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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해우(海隅)의 백합국어사랑방(신문사설&칼럼) 원문보기 글쓴이: 해우(海隅)
2010년 11월 27일 토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1127토] 북 도발에 강력 경고가 될 서해훈련
28일부터 4일간 서해 일대에서 미 핵항모 조지 워싱톤호가 참가하는 한미연합훈련이 실시된다.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인한 남북간 초긴장 상태에서 이뤄지는 훈련이어서 서해에 긴장의 파고가 한층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연평도 포격이 남측 도발에 대한 정당한 타격이라고 억지를 부린 북한은 "또 군사적 도발을 하면 주저없이 2차, 3차로 물리적 보복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위협하고 있다. 또 다른 도발에 대한 위기감이 감도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연합훈련은 북의 연평도 도발 이전에 계획된 것이지만 이번 도발에 대한 무력시위의 의미도 강하다. 당초 계획보다 훈련 규모와 강도가 커진 것은 그래서다. 그러나 북방한계선(NLL)과 한참 거리가 있는 충남 태안반도 서쪽 해상에서 주로 이뤄지는 훈련인 만큼 북측이 과민하게 반발할 이유가 없다. 연평도 사태 이후 우리 군이 최고대비태세를 유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측도 이 훈련을 빌미로 직접 도발을 감행하기는 어렵다. 지레 과도하게 위기감에 빠질 필요가 없다.
이번 연합훈련에는 9만7,000톤급 핵항모 조지워싱톤호 외에 순양함, 이지스 구축함 등 한미 양국 함정 10여 척이 참가한다. 조지워싱톤에는 전폭기와 조기경보기 등 80여대의 항공기가 탑재돼 있고, 이지스 구축함에는 평양의 특정 건물을 정밀 타격할 수 있는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100여기가 실려 있다. 이 항모강습단의 막강한 전투능력을 북한이 두려워하고 반발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런 규모의 연합훈련을 불러들인 것은 북한 자신이다. 한미 양국은 훈련을 통해 굳건한 연합방위태세와 도발에 대한 응징 능력을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물론 서해 연합훈련은 중국의 반발을 불러 한반도 정세를 한층 복잡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다. 중국 정부는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강한 경계감을 표출했다. 하지만 자신들의 앞마당인 서해로 미국의 핵항모를 불러들이지 않으려면 혈맹인 북한의 호전성을 억제하는 데 영향력을 행사했어야 한다. 그런 노력 없이 북한 도발 대응조치인 한미연합훈련을 비난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1127토] 국방장관 경질 과정이 보여주는 ‘안보포퓰리즘’
이명박 대통령이 그제 김태영 국방부 장관과 김병기 청와대 국방비서관을 전격 경질했다. 우선 연평도 포격에 따른 위기 상황이 아직 수습되지 않은 만큼 인사 시점이 상식에 맞지 않는다. 더욱이 김 장관 경질의 진짜 배경은 대통령의 ‘확전 자제 지시’ 논란 때문이라고 한다. 인사조처의 성격을 따져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통령은 북한의 첫 포격 직후인 지난 23일 오후 3시50분께 “단호하게 대응하되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를 잘하라”고 지시했다고 김희정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날 저녁 “대통령은 ‘확전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말씀을 한 적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그런데 다음날 국회에서 김 장관은 이와 정반대로 ‘확전 자제 지시를 받았다’고 발언했다. 이를 토대로 보수층 인사들이 일제히 대통령의 대북 대응이 유약하다고 공격하고 나섰고, 결국 청와대는 국방장관 경질을 결정했다.
청와대는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바 없다면서 실무자들의 ‘전달 실수’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청와대 비서관과 대변인이 대통령이 하지도 않은 말을 멋대로 지어냈다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게다가 그 발언은 안보위기 상황에서 또박또박 받아적어 전달해야 할 군 통수권자의 ‘작전지침’이었다. 여러 핵심 관계자들이 그런 발언을 전했다면 대통령이 그 발언을 실제로 했다고 보는 게 상식에 맞는다. 이후 청와대가 이 지침을 뒤집으면서 국방장관한테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듯한 모양새가 된 것은 참으로 보기가 좋지 않다. 군 관계자들이 동요하고 있다는데 무리가 아닌 듯하다. 대통령에 대한 군의 신뢰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주장대로 대통령이 해당 발언을 한 적이 없다고 해도 문제는 여전하다. 청와대는 단순한 ‘메시지 관리 착오’로 축소하려 한다. 그러나 위기상황에서 국방장관이 대통령의 작전지침을 잘못 이해하고 그 지침을 전군에 전파했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정부의 안보관리 능력을 송두리째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이 그렇다면 국방장관과 청와대 국방비서관 경질에 그칠 게 아니라 전말을 낱낱이 조사해 책임 소재를 엄정하게 규명해야 마땅하다.
더욱 근본적인 문제는 지침을 번복하고 장관을 경질하는 모든 과정에 안보적 판단보다는 정치적 고려가 물씬 풍긴다는 점이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김 장관의 국회 답변 탓에 정권에 큰 부담을 안게 됐다면서, 우리 사회 보수층의 여론을 무겁게 살피고 있음을 숨기지 않고 있다. 이런 행태가 바로 전형적인 ‘안보포퓰리즘’이다.
정부는 연평도 포격 사태 이후 서해 5도 지역의 전력 증강배치와 내년 국방예산 증액, 교전규칙 전면 수정 등의 설익은 처방들을 한꺼번에 쏟아내고 있다. 북한의 도발을 제어하고 적절하게 대응하는 데 실패한 기존 안보정책에 대한 진지한 성찰은 거의 엿보이지 않는다. 이런 노력 없이 거론되는 처방들은 대부분 한때의 여론에 영합할지는 몰라도 실효성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안보 사안에서 정치적 손익 계산을 앞세우는 안보포퓰리즘이 득세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동아일보 사설-20101127토] ‘김관진 국방’ 내정 계기로 청와대부터 심기일전해야
청와대가 어제 김태영 국방부 장관의 후임으로 김관진 전 합참의장을 내정했다. 김 내정자는 합참 작전본부장과 3군사령관 등을 역임한 전략 분야의 전문가로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야기된 안보위기 상황에 신속 단호하게 대처할 책무를 안게 됐다. 새 국방장관 내정을 계기로 이명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심기일전해 안보의 기초를 다시 구축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국민 앞에 보여줘야 한다. 이 대통령은 대(對)국민 특별담화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절대로 용납하지 않겠다는 비상한 각오를 천명하고 국민적 단합을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연평도 포격 직후 이 대통령의 ‘확전 자제’ 발언 여부를 둘러싸고 빚어졌던 것과 같은 혼선을 줄이려면 평소 대통령과 군 수뇌부가 예상되는 각종 상황을 놓고 대응 매뉴얼을 공유해야 한다. 군과 대통령 사이의 소통채널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대통령의 메시지가 분명해야만 군도 평소 훈련받은 작전 매뉴얼대로 즉각 대응할 수 있다.
청와대 내 문민 참모들이 군 인사에서 작전까지 너무 세세하게 간섭하다 보면 군 지휘관들이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하고 후방을 자꾸 쳐다보게 된다. 청와대는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국방시스템의 문제점을 놓고 종합 점검에 나서야 한다. 이를 통해 지난 정부 때부터 깊이 박혀 있는 안보 해이의 ‘대못’들을 제거할 국방구조 개혁에 집중해야 한다. 군이 정치에 흔들리지 않고 훈련과 전투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주는 일이 중요하다.
전쟁은 대통령과 군대만 수행하는 것이 아니다. 군사력을 포함한 종합안보 태세가 승패를 좌우하는 21세기 현대전에서 군의 전투 역량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민의 단합된 자세다. 김희상 안보문제연구소 이사장은 “비겁한 평화에 기대는 것은 ‘전쟁에의 초대장’과 같다”고 경고했다. 천안함 폭침을 놓고도 끊임없이 조작설을 제기하는 종북(從北)세력과 ‘전쟁은 싫다’며 퍼주기를 해서 평화를 구걸하자는 사람이 늘어나면 북한의 도발 야욕을 부추기는 꼴이 되고 만다.
엄중한 준(準)전시에 이 대통령이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북의 호전적 집단과 싸워 반드시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일체감을 우리 모두에게 불어넣는 일이다. 그것이 원칙 있는 대북(對北)정책을 통해 남북관계를 정상화하겠다는 이 정권을 국민이 선택한 이유다.
[조선일보 사설-20101127토] 새 국방장관은 최전방의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우라
북한 해안포대가 23일 연평도를 기습공격해왔을 때 반격에 나선 해병대의 K-9 자주포는 3문뿐이었다. 연평도 해병부대는 6문의 K-9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1문은 훈련 때 불발탄이 끼여 작동이 안 됐고 2문은 적의 포격에 맞아 전자회로에 고장이 났다. 군은 K-9이 최초 3분은 분당(分當) 최고 6발의 사격이 가능하고 그 후론 분당 2발씩 쏠 수 있는 세계 최고속 자주포라고 자랑해왔다. 정상 발사가 가능했던 3문이라도 이런 성능을 발휘했다면 우리가 북한 공격에 응사(應射)한 두 차례 44분 동안 적어도 300발의 포탄을 북한군 진지에 발사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80발밖에 발사하지 못했다. 분당 6발이 아니라 1분30초당 한 발씩 발사한 셈이다.
대(對)포병레이더(AN/TPQ-36)는 먹통이었다. 군은 이 장비를 지난 1월 말 북한이 NLL 북쪽으로 해안포 400발을 발사해온 후 백령도·연평도에 각각 1기씩 배치했다. 이 레이더는 적이 쏜 포탄의 탄도를 역(逆)추적해 대포 위치를 잡아낸다. 그러나 북한군이 개머리 진지와 무도 진지에서 1차 포격을 가해왔을 때 레이더는 작동하지 않았다. 연평도 해병 포병부대는 북한의 포격 위치를 몰라 사전에 좌표를 입력시켜놓은 무도 진지로만 반격했다. 레이더는 2차 포격이 시작된 오후 3시 12분, 첫 공격으로부터 38분 지나서야 간신히 작동됐다.
대포병레이더는 개전 초기 북한군의 장사정포를 타격할 수 있게 해주는 핵심 전력이다. 북한은 시간당 2만5000발을 발사할 수 있는 수천문의 장사정포를 휴전선 북쪽 동굴에 감춰놓고 있다. 북한의 170㎜ 자주포는 포격을 시작해 10발을 쏘고 동굴진지로 돌아가는 데 14분이, 240㎜ 방사포는 7분밖에 안 걸린다. AN/TPQ-36, AN/TPQ-37 대포병레이더는 1~2분 내에 적 포탄의 탄도를 계산해 우리 군 포병에 통보해 화력전으로 적 포대를 무력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1분, 1초가 금쪽같은 시간이다. 수도권이 적의 포탄에 유린되느냐 마느냐가 여기 달렸다. 10월 국정감사에서 연평도·백령도에 배치된 대포병레이더는 2월 설치 후 8개월 사이 11번 고장났던 사실이 밝혀졌다. 그쪽 레이더만 그랬는가. 수도권 북쪽 레이더는 정상인가. 그게 아니라면 북한군 장사정포 공격에서 수도권 주민을 어떻게 방어한다는 말인가.
아무리 최신 무기라도 결정적 순간에 작동이 안 되면 '비싼 고물'에 지나지 않는다. 3월 천안함 폭침 때 최첨단이라는 해군 전술지휘통제체계(KNTDS)는 1200t급 군함이 두 동강 나서 위치 신호가 사라진 것도 알아채지 못했다. 평택 2함대사령부는 장병들이 휴대전화로 연락해온 다음에야 비상이 걸렸다. 백령도 부대는 열영상감시장비(TOD)를 세워놓고도 그 장비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도 몰라 허둥댔다. 그 바람에 천안함 침몰 영상을 확보하는 데 며칠이 걸렸다. 천안함 폭침의 비상 상황에서 초계비행 중이던 '잠수함 잡는 헬기' 링스헬기 두 대가 추락하거나 불시착했다. 헬기를 정비하는 민간업체가 부품을 교체하지도 않고 교체한 것처럼 꾸며 엉터리로 정비해온 사실이 드러났다.
물에 뜨는 장갑차라는 K-21은 호수로 들어갔다가 무게중심을 잃고 가라앉아 '맥주병 장갑차'가 됐다. 2018년까지 3조9000억원을 들여 370여대의 전차를 확보하겠다던 K-2 흑표전차 사업은 엔진 결함이 발견되면서 언제 양산(量産)이 가능할지 기약하기 어려운 상태다.
연평도 포격은 사실 적이 어디서 어떤 무기로 공격해올지를 알 수 있었던 공격이었다. 북한은 지난 수십년 예상 밖의 곳에서 예상 밖의 방법으로 우리 허(虛)를 찌를 준비를 해왔다. 휴전선에 배치된 국군을 등 뒤에서 공격하려고 땅굴까지 팠던 북한이다. 북한이 18만명의 특수부대를 키우고 있는 것도 그런 목적에서다. 밤중에 저(低)고도 경비행기 AN-2를 타고 소리없이 공중침투해올 수도 있고 잠수함과 고속 공기부양정을 이용한 해상침투를 노릴 수도 있다. 북의 게릴라 부대가 남한의 발전소나 전력공급망, 상수도망을 타격할 경우 그 혼란은 상상을 초월한다. 우리 정부기관과 사회간접시설의 전자통제 시스템을 무력화시키기 위한 사이버 전력도 육성해왔다.
북한은 주요 전쟁시설을 대부분 지하에 감춰뒀다. 이지스함이나 정밀유도 미사일 같은 정규 전력(戰力)만으로 김정일 군대의 발을 묶고 그들 마음속 야수(野獸)를 잠재울 수 없다. 북한이 비정규전으로 공격하든, 정규전으로 공격하든 그들을 일거에 궤멸시킬 전력을 갖춰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경제력을 북한을 압도하는 데 쓸 각오를 다질 때 그들도 우리를 두려워하게 시작할 것이다. 그 첫걸음으로 신임 국방장관은 휴전선의 고장난 무기부터 갈아치워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1127토] 우리금융 민영화 이번에는 마무리지어야
예금보험공사가 어제 우리금융 민영화 입찰참가의향서(LOI) 접수를 마감한 결과 우리금융이 주축이된 2개 컨소시엄 외에 미국계 사모펀드인 칼라일과 국내 사모펀드인 보고펀드 등 모두 11곳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우리금융의 자회사인 경남은행에는 5개,광주은행 7개 등 모두 23곳이 LOI를 제출했다고 한다. 복수의 투자자가 인수의사를 밝힘에 따라 일단 유효경쟁 입찰구도는 형성됐고 우리금융 민영화의 막이 본격 올랐다.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로 우리금융 민영화는 국내 금융산업의 판도를 바꾸게 될 마지막 빅 카드가 됐다.금융계의 가장 큰 관심사안이 아닐 수 없다.
예금보험공사 보유 지분(56.97%) 전량을 인수하겠다고 밝힌 2개의 우리금융이 컨소시엄이 일단 유력한 후보인 것으로 보인다. 칼라일과 보고펀드 등은 우리금융 지분 일부 매입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LOI는 단순한 인수 의향만 밝히는 단계인 만큼 우리금융 매각 유효경쟁 입찰 여부는 인수물량과 인수가격 등을 제출하는 내달 예비입찰을 실시한 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정부는 조기 민영화,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국내 금융산업 발전 등 민영화 3원칙이 지켜진다면 경쟁입찰이 아닌 수의계약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유효경쟁입찰구도가 형성됐다고 해도 매각금액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입찰을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우리금융 민영화는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는 곤란하다.공적자금 회수는 물론 중요하지만 조기 민영화가 우선돼야한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그동안 우리금융이 잦은 지배구조 변경과 경영진 교체, 정부의 과다한 간섭, 단기실적 추구 등으로 몸살을 앓아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런 상태로는 경쟁력을 갖추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중장기적인 비전과 목표를 세울 수도 없음은 당연하다. 더욱이 총자산 285조원으로 국내 최대 금융그룹인 우리금융이 이런 상태로 장기간 방치될 경우 우리나라 금융산업 전체의 발전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점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최근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금융회사 민영화와 금융산업 발전 방안 세미나’에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보다는 조기 민영화를 통해 경영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 우선돼야 한다”는 주장이 다수 참가자에 의해 제기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이번에는 반드시 우리금융 민영화에 마침표를 찍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최종 단계에서 설사 입찰이 무산되더라도 블록세일 등을 통해서라도 정부 지분을 계속 낮추는 작업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더 이상 우리금융이 정부와 정치권의 영향력에 휘둘려 속으로 멍만 드는 일이 반복돼서는 곤란하다.
* 오늘의 주요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기선민(문화스포츠부문 기자)-20101127토] 콜래트럴 데미지
시속 100㎞로 질주하는 기관차를 몰던 중 갑자기 브레이크가 고장났다고 생각해 보자. 철로엔 인부 5명이, 오른쪽 비상철로엔 1명이 있다. 선택은 핸들을 꺾든지, 그대로 가든지 둘 중 하나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5명을 죽이는 것보다 1명을 죽이는 게 더 낫다는 판단을 내리게 된다. 그런데 1명의 목숨은 5명의 목숨보다 상대적으로 덜 귀한 걸까. 5명을 살리기 위해 1명을 죽이는 결정을 도덕적이라 할 수 있을까.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베스트셀러 『정의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전차 문제(trolley problem)’다.
전차 문제는 ‘대(大)를 위해서라면 소(小)를 희생해도 좋다’는 논리를 떠올리게 한다. 실제로 사람들에겐 그럴 듯한 대의명분이 있다면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부정적 현상은 어느 정도 감수할 만하다 여기는 심리가 있다고 한다. 이 주장은 숫자가 커지면 더 그럴듯해진다. 미국의 군사용어인 ‘콜래트럴 데미지(collateral damage)’가 좋은 예다. 대규모 군사공격에 따르는 민간인 피해를 뜻하는 말이다. 의도하지 않은 희생, 부수적 피해 등으로 번역된다.
이 용어는 미국 정부가 1970년대 베트남전에서 벌어진 민간인 살상행위를 설명하면서 널리 쓰이게 됐다. 일종의 완곡어법이다.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전에서 이 용어를 툭하면 사용해 욕을 먹었다. 노엄 촘스키나 진 하워드 같은 진보지식인들은 “비인도적 살상행위를 호도하는 말장난”이라며 비난했다. 한국도 이런 말장난에 당했던 불쾌한 기억이 있다. 최근 ‘작은 연못’이라는 영화로도 만들어진 노근리 사건이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이 우리 양민 300여 명을 몰살시킨 사건이다. “피란민 안에 북한군이 숨어 있을지 몰라 총격을 가해 일어난 우발적 비극”이라는 그들의 변명은 참 구차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로 숨진 민간인들에 대해 ‘오인 포격’으로 인한 실수인 것 같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군시설인 줄 알고 정밀 타격했는데 애꿎은 민간인이 죽은, 북한이 의도하지 않은 피해라는 뉘앙스다. 본질을 흐리는 논점이 아닐 수 없다. 마치 애당초 민간인을 노릴 의도가 없었다면 죗값이 좀 가벼워지기라도 하는 듯한 착각마저 느껴지게 하기 때문이다. 콜래트럴 데미지는 선택행위에서의 도덕적 난감함을 어떻게든 비껴가기 위해 가해자가 만든 면죄부에 가깝다. 하물며 가해자는 가만히 있는데 피해자가 나서서 말할 건 아니란 얘기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101127토] 연평도
“연평바다에 포개진 조기/ 우리네 배가 다 잡아내자.” 옛날 어부들이 불렀던 노래다. 예전의 서해에는 조기가 흔했다. 얼마나 많았으면 포개져 있다고 노래했을까. 우스개로 사람이 바다에 떨어져도 빠지지 않는다고 할 정도였다. 조기떼를 찾으려고 대통을 바닷속에 넣어 조기 소리를 들으면 마치 여름날 논에서 개구리 우는 소리 같았다고 한다. “조기떼가 산란하러 연평도로 몰려올 때면 ‘우~’하는 바람 같은 소리가 났어요.” 어느 글에 나오는 팔십 할아버지의 회고다. 그 ‘우~’ 소리는 바로 돈바람 소리였다. 기를 돋우는 생선이라 하여 우리 입맛을 사로잡아온 조기는 바다에서 줍는 돈이었다.
“돈 실러 가세, 돈 실러 가세. 연평바다로 돈 실러 가세.” 서해의 고깃배들은 해마다 4월 하순이면 연평도에 몰려와 닻을 내렸다. 이 섬에 있는 임경업 장군의 사당에 풍어제를 드리기 위해서다. 어민들은 임경업이 조기잡이를 관장하는 신이라고 믿었다. 여기에는 이런 설화가 내려온다. 병자호란 때 임 장군이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간 세자를 구하러 가던 중 선원들이 양식이 떨어졌다고 하자 연평도에 배를 대게 했다. 그는 산에서 가시나무를 베어다가 개펄에 꽂아두라고 일렀는데, 물이 들었다가 나간 뒤 보니 가지마다 하얗게 조기가 걸려 있었다. 이것이 서해 조기잡이의 시초라고 전해진다. 이는 임경업이 살았던 조선 중기 이전에는 연평바다에서 조기잡이가 없었다는 뜻도 된다.
“어여 어여디여차 어여/ 조기야 부서야/ 어디를 갔다가 이제 왔느냐/ …연평바다에 들어오는 조기/ 양주 부부만 냉기구서/ 다 잡아냈다/ 어여디여차 어여.”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라는 책에 채집된 뱃노래다. 옛 어민들은 조기를 잡더라도 양주(兩主), 즉 새끼를 칠 만한 조기 한 쌍은 남겨두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이제 남획과 지구온난화로 서해의 조기는 씨가 거의 말랐다. 연평바다의 조기잡이도 노래만 남고 옛 풍경은 사라져버렸다.
연평바다에서 돈을 줍던 것은 옛말이다. 조기 대신 꽃게가 만선의 꿈을 이었지만 중국과 북한의 등쌀에 그나마 여의치가 않다. 연평도는 이제 빈 섬이 될 판이다. 북한의 포격으로 피란간 주민들이 돌아올 엄두를 못내고 있기 때문이다. “빈 집의 창에는 죽은 구름이 걸려 있다….” 이 섬 출신 기형도 시인이 남긴 스산한 심상(心像)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남유선(국민대 법대교수)-20101127토] 위기의 부모들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지 열흘 남짓 지났음에도 여전히 학부모들은 정보 수집을 위해 입시설명회, 학원, 학교에 가느라 분주하다. `학부모 주도`의 최첨단 입시 `전략과 전술`을 구사하는 치열한 전쟁이다.
미국 드라마 중에 `위기의 주부들(Desperate Housewives)`이 있다. 최근 난무하는 `막장 드라마`의 효시일 수도 있다. 일반적인 `막장`의 의미는 등장인물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기존의 법이나 도덕을 파괴하는 경우와 살인이나 자살 등 극단적인 수단을 선택하는 경우를 포괄하는 개념인 듯하다. 필자는 교육자로서 이런 유형의 드라마를 대할 때마다 우리의 기형적 교육현실을 빗대어 보며 서글퍼지곤 한다.
기러기 아빠의 탄생, 가족들 간 생이별, 가정파탄이라는 비극적 사회부작용 초래, 과도한 교육열로 무장하고 대리만족을 꿈꾸며 아바타 만들기에 집중하는 부모들, 주도적 의지를 상실한 형편없이 나약해진 아이들 등으로 구성하면 막장드라마의 위기감 수위와 다를 바 없는 것이다. 더구나 어머니들은 입시 후 해방감보다는 허탈감에 시달리게 되고, 전문가들은 이를 `빈 둥지 증후군`이라 말한다. 정체성 상실, 빈 둥지에 남은 허전함과 우울함을 잊기 위한 음주, 도박, 쇼핑 중독증, 자살충동 등의 극단적인 증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그 심각성을 가벼이 볼 수만 없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국제학업성취도 평가(PISA)에서 항상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도 칭찬한 우리나라의 교육 이면에는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빠의 무관심`이 대학 입시의 성공 열쇠라는 우스갯소리를 그냥 넘길 수 없는 씁쓸한 현실이 있다.
한국적 교육의 특수성이 빚은 현실이나 더 이상 위기로 치닫기 전에 부모들 사고의 대전환이 절실히 필요한 때다. 자신의 인생은 뒷전으로 하고 자녀에게 100% 올인했던 방식을 탈피해 부모들 고유 인생에의 분산투자를 시도하는 건 어떨까. `부모는 멀리 보라 하고 학부모는 앞만 보라 합니다…. 부모는 꿈을 꾸라 하고 학부모는 꿈꿀 시간을 주지 않는다`는 공익광고의 문구를 되새겨보면서.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박준호(정치부 기자)-20101127토] 軍은 먼저 손에 쥔 예산부터 잘 쓰길
북한의 기습 도발에 군은 제대로 손도 못 썼다. 연평도에 북한이 수백발의 포탄을 발사할 때 우리 군은 K-9 자주포 3문만으로 대응사격을 벌였을 뿐이었다. 그나마도 병사들은 레이더의 데이터를 토대로 수작업으로 포격할 목표물을 계산하는 만큼 대응시간을 까먹어야 했다.
이제 정부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듯 서해5도 방위를 강화하겠다고 한다. 문제는 강화하는 데 쓸 돈이다. 이미 오는 2011년 예산안에서 편성된 국방예산은 31조3,000억원으로 전체 예산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서 얼마나 더 많은 예산을 넣어야 하는가. 당장 연평도에 배치된 K-9 자주포의 내년 도입 예산은 8조원을 상회하며 최초 설정한 사업비에서 두 배 이상 늘었다.
"이번에 13분 대응이 늦은 이유에 방위산업체와 군 당국 간 엇박자가 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가 지난 25일 서울경제신문 주최 좌담회에서 밝힌 말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방위산업체가 만든 레이더통신시스템과 군의 자주포 지휘시스템은 서로 코드를 공개하지 않아서 연동되지 않는다. "군이 방위산업체에 끌려가는 구조적 문제가 있어 보인다"는 그의 문제제기를 경청할 필요가 있다. 무조건 예산만 늘려준다 해서 국방력 강화로 직결될 수 없는 현실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게다가 올해 9월 말 현재 국방 획득사업 예산 중 절반도 집행하지 않은 사업이 전체 66개에 달하는 것으로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조사한 결과 드러났다. 이에 해당하는 사업에는 내년에도 예산이 편성돼 있다. 이 예산이 내년에도 불용상태로 남아있지 않으리라 확신할 수 없는 건 기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민주당은 이미 4대강사업 예산을 삭감해서 국방 예산에 투입하겠다고 공언했다. 폐허가 된 연평도를 복구하고 주민대책을 마련하려면 예산이 필요한데 여기에 더 많은 돈을 투입하려면 다른 분야에서 쪼개 쓰는 일이 불가피하다. 4대강사업 예산이라고 예외는 없다.
그런데 정부에 손을 벌리고 싶으면 먼저 씀씀이에서 새는 데는 없는지부터 따지는 게 우선이다. 기껏 계획을 세워 예산까지 짜줬는데 그대로 쓰지도 않는다면 누가 예산을 증액해달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