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天上)의 향기 355(계명구도(鷄鳴狗盜))-5
란은 높은 언덕에 올라 대장군부의 동태(動態)를 살펴보았다. 급전(急傳)을 알리는 말이 도착한 이후 대장군부 전체가 분주하더니 한 대의 마차가 30여명의 호위병들과 함께 정문을 통과했다. 마차에 나부끼는 깃발로 보아 대장군이 타고 있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대장군을 호위하는 군사들의 숫자가 너무 적다. 더구나 악양왕도 함께 있지 않는가? 란은 높은 가지위로 올라 대장군부 안쪽을 살펴보았다. 완전무장한 병사들이 연병장에 도열하고 장군들이 호리호리한 눈빛으로 병사들의 무장을 점검하고 있다. 마치 출병(出兵)전의 마지막 점검처럼 비장함까지 느껴진다. 금이가 무슨 낌새를 알아차리고 마지막 발악(發惡)이라도 하려는 것일까? 하지만 금이의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란은 계속 사태의 추이(推移)를 지켜보기로 했다.
풍운과 홍인이 머물고 있는 작은 건물로 악양왕과 대장군이 도착했다. 풍운은 긴장한 빛이 역역한 홍인에게 진정하라 손짓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문이 열리고 장대한 기골(奇骨)의 대장군과 악양왕이 들어와 풍운과 홍인의 위아래를 살펴보며 눈살을 찌푸린다.
“황상께서는 어디계시냐?”
대장군이 건물이 쩌렁쩌렁한 정도로 큰소리를 친다. 행동이나 눈빛에서 전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없다. 이들을 보고 누가 미혼마공에 당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겠는가?
‘시주!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당황한 홍인이 풍운에게 전음을 보냈다. 그런데 풍운은 담담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살펴보더니 피식 웃는다.
“실망이군. 난 그래도 금이가 사내라 생각했는데.......이제 봤더니 쥐새끼밖에 되지 않았어.”
풍운의 냉소(冷笑)에 두 사내의 눈빛이 흔들린다.
“이놈! 우리가 누군지 알고 말발을 지껄이느냐? 당장 꿇지 못할까?”
“꿇어야 할 놈들은 네놈들이다. 죽고 싶지 않으면 꿇어.”
대장군은 부들부들 떨며 밖으로 고개를 돌려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밖에 아무도 없느냐? 이놈들을 당장 잡들이지 못할까?”
풍운은 웃음을 거두고 한발 다가오더니 허공섭물진기로 대장군과 악양왕의 어깨를 짓눌렸다.
“이.......이게 어떻게 된 거야. 쿵~ 쿵~”
두 사람이 의지와 상관없이 무릎을 꿇고, 풍운은 양손에 약간의 선전강기를 모야 대장군과 악양왕의 얼굴을 잡았다.
“이놈.........무슨 짓을 하는 것이냐?”
대장군이 발악해보지만 하얀 연기와 함께 두 사람의 얼굴이 촛농처럼 흘려 내린다.
“이따위 허접한 역용술로 누굴 속이려 들어. 차라리 공자 앞에서 문자를 써라.”
풍운은 제3의 눈을 가지고 있다. 더구나 무림제일의 천면역용술을 익히고 있다. 인공 피부와 약품으로 위장하는 역용술로는 풍운의 눈을 속일 수 없는 것이다.
“폐하를 능멸(凌蔑)한 죄! 결코 용서 받지 못할 것이다.”
풍운은 두 사람의 혈도를 제압하여 병사들에게 넘겼다. 금이가 가짜를 보냈다. 황제까지 깜박 넘어갈 정도로 완벽한 가짜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불행하게도 풍운이 황궁에 있었다. 영락제가 대노(大怒)했다. 사실 연희 이야기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 않았다. 가장 신임하는 대장군과 악양왕에 대한 믿음이 더욱 강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가짜를 보냈다고 한다.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이다. 영락제가 다시 풍운을 불렸다.
“그놈들이 가짜라는 것을 어떻게 알았나?”
“악양왕께서 소인을 알아보지 못하셨습니다.”
제3의 눈이니, 천면역용술을 설명해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풍운은 영락제가 이해하기 쉽게 설명했다.
“그래? 이놈들........감히 짐을 능멸(凌蔑)해. 밖에 아무도 없느냐? 당장 제독동창(提督東廠)을 불려오너라.”
“폐하. 동창이 나서게 되면 타초경사(打草驚蛇)의 우를 범할 수 있습니다. 더구나 이 일이 밝혀지면 폐하의 권위(權威)에 먹칠을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자는 건가?”
“저에게 맡겨주세요. 역적(逆賊)금이를 잡아들이고 대장군과 악양왕을 구해오겠습니다.”
“자네를 믿어도 되겠는가?”
“절대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좋아. 어사검(御賜劍)을 주겠다. 역적(逆賊)금이를 잡아들이고, 악양왕과 대장군을 구해오너라.”
“황은이 망극합니다.”
영락제는 용이 양각된 황금색의 검(劍)을 전해주었다. 황제의 신물로 무소불의(無所不爲)의 권능(權能)을 가진 검이다.
“폐하~ 저도 함께 보내 주세요.”
풍운이 출발하려하자 연희도 함께 가겠다고 간청(懇請)한다. 하지만 영락제는 그것만은 허락하지 않았다. 어떤 혐한 일이 벌어지질 모르는 곳에 사랑하는 조카를 보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풍운은 홍인과 궁을 빠져나오자 란에게 연락했다. 그녀와 만나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골목길에 위치한 작고 허름한 객점에 란과 풍운일행이 마주앉았다.
“치료는 끝나셨습니까?”
“놈들이 가짜를 보냈더군요.”
“계명구도(鷄鳴狗盜)........하찮은 재주로 속이려 하다니, 금이와 구마(九魔)가 처량하군요.”
“감히 황제를 속이려 하다가 용린(龍鱗)을 건드릴 건입니다.”
풍운이 영락제에게 받은 검을 보여주었다.
“어사검! 황제께서 하사(下司)하신 겁니까?”
“이번 일에 대한 전권을 맡기셨습니다.”
“잘 하셨어요. 금이가 스스로 무덤을 팠군요?”
“아직 끝난 것이 아닙니다. 그래! 대장군부의 반응은 어때요. 가짜를 보내놓고 그냥 있진 않았겠죠.”
“병사들이 완전무장한 상태로 연병장에 집합해 있어요. 혹시라도 일이 잘못될 것에 대비한 포석(布石) 같아요.”
“나름대로 머리를 쓰긴 했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쥐새끼 한 마리 잡자고 초가삼간 태울 수는 없죠. 또한 이번 일은 잔꾀를 부리면 안 됩니다. 정정당당하게 어사검(御賜劍)의 권위로 금이를 불려내세요. 다른 사람들의 눈이 있기에 감히 거역하지 못할 겁니다. 금이를 제압하면 대장군과 악양왕을 구하는 것은 쉬워요.”
“마지막 발악을 할 수도 있지 않습니까? 막말로 같이 죽자는 식으로 병사들을 동원할 수도 있어요.”
“최악의 경우 저와 천려빙백강시들이 병사들을 막을게요. 풍운님께서는 금이를 제압하는데 최선을 다해 주세요.”
“아미타불..........소승은 무엇을 하면 되겠습니까?”
조용히 듣고 있던 홍인이 나선다.
“홍인님께서는 주변을 살펴주세요. 구마(九魔)가 혼자 살겠다고 도망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최악의 경우, 배화교의 지원군이 올지도 모릅니다.”
“음~ 알겠습니다.”
단순명료한 작전이다. 풍운과 천려빙백강시들이 함께 있기에 가능한 작전일 것이다. 풍운은 란과 천려빙백강시들만 대동하고 대장군부로 출발했다. 세상이 어둠에 잠기고 폭우(暴雨)가 솟아지기 시작했다. 밤이 깊어도 열기를 머금고 있던 대지(大地)가 장대비에 촉촉해지며 더운 김을 토한다. 정문을 수비하는 병사들은 아스라이 피어오르는 안개와 장대비 속에 주변을 살펴본다. 그 때 하얀 백의를 입은 5명의 남녀가 다가왔다. 병사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손매로 얼굴을 문지른다. 5명의 남녀는 마치 귀신처럼 공중에 둥둥 떠 있는 뿐만 아니라 장대처럼 솟아지는 비도 그들 근처에서 튕겨나간다.
“누........누구냐?”
풍운은 어사검(御賜劍)을 내밀었다.
“황제폐하의 이름으로 명한다. 당장 상장군 금이을 불려와라.”
금빛 검(劍)을 보고 한 놈은 곧바로 달려나고 나머진 병사들이 바닥에 엎드린다. 풍운일행이 문을 열고 들어가자 완전무장한 수만의 병사들이 도열(桃列)에 있다. 구중심처에 있던 금이에게도 소식이 전해졌다. 금이는 구마(九魔)가 있는 장군전으로 달려갔다. 10명이 뒹굴어도 되만큼 넓은 침실에 4명의 남녀가 뱀처럼 엉켜있다. 남자들은 중병에 걸린 사람처럼 혈색이 하얗고 수척해 보인다. 하지만 몽롱한 눈빛의 사내들은 금이가 들어와도 행위를 멈추지 않는다.
“염희! 큰 일 났소.”
“무슨 일이죠.”
“황제폐하께서 사람을 보냈소. 아무래도 가짜를 보낸 것이 탈이 난 모양이오.”
“설마.........행동이나 말투까지 똑같았는데 어떻게?”
“설마가 아니오. 어사검을 가진 놈들이 나타났소.”
“동창(東廠)이나 금의위(錦衣衛)가 아니고 어사검(御賜劍)? 황제가 명을 내렸다면 당연히 동창이 나서야지, 갑자기 어사검은 뭡니까?”
“그건 모르지. 폐하의 뜻을 어떻게 알겠소.”
구마(九魔)는 백도맹이 대장군부를 의심하고 있으니 조심하라는 혁린강의 서찰이 생각났다. 혹시 백도맹에서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 대장군부를 감시하던 백도맹이 대장군과 악양왕이 황궁으로 출타 중이라는 것을 알고 암계(暗計)를 꾼 민 것이다. 여우같은 백도맹이라면 충분히 그러고도 남을 놈들이다.
“백도맹의 수작이 아닐까요?”
“어사검이라고 하지 않았소.”
“가짜일 수도 있잖아요.”
“어사검이 가짜라는 말이오.”
“그렇죠. 앞서도 말했지만 황제의 뜻이라면 동창이나 금의위가 나서야죠.”
“만일 진짜라면 어떻게 하겠소?”
“이레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 아닌가요? 일단 놈들을 제압한 이후 논의해도 늦지 않을 겁니다.”
금이의 머릿속에 온갖 생각이 떠오른다. 사부의 부탁으로 설이를 알게 되었다. 설이는 세상 누구보다 아름답고 지혜로운 여인이었다.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설이를 사랑하게 되었다. 그리고 어느 순간, 사부의 명령은 희미해지고 설이에 대한 사랑이 삶의 전부가 되었다. 눈길조차 주지 않는 설이로 인해 삶의 의미마저 잃어버리고 인생을 낭비했다. 그때 설이가 손을 벌렸다. 대장부를 가져오라고 했다. 삶의 의미가 생겼다. 희망이 생겼다. 혈혈단신으로 대장군부에 들어와 실력과 성실함을 대장군의 인정을 받았다. 부장과 장군으로 수많은 전장을 누비며 혁혁한 공을 세워 상장군이 되었다. 대장군부 역사상 최고로 빠른 진급이었다. 하지만 대장군이란 아무에게나 허락된 자리가 아니었다. 악양왕에게 최선을 다했다. 악양왕만 도와준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풍운이란 놈 때문에 모든 것이 물거품이 되었다. 마음이 조급했다. 그때 구마(九魔)가 나타난 솔깃한 제안을 했다. 정도(正道)가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조급한 마음에 구마(九魔)의 제안을 받아들었다. 금이는 머리를 흔들었다. 어차피 어질러진 물이다. 지금 후퇴한들 무슨 소용인가? 될 돌릴 수 없다면 끝까지 가보는 것이다.
“구마(九魔)는 악양왕와 대장군을 붙잡고 있어요. 최후의 경우 그들을 볼모로 탈출합니다.”
“알았어요. 우리도 준비할게요.”
금이가 나가자 구마(九魔)는 악양왕과 대장군을 밧줄로 묶었다. 장대비 속에서도 병사들은 미동(微動)조차 하지 않는다. 어사검(御賜劍)의 권위도 통하지 않는 걸까? 아니다. 상장군을 기다리는 것이다. 풍운도 서두르지 않았다. 어차피 칼자루는 이쪽에서 잡고 있다. 괜히 나서서 다된 밥에 코 빠트릴 필요는 없다. 무사들이 반으로 갈라지며 금이가 나타났다.
“어떤 놈이 감히 황명(皇命)을 위장해 대장군부를 능멸(凌蔑)하느냐?”
“네놈은 이 어사검(御賜劍)이 보이지 않느냐?”
“대장군께서 황궁에 계신 다는 것을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런데 어디서 가짜를 가져와 폐하와 대장군부를 능멸하느냐? 모두들 뭐하느냐? 당장 죄인들을 잡아라.”
금이의 명령에 병사들이 웅성거리며 갈피를 잡지 못한다.
“이놈들 내말이 들리지 않느냐?”
금이의 호통소리에 병사들이 일제히 창부리를 풍운일행에게 겨눈다. 풍운은 힐끗 란을 바라본다.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
“천려빙백강시들과 풍운님을 보호할게요. 풍운님께서 금이를 제압하세요.”
“그 방법 밖에 없는 겁니까?”
“망설이면 우리가 당할 수 있어요.”
“좋아요. 갑시다.”
풍운이 땅을 박차자 란과 천려빙백강시들도 함께 날아올랐다. 병사들이 일제히 창(槍)을 찌르고, 풍운일행은 창끝을 밟으며 금이를 향해 빗살처럼 달려간다. 금이 주위에 있던 수백의 무사가 일제히 활시위를 당긴다. 장대비와 함께 날카로운 화살이 풍운일행을 향해 날아오른 것이다.
“벽(壁), 탄(憚)”
화살들이 거대한 벽에 막히듯이 사방으로 날아가고 솟아지던 장대비가 파도처럼 병사들을 향해 날아간다.
“콰아아앙~”
“부드득~”
활들이 부셔지며, 궁수들이 실 끊어진 연처럼 날아가고, 풍운일행이 코앞까지 다가왔다.
“놈들을 막아라.”
병사들이 금이를 둘러싸며 빙글빙글 회전한다. 풍운이 어사검(劍)에 선천강기를 주입했다.
“창~ 파~ 파파파팟~”
검(劍)들이 수수깡처럼 부러지고, 회전하던 병사들이 낙엽처럼 날아간다.
“이.........이럴 수가........천룡마라십이검”
용이 승천(昇天)하듯 황금색 검기(劍氣)가 풍운의 전신을 향해 날아온다. 황금색 기(氣)는 천무일룡 무공의 특성이다. 풍운은 음양검법의 착(着)결로 검기(劍氣)를 묶어버리고, 반대편 손으로 음양권을 펼쳐 금이의 가슴을 후려친다.
“이런~ 천룡미파, 용천나선”
금이의 몸이 빙글빙글 돌아가며 하늘로 솟구치고, 풍운도 뒤를 따라 솟구치며 다리를 공격한다. 한편 상대를 놓쳐버린 병사들이 밀물처럼 풍운일행을 향해 몰려왔다.
“죽이지 마라. 면사를 벗어.”
란의 명령에 천려빙백강시들이 면사를 벗었다. 어두운 밤하늘에 세상에 찾아볼 수 없는 아름다운 여인들이 춤을 춘다. 전설의 선녀(仙女)들도 이렇게 아름답진 않을 것이다. 보는 것만으로 심장이 벌렁거리고, 손발에 힘을 풀린다. 그런데 그녀들이 매혹(魅惑)의 춤을 추고 있다.
“뻥~ 으음~”
가까이 접근했던 병사들이 속절없이 날아간다. 그런데도 병사들은 귀신에 홀린 것처럼 란과 천려빙백강시들의 춤에 정신이 빠져버렸다. 금이는 밑으로 내려다보고 이를 악물었다. 천려빙백강시들이다. 그녀들은 궁주의 명령만 받는다. 빙궁이 배신한 것이다. 이젠 구마(九魔)도 믿을 수 없다. 초희에 대한 일을 모르는 금이는 천려빙백강시들만 보고 빙궁이 배신했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이놈들 끝을 보자. 천용현신”
모든 것을 포기한 금이는 상대의 실력도 가늠하지 않고 자신이 가진 최고 절초를 펼쳤다. 거대한 용의 형상이 꽈리를 틀며 풍운의 정수리를 향해 내리꽂힌다. 풍운은 선천강기를 순간적으로 모아 풍혼(風混)를 불려내 용을 베어버린다. 하늘에서 폭죽이 터지듯이 화려한 빛과 함께 조각조각 부러진 검편(劍片)들이 사방으로 날아가고, 금이가 힘없이 바닥에 떨어진다.
“마왕군림보.”
“콰아아아앙~”
연병장이 거미줄처럼 갈라지고 돌들이 솟구친다. 대장군부 전체가 요동치자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던 병사들이 정신을 차린다.
“황제폐하의 이름으로 명하다. 역적(逆賊) 상장군은 제압되었다. 모두 무릎을 굻어라.”
풍운의 쩌렁쩌렁한 소리에 병사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하나 둘씩 무기를 버리고 머리를 조아린다. 상장군까지 제압된 마당에 누가 감히 어사검의 권위에 도전하겠는가?
“역적(逆賊) 금이는 들어라. 대장군과 악양왕께서는 어디 계시냐?”
금이는 풍운을 보고 주먹이 깨질 정도로 바닥에 후려쳤다. 모든 일의 원흉(元兇)이나 다름없는 풍운이다. 풍운만 아니었다면 일이 이렇게 되진 않았을 것이다. 풍운이 연희와 붙어(?)먹지만 않았어도, 궁주가 풍운만 훔쳐(?)가지 않았어도 대장군의 신임을 잃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빠드득~ 빙궁의 사주를 받은 것이냐?”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네놈 눈에는 어사검이 보이지 않느냐?”
“하하하하~ 어사검이라고........빙궁의 개가 된 놈이 어떻게 어사검을 가지고 있는 것이냐?”
란이 금이의 혼수혈을 제압했다.
‘풍운님. 대장군과 악양왕은 장군전에 있을 겁니다. 다른 놈에게 장군전으로 안내하라고 하세요.’
란과 눈빛을 교환한 풍운이 장군으로 보이는 놈을 불렸다.
“장군전으로 안내하라. 그리고 나머지는 놈들은 별도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 이곳에서 대기하라.”
병사들은 감히 머리도 들지 못하고 장대비 속에 엎드려 있고, 풍운일행은 장군을 앞세워 장군전으로 향했다. 구마(九魔)는 밖의 소식에 촉각을 곤드세우고 있었다. 병사들의 함성소리와 건물이 흔들릴 정도의 충격이 전해졌다. 놈들과 전투(戰鬪)가 벌어진 모양이다. 빙궁에서 보낸 여인들이 서로 눈치를 보다가 구마(九魔)에게 다가왔다.
“구마(九魔)님! 저희들이 상황을 보고 오겠습니다.”
“모두 가겠다는 건 아니겠지. 두 년만 다녀와라.”
빙궁 여인들은 서로 눈치를 보다가 두 명만 밖으로 나갔다. 두 개의 문을 지나자 멀리서 걸어오는 여인들을 발견했다. 여인들은 나무 뒤에 몸을 숨긴다. 일행 중에 두 명의 남녀가 나무쪽을 힐끗 쳐다보고 장군전으로 간다.
“방금 봤어. 천려빙백강시들이지?”
“확실해. 혹시 면사여인이 궁주님이 아닐까?”
“이게 어떻게 된 거지.”
“모르겠어. 일단 피하자. 장로님들께 알려드려야 해.”
여인들은 곧바로 담을 넘었다. 장군전 앞에 도착한 란과 빙백강시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네놈은 그만 물려가라.”
풍운은 장군을 남겨두고 장군전 문을 박차고 들어갔다.
“누구냐?”
날카로운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요염(妖艶)한 여인이 양손으로 의자에 묶인 사내들의 목에 칼을 대고 있고 그와 조금 떨어진 곳에 4명의 여인이 서로 눈치만 보고 있었다. 풍운은 의자에 묶인 사내들이 악양왕과 대장군이며, 여인이 구마(九魔)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네년이 몽환염희(夢幻艶喜)냐?”
구마(九魔)는 상대가 너무나 아름다운 사내라는 것을 알고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미혼마공으로 풍운을 유혹하는 것이다.
‘풍운님! 조금씩 다가가세요.’
대들보 위에서 전음이 들린다. 란이 잠입한 모양이다.
“공자님은 누구시죠. 가까이 오세요.”
풍운은 고개를 흔들며 한발 다가갔고, 구마(九魔)는 상대가 미혼마공에 당한 것으로 착각하고 더욱 미혹(迷惑)적인 웃음과 신음소리를 흘린다. 풍운이 차츰 다가옴에 양손이 약간 움직였다.
“쉬이이익~”
“카악~”
구마(九魔)가 비명을 지르며 날아오르고, 그와 때를 같이하여 풍운의 주먹이 아랫배를 강타한다.
“뻐어어엉~”
가죽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양쪽 어깨에 비도가 박힌 구마가 거품을 물고 쓰려진다. 제갈세가가 자랑하는 소리비도(小莉飛刀)가 펼쳐진 것이다. 소리비도는 풍운조차 피하지 못한 천하에서 가장 빠른 비도술이다.
“헉~ 헉~ 이놈! 나를 속였구나.”
“닥쳐라. 네년들은 잠이나 자고 있어.”
풍운이 손가락을 튕기자 붉은 강기(剛氣)에 구마(九魔)와 빙궁의 여인들이 쓰려진다. 혼수혈을 점혈한 것이다.
“이분들이 확실해요.”
풍운 겉에 사뿐히 내려온 란이 묻는다. 풍운은 눈빛이 몽롱한 악양왕을 보고 쓰게 웃었다.
“맞습니다. 근엄하신 분인데 심하게 당하셨네요.”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서 좋을 것이 없어요. 바로 치료하죠.”
란이 종을 흔들자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천려빙백강시들이 들어왔다.
“아무도 접근하지 못하게 하세요.”
천려빙백강시들이 바람처럼 다시 나갔다.
“풍운님께서 악양왕님을 치료하세요. 제가 대장군을 치료할게요.”
“하실 수 있겠어요?”
“저도 신성체(神聖體)에요. 풍운님과 같은 과정을 거쳤죠.”
“아참~ 깜박했어요. 부탁할게요.”
풍운은 악양왕을 자리에 앉히고 선천강기를 불어넣었다. 선천강기는 심마(心魔)를 퇴치하는 힘이 있다. 시간이 흐르자 대장군과 악양왕의 정수리에서 검은 기운이 피어오르고, 온몸에서 검은 땀이 솟아났다. 심마(心魔)와 더불어 그동안 몸에 쌓인 악독한 기운들이 사라지며 나타나는 증상이다. 란과 풍운이 동시에 치료를 끝냈다.
“제가 있으면 곤란하실 겁니다. 밖에서 기다릴게요. 두 분께 설명해 주세요.”
란은 구마(九魔)와 여인들을 밖으로 끌어내고 문을 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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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과인이란 문구를 수정했습니다. 이번 겨울은 그냥 지나가나 했더니 역시나 감기가 찾아오네요.
** 동창서창[東廠西廠] 명(明)나라의 첩보(諜報) 및 형옥기관(刑獄機關).
정난(靖難)의 변(變)을 일으켜 제위를 빼앗은 영락제(永樂帝)는 정통파(正統派)의 반항을 두려워하여 환관을 첩자로 이용하는 한편, 금의위(錦衣衛:親衛軍)에도 같은 임무를 맡겼다. 베이징[北京] 천도 후인 1420년 황제직속의 첩보기관으로 동창을 설치하고 금의위도 여기에 소속시켰다. 그 장관인 제독동창(提督東廠)에는 황제가 신임하는 환관을 임명하였고, 그 밑에 첩형(貼刑) 2명, 당두(檔頭) 100여 명, 번역(番役) 1,000여 명을 두었으며, 첩형이하의 관원은 금의위에서 선발된 자로 충당하였다.
처음에는 관리의 부정이나 모반(謀反)의 정탐을 주요 임무로 삼았으나, 차차 민간의 사소한 범죄까지 확대 취급하고, 구금(拘禁) ·처형의 권한을 갖게 되면서 그 폐해가 커졌다. 환관 중에는 이를 통하여 권력을 잡고 횡포를 부린 자가 많았는데, 헌종(憲宗) 때의 왕직(汪直)과 무종(武宗) 때의 유근(劉瑾)은 그 대표적 인물이다. 이들은 동창만으로 만족할 수 없어 다시 서창을 증설하고 세력확장에 힘썼으며, 유근의 경우는 내행창(內行廠)이란 것을 새로 설치함으로써 동창 ·서창과 함께 3창이라 불렸다. 그가 죽은 뒤 동창 이외의 것은 폐지되었으나, 16세기 말 서창이 내창(內廠)으로 부활되고, 동창은 외창(外廠)으로 개칭되었다. 즉, 이들 기관은 일반관료에 대항하는 환관세력의 정치적 거점이 되어 명나라 정치에 큰 암영(暗影)을 드리웠다. -------
첫댓글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잘봅니다.
감사합니다
감사 드립니다
갈수록 재미있어 지네요..
감사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