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동탑이 있어 천동골이라 부른다. 그런데 이제는 천동탑이 천동골에 있다고 한다. 천동탑은 높이 2m정도의 돌기둥에 100개 정도의 감실이 파여져 있는 특이한 탑이다. 일반적으로 천동탑이라고 부르지만 비슷한 예가 없는 유물인지라 탑이라고 확신하기도 어렵다.
통일신라시대에는 천불천탑신앙이 유행하였는데 이는 과거천불, 현세천불, 미래천불을 합하여 삼세삼천불을 신앙하는 것을 말한다. 천동탑에도 한 감실 속에 10부처님이 계신다면 100여개의 감실 속에는 모두 1천 부처님이 계시는 셈이다.
다른 비슷한 예가 될 수 있는 유물이나 유적이 전혀 없지만 굳이 찾는다면 국립공주박물관이 소장 하고 있는 '계유명삼존천불비상'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비는 삼존불과 천불이 조각된 비이다. 하지만 천동탑과 연결시키기에는 유물의 종류가 달라서 무리가 따른다.
천동탑의 동남쪽에는 또 하나의 천동탑이 넘어진 채로 있으니 모두 2기의 천동탑이 있는셈이다. 이곳에서 다시 계곡을 내려와 게곡의 북쪽으로 조금만 가면 디딜방아터가 있다. 절에서 곡식이나 양념 등을 빻기 위하여 제작된 작은 방아확과 살개돌이 있다.
디딜방아터에서 다시 오솔길을 따라 올라가면 큰 바윗돌의 양편에 축대를 샇아 마련한 선방터가 있다. 선방터에 오르면 봉화대봉에서 뻗어내린 산줄기가 시원하게 펼쳐져 보인다.
선방터에서 다시 내려와서 디딜방아터에서 개울을 건너 내려오면 계곡 구석 돌더미 속에 석탑 지붕돌과 몸돌이 보인다. 지붕돌은 층급받침이 3개인 작은 탑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 탑재는 보이지 않고 탑의 위치도 어디였는지 알 수 없어 안타깝다.
<2006. 6. 28>
첫댓글 동남산 천동골(千洞谷)에 위치한 통일신라시대의 희귀한 이형 석탑인 천동탑(千洞塔)은일반적인 층층이 쌓아 올린 석탑 양식과 달리, 자연석 돌기둥 표면에 수많은 작은 감실을 쪼아 만든 것이 독특한 특징이다.
높이 약 2m, 직경 약 80cm 내외의 자연석 돌기둥 표면에 약 100여 개에 달하는 작은 구멍(감실)이 촘촘하게 뚫려 있다.
'천동(千洞)'이라는 골짜기 이름처럼 천 개의 감실(혹은 구멍)을 뚫어 수많은 부처님을 모시거나 소원을 빌었던 만불탑(萬佛塔) 형태의 신앙 유적으로 추정된다.
신라 석조 예술 중에서도 매우 독특한 정형화되지 않은 독자적 양식을 보여준다.
탑 표면에 수많은 감실(구멍)을 뚫어 만든 이 독특한 석탑의 존재(천 개의 구멍을 가진 탑)로 인해 골짜기 이름 자체가 '천동골(千洞谷)'이라 불리게 되었고, 세월이 흘러 명칭이 정착되면서 "천동골에 있는 천동탑"이라는 공간적 관념으로 인식되게 되었다.
돌기둥 자체에 불상을 새긴 것이 아니라, 금동(銅)이나 흙(소조), 혹은 아주 작은 돌로 만든 소형 불상(소불)을 따로 제작하여 감실마다 하나씩 넣어 안치했을 가능성이 가장 높다.
신라 시대에는 개인이나 집안의 염원을 담은 작은 여래상이나 미륵상을 구멍에 넣고 흙이나 회로 접착해 고정하는 방식의 만불탑 신앙이 유행했다.
불상 외에도, 각 감실마다 작은 등잔이나 촛불, 혹은 향이나 사리 용기를 안치하는 공양의 공간으로 활용되었을 수 있다.
밤이나 재를 올릴 때 수십 개의 감실마다 불을 밝히면 돌기둥 전체가 수많은 빛으로 채워져 신비로운 장관을 연출했을 것이다.
감실 입구 쪽에 불상을 모신 뒤, 비바람에 훼손되는 것을 막기 위해 별도의 작은 문짝이나 목조/금속 틀을 겉에 씌웠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감실 주변의 홈이나 결속 흔적을 통해 소형 불상을 모신 후 정성스럽게 봉안 장치를 덧대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천동탑은 돌로 거대한 층탑을 쌓는 대형 불사 대신, 바위에 많은 감실을 파고 민초들이 저마다 작은 소불이나 등불을 바치며 기도를 올렸던 신라 시대 민간 신앙의 자취로 보는 시각이 많다.
그런데 감실 바닥이 평평하지 않고 아래로 흘러내리는 경사면 구조인지라, 일반적인 기물이나 불상을 그냥 놓아두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러한 형태적 특징 때문에 학계와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고정 및 봉안 방식을 추정하고 있다.
신라 시대 소조상(흙불상)이나 소형 찰흙 불상을 만들 때, 감실의 비스듬한 바닥과 벽면에 점토, 옻칠, 석회, 또는 어교(물고기 풀) 같은 강력한 덮개 및 접착 물질을 바른 뒤 눌러서 붙여 고정하는 방식이다.
바닥이 매끄럽지 않고 홈이 파여 있는 구조가 오히려 접착 물질과의 결합력을 높여주는 접지면 역할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소형 금동불이나 목조불 뒷면에 족제(발)나 꽂이용 핀(장부)을 만들고, 감실 내부의 미세한 홈이나 균열에 쐐기를 박아 결합하는 방식이다.
경사면을 따라 흘러내리지 않도록 상단이나 내측 벽면에 걸쇠 형태로 얹거나 고정했을 수도 있다.
비스듬한 바닥 구멍 자체에 먼저 밀초(밀아)나 흙, 석회 등을 채워 넣어 평평한 밑바닥을 만든 후 그 위에 소형 불상이나 등잔을 올렸을 가능성이다. 세월이 흐르며 이 가공 재료들이 씻겨 나가 지금은 경사진 돌 바닥만 남아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