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순간
정리 김광한
빌 S 밸린저
지은이 빌 S. 밸린저 Bill S. Ballinger (1912~1980)
서스펜스 소설의 마술사로 불리는 밸린저는 1912년 아이오와 주에서 태어났다. 그는 여러 직업을 전전하며 여러 매체에 원고를 보내면서 라디오와 텔레비전 일까지 손을 댔다. 모두 200여 편이 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관계하며 <히치콕 극장>, <0011 나폴레옹 솔로> 등의 각본을 담당하고 여덟 편의 영화 대본을 쓰는 등의 활동을 했다.그의 첫 작품은 하드보일드 탐정 소설 『침대의 사체The Body in the Bed』로 1948년에 출간됐다. 이듬해, 같은 탐정이 등장하는 두 번째 작품을 내놓았는데, 첫 번째 성공작은 1950년에 발표된 『연기로 그린 초상Portrait in Smoke』이다. 그는 이 작품으로 일약 주목받기 시작했다. 출세작을 발표한 50년대는 밸린저가 가장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며 걸작을 쏟아낸 시기이다. 『이와 손톱The Tooth and the Nail』(1955)을 비롯하여 『기나긴 순간the Longest Second』(1957)까지 그의 대표작이 모두 이때 탄생되었는데, 특히나 『이와 손톱』은 많은 독자들과 비평가들에게 20세기 최고의 서스펜스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의 작품은 서른 개에 육박하는 나라에 열세 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현재까지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옮긴이 이다혜
직업은 글품팔이. 취미는 독서. 아저씨 애호가. 코니 윌리스의 수다와 교고쿠 나쓰히코의 장황함만 있으면 TV 없는 휴가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영화 주간지 <씨네21>을 거쳐 현재 장르 문화 전문지 <판타스틱> 기자로 일하고 있다. 야구 같이 보러 다닐 사람을 애타게 찾는 중.
출판사서평
밸린저 스타일의 완성, 예상할 수 없는 결말!
"의식이 돌아왔을 때 내 시야에 들어온 건 천장이었다. 잿빛으로 빛이 바랜 희멀건 직사각형 천장. 방 안 어디에선가 갓을 씌운 작은 전구가 어둠 속으로 약한 빛을 비추었다. 잠시 뒤 나는 사람들이 움직이는 소리를, 방 안에서 옷이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리려고 했다.그때 깨달았다. 내 목이 잘려 있었다."
『흥미진진한 서스펜스와 놀라운 반전으로 밸린저 스타일을 완성시킨 작품. 목이 잘린 채 발견된 남자, 기억을 잃은 그가 자신이 누구인지 찾기 시작하는 한편으로 똑같은 시간과 장소에 똑같은 모습을 한 남자가 죽은 채 발견되면서 사건은 종잡을 수 없게 된다. 서서히 자신과 자신이 살아가는 세계에 대해 알아가지만 결말은 그조차 예상할 수 없다.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전체의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교차 서술 미스터리의 최고작!
『기나긴 순간』은 『이와 손톱』과 함께 미스터리 팬들에게 전설적인 시리즈로 여겨지는 ‘자유추리문고’중에서도 인기가 높은 작품으로 손꼽힌다. 기교파라고도 불리는 밸린저의 이야기 구성 솜씨는 독자들의 호기심과 긴장감을 마지막까지 끌고 가는 힘을 가지고 있다. 이 작품은 기억상실로 자신을 잃어버린 자의 과거를 찾아가는 재미와, 사실이 하나하나 밝혀지면서 알 수 없는 방향으로 흐르는 전개의 흥미진진함을 모두 갖고 있다.주인공 빅터의 감춰진 이야기가 진실과 만났을 때의 충격은 『이와 손톱』에서 독자들이 느꼈던 흥분과 놀라움을 뛰어넘고도 남는다.
이번에 나오는 한국어판 역시 초판 한정 결말 봉인본으로 출간된다. 처음 이 작품이 출간되었을 당시, 출판사는 결말 부분을 봉해 두고 독자들이 봉한 부분을 뜯지 않고 가져오면 책값이 환불해 주겠다는 대담한 마케팅을 했다. 독자들이 읽지 않을 수 없을 만큼 놀라운 결말을 준비했다는 자신감이자 호기심을 최대한으로 자극하는 서비스이기도 하다.한국어판에서도 이를 살려 초판에 한정하여 원서와 똑같이(원서도 마찬가지로 『이와 손톱』와 『기나긴 순간』 두 작품에만 봉인이 되어 있다) 결말을 봉인했다. 줄거리와 결말을 알고 있는 독자들도 많거니와 인터넷이 발달된 지금에 와서는 예전과 같은 환불 마케팅을 벌이기는 힘들지만, 미스터리 팬을 향한 일종의 대담한 도전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