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익는 마을의 책 이야기
심윤경 지음 『나의 아름다운 할머니』
회상
자식과의 관계 속에서, 자신의 어린 시절이 반향 되어, 할머니가 자신을 대했던 방식에 대하여 회상하며 할머니가 자신을 대하는 방식이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에서, 자식을 어떻게 대하는 것이 올바른 것인지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이다. 의식적으로는 자식 또한 독립적인 한 인격체라는 것을 알지만, 무의식이 의식을 압도하여, 엄청난 에너지를 써,그 것을 상쇄할 만한 의식적인 노력을 가하지 않는 이상, 자식을 자신과 동일시하여, 자신의 꿈을 자식에게 투영시키게 되어 자식은 엄청난 부담감을 가진 채 살아가게 된다.
‘꿀짱아’
라는 애칭을 붙이고 금이야 옥이야 아이를 돌보는 저자는 육아가 생각만큼 쉽지 않고 아이와 부딪치고 분노하거나 좌절하는 일이 잦아질 때, 할머니의 지혜로운 양육 방식을 떠올리게 된다. 오늘날의 부모들은 아이에게 너무 많은 것을 주려다 넘쳐버리게 되어 득보다 실이 많은 양육법과 훈육법을 선택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이 책은 아이를 키워나갈 또 키우고 있는 양육자들에게 좋은 안내서 역할을 충분히 해 줄 것이다.
할머니의 무심과 관용의 육아법
할머니는 옳고 그름의 가치 판단을 함부로 내리지 않았다. 이는 그 어떤 육아법보다 효과적인 것이었다. 어린 시절 작가가 울고 불며 생떼를 쓰면 할머니는 혼을 내기는커녕 난처한 얼굴로 이렇게 중얼거릴 뿐이었다. “원, 얘두 참 별나.” 그래도 생떼가 지속될 때 할머니의 마지막 한탄은 이러했다. “예쁜 사람, 왜 그러나.”
잘못을 저지른 자신을 야단칠 때 할머니가 했던 말도 싱겁기는 마찬가지. “착한 사람이 왜 그러나.” 말이 없어서 무심해 보였던 할머니의 양육에 무언가 특별하고 마법적인 것이 있었다면, 그 것은 할머니의 소리 없는 함박웃음으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알게 해 준 것이었다.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라서, 작가는 자신이 그렇게 많은 것을 받은 줄도 몰랐다. 할머니는 어린아이가 자라는 온갖 삐뚤빼뚤한 모습을 모두 '예쁘다'고 요약했고, 분투하는 모습은 '장하다'고 했다. 어른이건 아이건 하는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을 때는 입술 삐죽이며 '별나다'고 했다. 더 나쁘면'고약하다'였다. 할머니가 사용했던 어휘들이 수적으로 적은 반면 매우 정확하고 강력한 일관성이 있었다는 사실을 작가는 뒤늦게 깨닫게 된다.
저런~
하고 버티니까 아이가 스스로 괜찮아졌어. 아이가 해야 할 일을 내가 대신하지 않고 기다려 주는 거야. 그게 버티는 거였어. 할머니나 엄마 세대에 비해 많이 배우고 정보도 많겠지만, 사람의 경험과 지혜 역시 큰 힘이다. 짧은 감탄사 안에 공감과 이해를 바탕으로 하고 상대의 판단과 능력을 믿어주고 기다려 준다면 단번에 좋아지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아직 아이기에 믿고 기다려 주는 것은 어떨까.
허술하고 허점투성이인 부모
라는 생각은 나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솟아오른 진심이었던 것이 분명했다. 첫째도 허술하고 둘째도 허술할 것. 아무리 생각해도 좋은 부모가 되기에 이것보다 중요한 것은 없는 것 같았다. 아이는 부모의 빈틈에서 자라기 때문에, 알아도 속아주고 모른 척해주고, 모르면 모르니 넘어가 주는 그런 허술함은 아이의 공간을 넓혀주는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부모 스스로 완벽한 모델이 되면 좋겠지만 그것이 불가능함을 그리고 부족함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부모가 보이는 틈 안에서 아이는 새로운 세상을 내보이고 부모와 함께 성장해 나갈 수 있다면 좋겠다.
책 익는 마을 지 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