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화재배 첫 우승으로 일어선 박정환 9단. 최대의 적수 신진서 9단을 꺾고 2년 만의 정규기전 우승, 통산 5번째 메이저 우승을 이뤘다.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
신진서 2-1로 누르고 삼성화재배 첫 우승
박정환 9단이 신진서 9단을 꺾었다. 3일 정오부터 한국기원 대회장에서 온라인 대국으로 벌인 2021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결승3번기 최종국에서 166수 만에 불계승, 종합전적 2승1패로 우승을 차지했다.
최종국은 초반 좌상 변화에서 박정환 9단이 크게 득점했다. 50수 부근에서 85%를 찍었고, 그곳 공방이 일단락되자 90%를 넘겼다. 바둑TV 중계석의 김지석 9단은 "신진서 9단이 평소답지 않게 서두는 느낌"이라고 했다. 마지막에는 긴박했던 대마사활의 위기를 넘기고 마침표를 찍었다.
▲ 랭킹 1위와 2위의 결승전, 14년 만의 '형제결승'으로 주목을 받았다.
삼성화재배에서 14년 만에 성사된 '형제결승'으로, 랭킹 1위와 2위의 대결로 관심을 모았다. 신진서 9단은 22개월 연속, 통산 30차례 1위를 차지하고 있고 박정환 9단은 2위로 내려오기 전에 59개월 연속, 통산 74차례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국내 바둑계의 양대산맥이다.
지난해 박정환은 신진서에게 무참할 정도로 당했다. LG배 결승에서 0-2(2월), 쏘팔코사놀 결승에서 0-3(6월), 용성전 결승에서 0-2(7월)로 완패했다. 10~12월의 남해 슈퍼매치 7번기에서도 0-7로 무너지면서 번기승부 14연패 수모를 당했다.
▲ 마지막 승부처는 백대마 사활. 박정환 9단이 복잡하게 만들기는 했지만 신진서 9단의 맹공을 견뎌 냈다.
올해 들어서도 상황은 호전되지 않았다. 지난 7월 쏘팔코사놀에서 도전권을 쥐고 리턴매치에 나섰지만 설욕하지 못했다. 9월의 용성전 결승에서도 승자는 신진서, 패자는 박정환이었다. 점수판의 스코어만이 그 전의 영봉패에서 풀세트 접전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신진서와 겨룬 결승에서 6연속 패배. 바둑을 보기 싫어 공부도 하지 않았다고 할 만큼의 충격도 받았다. 많은 사람들이 박정환 시대는 저물었다는 목소리를 냈다. 이 같은 시선을 바꿔 놓는 오뚝이 같은 삼성화재배 첫 우승이다.
▲ 2011년 24회 후지쯔배, 2015년 19회 LG배, 2018년 3회 몽백합배, 2019년 12회 춘란배 우승에 이어 5번째 메이저 정상을 밟았다.
박정환 9단의 정규기전 우승은 2년여 만이다. 2019년 10월의 제2기 용성전 우승 이후다. 결승에서 신진서 9단을 꺾은 것도 그때 이후가 된다.
프로 통산 우승 횟수는 32회. 이 중 메이저 세계대회는 2011년 후지쯔배, 2015년 LG배, 2018년 몽백합배, 2019년 춘란배에 이어 5회로 늘렸다. 다가오는 일요일에는 LG배 8강전에서 커제 9단과 격돌한다.
▲ 신진서 9단은 두 차례 메이저 우승 기록을 갖고 있다. 2020년 24회 LG배, 2021년 13회 춘란배를 우승한 바 있다.
국후의 박정환 9단은 "전혀 생각지 못했던 뜻밖의 우승이다. 32강, 16강 올라올 때마다 어려운 바둑을 많이 이겨서 운이 많이 따라준다고 생각했는데 결승에서도 운이 따라주었다"는 소감을 밝혔다.
이어 "결승전을 시작할 때부터 힘든 승부가 될 거라고 생각했다. 1국을 무기력하게 지면서 2-0으로 허무하게 끝나지 않을까 했고 허탈하게 패하고 나서는 잠을 잘 못 잤다"는 박정환 9단은 "얼마 남지 않은 LG배 8강 상대가 커제 선수이다. LG배에 한국 선수가 많은데 응원해 주신다면 LG배도 힘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지난 6년간 중국이 가져갔던 삼성화재배 우승컵을 가져왔다.
신진서 9단은 삼성화재배 첫 우승에 실패했다. 올해 열린 쏘팔코사놀(7월), GS칼텍스배(8월), 명인전(8월), 용성전(9월), 춘란배(9월)를 잇달아 우승한 후 결승전 첫 패배. 세계대회 17연승 행진도 이번 결승에서 박정환 9단에게 저지당했다.
1996년 창설 이래 26번째 시즌인 2021 삼성화재배의 상금은 우승 3억원, 준우승 1억원. 지난 6년간 중국이 가져갔던 우승컵을 되찾은 나라별 우승 횟수는 한국 13회, 중국 11회, 일본 2회로 재편됐다.
▲ 통산 74차례 랭킹 1위를 차지한 바 있는 박정환 9단.
▲ 통산 30차례 랭킹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신진서 9단.
▲ 박정환 9단의 별명은 빈틈이 없다고 해서 '무결점'.
▲ 인공지능처럼 둔다고 해서 '신공지능' 별명을 얻은 신진서 9단.
▲ 올해 들어 한국은 LG배(2월 신민준), 농심신라면배(2월 단체전), 춘란배(9월 신진서), 삼성화재배(11월 박정환) 우승으로 라이벌 중국을 압도하고 있다.
▲ 왼쪽부터 양재호 한국기원 사무총장, 신진서 9단, 박정환 9단, 황상민 삼성화재 상무.
▲ "1국을 허탈하게 패하고 잠을 잘 못 자면서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을까를 많이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