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회
어둠 속에서 내게 묻고 있었다. 모르겠다. 보내기 싫다는 것 말고는...... 나는 글로리아의 유품과 침대를 내 비좁은 집에 들였다. 창이 있는 벽에 침대를 붙였다. 내가 사준 몇개의 인형을 머리맡에 두었다. 이상하게 잠이 쏟아진다. 문을 걸어 잠갔다. 옷을 벗어 걸었다. 이불에서 글로리아의 익숙한 향수 냄새가 났다. 쓸쓸한 달빛이 비스듬히 비쳤다. 알 수 없는 기운이 느껴진다. 달콤하고 나른하게 잠에 빠졌다. 꿈은 너무 생생했다. 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얀 들꽃이 무수히 피어있는 풀밭이었다. 글로리아가 저만치서 걸어온다. 악령이 발작을 시작하면 왜 내게로 오지? 그리고 내가 자신은 뒤집어 씌운다. 나도 네 살던 곳으로 던져버린다. 그러지 마라. 제발 나도 아프잖아. 앞으로는 휘말리지 않을께. 내가 알아왔던 것보다 더욱 사납다. 정신을 놓아서는 안된다. 내가 내 아닌 것이 된다는 것은 파국이다.
발끝에 힘을 주고 서서 글로리아를 기다렸다. 하얀 들꽃 사이로 하얀 옷을 입고 하얀 화관을 쓴 글로리아가 다가온다. 온몸이 부들부들 떨린다.
"무서워 하지 말아요 오빠. 오빠를 만나러 먼길 걸어왔어요."
두줄기 눈물이 흘러내렸다. 가볍게 그녀를 안았다. 그녀도 울고 있었다. 품 속에서 한 권의 앨범을 내밀었다. 그리고 연기처럼 그녀도 앨범도 사라졌다. 빈손을 허우적거렸다. 어둠 속에서 내 방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여전히 글로리아의 이불을 덮고 있었다. 잠이 든 기억은 있는데 잠에서 깨어난 기억이 없다. 꿈 속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