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사람들이 그가 나타나는 시간에 시계를 맞출 정도로
철학자 칸트는 루틴을 엄격하게 지키는 사람이다
그러던 어느날 시간이 지났는데도 칸트가 보이질 않았다
무슨일일까 걱정이 되어 칸트의 집에 가보니 독서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그가 보던 책은 루쏘의 에밀Emile 이었다
에밀의 첫 장에 이런 말이 있다
인간은 원래 착하고 아름답게 태어나지만 살아가는 동안
인간의 손에 의해 타락하고 더러워진다는 얘기다
남북전쟁 당시 엔더스빌 교도소의 한 죄수가 감옥생활을 하며 회개하는데 그가 본 책이 에밀이다
그는 출소를 앞두고 고향의 아내에게 편지를 보낸다
"나는 새사람으로 거듭났다오.
당신과 아이들을 위해 성실히 일할것을 다짐합니다.
그러나 선택권은 당신에게 있소.
나를 용서한다면
동구밖 참나무에 노란리본을 달아주오."
출소후 고향으로 향하는 버스에 오른 남자는 초조한 마음으로 창밖을 보았다
마을 앞 오래된 참나무에는 수백개의 노란리본이 나부끼고 있었다
감동적인 한 죄수의 얘기가 뉴욕포스트와 리더스다이제스트에 실리고 노래로도 만들어졌다
예로부터 미국은 퇴임하는 대통령이 고향으로 돌아오면
환영의 뜻으로 노란풍선을 매다는 풍습이 있다
베트남 참전용사의 무사귀환을 기원할 때도,
걸프전을 마치고 돌아온 장병들을 환영하는 자리에서도
노란리본은 물결쳤다
위키백과에 등재된 백제의 깃발도 노란색이다
백제는 멸망했어도 도도하게 흐르는 백마강 물결 위로
낙화암의 노란 단풍이 하나둘 떨어지고 있다
다시 리본을 꺼내야 할 시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