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 역시 그들은 슬라브적 비감(悲感)과 우수를 음악에 투영시킨 차이코프스키를 아는구나."
차이코프스키 작품에는 그의 염세적 성격과 불행한 가정생활, 당시제정 러시아를 짙누르던 암울한 정서가 짙게 배어 있다.
겨울로 상징되는 러시아 대륙에서 온 모스크바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차이코프스키가 교향곡 6번 '비창' 곳곳에 배치해놓은 절망과 탄식, 비애를 놓치지 않고 어둡고 처절한 선율로 그려냈다.
탁월한 해석과 실력으로 최근 제2 전성기를 맞고 있는 상임 지휘자유리 시모노프(61). 그가 섬세하게 조각해낸 슬픈 현의 앙상블은 어느새 청중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러시아 추위를 이들이 몰고와서일까. 세계 정상의 모스크바 필하모닉은 예년보다 일찍 찾아온 추위에 움츠렸던 지난 24, 2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인상적인 내한공연을 펼쳤다.
유리 시모노프는 50여 분 소요되는 대곡인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4번'(24일) '교향곡 6번'(25일)을 정교한 짜임새를 기반으로 여유있게끌어갔다.
모스크바 필하모닉은 특히 현악부가 강했다. 곡 전체 분위기를 안정시키는 목관부도 괜찮았지만 흔히 오케스트라에 기대하게 마련인 웅장함과 박진감을 연출하는 관악부는 조금 떨어졌다.
음악 칼럼니스트 유혁준은 "러시아 특유의 선율을 만끽할 수 있는 훌륭한 연주였다"며 "국내에서는 보기 드문 무대였지만 7일 간 계속되는 연주 일정 탓인지 오케스트라가 피곤에 젖은 듯 흔들렸다"고 평했다.
한편 협연자로 나선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백건우(56)는 나이가 들어도 때묻지 않은 시정(詩情)에다 연륜까지 더한 절정을 보여줬다.
파리를 떠나 모처럼 한국을 찾은 그는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1번'과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고국 팬에게 선사했다.
음악회는 연주자와 청중이 함께 만든다. 느닷없이 울리는 휴대폰 벨소리, 악장간 박수, 지각 입장이 좋은 연주를 망칠 수 있다는 사실을늘 명심해야 할 것이다.
모스크바 필하모닉 내한공연에도 여지없이 이런 악재가 튀어나와 분위기를 흐렸다.
<전지현 기자>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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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옴>모스크바필 24, 25일 내한공연 리뷰
김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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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8.01.28 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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