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건강불안증/ 오세길
“예전엔 안 그랬는데 요즘은 몇 잔 안 마셔도 나이 들어서 인지 뒤끝이 안 좋단 말이야” 한 친구가 이렇게 말하니 “나 이것 먹으니까 좀 마셔도 아침엔 거뜬하거든” 하며 주머니에서 건강식품 한 봉지를 보여주며 “이것 내가 구해줄 터이니 한번 먹어봐” 한다. 친목모임행사를 마치면 자연스럽게 비슷한 연배끼리 자릴 옮겨가며 2차 3차 시간가는 줄 모른다. 노년의 신체변화가 화두가 되면 자기가 경험한 민간요법, 또는 무얼 먹었더니 어떤 증상이 개선됐다는 둥, 그럴 때는 어찌하라며 척척박사들이다. 노년층이 돼가니 신체 각 부위에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질병이라 생각하며, 건강불안증이 자연스럽게 전염되어간다.
노년이 되면 신체 여기저기 변화가 생기기 마련이다. 어느 때는 시야가 흐리고, 어느 때는 이유 없이 배가 더부룩하고 쿡쿡 아프다. 갑자기 기침이 나온다거나, 조금 빨리 움직이면 숨이 찬다. 이거 무슨 질병의 전조증상인가 하여 노년건강 불안증에 병원 찾아가면 검진결과는 이상 없다.
고사 성어에 기우杞憂 라는 말이 있다. 열자列子의 천서편天瑞篇에 고대 중국 기 나라에서 살던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지 않을까’라는 쓸데없이 걱정 하는 얘기가 나온다. 주로 일어나지 않을 일들에 대해 과하게 걱정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기우’ 라는 말은 있을 수 없는 가능성에 얽매이는 것, 즉 허황된 생각을 비판하는데 쓰이고 있다.
나이 들면 횡격막과 호흡에 사용되는 근육이 약해진다. 폐 포 와 폐 안의 모세혈관도 줄어든다. 가만히 있어도 예전보다 산소가 적게 들어와 좀 과격하게 움직이면 숨이 찰 수 있다. 이건 질병이 아니다. 체내 산소공급량에 적응하면서 꾸준히 운동하면 숨찬 증세는 좋아진다. 기침은 폐에 들어온 세균이나 이물질을 밖으로 내보내기 위한 자동 제어장치이다. 미세먼지 많은 날 기침이 자주 나오는 것은 호흡근육이 제대로 작동한다는 증거이다. 만성적 기침이 아니라면 병원에 갈 필요가 없다.
노년에는 위장이 더디게 움직인다. 탄성도 줄어들어 음식이 조금 많이 들어오면 배가 더부룩하고 쿡쿡 아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또한 담즙 생산이 적어져 젊을 때 잘 먹었던 기름진 고기를 먹으면 소화가 안 될 수 있다. 또한 젖당 분해효소도 적어져 우유를 마시면 속이 거북하고 가스가 찰 수 있다. 노년에는 대장도 더 느리게 움직여 식이섬유를 많이 섭취하지 않으면 변비가 생긴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채소류를 섭취하고 걷기운동을 많이 하는 생활습관으로 변비는 좋아질 수 있다.
나이 들면 고음을 듣기 어려워진다. 노인성 난청이 온 것이다. 특히 모음보다 자음을 잘 못 듣는다. ㅋ, ㅌ, ㅍ, ㅊ, 의 자음 대부분은 고음으로 알아듣지 못할 수 있다. 그래서 노인에게는 큰 소리로 말하기보다는 자음을 또렷이 발음 하는 것이 대화소통에 도움이 된다. 노인성 난청이 온 사람에게는 거실에 있는 TV를 ‘테레비’ 라고 말하는 것 보다 ‘에레비’ 라 말하면 입모양을 보고 더 잘 알아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음성 톤이 높은 딸 목소리보다 저음인 아들 말을 더 잘 알아 듣는다. 그렇지만 노인성 난청이 심해지면 아마 저음도 듣기 어려워진다.
자연적으로 늙어가는 노화현상을 이해하지 못하면 노년건강불안증이 된다. 나이 들면 음식을 삼킬 때 인후가 기도 뚜껑을 닫는 섬세함이 둔해진다. 음식을 먹을 때 인후가 기도 뚜껑을 재빨리 닫지 못하면 음식물이 식도로 가지 않고 기도를 막아 갑자기 재채기를 한다. 인후가 기도 뚜껑을 닫는 것이 일치하지 못하면 사레들린다고 말한다. 노인들이 인절미나 젤리, 또는 알사탕을 먹다가 질식사레가 나는 요인 중 하나이다. 심하면 위험해져 응급사고가 발생한다.
최근 매스컴에서 극찬하는 슈퍼 푸드 중 하나인 열대과일‘아보카도’가있다. “오메가 3 지방산과 20여 가지의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하게 들어있어 뇌 건강을 향상시키고 나뿐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관절염을 완화시킨다. 눈 건강에 좋은 루테인과 제아잔틴을 함유하여 필수적인 항산화 물질이 많아 안구보호에 좋다.” 이러한 입소문에 ‘아보카도’를 섭취 한 후 기절, 119구급차로 대학병원응급 처치를 받았다는 보도가 있다. 좋은 성분도 있지만 그 속엔 ‘퍼신persin’ 이라는 독소도 들어있어 알레르기성쇼크 가 발생하여 기절하니 위험해진다. 또한 다량 들어있는 칼륨에 의한 부작용도 있다. 노년에는 간肝 세포수가 줄어들고 간으로 흐르는 피가 줄어든다. 그래서 화학공정 역할을 하는 간 효소의 효율성도 떨어진다. 건강식품, 민간요법약초를 함부로 과다 섭취하면 약물대사가 늦어지고 체내 잔 존 량이 많아져 부작용이 일어난다. 무분별한 노년건강불안증은 진짜 큰 질병을 만들게 되어 위험할 수 있다.
노인들은 물대신 홍차, 녹차 같은 카페인 음료를 많이 마시게 되면 체내수분을 배출하는 작용이 늘어 몸 안의 수분부족 상태를 만들어 낸다. 커피는 마신양의 2배 녹차는 1,5배의 정도의 수분을 배출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당糖이 들어간 주스나 탄산음료도 많이 마시게 되면 체내수분을 배출하여 탈수를 유발한다. 어떤 사람들은 물을 많이 마시면 암, 심장질환, 소화기질환, 알레르기질환, 등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임상연구 전문가들은 그것은 과장된 주장이라 말하고 있다. 물이 질병을 막아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요로결석을 제외하면 물이 직접적인 예방 치료효과를 보이는 질병은 없다.
물을 마시면 입에서 목을 통하여 위, 그다음 소장, 소장을 통하여 대장을 거쳐 몸에 흡수되는 과정에서 수분은 각장기의 기능을 원활하게 해주는 윤활유 같은 기능을 가지고 있다. 즉 온몸을 돌면서 신진대사의 핵심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래서 그냥 찬물보다는 체온과 비슷한 물을 조금씩 자주 마시면 오히려 인체 모든 장기의 윤활작용을 원활하게 해준다.
노년건강불안증은 없는 질병을 스스로 만들어 내는 어리석음으로 이어진다. 고령화 시대를 살아내는 지혜는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인체의 노화과정을 올바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우리인체의 노화현상 지식과, 지혜로운 노년의 삶, 좋은 생활습관으로 연결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