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화초 기르기 바통터치를 하다" 라는 주제로 글을 쓴 적이 있다. 벌써 7개월이 지났다. 7개월 동안 많은 변화가 있었다. 살아가면서 내가 사람을 포함한 동식물 중 가장 많이 만나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우리 집의 화초이다. 내가 여기서 만난다는 의미는 그저 보는 것이 아니라 사랑을 주고받는 것을 말한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참으로 행복하다. 7개월전까지만 해도 사랑은 사람과 주고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집에 애완동물을 키우지 않기에 동물과의 사랑도 느끼지 못했다. 그런 내가 말도 못하는 식물에 관심을 가지면서 사랑에 빠지다니 정말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사랑은 관심이고 기브 앤 테이크가 아니라 기브라고 생각한다.
집사람으로부터 화초 가꾸기 바통터치를 받아 1년간은 1주일에 한번 정도 물만 주었다. 글쓰기의 소재가 없어 작년 9월 화초를 주제로 글을 쓰고부터 부쪽 관심이 많아졌다. 1주일에 2번 정도 물을 주고 가지가 옆으로 뻗어 나가면 지지대와 줄을 이용하여 바르게 자랄 수 있도록 잡아 주었다. 게다가 주간에는 햇볕을 충분히 받을 수 있도록 커텐을 올려라고 집사람에게 당부했다.
그 덕분에 화초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 주었다. 1년에 한번 분갈이도 해주고 전지작업도 해 줘야 하지만 아직은 그 정도의 실력은 갖추지 못했다. 내가 화초에 부쩍 관심을 가지니 집사람이 소원했던지 당신이 그렇게 애지중지하는 화초들의 이름은 아느냐고 물었다. 실은 화초의 이름도 모르고 혼자 짝사랑했던 것이다.
짝사랑을 하더라도 이름이라 알고 하라면서 이것은 금전수이고 저것은 소모부 인디아이며 요것은 오렌지 자스민이라고 했다. 금전수는 돈이 굴러 들어오는 Money Tree이고 열대식물이라 물을 자주 주면 안된다고 했다. 소모부 인디아는 공기청정 효과가 뛰어난 관엽식물로 생명력이 강하고 오렌지 자스민은 잘 키우면 꽃이 피어 향기가 그렇게 좋다고 했다.
태어나서 화초에 관심을 가지고 사랑에 빠진 적은 딱 2번 있었다. 한번은 초딩시절 자연 시간에 꺾꽃이를 배워 실험차원에서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땅에 심어 놓고 물을 주면서 매일 싹이 트는지 살펴봤다. 신기하게도 수십일이 지나니 싹이 나고 이파리가 돋았다. 어린 마음에 학습의 효과와 생명의 소중함 및 사랑의 의미도 알았다.
나이 70을 바라보면서 어릴 때의 그 느낌을 다시 받아 감회가 새롭다. 화초를 키우면서 내가 가장 기분이 좋고 뿌듯하게 생각하는 것은 새로운 싹이 돋는 것과 기존의 잎사귀가 더욱 더 싱싱해지고 풍성해지는 것이다. 이것은 바로 성장을 의미한다. 사람이던 식물이던 성장이 멈춘 삶은 죽은 삶이나 다름없다.
인간은 청소년기를 넘기면 성장이 멈추지만 그 이후로도 자신이 어떤 자세로 살아가는냐에 따라 정신적인 성장은 끝이 없다. 정신적인 성장을 위해서는 죽을 때까지 운동과 학습이 수반되어야 하고 그를 통해 사랑하는 대상물이 많아지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랑이란 어떤 대상물을 애틋하게 그리워하고 열렬히 좋아하는 마음이다.
아마도 이런 사랑은 연애시절엔 한번쯤은 느껴 봤을 것이다. 죽기 전에 그런 달콤한 사랑을 다시금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말 못하는 화초들에게 그 기대를 걸어 본다. 화초는 내가 탓을 하던 짝사랑을 하던 대꾸가 없다. 지금까지는 상대의 반응에 따라 나의 언행이 뒤따랐기에 진정한 사랑을 하지 못한 듯하다.
때늦긴 하지만 화초와 무언의 대화를 나누면서 진정한 사랑을 나누고 싶다. 어느 시점에 교감이 된다면 사람들에게 적용해도 통하리라 본다. 그날을 기대하면서 더 찐한 사랑으로 너희들을 대할 것이다. 나의 짝사람 상대가 셋이나 되어 지금도 버거운데 지난주 집사람이 다육이 6형제를 입양했다.
아직 화분에 옮겨 심지 않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것은 집사람의 몫이기에 다육이 짝사랑은 바통터치 후 할까 한다. 내가 집사람에게 화초에 대해서 글을 또 써 볼까 한다고 하니 우리가 기르는 화초는 화초도 아니기에 그것을 알고나 써라고 했다. 화초에도 등급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와 인연이 되어 함께 하면서 사랑에 빠질 수 있다면 그 화초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