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푸른 5월
(2024. 5. 29)
초등 동창 '양상수' 가 '노천명' 의 〈 푸른 5월 〉 을 들려준다. 이토록 푸른
5월이 다 가기 前에, 그의 마음속 깊이 간직해 두고 싶은가 보다. 나도 모
르게 나온 감탄사가 "맞아, 이게 노천명의 詩로구나." 푸른 5월은 "풀 냄
새가 물큰 코를 스치고, 머루순이 벋어나오던 길섶 어디에선가 꿩이 울고
나는 활나무 · 소납나물 · 젓가락나물 찾던 날이 그립다." 고 한다.
초등 시절 보리밭 사이로 난 황톳길을 나홀로 뛰어다니며, 내 마음은 종
달새처럼 하늘 높이 솟는다고 노래한다.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듯한 얼
굴로 이런 동요를 부른다.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 5월은 푸르구나. 우리들은 자란다..." 그때는 언제나 푸르
른 5월만 있는 줄 알았다.
지금 5월의 향기, 초여름의 정취, 감미로운 첫여름이 강물처럼 흐르고
있다. 5월은 그 자체로 꽃보다 아름답다. 세상은 각박하고 별 희망이 없
어 보이지만, 5월의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5월의 푸른 詩를 읽으면 다소
위로가 되고 희망과 활력을 느낀다.
때로는 5월의 푸르름 앞에 웬일로 외롭고 겸연쩍다. 바로 가슴속에 밀
려드는 외로움인 것이다. 이제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이 서서히 물러
나는 것 같아 더욱 아쉽다. 이 나이 세어 무엇하리. 나는 언제나 이토록
푸른 5월 속에 있을 것이다.
◇ '노천명' 의 〈 푸른 5월 〉 / 사진: 양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