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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루사, 게보린, 인사돌, 이가탄, 풀케어, 아로나민, 삐콤씨, 판피린, 활명수…. 고객이 알아서 찾는 지명구매 품목들이다.
제품력과 더불어 강한 인상을 남기는 일반약 광고는 고객의 발길을 약국으로 향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오고 있다.
하지만 유명 광고품은 약국에서 때로는 애물단지로 여겨지기도 한다. 가격시비에 지쳐 고객 시선이 닿지 않는 곳에 숨겨두고 싶을 때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2015년,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제 광고로 뜬 지명구매 품목을 숨기고 역매품을 판매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25일 '일반약 광고품목 활성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하기 마련된 데일리팜 주최 약사 좌담회에서 약사들은 셀프메디케이션 시대, 잘 만든 일반약 광고는 약국과 소비자, 제약사 모두 윈윈 할 수 있는 효과를 가져온다고 입을 모았다.
"고객의 발길을 약국으로…일반약 광고의 힘"
주경미(데일리팜 부사장): 얼마 전 다른 업체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6년만에 이런 불황은 처음이라고 하더라. 관계자는 불황일수록 고객은 익숙한 프랜차이즈를 신뢰한다고 했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소비자는 비교적 품질이 보장됐다고 생각되는 브랜드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의약품도 예외는 아니다. 일부 제약사는 소비자 광고만 하면 일반약은 살 수 있다고 말하곤 한다. 과연 그럴까.
지문철: 일부 유명 광고 제품이 소비자를 약국으로 향하게 하는 힘을 갖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로나민, 개비스콘, 삐콤씨 등 눈에 띄는 제품 광고를 보고 소비자는 병원에 가기 전 자신의 증상을 떠올리고 직접 약을 구입해 복용해 보겠다는 생각을 한다는 것이다.
▲ 지문철·이광해 약사. |
고객의 30~40%는 계획을 갖고 약국을 찾지만 60~70%는 약국에서 직접 제품을 보고, 또는 약사에 의해 계획하지 않았던 구매를 한다. 광고를 통해 익숙한 제품이 매대 밖에 진열돼 있다면 소비자는 친숙함으로 인해 그 제품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고, 그 과정에서 약사와 상담이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다. 상담 과정에서 약사는 환자에게 더 맞는 제품을, 또는 효과를 높이기 위한 추가 제품을 권할 수 있다.
이광해: 일반약 대중 광고는 물론 소비자가 좋아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궁극적으로 그 약이 오래 소비자에게 사랑받기 위해서는 제약사도, 판매하는 약사도, 복용하는 환자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요즘은 간장약, 빈혈약 등을 찾는 환자가 약국에서 많지 않다. 관련 약 광고가 많지 않다보니 증상이 나타났을 때 약국보다 바로 병원을 찾는다는 것이다. 환자가 특정 증상이 발견돼 병원과 약국 중 어디를 가야할 지 고민할 때 일반약 광고가 그 방향을 결정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말이다.
"약 이름만 알리는 광고 'NO'…약사 역할 부여돼야"
주경미:일반약 좋은, 나쁜 광고 판단은 접근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대중 광고는 물론 소비자 입장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일반약을 판매하고 상담하는 약사들의 일반약 광고의 평가 기회도 마련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약사들은 왜 우루사 광고 논란 당시 제약사의 손을 들어주지 않은 걸까.
곽은호: 일반약 나쁜 광고를 꼽자면 소비자에게 약 이름만 남도록 하는 것이다. 마치 이름이 남은 그 약만 먹으면 자신의 모든 병, 증상이 완쾌되는 것처럼 하는 광고는 분명 문제가 있다. 이런 광고는 환자가 약사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도록 하는 원인이 된다.
▲ 약사들은 잘 만든 일반약 광고는 약국, 약사의 영역을 넓히고 경영을 활성화 하는데 일조할 수 있다고 말했다. |
일반약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광고가 많아졌으면 한다. 환자가 특별히 인지하지 못했던 질환, 증상에 대한 영역을 넓혀줘 약국, 약사를 찾게하는 제품 광고말이다. 약국에서 치료제를 구입할 수 있다는 인식을 심어줘 일반약 영역을 확장시키는 것 말이다.
그 예로 개비스콘은 속쓰림 증상이 있을 때, 풀케어는 손발톱 무좀이 생겼을 때 무조건 병원을 가기 전 약국에서 약을 구입해도 된다는 인식이 생겼다는 것이다. 프리페민의 경우 여성의 생리전증후군이라는 새로운 증상을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계기와 약국 접근성을 높여준 제품, 광고였다고 본다.
이광해: 부작용이 따르는 제품도 있는데 광고 내내 약 효능효과만 강조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보험, 상조회사 광고도 마지막에 부작용이나 유의점에 대해 짧게나마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최종 소비자는 환자이기 때문에 광고 마지막에 유의할 점에 대한 정보가 덧붙여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자세한 내용은 의사, 약사와 상담을 통해야 한다는 정보도 함께 말이다. 이는 법적으로, 광고 규제 등에서 규제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고기현:분명 제품 광고는 20~30초의 한계가 존재한다. 제품의 모든 것을 설명하기에 30초는 짧다. 특히 약이지 않나. 광고 심의 등 제한도 너무 많다. 이런 이유로 실패하는 일반약 광고도 많다.
제약사 입장에서 약사는 곧 약을 권하는 사람이기 이전에 또 한명의 소비자이기도 하다. 제약사와 소비자 브릿지 역할은 광고를 넘어 제품이 갖고 있는 다양한 '정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제약사는 약사들에게 광고의 근거가 되는 더 많은 정보를 줘야 한다. 그래야 약사는 광고를 곡해하지 않고 제품을 제대로 고객에게 상담하고 판매할 수 있는 것이다.
▲ 곽은호·강남성 약사. |
강남성:일반약 제품과 관련한 포럼, 세미나 등은 약사가 특정 일반약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정보를 획득하며 관련 질환, 증상에 대해 공부하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고 생각한다. 사실 약국 안에서 수천가지 품목 중 어느 한 품목에 집중하기란 쉽지 않다. 그런 기회를 통해 그 제품에 집중하고 고민하는 계기가 마련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제품에 대한 공부는 확신으로 이어지고 판매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광고 품목을 약사가 밖으로 내놓지 못하는 이유는 가격시비라는 문제에 직면했을 때 뚜렷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제약사에서는 약사들이 부담없이 광고 품목을 내놓을 수 있도록 대안도 함께 제시해 줬으면 한다.
곽은호:광고 품목을 대하는 약사의 역할도 중요하다. 광고 품목 판매 과정에서 약사는 최소한의 역할인 처방약과 중복된 약이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 일반약 광고는 환자를 약국으로 오게 하는 역할 이외에 약사가 개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 좋은 광고라는 생각을 해 봤다.
"내 약국, 광고 품목 이렇게 활용한다"
송곤진:우리 약국은 특이하게 한 여대 안에 위치해 있다. 젊은 세대에 맞춰 셀프메디케이션 코너를 따로 만들어놓았다. 예상과 달리 셀프 코너에서 약을 선택하려는 환자의 절반 이상은 먼저 약사에게 질문을 해 온다. 약사의 역할은 분명 존재한다는 것이다.
약국 위치상 약대 교수들도 많이 찾아 긴장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들도 좋은 약은 약사인 내게 먼저 묻는다. 내 약국에 있는 약은 나만큼 더 잘 아는 사람은 없고, 환자는 약사의 정보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내 약국에 가지고 있는 약은 내것이란 생각으로 아는대로 정확한 정보를 주는 것, 셀프 메디케이션의 시초가 아닐까 생각한다.
▲ 송곤진 약사·고기현 부장. |
지문철:개비스콘, 비콤씨 등 몇 개 품목 광고를 약국 내 듀얼모니터를 설치해 방영하고 있다. 광고가 재밌게 만들어져 있어 대기 환자들의 눈길이 자연스럽게 모니터로 향하고 잠재 고객의 구매로 이어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더라. 광고품목을 찾는 환자의 경우 상담을 통해 증상을 체크하고 효과를 높일 수 있도록 다른 일반약을 함께 권하는 경우가 있다. 우리 약국의 경우 지명구매 환자들 중 절반 이상은 다른 약을 추가로 구매한다. 왼쪽에 유명 제품을 놓고 오른쪽에 내가 팔고자 하는 제품을 함께 놓으면 비교해 구입하게도 한다.
이광해:여러 제품을 진열하고 자신에게 맞는 약을 설명하면 환자는 분명 들을 준비가 돼 있다. 자신에게 더 맞는 올바른 약을 복용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약을 숨겨 놓기 보다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구입할 수 있는 기회를 줘야 한다. 대신 다양한 약들과 함께 배치해 고객이 의문을 품게 하고 거기에 약사가 개입해 상담을 통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상담을 해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그동안 봐 왔던 시각의 프레임을 바꿔서 우리 약국을 돌아보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여러 시도를 해 결과에 따라 꺼내놓기도, 넣어보기도 하고 자리를 바꿔보기도 하는 다양한 실험이 자기 약국에 맞는 그 약국만의 노하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