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화장실문화
인도네시아(Indonesia) 발리(Bali)섬 여행의 마지막 날, 울루와투(Uluwatu)에서 돌아오면서 대절 택시 기사에게 좋은 식당의 소개를 부탁했더니 소개해준 식당이 대박이었다.
숨바와(Sumbawa)섬이 고향이라는 주인 아가씨(?)와 어린 종업원인데 무척 친절하다.
부근에 이슬람사원이 있어서인지 간단한 할랄(Halal) 음식인데 음식값도 저렴하고 정말 맛있다.
아얌고렝(Ayam Goreng/닭고기 죽)인데 1인분 15.000 루피아(1.190원)로 우리 입맛에 가장 잘 맞는다고 이구동성... 인도네시아에서 맛본 가장 값싸고 맛있는 식사였다.
일행 넷이 다 먹은 후 다시 두 그릇을 시켜 반씩 나누어 먹었다.
손 씻는 물 / 인도네시아 식당
할랄(Halal)은 이슬람 신도들이 먹는 음식으로 모든 음식은 이슬람 경전인 꾸란(Koran)에 따른 엄숙한 의식이 행해진 식재료로 조리된 음식이다.
동물을 죽일 때는 머리를 메카(Mecca) 방향으로 향하고 기도를 드린 후 날카로운 도구로 단번에 목숨을 끊어야 하고, 식물성 음식도 이런저런 엄숙한 의식을 치른단다.
자신은 무슬림(Islam)이 아니라면서 할랄 음식점을 운영한다는 여주인은 내내 친절한 미소를 보내더니 식사가 끝나자 함께 사진을 찍자고 한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좋은 모양이다.
인도에서는 어떤 식당에 들어가도 식탁에 앉자마자 먼저 손 씻는 물을 가져다준다.
나는 인도 여행 중, 처음 멋도 모르고 그 물을 마셨더니 종업원들이 깜짝 놀라 못 먹게 제지하면서 웃음을 참지 못한다. 다행히 배탈은 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주 더러운 물은 아닌 듯.... ㅎㅎ.
힌두교의 영향인지, 인도사람들 영향인지 인도네시아에도 이따금 그런 식당이 있다.
물을 내오면 우선 오른손 손가락을 집어넣고 조물조물 손가락을 씻는다. 그리고 접시에 밥과 양념, 야채 썬 것이 나오면 밥 위에 끼얹고 오른 손가락으로 조물조물 섞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인도사람들은 대변을 보고 난 후 휴지로 닦지 않고 물을 흘리며 왼손 맨손으로 닦는다.
휴지도 없이... 암튼 인도사람들 물로 씻으니 거시기 근처는 항상 깨끗하겠지만...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다. 따라서 식사를 할 때나 귀한 것을 만질 때는 불결(부정)한 왼손은 감추고 오직 오른손으로만 만진다. 식사도 수저를 사용하지 않고 맨손으로 하니 당연히 오른손으로 집어서 입으로 가져간다.
저 할랄 식당에서 빨간 손 씻는 그릇 비슷한 그릇에 아얌고랭을 담아 내와서 처음 조금 당황했다.
2011년 남인도를 여행했을 때 화장실을 가면 휴지는 없고 수도꼭지 밑에 저런 빨간 플라스틱 그릇이 놓여있어서 당황했던 기억이 새롭다.
우리나라에 유학 온 인도 대학생과 기숙사에서 같은 방을 썼던 우리나라 대학생의 이야기이다.
인도 대학생이 화장실에 저런 플라스틱 그릇을 가져다 놓았는데 한국 학생은 처음엔 용도를 모르다가 나중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학기가 끝나고 헤어지면서 솔직하게 털어놓고 허심탄회 이야기를 하자고....
‘나는 자네와 같이 방을 쓴 것이 모두 좋았는데 한 가지 불편했던 점은 화장실에 갈 때마다 저 빨간 그릇만 보면 기분이 언짢았다네. 왜 휴지를 쓰지 않나?’
인도 대학생의 답변 왈,
‘나도 모두 좋았는데 불편한 점이 있었네. 우리 인도사람들은 물로 닦으니 냄새 날 일도 없고 항상 깨끗한데 너희 나라 사람들은 휴지로 닦으니 아무리 여러 번 닦아도 어찌 깨끗이 닦아지겠나...’
‘옆에 가면 항상 냄새가 나는 것 같고, 항문 주변에 ◎딱지가 붙어있을 것 같고....’
바로 이런 것이 문화의 차이가 아닐까?
우리는 다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습관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존중해야 한다.
예전, 유럽 사람들은 아시아나 아프리카를 가보고 모두 ‘야만인(野蠻人)들’이라고 치부(置簿)해 버렸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자신 민족과 비슷하면 ‘문명인(文明人)’이고 자신들과 다르면 모두 ‘야만인(野蠻人)’이라는, 오만(傲慢) 무식(無識)한 이분(二分) 분류법이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해야 할 것이다.
나는 많은 나라를 배낭여행 했는데 그 나라 문화는 어떠한 것이든 절대로 존중했다.
♣ 조금 창피한 이야기
내가 인도(印度) 여행 중 남부 솔라푸르(Solapur/이슬람 왕국이 있었던 도시)라는 작은 도시에서 유적지(遺蹟地)를 둘러보던 도중, 어제저녁부터 부글거리던 배가 아무래도 수상하다.
서둘러 약방을 찾아 소화제를 처방받아 먹었는데....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서둘러 공중 화장실을 찾는데.... 어디를 둘러보아도 없다.
참고로... 인도는 집에 거의 화장실(변소)이 없다.
호텔이나 찾아야 하는데 근처에는 호텔이 없다는 대답이다. 서둘러 뒷골목을 찾아 두리번거리다 보니 개천이 보이는데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조망으로 막아 놓았다.
벌써 터져 나오기 시작하는 꽁무니를 오므리고 허우적거리다 보니 철조망 사이로 작은 개구멍이 보인다. 배낭을 멘 채 들어갈 수 없어서 배낭을 벗어 길옆에 내동댕이치고 구멍으로 기어들어 갔다.
무릎 정도 크기도 되지 않는 풀이 듬성듬성 나 있는, 지저분하기 짝이 없는 개천가에 바지를 내리고 쭈그리는데 벌써 터질 건 다 터져 나오고 난 후.... 휴우~~~~.
어기적거리며 앉아서 신발과 양말을 벗고 바지를 벗은 후 옆에 놓고는 팬티를 벗는데 사건은 이미 터진 후였다. 개천 둑을 지나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고 고개만 구부리고 일을 마친 후, 그 팬티를 접어 깨끗한 쪽으로 대충 닦고는.... 팬티는 수풀 속으로 던져 버리고.....
엉거주춤 팬티도 없이 바지만 다시 꿰는데 냄새를 맡고 개들과 돼지들까지 꿀꿀거리며 모여든다.
그러면서도 둑 너머 팽개치고 온 배낭이 걱정이다.
앞으로 두어 달 여행할 경비 2.500 달러(350만 원)가 현금으로 그 속에 들어있다.
그뿐이랴, 1.200달러짜리 카메라, 400달러짜리 넷북(Net Book/컴퓨터), 여권까지...
대충 따져도 500만 원이 넘는다.
겨우 끝마무리를 하고 철조망을 다시 나오며 보니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 꼴을 다 보았을 테지만 무심한 얼굴로 지나친다. 인도에서는 이런 일이 크게 흉잡힐 일이 아닌 모양이다.
다행으로... 배낭은 무사하였다. 멍청한 인도 놈들...
이 배낭을 들고 튀었더라면 인도에서는 한 평생 걱정 없이 먹고 살았을 텐데.....ㅋㅋㅋㅋ
나중 버스를 타면서 냄새 때문에 어쩔까 싶었는데.... 인도가 워낙 더럽고 냄새가 지독한 곳이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다. 아니 모르는 척해 주었는지도 모른다.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