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위험한 성공, 하나님 없는 번성 - 번성했지만 하나님을 잃어버린 사람
창세기 36:1-43
여러분, 잘되는 것이 다 복일까요?
오늘 우리는 창세기 36장이라는, 조금은 낯설고 지루해 보이는 '족보' 앞에 서 있습니다.
보통 성경을 읽다가 족보가 나오면 "아이고, 여기서부터는 대충 넘어가자" 하기 쉽죠.
하지만 성경에 의미 없는 구절은 단 한 줄도 없습니다.
특히 오늘 이 에서의 족보는 우리에게 아주 서늘하고도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여러분, 지금 삶이 평안하고 계획대로 착착 진행되고 있습니까?
그렇다면 그것은 정말 복입니까, 아니면 혹시 하나님의 침묵입니까?"
우리는 흔히 사업이 대박 나고, 자녀가 명문대 가고, 건강하면 "하나님이 복 주셨다"고 말합니다.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오늘 본문의 에서는 야곱보다 훨씬 먼저 성공했고, 훨씬 빨리 번성했습니다.
그런데 성경은 그를 가리켜 '언약 밖의 사람'이라고 부릅니다.
오늘 이 말씀을 통해 우리 삶의 진짜 복이 무엇인지, 우리가 놓치고 있는 본질이 무엇인지 함께 나누길 원합니다.
1. 에서의 번성: 하나님 없는 열매의 화려함(창 36:1-8)
오늘 1절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에서 곧 에돔의 족보는 이러하니라.”
여기서 족보라는 말은 히브리어로 '톨레도트(תּוֹלְדוֹת)'입니다.
이는 단순히 이름의 나열이 아니라 "누가 무엇을 낳았는가",
즉 "그 인생이 어떤 결과물을 만들어냈는가"를 뜻합니다.
에서는 대단했습니다. 아내를 셋이나 얻었고 자녀들도 번성했습니다.
6절과 7절을 보면 가축과 재물이 너무 많아서 야곱과 함께 살 수 없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에서는 스스로 '세일 산'으로 거처를 옮깁니다.
여기서 핵심 단어 '에돔(אֱדוֹם)'을 주목하십시오.
'붉다'는 뜻이죠. 에서는 당장 배고픔을 면하기 위해 붉은 죽 한 그릇에 장자권을 팔았던 사람입니다.
그는 철저히 '감각적인 사람'이었습니다.
눈에 보이는 것, 입에 달콤한 것, 지금 당장 손에 잡히는 것을 선택하며 살았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세상적인 '성공'으로 나타났습니다.
한 부자가 아주 비싼 황금 새장을 샀습니다.
그 안에 화려한 깃털을 가진 새를 넣고 최고급 모이를 주었죠.
사람들은 지나가며 "와, 저 새는 정말 복 받았다"고 부러워했습니다.
하지만 그 새는 하늘을 나는 법을 잊어버렸고, 주인과의 교감도 사라졌습니다.
결국 그 새에게 황금 새장은 '복'이 아니라 '화려한 감옥'이었습니다.
에서의 번성이 바로 이 황금 새장 같았습니다.
오늘날 우리도 '에돔의 길'을 동경합니다.
"예수 안 믿어도 저 집은 저렇게 잘되는데, 왜 나는 기도해도 이 모양일까?"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죠.
하지만 기억하십시오. 하나님 없는 번성은 나를 가두는 황금 새장이 될 수 있습니다.
내 삶에서 하나님보다 더 나를 안심시키고 있는 '재물'이나 '세상적 조건'은 무엇인지 돌아보고 회개합시다.
세상적 번성이 곧 하나님의 인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2. 하나님의 간섭이 없는 삶, 가장 무서운 심판(창 36:9-30)
9절부터는 에서의 후손들이 '족장'이 되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여기서 족장은 히브리어로 '알루프(אַלּוּף)'인데, 이는 한 지역의 강력한 통치자, 우두머리를 뜻합니다.
에서의 가문은 정치적으로, 군사적으로 승승장구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36장 전체를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하나님이 말씀하시되"라는 구절입니다.
야곱의 인생에는 하나님이 끊임없이 간섭하십니다.
속이면 매를 때리시고, 도망가면 찾아오시고, 얍복강에서 씨름하며 뼈를 꺾어서라도 하나님을 붙들게 만드십니다.
하지만 에서는요? 하나님이 그냥 내버려 두십니다.
로마서 1장 28절에 나오는 "그 상실한 마음대로 내버려 두사"라는 말씀이 바로 에서의 상태입니다.
간섭이 없으니 실패도 없습니다.
징계가 없으니 고통도 없습니다.
그래서 자기가 잘하고 있는 줄 압니다.
이것이 개혁주의 신학이 말하는 가장 무서운 심판, '유기(내버려 두심)'입니다.
에서가 자리 잡은 '세일 산'은 붉은 사암으로 된 천혜의 요새였습니다.
나중에 이곳에 세워진 도시가 그 유명한 '페트라'입니다.
입구가 좁고 바위산으로 둘러싸여 적들이 침공할 수 없었습니다.
에서는 "나는 안전하다, 하나님 없어도 내 성채는 견고하다"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그 견고한 성이 오히려 하나님께로 가는 길을 막는 벽이 되었습니다.
어떤 분들은 "나는 죄를 지어도 아무 일 없던데?"라고 말합니다.
그건 복이 아니라 비상사태입니다.
부모는 남의 집 아이가 잘못하면 상관 안 하지만, 내 자식은 종아리를 때려서라도 고칩니다.
하나님의 간섭(징계)이 있다는 것은 여러분이 '언약의 자녀'라는 가장 확실한 증거입니다.
최근 내 삶에 고난이 없고 평안하기만 하다면, 혹시 내가 하나님께 묻지 않고 내 마음대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점검합시다.
하나님의 간섭(징계)은 우리가 살아있다는 은혜의 신호입니다.
3. 참된 복은 '속도'가 아니라 '언약' 안에 있습니다(창 36:31-43)
31절은 우리 가슴을 찌릅니다.
“이스라엘 자손을 다스리는 왕이 있기 전에 에돔 땅을 다스리던 왕들은 이러하니라.”
에서는 벌써 '왕국'을 이루었습니다.
반면 야곱의 후손들은 여전히 나그네였고, 곧 애굽의 종살이를 하러 내려가야 할 처지입니다.
세상 속도로 보면 에서는 100보 앞서가고 있고, 야곱은 제자리걸음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성경 전체의 흐름(Redemptive History) 속에서 보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에서의 왕국은 화려하게 시작했지만 결국 역사 속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고난받고 깨졌던 야곱의 계보에서는 누가 오십니까?
만왕의 왕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십니다.
에서는 '지금 당장의 왕관'을 썼지만, 야곱은 '영원한 하나님의 나라'를 약속받았습니다.
개혁주의의 핵심 가치인 '오직 은혜(Sola Gratia)'는 바로 여기서 나타납니다.
야곱이 에서보다 착해서 선택받은 것이 아닙니다.
둘 다 자격 없기는 매한가지지만, 하나님께서 야곱을 붙드시고 끝까지 책임지셨기 때문에 그가 언약의 주인공이 된 것입니다.
우리 주님 예수 그리스도를 보십시오.
예수님은 세상의 왕궁이 아니라 마구간에 오셨습니다.
에서처럼 군림하는 '알루프(족장)'가 아니라, 도살장에 끌려가는 어린 양처럼 죽으셨습니다.
세상 기준으로는 완벽한 실패자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낮아짐과 죽음을 통해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의 나라를 선물하셨습니다.
여러분, 지금 남들보다 뒤처지는 것 같아 불안하십니까?
친구들은 승진하고 집 사고 잘나가는데, 나만 여전히 광야에 있는 것 같아 외로우십니까? 괜찮습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우리를 놓지 않으십니다.
그래도 하나님은 당신의 계획을 이루고 계십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 있기에 이미 승리자입니다.
눈앞의 성과가 없다고 낙심하지 말고, 오늘 나에게 주신 하나님의 약속(성경) 한 구절을 붙들고 인내합시다.
성도의 복은 세상의 성공 속도가 아니라 하나님의 언약 안에 머무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설교를 마무리합니다.
저와 여러분은 무엇을 남기겠습니까?
창세기 36장은 화려한 이름들로 가득하지만, 결국 "그들은 죽었고 사라졌다"는 허무한 끝을 보여줍니다.
에서는 번성했지만 하나님을 잃어버렸습니다.
우리는 어떻습니까?
우리 인생의 '톨레도트(족보/내력)'에는 무엇이 기록되길 원하십니까?
"돈 많이 벌고 떵떵거리며 살았다"는 에서의 기록입니까?
아니면 "비록 험악한 세월을 살았지만, 하나님이 끝까지 붙드셔서 결국 믿음의 사람이 되었다"는 야곱의 기록입니까?
신앙의 본질은 내가 얼마나 커지느냐에 있지 않습니다.
내가 얼마나 하나님께 붙들려 있느냐에 있습니다.
하나님 없는 번성을 부러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나를 간섭하시고, 나를 다듬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에 감사하십시오.
세상 나라는 지나가나 하나님의 나라는 영원합니다.
그 영원한 나라의 주인공으로,
오늘도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함께 묵묵히 언약의 길을 걷는 저와 여러분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진정한 복은 '내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원하시는 대로 내가 빚어지는 것'입니다.
번성함 속에 하나님을 잃지 마시고, 고난 속에 하나님을 발견하십시오.
요약 및 결단
1. 세상적 번성이 곧 하나님의 복은 아닙니다.
회개: 하나님보다 성공을 더 갈망했음을 고백합니다.
2. 하나님의 간섭이 없는 형통이 가장 무서운 심판입니다.
회개: 고난을 원망하며 하나님의 손길을 거부했음을 회개합니다.
3. 참된 복은 언약 안에서 하나님과 동행하는 것입니다.
결단: 세상의 속도가 아닌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오늘을 견디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