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證言) - [32] 최봉춘(崔奉春) - 일본 개척의 감회 4. 도망가는 길밖에 없다 - 1
1 내가 형무소에 있으면서 도망갈 생각을 많이 했었다. 나에게 도망갈 생각밖에 안 나는 이유는, 다른 사람은 형을 마치면 자유의 몸이 되지만 나는 형을 마치면 한국으로 소환되어 모든 것이 끝나고 말기 때문이다. 그래서 길은 오직 하나, 형을 마치는 길이 아니고 도망가는 길밖에 없었다.
2 어느 날 형무소에서 사무라이(武士) 영화를 보여 주었는데 칼싸움하는 총천연색 영화였다. 나 혼자 보기에는 너무 황송해서 우리 선생님을 모시고 함께 이 영화를 보았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눈물을 흘리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3 내가 너무나 선생님을 보고 싶어 해서 그런지 선생님께서 꿈에 나타나셨다. 10년 만에 나타나신 꿈이었다. 선생님의 발을 붙잡고 “선생님 10년 후가 아니라 20년 후, 30년 후, 50년 후에도 저를 찾아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하면서 눈물로써 발을 씻어드렸다.
4 형무소 안에서도 기도의 생활은 계속되었다. 밤 1시나 2시경에 일어나 기도를 하면 도망가는 것이 아닌가 하고 간수가 소리를 치곤했다.
5 내가 처음에 기도할 때는 옥문이 열려 바울처럼 도망갈 길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는데 아무리 기도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6 내가 이 구치소 안에 있으면서 하늘에 보답할 수 있는 길은 하늘 앞에 걱정을 안 시켜야 되겠다는 것이었다.
7 “아버지! 염려 마세요. 당신의 아들은 여기서 씩씩하고 용감하고 믿음 좋게 있습니다. 아버님, 염려하실 것 하나도 없어요!” 하고 하늘을 위로할 수 있는 기도만큼은 내가 할 수 있었다.
8 아무리 감옥을 빠져나가려고 해도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이 없었다. 그럭저럭 6개월이 다가왔다. 다른 사람들은 그날이 오기를 얼마나 기다리겠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