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는 군주 같은 차다. 명백한 권력을 획득했고, 유지했고, 진화했다. 페라리 캘리포니아를 타고 영동고속도로를 달릴 땐 다른 모든 차 위에 군림하는 것 같았다. 매 순간 느껴지는 어떤 정점. 속도 제한이 시속 100킬로미터라는 건 어느 나라 법이지? 페라리에는 공간감 같은 건 쉽게 무시해버리고 마는 어떤 유전자 또한 내제돼 있는 것 같았다. 배경이 시야를 스치고 지나가는 속도가 그보다 빠를 수 있나? 뒤통수 언저리에서 발화된 엔진 배기음이 실내를 휘감아 돌면서 귀를 때릴 때 혼미해지는 정신은? 왼쪽 패들시프트를 당겼을 때 한 단 내려가는 기어가 엔진의 분당 회전수를 순간적으로 높일 때 으르렁거리는 소리는 분명, 이 차가 살아 있다는 증거 아닐까? 페라리는 매년 ‘페라리 챌린지 레이스’라는 행사를 전 세계에서 주최한다. 페라리를 가진 사람들이 트랙에 모여 겨루는 일종의 친선 경기다. <GQ>가 단독으로 초대받았던 작년 페라리 챌린지 현장에는 십여 대의 페라리 458 이탈리아가 도열해 있었다. 그 광폭한 소리. 피뢰침처럼 날카롭다가, 팀파니처럼 둥둥거리다가, 수백 명의 관악기 주자가 동시에 한 음을 뿜어내는 것 같은 소리. 안구 근육만으로는 따라가기 벅차서 목을 같이 돌리지 않으면 안 되는 속도. 다시, 메아리도 없는 벌판 같은 트랙에서 왼쪽 고막을 뚫고 뇌를 울린 다음 오른쪽 귀로 빠져나가는 것 같은 소리. 이젠 그 맹렬한 차의 지붕을 열고 달릴 수 있다고? 페라리 458 스파이더는 그런 차다.
4,499cc V8 엔진의 최고출력은 570마력, 최대토크는 55kg.m이다. 최고속도는 시속 320킬로미터,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킬로미터까지 가속하는 데는 3.4초 걸린다. 성능은 458 이탈리아와 거의 같다. 최고속도는 458 이탈리아 쪽이 시속 5킬로미터 빠르지만 신경 써야 하는 수치는 아니다. 시속 320킬로미터와 시속 325킬로미터의 차이를 느낄 수 있는 기회가 오긴 올까? 지붕을 여닫을 수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같은 차라는 걸 의심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엔진 소리는 다르다. 458 이탈리아는 베이스와 바리톤, 458 스파이더는 바리톤과 테너 사이를 오가는 소리를 낸다. 지붕을 열고 달릴 때 옆 사람과 대화 정도는 나눌 수 있도록 배기음을 조율했기 때문이다. 지붕을 여는 덴 14초 걸린다. 딱 두 조각으로 나뉜 지붕이 얇은 편지봉투처럼 접혀 들어간다. 가격은 4억 1천5백만원부터 시작된다. 여기에 직접 고를 수 있는 옵션들의 조합을 더해 5억을 넘기는 건 그야말로 쉬운 일. 그래도 이 차를 계약한 사람은 이미 줄을 섰고, 당장 내일 계약해도 1년 정도 기다려야 나만의 페라리 458 스파이더를 받을 수 있다. 그 시간을 참지 못해 발길을 돌린 고객은 몇 명이나 될까? 하지만 수트 한 벌을 꼼꼼하게 맞춰 입으려도 한 달은 걸리는데, 손으로 만든 페라리를 갖기 위한 1년을 못 기다릴까? 보고만 있어도 차체를 훑고 지나가는 바람길이 느껴지는 것 같은 이 아름다움을?
엔진 V8 4.5리터 가솔린
배기량 4,499cc
변속기 자동 7단
구동방식 후륜구동(MF)
최고출력 570마력
최대토크 55kg.m
최고속도 시속 320 킬로미터
공인연비 리터당 5.6 킬로미터
가격 4억 1천5백만원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