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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계획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창촌1교 → 내면성당 → 석화산 → 문암산 → 만나산장가든 → 백성동 마을 입구'의 7.7km를 5시간 동안 탐험할 예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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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화산
높이: 1,146m
위치: 강원도 홍천군 내면 창촌리
암봉과 노송이 한 폭의 동양화 병풍 같은 석화산은 옆에 문암산이 있고 지역에서는 통상 석화산이라고 부르며 묘미한 바위봉우리들은 항상 눈꽃에 뒤덮인 산 같이 보인다.
해발 600m 고원의 산촌 창촌리를 감싸고 있는 산으로 봄철에는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고 가을 단풍의 절경은 설악을 방불케 한다.
특히 문암산에서 북능선 해발 1000m 부근에는 산채와 야생화의 천국이다. [출처: 홍천군]
10월 첫 주 산행은 일요일인 2일 천고지 중 하나인 홍천의 오지 석화산을 다녀오기로 했다. 홍천에 해발 1,000m가 넘는 문암산? 석화산이라는 산이 있다는 것도 2022년 3월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됐다. 물론 한국의 산하를 비롯해 익히 아는 산 관련 사이트에서 소개를 찾아봤으나, 산행기에나 등장하지, 산 소개는 어디에도 없다. 해서 마지막으로 구글링해 홍천군 관광 포털에서 발견한 몇 줄의 소개지만, 산행기를 보면, 내가 늘 찾아다니던 산이다. 하지만, 산 관련 사이트에서 찾을 수가 없는 걸 보면, 실제와 산행기가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까만 소가 추가 선정한 100+에 들어 있는 거로 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아 보여, 직접 가보기로 했다.
물론 까만 소 인증 대상이 아니라도 해발 1,000m가 넘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야 할 산이다. 해서 먼저 각 안내 산악회 사이트에서, 석화산이나 문암산으로 산행 계획이 있는지 찾아봤으나 없어,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토대로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을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참고할 만한 지도를 찾아봤으나, '한반도의 산하'라는 곳에서 만든 지도가 유일했다. 그 외에는 산꾼의 트랙 기록이다. 해서 지도 앱과 등산 앱의 지도를 찾아보니, 한반도의 산하 지도와는 석화산과 문암산의 위치나 지명이 다르다. 하다못해 두 개의 등산 앱도 서로 다르다. 물론 등산로도. 해서 여러 지도를 놓고 서로 비교해 본 바, 산꾼들은 '한반도의 산하' 지도를 토대로 해발 1,149m의 봉우리를 석화산이라 부르고, 약 1시간 거리에, 1,164m로 그보다 조금 높은 봉우리를 문암산이라 부르고 있다.
구 지도를 자세히 보면, 석화산은 해발 814m의 마을 뒷산이고, 해발 1,146m의 봉우리가 (현재 석화산으로 불리는) 문암산이다. 그러다가, 산꾼들이 1,146m의 문암산만 오르기에는 부족해 1시간 거리에 있는 그보다 조금 높은(그 지역에서 가장 높은) 봉우리까지 연결하는 산행을 하기 시작하면서 명칭이 석화산이 문암산으로 문암산은 무명의 봉우리로 시프트 해 현재의 석화산과 문암산이라는 이름이 붙여진 게 아닐까? 물론 어디까지나 내 추측이다. 이 추측의 근거 중 하나가 등산 앱이나, 지도 앱의 등산로를 보면, 현재 문암산이라 불리는 봉우리까지는 등산로가 없다. '한반도의 산하' 지도에는 등산로가 있는 거처럼 표기되어 있으나, 어디까지나 그렇게 가면 된다는 거지, 잘 정비된 등산로가 있다는 건 아니다. 그건 앞선 산꾼의 산행기를 봐도 알 수 있다. 말인즉, 석화산을 지나 문암산을 거처 하산까지 쉽지 않을 거란 얘기다. 그렇게 돌아봐야 채 10km도 안 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 산행 계획을 세운 이상 서두를 이유가 없어, 안내산악회 산행에서 갈만한 산이 없을 때 가기 위해 뒤로 미뤄두고 있다가, 언제나처럼 안내산악회 산행 게시판에서 목표한 산이 있나, 뒤적이고 있다가, 6월 28일 화요일에 출발하는 홍천 석화산행을 발견했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산이라 급할 건 없지만, 가성비도 좋고 편안하게 갈 수 있는 산행을 포기할 수 없어 무리해서 신청했다. 예상대로 까만 소 100+ 인증 대상이나, 평일이라 성원을 채우지 못해 8월 16일 화로 연기됐다. 그리고 8월 16일 또한 성원 미달로 10월 4일로 화로 연기됐다. 문제는 여기서 발생했다. 8월 16일 산행을 위해 모든 준비를 마친 상태였는데, 산행 이틀 전 연기되는 바람에 몇 가지 대안 중 선택한 게 백두대간 늘재~문장대 구간이다.
애초 이 구간은 늘재에서 피앗재까지 무박으로 달릴 예정이었으나, 둘로 나눠 진행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는 생각에 이 구간 산행을 신청하고 바로 입금했다. 그런데, 이 산행도 태풍 때문에 석화산과 같은 날짜인 10월 4일로 연기됐다. 같은 날 출발 예정이었으니, 안내산악회 계획상 같은 날짜로 연기하는 게 당연하지만, 나는 선택의 갈림길에 섰다. 참고로 8월 16일은 대중교통을 이용해 천고지인 횡성 오봉산을 다녀왔다[산행기]. 날이 가고 10월 4일이 다가오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그런데, 석화산행은 그 이후 몇 사람의 인솔 대장이 진행하는 게 보이기 시작해 이번이 아니라도 갈 수 있는데, 반해 의외로 백두대간 늘재~문장대 또는 속리산 구간은 보이지 않아, 석화산을 버리고 늘재를 택했다.
석화산이냐, 늘재냐? 선택의 문제만 있었던 게 아니다. 이 두 산행이 10월 4일로 연기되기 전에 안내산악회에서 보는 게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봉화 문수산을 10월 2일에 진행하는 걸 발견하고, 아무것도 따지지 않고, 8월 11일 신청했다. 봉화 문수산은 해발 1,000m가 넘는 천고지라 내 목표에는 있으나, 기관의 인증 대상으로는 선택받지 못해 인증꾼이 찾지 않아, 안내산악회도 찾지 않는 산인데, 대중교통으로 가는 것도 험난해 기회가 왔을 때 무조건 잡아야 한다. 어쨌든 10월이 시작하자마자, 격일로 산에 가야 하는 상황이다. 9월 말에도 6일 동안 세 산을 다녀왔는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그러려니 하고 있는데, 일요일 문수산행 취소자가 많아 12월 18일로 연기한다는 문자를 9월 27일 안내산악회로부터 받았다. 문제는 일기예보에 의하면 10월 4일 전국적인 비라, 백두대간 늘재~문장대 구간 또한 연기될 확률이 높다. 돌아버리는 상황이다!
10월 2일 문수산을 대신해 갈 만한 산을 찾다가, 다른 안내산악회에서 석화산에 가는 걸 발견했다. 이미 알고 있었으나, 10월 2일 문수산행과 겹치고, 작은 산악회라 성원을 채우기 힘들 거라는 판단에, 기억에서 지워버렸을 확률이 높다. 그런데, 9월 28일 내가 이 산행을 다시 발견했을 당시 44인승 버스 성원을 채우고도 빈자리가 4석에 불과했다. 해서 서둘러 입금하고 좌석을 신청해, 돌고 돌아 10월 2일 다른 안내산악회와 같이 홍천 석화산에 간다. 산행 구간이 10km가 안 되고, 서울과 가까워 점심은 날머리에 있는 식당에서 하산주와 함께 먹을 생각이나, 혹시 영업을 안 하는 때를 대비해 신사역에서 김밥을 사 갈 예정이다. 아주 오랜만의 신사역이라, 역 구내의 테이크아웃 커피집이 여전히 틈새 상품으로 김밥을 팔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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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역이 아니라 신사역 출발이라, 평소보다 10분가량 늦게 기상해 평소 아침과 다름없이 보낸 후, 6시 55분경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그런데, 분명 일기예보에는 없던 비가 내린다. 즉 예보가 틀렸다! 해서 서둘러 오늘 산행지인 홍천 석화산 주변 산악기상을 확인했는데. 비는 20시 이후부터다. 그렇다고 현재 이 동네 일기예보에 비가 있는 것도, 아니나, 비는 내리고 있어 믿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마을버스 정류장까지 우산을 쓰고 가는 것도 귀찮아, 모자를 눌러쓰고, 대신 산행 중 언제든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 파우치에 들어 있던 우산을 꺼내 배낭 옆 주머니에 넣었다.
5시 59분에 도착한 마을버스를 타고, 불광역으로 향해, 6시 6분 오금행 지하철을 타고, 너무 이른 시각이 6시 38분에 신사역에 도착했다. 과연 영업하는지 두근거리며 개찰구로 통과해 지하 통로를 지나 도착해 보니, 역시 예상대로 문을 안 열었다. 과거에도 일요일에는 문을 안 열었던 거 같기도 한데, 등산객의 성지라는 명성이 퇴색하면서, 휴일에는 문을 열지 않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점심이 걱정되는 순간이다. 대략 9시 30분이면 들머리인 홍천 내면 창촌리에 도착할 거고, 넉넉잡고 4시간 산행으로 계산하면, 13시 30분 즉 1시 30분이면 산행이 끝나니, 만나산장가든에서 늦은 점심을 먹으면 되나, 그래도 만약에 대비해야 하는 게 산행이라, 혹시 문을 연 김밥집이나, 편의점이 있나 찾아보기 위해 서둘러 밖으로 나갔다.
이번에 같이하는 산악회 버스가 출발하는 5번 출구로 나가보니, 강을 사이에 두고 내리는 비도 차별하느냐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동네는 비가 더 강하게 내리고 있다. 우산을 안 받고는 돌아다닐 상황이 아니라, 어디 비 피할 곳이 없나, 주변을 둘러보니, 버스, 택시 정류장에는 이미 등산객으로 만원이다. 그리고 저 멀리 산악회 버스로 보이는 관광버스가 정차해 있는 게 보이고, 노년의 남녀 등산객 무리가, 먹거리와 생수를 상자째 들고 그 버스로 가는데, 어디 가는지 궁금했다. 어쨌든 비를 피할 수 있는 베이스캠프를 마련한 후 먹거리도 구하고, 궁금증도 해소할 생각으로 둘러보니, 건물 입구에 서 있는 등산객이 보인다. 최소 10명 정도는 피할 수 있는 자리라, 거기로 가서 배낭을 내려놓고, 비를 뚫고 나가 주변에 김밥집이 있는지 살폈으나, 없다. 해서 편의점을 찾아보니, 의외로 가까운 곳에 있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그나마 가장 괜찮을 거 같은 불고기 김밥을 사 들고 나왔다.
김밥을 배낭에 넣고,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비를 맞고 정차해 있는 버스로 가 앞창을 보니, 목적지는 없는데, 산악회명은 뚜렷하게 보인다. 과거 몇 번 같이 했던 산악회라 친숙하다. 산악회는 알았으나, 목적지를 모르니, 베이스캠프로 돌아와 패드로 산악회 카페로 들어가 해당 산악회의 10월 2일 일요일 출발하는 버스를 확인했다. 7년 만의 개방이라는 설악산 흘림골이다. 노인네들이 단풍 구경 가는 거라, 제발 비가 오지 않기를 빌어주었다. 점심도 구하고, 궁금증도 해소했으나, 정작 내가 타야 할 버스는 감감무소식이다. 7시 출발이니, 최소 3~4분 전에는 도착해야 한다. 지각생 때문일 거라 생각하며, 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마침 비가 소강상태로 돌입한 6시 59분에 버스 두 대가 나란히 도착했다. 내 차는 뒤에 따라오는 흰색 버스다.
비록 소강상태이기는 하나, 비가 안 내리는 것도 아니라, 서둘러 버스로 달려가 짐칸에 배낭을 넣은 후 보조 파우치를 들고, 버스에 탔다. 좌석에는 오랜만에 보는 지도가 놓여있다. 자리에 앉은 후 익히 아는 거지만, 지도를 다시 살펴보고 좌석 앞주머니에 넣었다. 예정보다 1~2분 늦게 신사역을 출발한 버스는 잠실에서 나머지 승객을 태우자, 인솔 대장이 고장 난 마이크를 대신해 생목으로 이번 산행 코스와 주의사항에 관해 설명을 시작한다. 대개 중간 휴게소에서 출발할 때 하는 걸, 출발지에서 승객을 다 태우고 한다. 무언가 이상하기는 했으나, 당시에는 깨닫지 못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휴게소에 들리지 않겠다는 의사표시다. 그런데, 산행에 관한 책임은 없으나, 인솔 대장의 책임이 느껴지는 지도다. 위험한 구간은 점선 원으로, 알바의 위험이 있는 곳도 눈에 잘 띄게 별도로 표기했다. 물론 자세한 설명도!
인솔 대장이 지겨울 정도의 자세하고 반복되는 설명이 끝나자, 버스는 소등하고 취침 상태로 돌입했다. 그런데, 시원하게 고속도로를 달려야 할 버스가 거북이보다 느리다. 우중 고속도로에는 자가용으로 넘쳐난다. 대부분 7년 만의 개방 설악산 흘림골이 목표가 아닐까? 거북이걸음으로 고속도로를 기어가며 보니, 만원의 가평 휴게소를 지나친다. 내 기억으로는 휴게소는 여기가 유일하다. 그런데도 휴게소를 통과한 걸 칭찬한 이유가, 가평 휴게소를 통과하자 버스가 그나마 속도를 내며 홍천을 향해 달린다. 그러다가 내 예상 이미 내면 창촌에 도착할 시각인 9시 38분에 들머리 부근에는 화장실이 없으니, 볼일을 보라며, 국도상에 폐허가 된 휴게소 앞에 정차한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리지 않았으니, 모든 승객이 내려 산꾼 남성은 대충 볼일을 보는데, 등산객 남성과 여성은 화장실을 찾아 폭격 맞은 거 같은 휴게소로 몰려간다. 그 모습에 당연히 화장실이야 있겠지만, 기능을 할까 궁금해하며 지켜봤다.
예상대로 볼일을 못 보고 돌아왔다. 남성이야 짱박혀서 보면 되는데, 여성이 문제다. 볼일을 봤던 못 봤던, 더는 지체할 수 없어 버스는 다시 창촌을 향해 달려 10시 10분경 이번 석화산행의 들머리인 내면 성당 앞에 도착했다. 그런데, 인솔 대장의 마감 시각 발표에 내 귀를 의심했다. 애초 산악회에서 책정한 소요 시간이 다른 산악회보다 1시간 더 긴 6시간인데, 10분 늦었다고, 4시 30분으로 발표한다. 고로 주어진 산행 시간은 6시간 20분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과하다. 그나마 내일까지 휴일이라 돌아가는 고속도로가 올 때처럼 밀리지는 않겠지만, 싸한 기분이다. 결과적인 얘기나, 역시 난 미아리로 진출해야 한다. 모두들 일찍 도착하면 일찍 출발하지 않겠나, 자위하며, 폐허의 휴게소를 떠날 때 이미 등산 준비를 마친 상태라 주변을 구경한 후 바로 산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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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11분 내면 성당으로 올라가는 급경사 포장도로로 산행을 시작하며, 등산 앱으로 그 위치의 해발 고도를 확인했다. 522m! 산 소개에 보면 해발 600m 고원의 산촌 창촌리를 감싸고 있다고 되어 있어, 최소 600m는 넘을 거라 기대했는데, 전혀 아니다. 해발 1,146m인 석화산(문암산) 정상과 표고차 624m다. 말인즉 624m의 고도를 높여야 한다. 월요일 마대산에서 800m 가까이 올린 것[산행기]에 비하면 별거 아니지만, 어쨌든 쉽지 않은 산행이 기다린다. 일요일이라, 주차장 3개가 자가용으로 꽉 찬 내면 성당을 지나자, 전혀 생각지도 못한 건물이 등장해 고개를 갸우뚱했다. '백두대간 트레일 안내센터'다. 백두대간과는 상당한 거리로 알고 있는데, 안내센터라? 혹시 내가 뭘 잘 못 알고 있나, 궁금해 지도를 찾아보니, 정확히 알고 있다. 왜 여기에 '백두대간 트레일 안내센터'를 만들었을까? 들어가서 확인하고 싶었지만, 산행이 급해 그러려니 하고 지나쳐 위로 갔다.
포장된 농로를 따라 위로 올라가자 정면으로 한국에서는 흔히 보는 쌍봉이 보인다. 느낌상 석화산(문암산)이다. 그런데, 600m 이상 올려야 하기에는 너무 낮아 보인다. 그럼 앞에 보이는 산이 정규 지도에서 석화산이라 부르는 산이고, 그 뒤로 진정한 석화산, 즉 정규 지도에서 문암산으로 표기한 봉우리가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농로를 따라 10분가량 올라가자 오른쪽으로 정규 등산로가 나타났다. 석화산(문암산)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2.65km! 그런데, 시작부터 급경사다. 예상대로 쉽지 않다. 급경사를 헉헉대고 올라가자, 아래에서 봤던 정규 지도 석화산이라 생각한 쌍봉이 점점 가까워진다. ‘내면교회 갈림길’ 이정표는 석화산(문암산)까지 남은 거리는 2.06km! 앞에 보이는 쌍봉까지의 거리라기에는 너무 먼 게 모든 주변 상황이 내 예측이 맞음을 증명하고 있다. 다만, 높이감과 거리감이 정상이 아니라는 게 문제!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자 개활지다. 벌목 지역으로 덕분에 조망이 트여, 뒤를 돌아보니, 장관이다. 저 멀리 내가 알 만한 산 같은데, 떠오르는 이름이 없다. 어쨌든 그 절경을 사진으로 남기고 계속 올라가자, 아주 당연히 쌍봉이 점점 가까워지며, 개활지가 끝나,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조금 더 가자, 등산 앱이 봉우리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줘, 핸드폰을 꺼내 확인했다. '석화산'이다. 정규 지도의 석화산. 내가 틀렸다. 처음 예상대로 아래에서 본 쌍봉이 정규 지도에서 문암산으로 표기하고, 지자체와 산꾼이 석화산이라 주장하는 석화산(문암산)이 맞다. 왜 남들보다 낮고, 가깝게 보일까? 그 갈림길에서 석화산 방향으로 좌회전해서 조금 더 가니 바위문이 암릉의 시작을 알린다.
비좁은 바위문을 통과하자, 본격적인 암릉이다. 그리고 늦은 점심을 먹을 예정인, 산장가든 갈림길이 나타났다. 정확히는 이 갈림길이 정규 지도 석화산이다. 등산 앱은 정확한 위치 반경 50m 내에서 음성으로 알려주고. 갈림길(석화산)을 지나, 석화산(문암산) 방향으로 가자, 등산로가 암릉을 피해 우회하고 있다. 아주 당연히 우회로를 버리고 암릉으로 가 바위를 기어오른 후 반대편으로 내려가려고 아래를 보니, 직벽이다. 좀 전에 본 길이 우회로가 아니다. 암릉은 애당초 갈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조심조심 암릉을 되돌아 내려오는데, 나와 같은 사람이 또 있어, 서너 명이 내 쪽으로 오고 있다. 해서 손으로 길이 아님을 알려주자 되돌아간다. 정규 등산로로 내려와 정상을 향해 가며, 그 바위를 지나칠 때 뒤돌아보니, 만약 반대쪽에서 오르라면 올라갈 수는 있겠는데, 내려오지 못할 직벽이다.
곳곳에 잡고 올라갈 수 있게 설치된 암릉을 아래에서 정상 부근에 보였던 단풍이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그걸 보니, 올해 단풍도 기대할 게 없어 보인다. 11시 4분에 ‘짝바위’ 갈림길 직전에서 만난 동네 주민으로 보이는 등산객이 산악회에서 왔냐고 물어, 그렇다고 하자, 이제부터 정말 힘든 길이라고 한마디 한다. 그들을 뒤로 하고 갈림길을 지나, 주변의 기묘한 나무나 바위를 사진으로 남기며 1.1km 거리의 석화산(문암산)으로 향해, 거대한 바위 갈림길에 도착하자, 두 청년이 쉬고 있다. 우리 일행은 아니고, 복장으로 봐서는 가까운 동네 사람이다. 그런데, 그 옆 바위에 설치된 자일과 배낭에 영지버섯이 있는 거로 봐서, 청년 심마니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젊은 심마니가 쉬는 곳을 지나자, 절묘하게 설치된 데크 계단이 나타났다. 뒤에서 따라오던 등산객이 이런 곳에다 데크 계단을 설치한 대한민국 대단하다며 감탄을 연발한다.
계단 정상 앞으로, 석화산(문암산)에서 뻗어나가는 능선이 보이고 그 중간에 꽤 높은 봉우리가 있다. 문암산이라기에는 너무 가까운 게, 인솔 대장이 중간에 1,140봉을 치고 올라가야 해 쉽지 않다고 했는데, 그 봉우리다. 저 멀리 계방산이 아닐까 생각되는 봉우리도 보이고, 그 계단 정상에서 암벽을 따라 좌로 돌자, 다시 데크 계단과 암릉이다. 그 바위 능선 끝에는 절묘한 바위 전망대가 있어 올라가 볼까 하다가 지금까지 본 조망과 다를 게 없어 보여, 지나친 후 그 전망대만 사진으로 남겼다. 석화산(문암산)의 특징이 바위 봉우리답게 곳곳이 전망대라 조망이 좋을 뿐만 아니라, 그 자체 최고의 포토존이다. 해서 곳곳의 전망대에서 인증을 남기느라 정신이 없다. 원래 인증을 별로 좋아하지 않고, 단독으로 온 나야, 전망대가 보이면 조망이 어떤가 확인차 가 보기는 하나, 비슷한 조망이 대부분이라 그냥 되돌아 나와 계속 정상을 향해 갔다.
와중에 한 전망대에 올라가 주변을 둘러보니, 조망이 탁월하다. 앞으로 가야 할 능선도 한눈에 보이고. 해서 사진 몇 장 찍은 후 내려가려고 돌아섰는데, 밑에서 누가 불러 바라보니, 핸드폰을 든 등산객이 자세를 잡으라고 한다. 자세를 잡아주자,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올라와 사진을 보여주며 보내주겠단다. 그리고 본인의 핸드폰을 주며 같은 자세로 찍어 달라고 해 몇 장 찍어준 후 길을 재촉해 11시 31분에 백성동 갈림길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이 유일한 이정표라고 했던 이정표가 있는 갈림길이다. 석화산(문암산) 정상까지 남은 거리는 50m! 100m만 됐어도, 배낭을 벗어두고 다녀왔겠지만, 50m라면 배낭 내려놓고 다시 메고 하는 게 더 귀찮아, 그대로 정상으로 방향을 틀고 조금 올라가자 등산 앱이 정상에 도착했음을 음성으로 알려준다. 물론 반경 50m 내에 들어왔다는 얘기다. 해서 도대체 뭐라고 뜨는지 궁금해 확인차 핸드폰을 꺼내 보았다. 예상대로 정규 지도의 기준에 맞춰 석화산이 아니라 "문암산"이다.
11시 33분에 "석화산"이라 음각한 정상석이 있는 석화산(문암산) 정상에 도착했다. 정상에는 예닐곱의 등산객이 인증을 찍고 있었다. 그리고 이 정상석이 까만 소 100+의 인증 장소다. 그 덕에 인증꾼이 찾기 시작하면서, 나도 안내산악회를 이용해 올 수 있었고. 먼저 온 등산객이 인증 대상을 바꿔가며 사진을 찍는 틈새에 정상석을 찍은 후 이대로 갈까 하다가, 대충 다 찍은 분위기라 그중 한 명에게 부탁해 인증을 남겼다. 그리고 주변을 둘러보니, 정상 한쪽에 "석화산(石花山) 명 유래'라는 소개 글이 서 있다. 많은 등산객이 석화산과 문암산, 정규 지도와 등산 지도의 차이로 혼란을 겪어 세운 거 같다. 내용인즉
석화산(문암산)은 옛날 바위에 석이버섯이 많이 자생하여 멀리서 바라본 바위가 마치 꽃과 같다하여 붙여진 이름으로 지역에서는 모두 석화산이라 부른다.
석화산(문암산)은 해발 600m 홍천군 내면 창촌리를 감싸고 있으며 암봉과 노송이 한 폭의 화려한 동양화 병풍 같고 봄에는 진달래가 장관을 이루며 가을 단풍 절경은 설악을 방불케 한다.
문암산으로 표기된 이유는 석화산 서북쪽(내면 율전리 문암동)계곡에 마치 거대한 문과 같은 바위가 있어 지도에 문암산으로 표기된 듯하며 현재 국립지리원 편찬 지도에 표기된 석화산 위치는 잘못 표기된 것으로 문암산이 석화산이고 홍천군 내면 창촌초등학교 교가에도 있는 내면의 자랑인 석화산으로 부름이 타당할 것이다.
앞에서 언급했듯이 석화산이라 음각한 정상석이 까만 소 100+의 인증 대상이라, 인증이 목적인 등산객은 정규 지도에는 없는 몇 km 거리의 문암산까지 갈 이유가 없다. 그들을 위해 B 코스가 있다. 인솔 대장이 코스 설명을 할 때 이 작은 산에 B 코스가 있다는 것에 놀라며, 가는 사람 없겠죠 하고 물었을 때, 반응이 이상하자. 혹시 가는 사람 손 들어 보라고 하자, 그럴 생각이 있었던 사람도 분위기상 손을 못 들었는데, (뒤에서 벌어진 상황이라 정확히 보지는 못했으나) 오직 한 명이 당당히 손을 든 거 같았다. 해서 B 코스가 생겨, 누구나 들을 수 있게 큰 소리로, 석화산(문암산)에서 인증을 찍고 날머리로 돌아가는 사람은 대장에게 어디에 있다고 문자를 보내면, 귀경하는 버스가 태워 가기로 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상을 떠나, 50m 아래 백성동 갈림길에 다시 도착했다. 백성동까지는 3.5km. 인증이 목표면 여기서 내면 성당 방향으로 다시 내려가거나, 백성동으로 내려가면 된다. 나라면 왕복을 싫어하니, 백성동(만나산장가든)으로 하산할 거다. 이후 남들도 그렇다는 걸 미처 깨닫지 못해 작은 실수를 했다.
지자체나, 산림청이나, 산꾼이 명명한 문암산에는 관심이 없어, 이정표에는 백성동만 있지, 문암산은 없다. 당연히 석화산이 문암산이니, 다른 문암산을 이정표에 표기하는 게 웃기는 거다. 어쨌든, 산꾼이라 자처하는 나야, 그 문안산을 찾아 백성동 방향으로 갔다. 그런데, 이 하산 구간은 인솔 대장의 지도에도 위험 구간이고, 설명 때 급경사라고 해 밧줄이 설치된 대 슬랩이라 생각했는데, 아니다. 길 상태가 지극히 나쁜 급경사 돌길이다. 물론 밧줄은 있다. 미끄러져 엉덩방아를 찧지 않기 위해 조심조심 200여 미터를 내려가자 완만한 경사의 흙길이다. 그리고 11시 47분에 문암산 갈림길에 도착했다. 정상에서 내면 성당으로 되돌아가지 않은 인증꾼은 여기서 오른쪽 길을 택해 백성동 만나산장가든으로 가면 버스가 기다린다. 그리고 산꾼은 왼쪽 문암산 방향으로 가면 된다. 당연히 이정표 따위는 없다. 등산 앱에도 문암산 방향은 길이 없다.
산꾼이 명명한 문암산 방향으로 가자, 등산로가 심상치 않다. 길이 있기는 있으나, 산꾼이 다녀 만들어진 길이지, 의도적으로 다듬은 길이 아니다. 말인즉 오지의 등산로다. 어쨌든 그 길을 따라 1,140봉을 향해 가는데, 배가 고프다. 해서 다른 때와 같이 편의점에서 산 김밥을 꺼내 먹으면서 가는데, 영 맛이 아니다. 역시 내 입에는 햄 조각 들어간 기본 김밥, 소위 야채 김밥이라 부르는 게 맞다. 그렇다고 안 먹을 수도 없어, 꾸역꾸역 쑤셔 넣고, 물 한 모금하는 거로 점심을 마치고, 길을 가다 보니, 비가 쏟아진다. 우중 서울을 벗어나 강원도에 접어들자 비가 그쳐, 우중 산행은 면하겠다고 생각했는데, 석화산(문암산) 정상에 도착할 때까지 간혹 비가 내리기는 했으나, 울창한 숲에 가려 별 영향은 없었다. 그리고 지속되지도 않았고. 그런데, 지금 내리는 비는 다르다, 울창한 숲을 뚫고 내려올 뿐만 아니라, 금방 그칠 거 같지도 않아 우산을 꺼내 써야 했다.
제발 비가 더 강해지지 않기를 빌며 길을 가다 보니, 빗줄기가 가늘어져 걸리적거리는 우산을 끄고 가랑비를 맞고 가자, 어느새 비가 그쳤다. 물론 언제 다시 내릴지 몰라, 우산을 들고 가다가, 이정표도 표지도 없어 언제 1,140봉에 올랐는지 모르게 지나치고, 다시 언덕에 올라서자 갈림길이다. 좌는 산꾼이 명명한 문암산, 우는 백성동 만나산장가든으로 가는 길이다. 당연히 공식 석화산(문암산)행에 만족하지 못한 산꾼이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천고지를 묶어 만든 코스다. 그리고 가장 높은 봉우리를 문암산이라 명명한 거라, 이정표가 있을 리 만무하다. 다만, 산꾼이 매단 표지는 여기저기 많이 보인다. 애초 갈림길에 도착하면 배낭을 벗어 두고 핸드폰만 들고 문암산을 다녀올 생각이었는데, 막 갈림길에 들어서는 순간 한 무리의 등산객이 문암산 쪽에서 오는 걸 보고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지나쳐 문암산으로 향하는 바람에 모든 걸 다 가지고 갔다. 그리고 거리를 측정할 생각이었는데 그것도 못 하고.
12시 41분에 문암산에 도착해 보니, 전망대에서 날 찍어줬던 산꾼이 기다리고 있다. 해서 서로 인증을 찍어 주고, 막 도착한 등산객 인증도 찍어준 후 그들이 떠나고 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산꾼이 명명한 봉우리답게, 산천구 홍성목이 매단 "홍천 문암산 1,165M"라는 명패만 있을 뿐이다. 조망이 좋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산행이 재미나는 구간도 아니라, 정규 석화산(문암산)행이 너무 짧아 아쉬운 산꾼에게 딱 맞는 코스다. 조망과 재미만 원한다면 석화산(문암산)에서 백성동으로 내려가면 된다. 아무도 없는 정상을 둘러보고 나서, 우산을 접에 배낭에 넣는 등, 다시 복장을 정비하고, 핸드폰의 등산 앱으로 거리 측정을 시작하며, 갈림길로 향했다. 그 길목에서 울창한 숲사이로 석화산(문암산)이나, 1,140봉이 보일 거 같아, 암릉으로 올라가 보기도 했으나, 간신히 1,140봉 모습만 사진으로 남길 수 있었다.
갈림길로 가는 동안 문암산으로 향하는 한 무리의 등산객을 만났는데, 배낭이 없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대장이 뭘 좀 아는 산꾼이다. 그들이 지날 수 있도록 길을 비켜준 후 다시 길을 재촉해, 12시 54분에 다시 갈림길에 도착했다. 그리고 등산 앱의 거리 측정을 멈췄다. 등산 앱의 GPS를 기준으로 갈림길에서 문암산까지 360m다! 왕복 0.72km, 꽤 되는 거리다. 거리도 확인했고, 할 건 다 했으니, 이제는 내려가기만 하면 된다. 문제는 현재 시각이다. 남은 거리를 계산해 보면 2시 전 날머리 도착은 확실하다. 그럼 마감인 4시 30분까지 2시간 30분 이상을 멍때리고 있어야 한다. 계속되는 음주에 속이 쓰려 오늘은 하산주할 생각이 없었는데, 상황이 그쪽으로 몰고 가고 있다. 일단 하산주 여부는 내려가서 결정하기로 하고 하산을 시작했다.
등산 앱에 의하면 갈림길의 해발이 1,075m다. 날머리는 높아야 600m. 고로 500m 가까이 고도를 낮춰야 한다. 급경사란 얘기다. 예상대로다. 산림청이나, 지자체에서 만든 등산로가 아니라, 길 상태는 엉망이고, 하다못해 안전 밧줄 하나 없는 급경사를 내려가며 미끄러져 엉덩방아 찧기를 여러 번, 최근 산행 중 최악의 하산길이다. 하긴 관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관리 주체가 있는 등산로와 지도에도 없는 오지가 같을 리가 있겠나! 뛰고 싶어서 뛰는 게 아니라 중력과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뛰다 보니, 가뜩이나 시간이 남아도는데, 하산마저 빨라, 1시 29분에 깨밭에 도착했다. 인솔 대장의 말에 따르면, 밭에 도착한 이후는 농로라고 했다. 그럼 사실상 산행이 끝났다.
먼저 내려왔던 등산객은 농로 한쪽에 주저앉아 쉬고 있고, 뒤따라 내려온 등산객은 오늘 여럿, 무릎 나가게 생겼다고 한마디 한다. 그들을 뒤로하고 내려가며 보니, 급경사의 밭에서 삿갓을 쓴 사람들이 뭔지 모를 걸 수확하고 있다. 어차피 내려가는 길목이라, 급경사 농로를 따라가며 자세히 보니, 고추밭이다. 풋고추라 잘 보이지 않아, 무슨 밭인지 바로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삿갓이야 이상할 게 없는데, 밭에서 일하면서 삿갓을 쓴 건 동남아 사진 외에는 본 기억이 없다. 무언가 이국적이라 여기며 내려가는데, 그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이국적인 게 아니라, 이국인이다! 멀고 먼 타국으로 돈 벌러 온 동남아인! 그 동네 말은 아는 바가 없어, 어느 나라인지는 모르겠고. 그런데 고추밭 다음은 호박밭, 그다음은 배추, 그리고 무, 밭의 규모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더 놀라운 건 밭의 경사. 과연 저들 없이 농사를 지을 수 있을까?
수확이 한창이 고추밭을 지나, 계속 내려가자, 농로가 끝나고 마을을 관통하는 아스팔트 포장도로로 바뀌었다. 그 길을 따라 조금 내려가자,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펜션 같은 건물 옆으로 등산로가 있다. 주 능선 백성동 갈림길(정확히는 정규 등산로)에서 ‘만나산장가든’으로 내려오는 길이다. 그럼 영업이란 걸 한 지가 꽤 오래되어 보이는 저 펜션처럼 보이는 게 산장가든이라는 거다. 사기당하는 기분이라 그 생각을 부정하고 가든을 찾아 계속 내려갔는데, 가든도 버스도 보이지 않는다. 고로 아까 본 폐허가 만나산장가든이 맞다. 앞선 등산객은 도로를 따라 창촌방향으로 가고 있다. 물론 버스를 찾아가는 거다. 나도 아무 생각 없이 그들을 따라가며 보니, 저 앞에 주차해 있는 흰 버스가 보인다. 여기까지 오면서 보니, 저 자리가 아니고는 주차할 곳이 없다. 인도 따위는 안 키우는 56번 국도를 따라 400여 미터를 가 버스가 주차한 곳에 1시 49분 도착했다. 석화산행이 끝난 시각으로 예상보다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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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가 있는 곳에 도착해 보니, 먼저 도착한 일군의 등산객이 우왕좌왕하고 있다. 같은 팀으로 보이는데, 딱 봐도 버너와 코펠을 사용할 만한 장소를 찾는 거다. 나도 궁금해 주위를 둘러봤으나, 사유지다. 그리고 다리 밑 자운천은 자리잡고 앉아 판을 벌이기에는 상태가 좋지 않다. 그들이 우왕좌왕하는 이유를 알만했다. 그런데, 지금 남 걱정할 때가 아니다. 남아도는 시간 동안 할 일을 찾아야 한다. 일단 배낭에서 바람막이를 꺼내 입고, 배낭은 버스 짐칸에 넣은 후, 버스에 타 복장을 간단히 하고 핸드폰과 패드만 들고 버스에서 내렸다. 그리고 패드 지도 앱으로 내면 성당까지의 거리를 확인했다. 2.5km 도보 35분 거리다. 현재 시각 1시 55분! 미련 없이 버스 옆에 자리를 잡고 열심히 불피우고 있는 등산객을 뒤로하고 홍천 내면의 도심을 향해 출발했다.
떠나며 거기에 있는 이정표를 보니, 다시 백두대간 트레일이 보인다.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나중에 찾아보기로 했다. 해서 이 글을 쓰며, '백두대간 트레일'로 구글링했다. 각 지역 산림청 차원에서 탐방로든 둘레길이든 외씨버선길이든, 뭔가를 열심히 만드는 와중에 북부 산림청에서 백두대간 트레일이라고, 휴전선과 연계해 만든 둘레길인 거 같다. 내 관심 밖의. 어쨌든 이제야 내면 성당 앞에 '백두대간 트레일 안내센터'가 있는 게 이해가 된다. 트레일은 트레일이고 현재는 과속으로 달리는 차량 옆으로 창촌 도심까지 가는 게 중요하다. 물론 가면서 맛집 찾는 걸 소홀히 하지 않아, 2시 19분에 내면 파출소 앞에 있는 버스터미널을 지나, 바로 옆에 있는 맛집으로 알려진 순두부, 집에 도착했는데, 외부의 메뉴에 끌리는 게 없어 지나쳤다.
내면 성당 방향으로 50여 미터를 더 가자 두 번째 맛집이 보인다. 해서 문을 잡아당겼는데 꼼짝 안 해 자세히 보니,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작은 종이에 오늘 휴일이라 적혀있다. 마을 입구 식당에 갈까 하다가 맛집이라고 찾아 나섰는데, 꼬이기 시작한다. 이런 상황에서 맛집을 더 고집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는 걸 경험으로 잘 알고 있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건너편에 보이는 "다복식당"으로 들어갔다. 단독 산행의 문제가 식당에 들어갔을 때, 2인 이상 메뉴를 주문할 수 없다는 거다.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라 그나마 만만한 김치찌개를 주문했다. 그리고 인솔 대장에서 내 위치를 문자로 보냈다. 좀 있으니 밑반찬이 나오는데, 달걀부침이 같이 나온다. 그걸 보고 감격했다. 그리고 김치찌개가 나오는데, 내가 생각한 모습이 아니라, 버너 위에서 끓인다. 내가 생각한 모습은 아니나, 내가 원하는 그림이다. (마감인 4시 30분보다 조금 이른 시간인) 버스가 나를 데리러 올 때까지, 2시간 넘게 여기서 버텨야 하니, 식으면 끓일 수 있는 그림!
지역 소주가 없어 이슬이를, 다른 때와는 달리 최대한 느리게 홀짝이며 시간을 보냈는데, 그것도 쉽지 않아, 이슬이 두 병을 마시며 나보다 30여 분 늦게 들어온 다복식당 단골 심마니 셋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새로운 사실을 알았다. 그들 모두 서울이 집이라는 거다. 심마니라면 당연히 가까운 동네 사람일 거로 생각했는데, 아니다. 그리고 그들이 능이와 송이를 채취한 곳이 지난주에 갔던 공작산이다. 공작산이 홍천이라는 건 알았지만, 석화산과 가까울 거라고 생각도 못 했다.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데, 인솔 대장이 3시 42분에 전화했다. 모두 일찍 하산해 지금 서울로 출발하니, 아침에 내렸던 내면 성당 알 다리로 나오란다. 이런 때를 대비해 언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어, 재빨리 계산하고 다리로 갔다.
다리에 도착해 주변을 보니, 아무도 없다. 버스야 내게 전화하고 출발했을 테니, 아직 도착 전인 건 알겠는데, 등산객이 하나도 안 보인다. 분명 석화산만 가겠다고 손을 든 등산객은 한 명이나, 이후 서너 명이 추가돼, 최소 3명 이상인데, 한 명도 없다. 혹시나 이 사람들도 너무 일찍 하산해 버스를 찾아 만나산장가든으로 올라간 게 아닌가 추측하고 있는데, 다시 대장이 전화해 그 다리가 아니라, 옆다리로 오라고 해 그 다리 위치로 옮겨 앞을 보니, 인솔 대장이 손을 흔들고 있다 해서 다리를 뛰어 건너는데, 대장이 손짓으로 배낭의 행방을 묻는다. 내가 식당에 두고 온 거로 생각했으리라. 해서, 버스에 있다고 사인을 보냈다. 그리고 버스에 타자, 승객들이 마지막이라면 손뼉을 친다. 살짝 기분이 나쁠 뻔했으나, 그러려니 하고 한번 웃어주고 내 자리로 가 앉았다. 이슬이를 두 병이나 마셨는데, 성질 많이 죽었다. 나이를 먹어 유해진 건가?
가장 큰 이유는 마감보다 50여 분 빠르게 서울로 출발했다는 것에 만족해서 다른 것에는 신경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울로 가는 길이 쉽지 않다. 올 때는 거북이걸음이었는데, 갈 때는 달팽이걸음이다. 고속도로는 서울로 돌아가는 자가용으로 꽉 찼다. 내일까지 휴일이라 오늘을 그나마 낫지 않을까? 했던 기대가 처참히 무너지는 순간이다. 막상 내일까지 놀 목적으로 갔던 행락객이 비 소식에 미리 귀가하는 게 아닐까? 어쨌든 급하게 호출하는 바람에 볼일도 못 보고 버스에 탔는데, 심상치 않다. 그렇게 달팽이걸음을 걷던 버스는 5시 23분에 가평 휴게소로 들어갈 수 있었다. 휴게소로 들어가며, 인솔 대장이 농담이라고 '갈 때 휴게소를 지나쳐, 그 시간까지 포함해 20분을 주겠다.'라고 하는데, 웃을 상황이 아니다. 급한 일을 해소하고 휴게소를 둘러봤는데, 줄 서서 빵을 사던 곳에 사람이 없다. 이유가 궁금해 가보니, 벌써 매진이다. 비 때문에 귀성 전쟁이 일찍 시작한 듯하다.
휴식이 끝난 버스는 다시 고속도로 들어서 달팽이걸음을 계속했다. 진심으로 버스 전용차선이 그리워지는 고속도로다. 와중에 서울이 가까워지자, 폭우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마지막 신사역 진입 때는 달팽이조차도 마음껏 가지 못한다. 그렇게 버스는 8시 34분에 아침에 떠났던 신사역에 도착했다. 홍천 내면 창촌리에서 서울 강남 신사역까지 4시간 46분이 걸렸다. 지리산에서 오는 것보다 더 걸려, '앞으로 단풍철에는 설악산 부근은 쳐다보지도 않겠다.'라고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인솔 대장과 몇 마디 나누고 집으로 향하는 거로 이번 산행을 마감했다.
안내산악회 계획대로 '창촌교 → 내골 → 내면교회 갈림길 → 갈림길(석화산) → 동봉 → 석화산(문암산) → 안부 → 1,140봉 → 삼거리 → 문암산 → 삼거리 → 백성동'의 8.45km(트랭글)를 3시간 40분 동안 탐험했다. 이동 3시간 38분, 휴식 2분!
추가로 이번 산행 최고 미스터리가 왜 내면 도심에 나를 제외하고 등산객이 한 명도 없었냐였는데, 이 글을 쓰다가 그 이유를 알았다. 석화산 정상에서 인증을 찍은 후 주 능선으로 백성동, 즉 만나산장가든으로 바로 내려가면 창촌 도심에 갈 이유가 없다. 그럼 그들은 날머리에서 1시간 반이 넘도록 뭘 했을까? 모두 버너, 코펠을 준비해 오지는 않았을 거고. 그들의 성화에 대장이 한 시간 일찍 서울로 출발한 건가?
10km가 채 안 되는 코스에 창촌의 뒷산이나 다름없지만, 탁월한 조망과 암릉, 오지 산행의 즐거움을 만끽했다. 한 번은 꼭 가봐야 하는 산!
6시간은 과하고 5시간의 소요 시간이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산이다.
강남 신사역에서 내면 창촌까기 3시간 11분, 그 역이 4시간 46분이 걸린 교통 체증으로 단풍철 설악산 라인 부근은 얼씬도 하면 안 된다는 걸 다시 깨달은 산행이다. 인솔 대장이 권하는 것처럼 겨울 눈 산행지로 좋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