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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사랑 여행 스크랩 ‘먹이주기’로 만나는 겨울철새
天風道人 추천 1 조회 36 14.08.15 00:26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우리 선조는 새 소리를 들으며 하루를 시작하고, 석양이면 둥지로 깃드는 새를 보며 일과를 접었다. 제비와 뻐꾸기소리로 농사의 시작과 파종시기를 알았고, 한 번 배필을 정하면 평생 짝을 바꾸지 않는 기러기의 정절을 본받아 혼례 때 전안례奠雁禮를 행했고, 어미닭이 병아리를 돌보는 자상함과 한편 매서움을 자녀양육 방책으로 삼는 등,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을 영위했다.

또 선인들이 새들을 인식하던 방식도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삼족오三足烏, 솟대 등 민속에서는 종교성까지 느껴진다. 새에게서 인간을 보려한 것이다. 앞마당에 학鶴을 놓아기르면 학의 생명력과 고고한 자태와 기품이 내 삶 속에 깃드는 것으로 믿었으며, 늦가을 감을 따면서는 몇 개를 추운 겨울에 새들이 먹으라며 ‘까치밥’으로 남겼다.

지난겨울에도 우리 산하에는 혹한의 북녘으로부터 많은 철새들이 날아와 겨울을 났다. 기러기를 비롯해 그 수는 100여 종이며 수백만 개체에 이른다. 전 세계적으로 개체수가 5천여 마리로 파악되는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호)의 경우 3천여 마리가 우리나라에서 겨울을 난다.


 

계절에 따른 철새의 다양성은 우리들 삶의 이정표이자, 소중하게 보존해야 할 천연자원이다. 이들이 사라진 세상이란 사람도 살아갈 수 없는 세상임을 의미하는데, 철원평야, 금강하구 등 도래지를 찾아오는 철새의 수는 현저히 감소하는 추세다. 개발과 환경오염으로 서식지가 줄어들며, 야생동물에 대한 인심 또한 야박해, ‘철새도래지’로 지정되면 개발에 지장이 있다며 들판에 떨어진 낙곡을 먹는 철새들을 쫓기 위해 논을 갈아엎는가 하면, 도살한 소의 가공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을 독수리에게 줬다가 논 주인의 민원 제기로 중단된 일도 있다. 먹이 공급이 중단되었는데도 무작정 기다리며 앉아있는 100여 마리 독수리의 눈빛이 처연하다.

한국조류보호협회에는 하루 평균 여남은 마리의 다치거나 폐사된 새가 신고되거나 이송돼온다. 먹지 못해 기진한 새가 대부분이다. 먹이 공급 등 보살핌으로 안정을 되찾아 자연으로 돌아가는 새도 44있지만, 시설은 포화상태다. 여기에 ‘먹이주기’에 대한 논란은 구구하다. 야생조류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새들의 자연성을 해치는 일로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먹이주기는 ‘사육’ 개념이 아니다. 굶어 죽을 위기에 처한 새들에게 번식지로 돌아갈 때까지 명줄을 이어가게 하기 위한 최소한의 먹거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일반의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며, 획기적인 ‘자연문화재’ 정책도 추진되어야 한다.


입동을 전후해 남녘을 향해 석양의 하늘에 대형을 지어 나는 기러기의 모습은 인간이 원시자연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그리움을 상징하는 정취이다. 또 이들의 고운 자태와 노래는 아름다움을 좇는 예술과 문학 등 창작활동의 대상이었다. 동물은 농경사회가 정착되면서부터 가축으로 길들여지기 시작해, 안전시설과 기술이 확보되면서부터 달라졌다. ‘반려동물’로까지 지위가 달라진 애완동물의 종류와 수가 크게 늘었고, 동물원의 규모도 커졌으며, 축사는 공장식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울타리 안 동물들의 삶은 행복해졌을까? 전혀 그렇지 않다. 죽을 때까지 알만 낳는 닭보다 칼을 발톱에 차고 살벌하게 싸우는 투계가 더 인도적이라는 평가이니, 비좁은 우리에서 사료만 먹고, 알을 낳거나 살을 찌워야 하는 등, 동물 본래의 삶을 상실한 가축들의 삶은 비참하다. 조류독감 바이러스가 철새의 배설물에서 검출되었다는 것만으로, 우리는 수백만 마리의 닭·오리 등 가금류들을 땅 속에 묻었다. 그러나 모든 동물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내재적 가치를 지닌 존재이므로 그들의 존엄성은 침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과 공존하기 위해서는 ‘만물의 영장’을 고집하는 오만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필자는 현직교사시절부터 관계기관과 조류보호협회 등 단체의 자료지원 등 협조를 받아 ‘어린이탐조클럽’을 조직해 곳곳 철새도래지 철새의 생태를 관찰하면서 자연의 소중함을 가르쳤다. 삭풍이 몰아치는 얼어붙은 대지를 딛고 서서 힘차게 비상하는 기러기의 군무나 우아한 두루미의 날갯짓에 환호하며 행복해하던 아이들의 모습들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 아이들은 ‘자연은 아는 만큼 볼 수 있고, 볼 수 있는 만큼 사랑할 수 있다’를 체득한 것이다.

 

 



글·임채수, 한국조류보호협회 교육·홍보담당 자문위원 사진·문화재청, 연합콘텐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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