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고기를 먹어봐
뒷고기*를 먹으러 간 식당에서 줄을 서서 기다린다
꺼져가는 연탄불은 맵게 자란 사람들의 빽없는 전쟁을 인화하고 있다
뒷고기는 아웃사이더, 이름도 없이 빼돌려진 고기라는데
어떤 도발적인 사랑이 이 물컹이는 살점들과 내통하고 있었나?
석쇠에 비계가 붙어있는 선홍빛 몇 점 올리니
테이블에 앉아있는 구린 뱃가죽들이 지글지글 타들어간다
맛치고는 기가 막히다
환장 없이는 한발자국도 뗄 수 없는 사람들이
뒷골목으로 빠져나와
테이블마다 무림의 고수로 끓어오르다 사라져 갈 때
아직은 착한 소주 한잔 털어 넣는다
여지껏 내가 빼돌린 가늘고 질겼던 똥고집들이
나를 빼돌린 세상의 뒷구멍에 기름칠을 하고 있다
늦은 밤
막 손질 끝낸, 돌고 돌아가는 승전보를 앉혀두고
기름기 쫙 빠진 내일만 데리고 나오는데
이빨 사이에 다 씹히지 않은 총성소리 끼어있다
가는 길에
열에 아홉은 씹으면 씹을수록 나에 대한 모반을 꾀할 것이다
* 돼지를 잡아서 부위별로 손질하고 남은 필요 없는 고기
고인돌
흙의 시간은 맛을 내지 않는다
징검다리를 건너다 걸려 넘어진 굄돌의 이마에
한 마리 나비의 족적이 부적으로 붙어있다
끝이란, 멀미처럼 흔들리면서 휘발하는 것
당신을 떼밀고 온 사람들의 목주름을 펴서 얹힌 덮개돌 위로
핀 들꽃도 무심해
무심한 것들조차 무심해질 때
당신은 허공도 욕심이라 하겠다
사람은 죽어서야 가벼워지기 시작한다지
덮개돌이 들썩인다
근황은 도착하기 이전의 안부
당신의 근황은 건망증을 앓지 않아
누군가의 관상에서 울음을 배우고 싶었을 것이고
울음도 가벼워질 수 있다고
덮개돌은 난감함을 수평으로 펼치고 있다
덮개돌이 들썩이는 것은
나비의 족적처럼 마지막 감정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리토피아> 겨울호
첫댓글 두 편 잘 읽었습니다.
특히, 뒷고기를 읽어봐, 재미있게 읽힙니다.
고수가 되어가는 이돈형 시인!!
조재형 쌤! 행사 마치고 들어와서 들어왔는데 계셨네요. 새발의 피를 흥건하다 하시는 말씀같아 언능 닦아냅니다. 빨랑 빨랑 건강 회복하셔서 폭설 내리는 날 뵈요!
사람은 죽어야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고 가벼워지기 시작한다다는 말이 슬프게 와 닿습니다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한보경 선생님. 감사합니다. 읽어 주심이! 늘 건강챙기시고 눈송이 꾹꾹 눌러 하얀사람 만들어볼 수 있는 날 되셔보심도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