이 대선 캠페인의 텔레비전 광고를 위해 사용한 9,800만 달러와 4,700만 달러 등 전체 전파매체 광고 비용은 4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Kaid, 2000). 지난 2000년 선거에서는 1996년 선거의 약 2배에 달하는 7억 7,000만 달러 정도가 텔레비전의 정치 광고에 지출되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미국의 대선에서 텔레비전 정치 광고가 절대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비용만으로 검증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이 점은 후보자 진영에서 선거를 어떤 식으로 받아들이는가를 파악하기 위해 중요하다. 애드워치(adwatch)는 광고의 중요성을 가늠하는 미디어의 판단을 검증한다. 아울러 텔레비전 광고는 텔레비전과 신문의 의제 설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의 경우, 미디어에서 텔레비전 광고를 구매하는 것에 사실상 제한을 받지 않는다. 그 결과, 캠페인에서 다양한 광고가 제작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서구 민주국가에서는 텔레비전에서 후보에게 자유시간을 제공하거나 혹은 공적 시간과 사적 시간이라는 이중적 체계를 운용하는데 이 경우 일정한 시간이 할당되며, 그 밖의 시간은 구매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15대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엄청난 비용을 정치 광고비로 지출했다. 텔레비전 광고와 텔레비전 연설만 하더라도 선거당일까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무려 78억 원을 쓰고, 김대중 후보도 76억 4,500여만 원을 투여했다.
여기에다 텔레비전 광고 제작비 5억∼10억 원(편당 1억∼2억 원)과 텔레비전 연설 제작비 2억∼3억 원(회당 2,000만∼3,000만 원)까지 합하면 이회창 후보는 방송에만 최고 109억 3,700여만 원을, 김대중 후보는 107억 8,200여만 원을 지출했다. 과거 대규모 군중집회에서 청중 동원을 위해 뿌려대던 천문학적인 액수의 선거비용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이라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정치 광고의 과잉현상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III. 텔레비전 정치 광고의 내용과 스타일
1. 정치 광고의 유형: 소구 내용
투표행동의 규정요인으로서 후보자의 정책 쟁점에 대한 입장이 중요한가, 아니면 후보자의 퍼스낼리티가 중요한가 하는 문제는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정치 광고의 연구 분야에도 그대로 적용되는데, 특히 정치 광고에서 이 두 가지 요소가 어느 정도, 어떤 형식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그것들 중 어떤 요소가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영향을 끼치는가는 주요한 연구과제이다.
이슈 광고는 광고 속에서 어떤 특정한 정책을 들고, 그것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형식의 광고이다. 반면에 이미지 광고는 후보자의 개인적 특성, 예를 들어 경험, 리더십, 정직성, 능력 등이 주요 주제로 다루어지는 광고이다. 다시 말해, 이미지 광고는 선거 캠페인에서 후보자가 주로 자신의 이미지를 부각시키기 위한 광고를 뜻하고, 이슈 광고는 후보자나 정당이 제시하는 정책과 관련된 논쟁거리를 다룬 광고를 뜻한다. 그러나 이들을 엄밀하게 선을 그어 구별하기는 어렵다. 이미지 광고가 이슈 광고일 수도 있고 이슈 광고가 이미지 광고일 수도 있으며, 또한 양자가 모두 복합성을 띨 수도 있다. 이미지 광고든 이슈 광고든 한 가지 공통된 점은 모두가 유권자들에게 인지적(cognitive), 감정적(affective), 행동적(behavioral) 효과를 유발시켜 호의적 태도 형성을 위해 수행되는 광고라는 점이다.
1972년 선거의 오하이오 주 표본에서 투표한 사람들 가운데 거의 3분의 1이 이 두 후보에 관한 정치 광고가 정보적이었다고 했으며(Mendelsohn & O'Keefe, 1976), 선거 기간 중 제공된 정치 광고를 보다 더 잘 기억한 사람들이 선거 캠페인에 보다 더 많이 관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McLeod et al., 1979). 후보자 선택이 어려운 상황에서 유권자들이 후보자들에 대한 정보가 필요할 때 텔레비전 광고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Mendelsohn & O'Keefe, 1976). 맥클루어와 패터슨(McClure & Patterson, 1974)은 텔레비전에서의 광고 노출은 선거에 대한 관심이 낮은 유권자들일수록 많은 정보를 습득할 수 있으며, 부분적으로는 최대한의 효과적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을 발견했다.
한편, 텔레비전 광고는 '이슈에 대한 인지와 이미지 형성 사이에 어떤 기능을 보다 더 잘 수행하는가'라는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일반적으로 텔레비전은 후보자들의 이슈보다는 후보자들의 이미지와 관련하여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인식되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광고의 내용에 있어서도 이슈보다는 이미지 형성에 주력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조슬린(Joslyn, 1980)의 연구에 의하면 그가 조사한 156개의 텔레비전 광고 표본들 가운데 57.7%가 이슈에 관한 내용이었으며, 47.4%만이 후보자의 이미지에 관해 언급했다고 한다. 맥클루어와 패터슨(1976)의 연구도 1972년 대통령 선거 때 제공된 텔레비전 광고 가운데 42%가 주로 이슈 지향적이었으며, 또 다른 28%가 본질적으로 이슈와 정보 중심의 내용이었다. 다른 연구들도 각 후보자들의 텔레비전 광고의 85%가 이슈에 관한 정보라고 오히려 더 높은 비율을 제시했다(Hofstetter & Zukin, 1979). 이와 같은 조사결과로 미루어 볼 때 텔레비전 광고가 수용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은 이미지 쪽에 관한 영향보다는 그 반대의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보인다.
케이드와 존스톤(Kaid & Johnston, 1991)이 1960년부터 1988년까지의 830편의 미국 대통령 후보의 텔레비전 광고를 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이슈 광고는 70.6%를 차지하였고 이미지 광고는 64.9%를 차지하였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의 연구에서도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1992년 미국 대통령 선거의 텔레비전 정치 광고를 분석한 연구에 의하면 이슈 광고는 전체의 54%, 이미지 광고는 46%를 차지하였다(Lee, Kaid & Tak, 1998, p. 79).
정치 광고의 소구 내용에 따라 이슈 광고와 이미지 광고로 분류하는데, 정치 광고의 내용이 점차적으로 이미지화되면서 광고 내용에 대해서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달리 표현하면, 광고 내용이 이슈 지향적이라면 유권자에게 유용한 정보가 있다고 평가되고, 반대로 광고 내용이 후보자의 이미지 지향적이라면 유권자에게 정치 광고가 비효율적이라고 평가되는 것이다. 이는 고전적 민주주의 선거이론(classic democratic voting theory)의 기본가정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즉, 유권자는 후보자들의 정책을 비교할 수 있을 만큼 합리적이기 때문에 그들의 투표는 후보자들의 정책대결이 전제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정치 광고는 정책에 관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그러므로 정치 광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정보제공과 쟁점 제시를 통해 유권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슈와 이미지의 이분법적인 분석은 유용하나 이분법적인 평가는 옳지 않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이미지도 유권자에게는 후보를 선택하는 데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슈와 이미지를 구분하여 평가하기에 앞서 이슈 광고와 이미지 광고에 대한 수용자들의 효과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슈와 이미지에 관한 문제를 연구한 케이드와 샌더스(Kaid & Sanders, 1978)에 의하면 이슈에 관한 광고는 후보자에 대한 높은 평가의 결과를 초래했으며, 이미지에 관한 광고는 광고에 나타난 정보를 더 많이 기억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60초짜리 이슈에 관한 광고가 또한 후보에 대한 투표를 하도록 하는 긍정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했다는 것이다.
정치 광고가 투표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인가에 관한 연구결과는 대체적으로 다음의 연구들이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다. 멘델손과 오키페(Mendelsohn & O'Keefe, 1976)의 연구에 의하면, 정치 광고는 대다수의 유권자들에게 중요하게 생각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그러나 한편으로 상당수의 부동층에게는 마지막으로 투표 결정을 함에 있어 광고가 도움이 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는 점이다(Atkin et al., 1973). 인쇄매체보다도 텔레비전 광고는 투표 결정과 투표 결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증거가 강력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각 신문들이 공개적으로 지지후보 및 정당을 표방하고 있어 신문광고에서 특별한 효과를 얻을 수 없으며, 신문들의 면 수가 많아서 유권자들의 광고에 대한 집중도가 낮기 때문이다. 케이드와 샌더스(1978)의 연구에서도 텔레비전 광고에서 특히 내용이 이슈 지향적일 때 투표 결정에 어느 정도의 효과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지난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측은 이슈 광고가 지배적이었으며, 반면에 김대중 후보는 이슈 광고와 이미지 광고를 비슷한 빈도로 사용하였다. 실제로 양 후보의 이슈는 그 내용이 경제적 책임을 누구에게 돌리느냐 하는 것이었으므로, 김 후보의 정치 광고는 이슈를 내세우는 기법이 아니라 그러한 책임전가를 감성적으로 시네마 베리테 기법을 이용하여 소구함으로써 이미지 형성 전략에 성공하여 선거에서 승리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하였다.
2. 정치 광고의 초점: 소구 방향
제미슨(Jamieson, 1988)은 1952년에서 1988년까지의 대통령 선거 캠페인 광고의 역사와 문제점을 고찰하였다. 그녀는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 사용되는 후보자의 이미지가 왜곡되는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그녀의 논지 역시 이미지 광고와 부정적 광고가 텔레비전 정치시대와 더불어 현대적 정치 캠페인을 대변해 주는 필수 불가결한 요소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그녀의 연구에 의하면 1976년 대통령 선거에서 공격 광고의 형태가 개인 증언 방법과 중립적 보도 방법을 이용하여, 그 기법이 점차 세련화되기 시작하였다. 1980년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대통령 후보자들은 다큐멘터리 광고를 활용하였는데, 특히 레이건은 이를 성공적으로 이용하였다. 이 시기부터 후보자의 상품화 내지는 이미지화가 선거 당락을 결정짓는 주요 요인이 되었다. 1984년과 1988년의 대통령 선거에서는 부정적 선거 캠페인이라고 일컬어질 만큼 많은 양의 부정 광고가 등장하였다.
부정적 정치 광고(negative political advertising)란 상대방 후보를 비판하기 위해 직접적인 공격이나 언급을 하는 광고로 규정지을 수 있다. 이를 공격 광고라고도 하는데, 일차적으로 상대 후보의 호감도를 낮추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존슨 카르티와 코프랜드(Johnson Cartee & Copeland, 1991)에 따르면, 공격적 광고란 공격적이고 상대편의 약점에 주의를 집중시킨 광고라고 정의 내릴 수 있다. 일반적으로 공격 광고와 부정적 광고는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으나, 공격 광고는 부정적 광고의 가장 나쁜 형태로 나타난다.
그론벡(Gronbeck, 1985)의 경우, 부정 광고의 유형을 내포(implicative) 광고, 비교(comparative) 광고, 공격(assaultive) 광고로 분류하였다. 특히 비교 광고는 자기 후보의 정당성과 타후보의 부당성에 의미를 두어 극단적 차별화를 부각시키는 것으로, 상대의 부정적 인식에 의미를 두기 때문에 부정 광고에 포함시킨다. 애초에는 비교 광고와 부정 광고는 상대의 부정적 의미에 관심을 둔다는 것에서 같은 의미로 쓰여지곤 했으나, 최근의 흐름은 단순한 비교를 넘어선 적극적 공격이었다. 차별화를 통한 이미지의 극대화뿐만 아니라 부정적 광고는 부수적 파급효과를 야기시킨다. 부정적 광고는 스스로를 부각시키는 긍정적 광고와는 달리 뉴스거리를 제공하기 때문에 뉴스 가치가 있다.
컨(Kern, 1989)은 부정 광고의 적극성 정도에 따라 강한(hard-sell) 부정 광고와 부드러운(soft-sell) 부정 광고로 분류하였다. 전자의 경우, 험난한 현실을 표현하기 위해 어두운 색조나 위협적인 목소리를 활용한다. 반면에 후자의 경우, 상대 후보에 대해 부정적 감정을 이식시키고자 유머, 자기비하, 동화 구연 등과 같은 우회적 소구 방법을 이용한다. 부정 광고가 미국의 선거 과정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짐에 따라 이에 대한 연구도 많이 수행되었다. 웨스트(West, 1993)는 1952년부터 1992년까지의 324편의 미국 대통령 선거 캠페인의 텔레비전 정치 광고를 분석한 결과, 광고가 점점 더 부정적이 되어간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구체적으로 전체 광고 중 1952년에는 25%, 1956년 38%, 1960년 12%, 1964년 50%, 1968년 70%, 1972년 35%, 1976년 35%, 1980년 60%, 1984년 74%, 1988년 83%, 1992년에는 66%가 부정적이었다.
케이드와 존스톤(Kaid & Johnston, 1991)은 1960년부터 1988년까지의 미국 대통령 선거의 텔레비전 광고를 분석하였다. 그 결과에 따르면 긍정적 광고가 전체의 71%로 그 주류를 이루고 있으나, 1980년 이후부터는 부정적 광고가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데블린(Devlin, 1995)은 1992년 대통령 선거의 정치 광고를 분석한 결과 클린턴이 주로 부정적 광고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다시 말해 클린턴은 그의 텔레비전 정치 광고 중 63%가, 부시는 56%가 부정적 광고였다. 더욱이 케이드(Kaid, 1997)는 정치 커뮤니케이션의 역사적인 관점에서 1996년 대통령 선거의 정치 광고가 지니는 의미를 다음과 같이 피력하였다. 첫번째, 클린턴과 도울 상원의원은 캠페인 과정에서 선거 역사상 가장 많은 광고비를 지출하였다. 두 번째, 이슈 지향적인 광고가 지배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많은 부정적 광고를 사용하였다. 끝으로, 상대편의 이미지를 왜곡시키기 위해 기술적 조작이 사용된 많은 양의 정치 광고가 등장하였다는 점이다.
존슨 카르티와 코프랜드(1989)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유권자들은 부정적 광고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응답하였다. 구체적으로, 응답자 중 65%가 부정 광고에 대해 비호의적 태도를 보였으나 75%의 응답자가 부정적 광고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결국 부정적 광고는 유권자들에게 혐오감을 주지만 그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한다. 이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해 있는 현대 사회에서의 정치 광고에 대한 역할과 중요성은 점차 확대될 것이다. 결국 공격적이고 비방적인 메시지를 부각시키는 부정적 광고는 긍정적 광고보다 효과적인 측면에서 훨씬 위력적이다. 다수의 유권자는 특정 후보에 대한 거부로 그 상대 후보를 선택하기 때문에 부정적 광고는 부동층 흡수에 강력하게 작용한다. 특히 정치 광고 분야에서 부정적 광고에 대한 선호도가 점차 증가하고 그 효과가 탁월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연구의 관심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부정적 광고가 활성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부정적 광고가 전략적 차원에서 활용된다는 점이다. 도전자나 열세에 있는 후보자 입장에서는 경쟁에 뒤지고 있기 때문에 경쟁후보를 비방했을 때 잃는 것보다는 얻는 것이 더 많다고 판단해 부정적 광고를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반해 우위에 있는 후보자는 경쟁후보가 입지를 굳히기 전에 공격하여 선제권을 장악하기 위해 부정적 광고를 활용한다. 하지만 부정적 광고를 집행하는 후보자나 선거전략가들은 여전히 부정 광고가 초래할지도 모르는 악영향을 우려하여 부정적 광고의 사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개러몬(Garramone, 1984)은 부정적 정치 광고의 비방 메시지가 역으로 후보자 자신에게 역효과(backlash effect)를 나타낸다고 주장하였다.
지난 제15대 대통령 선거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는 '믿을 수 없는 사람-김대중'편, '믿을 수 없는 사람-이인제'편 등을 선거운동 말미에 내보냈다. 이 광고는 상대방 후보의 발언, 정계 은퇴선언과 병역기피 등을 담은 장면을 편집해 만든 부정 광고였다. 그러나 이들 부정 광고는 결과적으로 역효과를 일으키는 결과만을 초래하였다.
3. 정치 광고의 소구 방식
모든 사람들은 유권자의 감정을 흔들어 놓는 메시지가 효과적이라는 사실에 전적으로 동의하고 있다. 유권자의 합리성에 소구하려는 메시지보다 그들의 마음속에 깊이 새겨질 수 있는 것은 감성적인 메시지이다. 여기서 한 가지 명백하게 해두고 싶은 것은 소구의 형태(이성적·감성적·윤리적 소구)라는 차원과 광고의 강조점(이슈·이미지 광고)이나 광고의 초점(긍정·부정 광고)이라는 차원은 별개의 개념이라는 점이다. 소구의 형태는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의 로고스(logos), 파토스(pathos), 에토스(ethos)에 기초를 둔 것으로, 설득을 위한 메시지의 구성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로고스는 합리적 소구를 강조하는 의사소통 과정이며, 파토스는 청중의 감성에 대한 소구이며, 에토스는 신뢰성을 강조한다.
이미지 광고나 이슈 광고 혹은 긍정적 광고나 부정적 광고 모두 이성적 소구나 감성적 소구의 형태를 띨 수 있는 것이다. 이성적 소구는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단편적 사실이나 증거를 광고에 제시하는 것이며, 통계수치, 논리적 주장, 실례 등이 포함된다. 감성적 소구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정서나 감정을 유발할 수 있도록 광고를 제작하는 것인데, 여기에는 행복, 자신감, 애국심, 분노, 만족, 희망 등이 포함된다. 한편, 윤리적 소구는 사람들에게 후보자들의 후보자로서의 자격을 묻는 것으로, 후보자의 능력과 경력을 이야기함으로써 후보자의 신뢰성과 믿음직함을 강조하는 것이다.
4. 정치 광고의 비디오 스타일
케이드와 데이비슨(Kaid & Davidson, 1986)은 후보의 비디오 스타일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를 언어적 내용과 비언어적 내용, 영상제작 기법의 세 요소로 파악했다. 비디오 스타일의 언어적 내용에서 치중되는 점은 후보의 메시지가 갖는 의미론적 특성이다.
존스톤(Johnston)은 정치 광고가 이슈와 이미지의 내용을 함께 제공한다는 점을 제시하였다. 즉, 정치 광고는 이슈와 이미지를 구분할 한계선이 뚜렷하지 않게 되었다는 것이다. 샤일즈(Shyles, 1983)에 따르면, 정치 광고에서 이슈를 다루는 목적은 후원하는 후보에게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부양시키고 상대 후보에게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배가시키기 위함이다. 결국 정치 광고에서 이슈에 관한 논의는 실질적인 것이라기보다는 후보자의 이미지를 향상시키기 위해 기본적으로 사용될 뿐이다. 비디오 스타일 분석에서 언어적 내용에 관한 또 다른 유목은 광고가 초점을 두는 바가 긍정적인 점인지 혹은 부정적인 점인지에 관한 것이다.
정치 광고의 비언어적 내용에는 '구체적인 의미가 없는 영상적·청각적 요소(음향, 억양)'가 포함되어 있다(Kaid & Davidson, 1986, p. 187). 개러몬(Garramone, 1983)에 의하면 청각적 정보에 비해 영상적 이미지가 기억에 남을 확률이 보다 높으며, 영상적 이미지로 인해 청각적 메시지를 회상하려는 시도가 방해를 받는다. 후보자의 이미지를 수용자에게 각인시키고자 할 때 비언어적 메시지가 중요하다는 점이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사례는 케네디-닉슨 후보의 토론으로, 이 토론에서 건강이 안 좋았던 닉슨은 창백한 모습을 보였으며, 지나치게 땀을 흘리고 눈동자를 굴리는 것처럼 비춰졌다. 이와 같은 비언어적 요소인 그의 모습으로 인해 시청자는 닉슨에 대한 신뢰도와 자신감에 의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이 토론 이후로 캠페인 컨설턴트들은 대선 토론에서 후보자들의 이미지 연기를 통제하기 위해 상당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후보자들의 비디오 스타일에 관한 세 번째 요소는 영상제작 기법이다. 이 범주에는 광고의 비언어적인 면에 영향을 미치는 기법이 주로 포함되며, 언어적 내용과 비언어적 내용에 효과를 발휘하므로 그 자체로 범주를 형성하기에 충분하다(Kaid & Davidson, 1986). 영상제작 기법의 중요성은 최근에 이르러서야 정치 광고의 영역에서 주목을 받게 되었다. 주요 분석 유목에는 카메라 앵글, 편집기법, 음악, 배경, 다양한 특수효과 등이 포함된다(Kaid & Davidson, 1986, p. 189).
IV. 텔레비전 정치 광고에 나타난 소구 내용과 비디오 스타일
일반적으로 정치 광고는 이슈의 본질과 정책적 입장을 전달하며, 후보자의 업적과 경력을 알려 주고, 온화함 내지 개인적 특성을 전달해 준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이미지와 이슈 광고 모두 대통령 선거 캠페인에서 중요하다. 1952년부터 1996년까지의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텔레비전 정치 광고가 소구하고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광고 유형을 분석해 보면, 이슈 광고가 798개로 이미지 광고 406개보다 압도적으로 많았다. 전술한 기존의 다른 연구들과 마찬가지로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역시 이슈 광고가 지배적이다. 이는 이슈를 다룬 내용이 미국의 정치 광고에서 주요한 요소라는 사실을 주지시켜 준다.
또한 정치 광고가 강조하는 소구 방향을 보면, 긍정 광고가 742개로 부정 광고의 462개보다 많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부정적 소구가 증가 추세에 있다는 사실이다. 부정적 광고가 투표율 하락과 같은 정치 체계에 좋지 않은 효과를 유발한다는 점에 대해 특별한 증거는 없다. 일부 연구에서 제시된 바로는 정치 참여에 대한 다양한 측면에서 전혀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지만(Garramone, Atkin, Pinkleton & Cole, 1990), 부정적 광고가 투표수를 3% 가량 감소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Ansolabehere & Iyengar, 1995).
광고의 소구 방식에서는 감성적 소구(44%)가 지배적이었고, 윤리적 소구(33%), 이성적 소구(23%) 순으로 나타났다. 제작기법에서도 미국의 정치 광고는 시네마 베리테 기법(27%)이 지배적이었으며, 후보자 정면 제시(23%), 슬라이드(17%), 지지연설자 정면 제시(14%) 등을 사용하였다. 제작기법과 관련하여 중요한 점은 정치 광고에서 컴퓨터 그래픽, 이미지 혼합 및 슬로/스톱 모션 기법을 사용하는 특수효과를 다룬 비디오 기법의 사용이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표 2> 미국 대통령 선거의 텔레비전 정치 광고에서 사용된 소구와 스타일
첫댓글 미디어선거에 대해 알 수 있는 자료라서 올렸습니다..글이 좀 기니까 한가할 때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