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절도에 대한 배상(1-4)
사람들은 실수나 범죄를 감추려는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으며, '증거가 없으면 괜찮다'는 생각으로 거짓말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행동은 하나님의 공동체를 파괴하며 용납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것을 몰래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정직함과 책임감을 유지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도와 말씀으로 자신을 무장하며 유혹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1사람이 소나 양을 도둑질하여 잡거나 팔면 그는 소 한 마리에 소 다섯 마리로 갚고 양 한 마리에 양 네 마리로 갚을지니라 2도둑이 뚫고 들어오는 것을 보고 그를 쳐죽이면 피 흘린 죄가 없으나 3해 돋은 후에는 피 흘린 죄가 있으리라 도둑은 반드시 배상할 것이나 배상할 것이 없으면 그 몸을 팔아 그 도둑질한 것을 배상할 것이요 4도둑질한 것이 살아 그의 손에 있으면 소나 나귀나 양을 막론하고 갑절을 배상할지니라(1-4)
하나님께서는 다른 사람의 재산을 귀하게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의 재산을 욕심내서 도둑질하게 되면, 도둑질을 강하게 처벌하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 정상 참작을 하셔서 처벌을 달리하도록 하셨습니다.
(1) 가축을 훔쳤을 때의 배상(1,4)
각종 재산상의 피해를 일으키는 사례들에 대한 처벌과 배상 규정들이 나열됩니다. 피해를 유발하는 양상은 다양합니다. 절도와 과실, 전당물의 관리 소홀, 분실물의 착복 등입니다. 가축 도둑질에 대한 배상 규정이 2, 3절을 중간에 두고 갈라져 있습니다. 만일 소를 훔쳐서 도축을 했거나 팔았는데 발각되었다면, 다섯 배의 배상금, 즉 소 다섯 마리의 배상금을 물어야 합니다. 그러나 양/염소(세)의 경우 네 마리의 배상금이 부과되었습니다. 소는 가장 비싼 재산이었기에 더 큰 벌금이 내려진 것으로 보입니다. 대표적인 가축 나귀가 누락되어 있는데, 양/염소에 준한 배상을 했을 것입니다. 훔친 가축이 아직 절도자의 수중에 살아 있다면, 두 배를 배상해야 했습니다(4). 한편 주변 나라들에서는 절도죄가 훨씬 가혹하게 다루어졌습니다. 히타이트 법전 57-59조와 함무라비 법전 8조는 절도죄를 30배나 되는 엄한 벌금으로 다스렸습니다. 히타이트의 경우 나중에 15배로 줄였지만 여전히 큰 벌금이었습니다. 그러나 성경에서 벌금은 최대 다섯 배에 그칩니다. 가끔 나오는 일곱 배의 징벌은 완전한 징벌에 대한 상징적 표현으로 보입니다(잠 6:31; 창 4:15; 레 26:24). 도둑이 자수했을 경우 레위기 6:4-5의 속건제 규칙이 적용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범죄자는 장물의 원금에 20%를 추가해서 갚아준 뒤 성소에 올라가 속건제 숫양을 드려 자신의 죄 문제를 해결해야 했습니다. 이런 자백의 기회는 절도범뿐 아니라, 타인의 물건을 우연히 습득한 사람들에게도 열려 있었습니다. 가축 외에 옷, 귀중품, 생활 비품과 같은 다른 물건의 절도에 대해서는 두 배의 배상이 벌금으로 부과된 것으로 보입니다(7,9).
(2) 도둑에게 입힌 상해와 배상(2-3)
이 규정은 가축을 훔치려는 시도뿐 아니라 모든 도둑질에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담이나 벽을 뚫고 침입한 도둑이 맞아 죽었을 경우, 야간 침입과 주간 침입으로 사례가 구분되었습니다. 야간에 침입자를 발견한 주인이 그를 때려죽이면, 그 주인은 무죄입니다. 날이 어두워 도둑의 무장 상태와 분명한 의도, 그리고 그의 몸집 크기 등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주인에게도 위협적인 상황이었으므로 그것은 정당방위로 인정되었습니다. 그러나 밝을 때 도둑을 때려죽인 경우는 문제가 달랐습니다. 주인은 피를 흘리지 않고 도둑에 대처할 여러 가지 방안이 있었기에 그는 그 피값을 책임져야 했습니다. 만일 물건을 훔쳐간 도둑이 나중에 체포되었는데 배상할 돈이 전혀 없다면 그는 몸을 팔아 그 돈을 갚아야 하는데(3) 두 배의 배상금이 부과되었습니다(참조. 4,7,9).
농작물 피해에 대한 배상(5-6)
하나님께서는 공동체 안에서 부주의로 인해 관계가 깨지지 않도록 하십니다. 부주의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신뢰가 무너져 관계가 손상될 수 있습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처럼 교회 안에서도 신뢰가 중요하며, 만약 자신의 부주의로 손해를 끼쳤다면 삭개오처럼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겸손하게 인정하고, 그로 인한 피해를 복구하려는 책임감 있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5사람이 밭에서나 포도원에서 짐승을 먹이다가 자기의 짐승을 놓아 남의 밭에서 먹게 하면 자기 밭의 가장 좋은 것과 자기 포도원의 가장 좋은 것으로 배상할지니라 6불이 나서 가시나무에 댕겨 낟가리나 거두지 못한 곡식이나 밭을 태우면 불 놓은 자가 반드시 배상할지니라(5-6)
어떤 사람의 가축이 어쩌다 남의 밭이나 과수원에 침입해 작물을 망쳐놓았을 때 자신의 가장 좋은 농작물로 피해를 배상해야 합니다. 불을 놓다가 의도치 않게 타인의 밭에 불이 번져 곡식을 태우면, 불을 놓은 사람이 모두 배상해줘야 합니다(이와 비슷한 법 조항인 히타이트 법전 105-107조를 보라). 건기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불은 늘 위협적이었습니다. 특히 불이 잘 붙는 가시나무들이 주로 밭 가장자리에서 많이 자랐습니다. 추수기에 메마른 가시나무는 잎에 불이 떨어지면 순식간에 밭 전체로 번질 수 있었습니다. 프리만(J. M. Freeman)에 의하면, 농부들은 이 시기에 대단히 조심했는데, 요단 골짜기 근처의 아랍인 지역에서는 실수라 하더라도 불을 낸 사람은 사형시키기도 했습니다.
전당물의 손실에 대한 배상(7-13)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맡긴 것은 그 사람에 대한 신뢰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책임 없이 상대방에게 손해를 끼친다면, 이는 신뢰와 관계를 깨뜨리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신뢰를 깨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최근에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했다면, 이를 인정하고 사과하며, 피해를 복구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진정한 회개, 책임감 있는 행동, 그리고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한 정직과 성실함이 요구됩니다.
7사람이 돈이나 물품을 이웃에게 맡겨 지키게 하였다가 그 이웃 집에서 도둑을 맞았는데 그 도둑이 잡히면 갑절을 배상할 것이요 8도둑이 잡히지 아니하면 그 집 주인이 재판장 앞에 가서 자기가 그 이웃의 물품에 손 댄 여부의 조사를 받을 것이며 9어떤 잃은 물건 즉 소나 나귀나 양이나 의복이나 또는 다른 잃은 물건에 대하여 어떤 사람이 이르기를 이것이 그것이라 하면 양편이 재판장 앞에 나아갈 것이요 재판장이 죄 있다고 하는 자가 그 상대편에게 갑절을 배상할지니라 10사람이 나귀나 소나 양이나 다른 짐승을 이웃에게 맡겨 지키게 하였다가 죽거나 상하거나 끌려가도 본 사람이 없으면 11두 사람 사이에 맡은 자가 이웃의 것에 손을 대지 아니하였다고 여호와께 맹세할 것이요 그 임자는 그대로 믿을 것이며 그 사람은 배상하지 아니하려니와 12만일 자기에게서 도둑 맞았으면 그 임자에게 배상할 것이며 13만일 찢겼으면 그것을 가져다가 증언할 것이요 그 찢긴 것에 대하여 배상하지 아니할지니라(7-13)
본문에서는 누군가가 남에게 맡긴 재산이 도난당하거나 손실된 경우에 대한 배상 규정을 다룹니다. 도둑이 잡히면 두 배로 갚아야 하며, 도둑이 잡히지 않으면 재산을 맡은 사람이 법정에서 배상 책임 여부를 판단받아야 합니다. 또한, 맡긴 동물들이 다치거나 죽은 경우에도 책임자가 배상해야 하며, 증거가 없으면 하나님께 맹세하여 책임을 면제받을 수 있습니다.
(1) 도둑 체포 여부에 의한 판결(7-8)
이 사례는 다른 사람에게 물건을 맡긴 뒤 발생한 문제들에 대한 것입니다. 이웃집에 맡겨놓은 물건이 도둑을 맞았는데, 도둑이 잡히면 도둑은 두 배로 배상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도둑이 잡히지 않았을 경우입니다(8). 집에서 물건은 없어졌는데 범인은 알 수 없습니다. 그렇다면 물건 주인은 물건 맡은 그 집주인을 의심할 수 있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린 사람은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물건 주인과 성소로 올라가 재판장 하나님께(개역개정 “재판장”) 판결을 맡길 수 있습니다. 만일 판결을 내리시는 분이 하나님이라면, 어떤 방법을 쓰셨는지는 본문이 침묵합니다. 당대 사람들이 다 아는 관행이기에 본문이 생략한다고 주장하기도 하고, 우림과 둠밈과 같은 신탁을 통해 결정되었을 것이라 생각하는 이들도 있습니다. 고대 이스라엘에서도 율법의 한계 때문에 많은 경우 양심에 호소하고 신적 개입을 탄원할 수밖에 없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2) 분실물 확인에 의한 판결(9)
사람이 분실한 물건이나 가축을 우연히 타인이 갖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자신의 소유권을 주장하였을 때, 만일 그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그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두 사람은 성소로 올라가 재판장이신 하나님께 판결을 맡겨야 합니다. 하나님에 의해 유죄로 판결이 난 사람은 상대방에게 두 배로 변상해줘야 했습니다.
(3) 맡긴 짐승의 손실에 대한 판결(10-13)
만일 가축을 이웃 동료에게 잠시 맡겨놓았는데, 죽거나 상해를 입었거나 분실된 경우에 대한 판결입니다. 죽거나 상해를 입었을 때는 가축을 심하게 부리다가 문제가 발생했다고 생각할 수 있었고, 분실했을 때는 그 사람이 숨겨놓았다는 의심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짐승을 맡아준 사람이 자신의 결백을 맹세하면 혐의를 벗을 수 있습니다. 그 주인은 그 결백의 선언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11). 구약에서 여호와의 이름으로 맹세하는 것은 목숨을 담보로 하는 대단히 위험한 일이었습니다. 따라서 그 자체로 그 사람의 혐의가 벗겨질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맡은 사람의 관리 소홀로 가축을 도둑맞으면 주인에게 배상을 해야 했고(12), 들짐승에게 물려 죽었으면 책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 사체를 가져다 증명해야 했습니다(13).
빌린 짐승의 상해에 대한 배상(14-15)
우리가 실수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었을 때, 회복을 위한 첫걸음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책임을 지는 것입니다. 사과와 보상이 필요하며, 이것이 진정한 회개로 이어질 때 신뢰가 회복될 수 있습니다. 본문은 빌려간 물건이나 동물에 손해가 발생했을 때, 이를 갚아야 한다고 가르칩니다. 이는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입니다.
14만일 이웃에게 빌려온 것이 그 임자가 함께 있지 아니할 때에 상하거나 죽으면 반드시 배상하려니와 15그 임자가 그것과 함께 있었으면 배상하지 아니할지니라 만일 세 낸 것이면 세로 족하니라(14-15)
당시 이스라엘 사회에서는 짐승을 빌리거나 세를 냈습니다. 그런데 빌리는 것과 세내는 것은 차이가 있습니다. 빌리는 것은 돈을 지불하지 않고, 세내는 것은 돈을 냅니다. 빌려온 가축이 주인 없는 사이에 다치거나 죽으면, 빌린 사람이 배상을 해야 합니다(14). 그러나 주인이 함께 있을 때 일이 발생하면, 그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습니다(15). 만일 그 사람이 가축을 빌린 것이 아니라 돈을 지불하고 세낸 것이라면, 관리 소홀이 아닌 불가항력적인 사고에 대해서 책임질 일이 없습니다. 이 상황을 오늘날 자동차를 친구에게서 빌리거나, 혹은 업자에게서 대여하는 것에 빗대볼 수 있습니다. 친구에게서 자동차를 빌린 후, 그가 동승하지 않은 채 혼자 몰다 사고가 나면 내가 책임을 져야 하지만, 친구가 차에 함께 있었다면 사고 상황을 알기 때문에 면책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대여한 자동차라면, 돈을 지불하고 보험료도 지불하고 사용한 것이기 때문에 돌발 사고가 발생해도 내가 책임질 문제는 별로 없습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우리를 신뢰의 공동체로 부르셨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의 말과 행동이 서로를 세우고 신뢰를 쌓아가야 합니다. 만약 우리가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을 했다면, 즉시 회개하고, 책임을 지며,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신뢰의 가치를 지키며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이 되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