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바람으로 피었다가 바람으로 지리라
누가 일부러 다가와
허리 굽혀 향기를 맡아 준다면 고맙고
황혼의 어두운 산그늘만이
찾아오는 유일한 손님이어도 또한 고맙다.
홀로 있으면 향기는 더욱 맵고
외로움으로 꿏 잎은 더욱 곱다.
하늘 아래 있어 새벽이슬 받고
땅의 심장에 뿌리박아 숨을 쉬니
다시 더 무엇을 기다리랴.
있는 것 가지고 남김없이 꽃 피우고
불어가는 바람 편에 말을 전하리라.
빈들에 피는 것은
보아주는 이 없어도 넉넉하게 피는 것은
한평생 홀로 견딘 그 아픔의 비밀로
미련 없는 까만 씨앗하나
남기려 함이라고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피었다가 지리라.
끝내 이름 없는 들꽃으로 지리라
이현주
이현주(李賢周, 1944년~ )
호(號)는 관옥(觀玉)이며,
스스로 지은 호 이오(二吾)가 있다.
책을 쓸 때에는 주로 "이 아무개"라는 필명을 쓴다.
이름을 내세우지 않고 겸허히 살겠다는
그의 의지에서 비롯된 필명으로 보인다.
『길에서 주운 생각들』이아무개 울림사 2000
이분의 산문집이다.
아울러《우리는 서로 만나 무얼 버릴까》는
이현주의 詩를 소리꾼 장사익이 노래했디.
감리교 목사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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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달 석현수 글 모둠
한 송이 이름 없는 들꽃으로
석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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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29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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