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27일
에이트벤하두는 유네스코 뮨화유산인 카스바(진흙으로 지은 베르베르인의 집단 거주지)가 있어 마라케시에서 사하라 사막으로 가는 사람들이 다들 들러가는 유명 관광지인데, 딱 그거 하나만 있는 단촐한 관광지다. 여행자들은 대개 버스나 렌트카를 타고 와서 카스바만 구경하고 가버리거거나 혹은 근처에 있는 와르자자트라는 더 큰 도시에 묵으면서 당일치기로 다녀가는 곳인데 어쩌다 우리는 이 작은 동네에서 4 일을 지냈다.
마라케시 4박을 일찌감치 한국에서 예약해 두었지만, 애초 모로코 일정은 날짜에 여유가 많았기에 상황을 봐가며 며칠 더 묵어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이집트에서 출발할 무렵에 예약한 숙소를 연장하려고 하니 27일 이후는 만실이라 연장이 안 된다. 열심히 검색을 해 봤지만 27일부터 새해 초까지 거의 모든 마라케시 숙소가 다 만실이었다. (극소수 방이 있는 곳은 평점이 매우 낮은 곳, 혹은 매우 비싼 곳) 주변 도시들을 검색해 봤지만, 사정은 비슷했다. 첫 번째 후보지였던 와르자자트에도 마땅한 숙소가 없다. 모로코는 크리스마스도 명절이 아니고 연말연시도 이 때가 아닌데, 왜? 아마도 유럽인들의 크리스마스 휴가 때문에 이 때가 극성수기인 모양이다.
열심히 찾아본 끝에 에이트벤하두에서 간신히 방을 찾았다. 조식 포함 1 박에 7만원 이나 했지만, 그나마 이 시기에 이만한 방도 찾기 힘들다는 생각에 넉넉하게 4 박을 예약했다.
모로코에는 전국을 커버하는 버스 회사가 두 개가 있는데 (CTM과 Supratour) 그 중 CTM 쪽이 노선이 많은지, 우리는 CTM만 몇 번 이용했다. 에이트벤하두까지 가는 버스는 없어서 와르자자트까지 갔다가 (마라케시 기준 와르자자테가 더 멀다) 그랑 택시를 타고 가야 한다고 들었다. 지도를 보면 와르자자트 가기 전에 에이트벤하두로 가는 길이 갈라지는 삼거리에서 내리면 좋을 것 같은데... 터미널 직원에게 물어봤지만 안 된다고 한마디로 자른다. 예약한 숙소에 문의를 해 봤지만 역시 와르자자트에서 그랑택시를 타고 오란다. 그런가?
설산을 넘어 구불구불 달리던 버스가 처음으로 멈춘 곳은 길가에 있는 작은 호텔 앞, 호텔 1 층에 정육점과 식당이 있다. 정육점에서 고기를 사면 숯불에 구워주는 시스템인데, 기대 이상으로 맛있는 식당이다. 소고기 꼬치 4 개에 차와 빵까지 해서 85 디르함이니 가격도 착한 편이다.
점심을 먹고 다시 버스는 출발했고... 얼마나 졸았을까, 어디선가 차가 멈추었고 눈을 떠보니 버스에서 내리는 사람들이 보인다. 여기 어디야? 서둘러 지도를 확인하니 바로 에이트벤하두로 갈라지는 삼거리다. 여기 못 내린다더니? 서둘러서 따라 내렸다. 와르자자트는 아직도 20 킬로 이상 더 가야 하고, 여기서 에이트벤하두는 10 킬로밖에 안 되니 에이트벤하두 가는 사람은 당연히 여기서 내려야 하는 거 아닌가? 무려 40킬로를 단축할 수 있으니 말이다.
문제는 여기서 에인트벤하두까지 가는 대중교통편이 없다는 것. 먼저 내린 사람들은 (예약이 되어 있었을까) 마침 도착한 택시를 타고 떠났는데, 우리는 어떻게 갈까? 정답은 형광 조끼를 입은 할아버지가 알고 있었다. 이때만 해도 할아버지의 정체를 알지 못했는데, 다른 도시들을 다니다 보니 교통 요지마다 형광 조끼를 입고서 주차 관리도 하고 교통 정리도 하고 택시 합승도 알선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할아버지는 우리를 길가 카페로 데리고 가 앉아 기다리라고 하더니 (강요하는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커피 한잔씩 마심) 잠시 후에 그랑택시 한 대를 데려왔는데 지금은 자리가 다 찼으니 에이트벤하두에 다녀올 때까지 기다리란다. 그러지요. 기다리고 있는데 다른 택시를 데리고 왔다. 빈차가 왔으니 이거 타고 가면 된다고... 달라고 하지 않았지만 (보지는 못했지만 기사에게서 수고비를 받는 듯) 할아버지에게 팁을 10 디르함 주고 에이트벤하두로...
숙소 앞에 도착해서 100 디르함을 내밀었더니 주저주저 하더니 거스름돈이 없단다. 아까 다시 온다던 기사가 편도 100 디르함이라고 했는데? 그냥 100 디르함 가지라고 하려다가 지갑에서 잔돈을 꺼내 보여주니 50 디르함 짜리를 집어갔다. 오호! 로컬 가격으로는 이 정도밖에 안 하는군.
숙소 (Chea Manar) 사장은 친절했고 건물도 카스바나 리야드가 아닌 현대식 건물에 방도 널찍했으나 난방 시설이 조그만 전기 스토브 하나뿐이라 너무 추웠다. 첫날 밤에는 코가 시렸을 정도.
페페라는 이름의 개구리 바위 전망대에서 카스바와 주변 경치를 둘러보고서
저녁은 동네 중국 음식점에서 마파두부와 닭내장 볶음. 좀 비싸다. 200 디르함.
12월 28일
여기 말고도 모로코와 알제리의 베르베르족 거주 지역에는 카스바가 많이 남아있는데, 유네스코에서 콕 찝어 이곳을 인류 문화 유산으로 지정한 걸 보면 이곳이 모로크에서 가장 크고 아름다운 카스바인 모양이다. 알제리에는 더 큰 규모의 카스바가 있다고 한다.
카스바는 작은 강 건너편에 있는데, 상류 쪽에 보행자용 콘크리트 다리가 있고 아래 쪽으로 징검다리가 세 개 있다. 두 번째 징검다리를 건너 카스바 안으로 들어가려는데, 입구를 막아선 동네 청년들이 카스바 보존 비용이라면서 일인당 20 디르함씩 달라고 한다. 이게 공식적인 입장료가 아니라는 걸 미리 알고 있었기에 줄 맘이 내키지 않던 차에, 바로 뒤에 따라온 서양인 커플이 '오피셜리 프리'라고 외치며 돌아 나간다. 우리도 따라 나가서 콘크리트 다리에서 연결되는 진입로를 통해 카스바로 진입했다. 유네스코 이름까지 붙은 유적이면 좀 제대로 관리해야 하는 거 아닐까?
몇몇 건물들은 베르베르인의 생활을 보여준다며 돈을 받는 곳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건물들은 관광객을 상대하는 상점으로 이용되고 있었다. 돈 벌 수 있으면 벌어야지.
12월 29일
별달리 갈 곳도 없으니 카스바 한번 더 올라가 보고
주변 돌아다니다가 어제 그 집에서 점심을 먹고
12월 30일
오늘은 카스바는 안 올라가고 강변길만 걸어다니다가 개구리 바위까지 한 바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