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ednesday, May 23rd, 2007
작정하고 떠난 미술관 탐험!!
오전 내 구경하고 오후엔 스튜트가르트를 다녀와 볼까?
잠시 방만한 생각을 가져보긴 했지만
이미 난 그곳에 가지 못할 거란 걸 알고 있었다.
오늘 하루 안에 알테와 노이에 피나코테크 섭렵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성공이다.
욕심부리지 말고 릴랙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여유있게 호스텔을 나섰다.
다소 투박하게 들리는 뮌헨 라디오 방송을 들으며 산책을 하듯 걷기 시작.
역시나 이른 아침부터 부산한 중앙역을 지나,
다소 불량스러워 보이는 뮌헨의 학생 패거리들을 스쳐 지나고,
별로 관심을 두지 않은 렌바흐 하우스를 지나서,
알테 피나코테크 도착!
개관하려면 아직도 10여분이 남은 시간인지라
문이 열리기만을 기다리며 동네 똥개처럼 어슬렁어슬렁.
뻘쭘하긴 하지만 오늘의 빡센 계획을 생각해 미리 스트레칭으로 몸도 풀어두고.
* 알테 피나코테크 :
14세기에서 18세기의 르네상스 미술을 대표하는 유럽 각국의 회화를 중심으로
약 7천여 점의 그림을 수집하여 전시하고 있는 곳.
루벤스, 라파엘로, 다빈치, 뒤러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거장들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개관시간에 맞춰 적당히 몰린 인파들 속에 나도 질세라 다짜고짜 달려 들어 알테 피타코테크로 골인!
알테와 노이에 통합 티켓은 없어졌단다. -_ -;; 에잇.
그리하여 알테 싱글 티켓, 4유로.
영어 오디오 가이드 ok, 가이드 맵 ok!
전체적인 이동 경로를 머릿 속에 그린 뒤 출발~!
1층의 초기 독일 작품 전시실들은 일시적으로 폐관이란다. 젠장. -_ㅠ
그리하여 2층의 초기 네덜란드 작품 전시실부터 고고!
* 관람 포인트 :
4. 이탈리아 르네상스 회화 전시실 - 보티첼리, 다빈치, 라파엘로
하지만 이름만 있을 뿐 작품은 그다지 알려지지 않은 작품들.
관심있게 보지 않으면 이 작품이 보티첼리의 작품인지,
다빈치의 작품인지도 모른 체 지나쳐 버릴 우려가 있다.
5. 베네치아 회화 전시실 - 틴토레토
7. 루벤스 특별 전시실
알테 피나코테크에서 가장 큰 작품이 건물의 한 가운데,
그것도 전시실의 한 가운데에 아주 웅장하게 걸려 있다.
보는 이들을 순간적으로 강하게 압도해 버리는 대형 작품의 강렬한 마력에 혼을 잃다.
11~13. 18세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회화 전시실
개인적으로 너무나 맘에 들었던 전시실.
푸생의 작품을 마주했을 때의 흥분은 이루 말 할 수 없지.
그 유명한 "마담 퐁피두"가 있는 것만으로도 별 다섯개 뿅뿅뿅뿅뿅!
"마담 퐁피두"는 정말이지 한참동안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그 외, 램브란트의 젊은 시절 자화상과
브뤼겔의 이상적인 꿈의 나라를 아주 유머러스하게 그려낸 작품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 전체적인 평가 :
전체적으로 종교적(기독교적) 작품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그 중에서도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나 피에타를 그린 작품들이 많아
종교적 내용 보다는 신화적 내용을 기대했던 나로선 조금 지루했던 관람.
그마나 18세기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회화가 지루함을 달래주었기에 망정이지,
그것마저도 없었다면 관람료도 불사하고 중간에 뛰쳐 나갔을지도 모를 일.
작품명이 죄다 독일어로 된 다소 불친절한 서비스에 감점 30점.
사실 작품 감상에 있어 제목만 제대로 알아도 그림 감상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 건데,
독일어로 된 제목들은 그것마저도 갈취해 버린 셈.
오디오 가이드는 무료였지만 종교 얘기만 마구마구 쏟아내는 통에 아예 귀를 차단시켰다.
3시간 여를 돌아 다녔지만 마음이 다른 곳에 있었던 탓에 설렁설렁 봐 버린 감이 없지 않음을 인정한다.
처음에는 그렇게도 안타까워 했던 1층의 일시적으로 폐쇄된 전시실이
나중엔 눈물이 나도록 고마웠을 정도.
배가 고파왔다.
오후의 노이에 피나코테크 관람을 고려하여 멀리 가지 않고 가까운 곳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맛있어 보이는 피자 비스무리한 빵을 집게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거 주세요" -_ -;;
그저 보이는 그대로 맛있기만을 바랄 뿐.
소중히 받아 들고와 벤치에 앉아 먹는데
한 입 먹고, "에이씨, 젠장" 해버렸다.
이방인의 음식 선택에는 언제나 한계가 따른다는 걸 내 모르는 바 아니나,
과감한 모험 뒤에 따르는 모래를 씹는 듯한 씁쓸함은 그닥 반갑지만은 않다.
싸니까 봐준다. 1.99유로.
버릴 수 없이 꾸역꾸역 먹어 치우며 느끼는 교훈 하나.
"사람이든 음식이든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지 말 것!"
주변의 나무와 적절하지 못한 거리로 전체적인 경관을 담아내기 어려웠던 노이에 피나코테크.
* 노이에 피나코테크 :
19세기 이후 근대 회화를 중심으로
고흐, 세잔, 고갱, 마네, 모네, 르느와르, 드가, 로트렉 등
다수의 인상주의 화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
중심적으로 전시하고 있는 작품들이 명확히 다른만큼
건물의 외관상 분위기 또한 확연하게 구분되는 알테, 노이에 피나코테크.
역시 싱글 티켓, 4유로.
* 관람 포인트 :
1-2. 18세기 미술 작품 - 프랑스의 다비드, 스페인의 고야
5 a. 로마의 풍경 -
전시실의 네 벽에 동서남북 다른 풍경들을 그려넣어
실제로 바라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던 인상적인 전시실.
6. 칼 로트만의 그리스 풍경화 전시실 -
개인 특별 전시회 같았던 느낌. 꽤 이국적이었던 분위기가 기억에 남는다.
11-11a. 고전주의에서 현실주의까지의 프랑스, 영국 회화 -
영국의 풍경화가 콘스타블과 윌리엄 터너,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쿠르베씨, 혁명적 화가 들라크루아, 자연화가 밀레의
작품들을 실컷 볼 수 있어 황홀해 쓰러지는 줄 알았다.
아- 정말이지 숨막힌다.
13. 역사 회화 전시실 -
대형 작품들이 꽤 웅장하고 멋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관련 역사에 대한 지식이 전무했던 터라 이해하기에 조금 무리가 있었던,,
19. 마네, 세잔 등의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들
21. 고흐, 고갱, 쇠라주
22-22a. 피카소의 작품이라곤 조각 작품 하나가 다여서 조금 실망ㅠ
구스타브 클림트와 에곤 쉴레의 애찬자가 되고 싶어라~
* 전체적인 평가 :
단층 건물이라 생각한 것보다 단순한 관람이 되겠구나 싶었는데
오히려 흥미롭고 이목을 끄는 작품들이 너무나도 많아
모든 작품들을 섭렵하고 싶은 욕심에 사로 잡혀 버렸다.
화살표 방향대로 따라가면 빠짐없이 관람할 수 있는 관람객을 배려한 전시실 배치에 감동 받았다.
게다가 다소 이해하기 쉬운 오디오 가이드 설명과 영어로 된 작품명 서비스에 플러스 점수 100점!
오전 내내 진을 빼서 그런지 오후까지 관람하는데에 약간의 버거운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포기하지 못하도록 끌어 당겼던 작품들.
유명한 작품이 아니고서라도 충분히 나를 사로잡는 다양한 작품들에
눈을 떼지 못하고 쉽게 지나치지 못해 그만 폐관 시간 벨이 울릴 때까지 머물러 버린 이 곳.
4시간 여가 결코 아깝지 않은 시간이었다.
조각 미술관인 글립토테크와 마주보고 있는 고대 미술 박물관.
트로이의 목마가 너무 앙증맞아서 걸음을 멈추고 한 컷 찍었다.
하루종일 심한 정신적 노동을 했더니 금방이라도 쓰러질 태세.
하지만 나는 마리엔 광장으로 향하고 있었다.
어두워질 때까지 돌아다니지 않으면 좀을 쑤셔하는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뭇 사람들은 귀신같은 여행자 중독증에 걸렸다고들 수근대겠지.
누가 뭐라건 중요한 건, 나는 가야만 한다는 사실.
마리엔 광장의 구시청사
두 개의 미술관에서 심한 다리품을 판 뒤 나의 씩씩한 두 다리는 심히 지쳐 있었지만
사실 나에겐 개인적인 미션 하나가 있었다.
내일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 가서 먹을 체리 한 봉지를 사는 것!!
어제 그렇게 왔다갔다하며 고민하다 결국 사지 못하고 돌아선 뒤로
밤새 체리가 떠올라 꿈에 까지도 나와버린 체리의 한을 풀기 위해서라도 가야했다.
신체적, 정신적 피로도 불사하고 곰 세마리를 등에 짊어진 체,
그렇게 마리엔 광장으로 향했다.
가판대 위의 체리들을 보자마자 다섯살 난 꼬마 아이가 되버린 난
"아줌마, 체뤼 반 봉지욧!" -ㅁ-/
2.50 유로 밖에 안하는 걸 어제는 왜 그렇게 가격 비교까지 해가면서 결국 사지 않았던 걸까.
가끔은 징그러울 정도로 돈에 집착하는 내 모습에 진절머리가 난다.
자신있게 체뤼 반 봉지를 가슴에 안고 신나게 호스텔로 돌아가는 길,
노이하우저 거리에서 만난 네명의 예술가들.
이전에 만난 피아니스트의 선율이 아직 머릿 속에서 떠나지도 않았는데
몇 발자국 건너 또 다시 마주하게 되는 황홀한 이들의 공연에
시간이 가는 줄도 모르고 발걸음을 멈춰 버리고 말았다.
노이하우저 거리와 카우핑어 거리를 가득 채운 아름다운 선율로
덩달아 아름다운 뮌헨의 저녁이었다.
호스텔 소파에 앉아 맥주 한 잔 시원하게 홀짝이며 오늘의 일기를 끄적이다.
"오늘의 알테, 노이에, 정말 환상이었어!"
어제의 님펜부르그 궁정 산책에 이은 뮌헨에서의 뿌듯한 이틀째 밤.
맥주 한 모금에 하루의 달콤함이 짙게 배어있다.
* 덧붙임 :
하나. 유럽 여행 중 이용할 일이 없을거라고 생각했던 easy internet cafe'엘 다녀왔다.
한글을 인식하지 못하는 국제 감각이 영~ 부족한 호스텔 로비의 컴퓨터에
한국에서 날라온 엄마의 메일을 읽을 수가 없었던 탓이다.
"재봉틀처럼 유럽 곳곳을 누비고 있을 우리딸을 생각하니 엄만 웃음이 번져"
우리 엄마의 위트에 아놔- 쓰러지시겠다.
그럼 난, 재봉틀의 바늘 쯤 되는 걸까... -_ -??
킥킥. 상상만 해도 웃기다.
유럽 지도 위에 마치 바느질을 하고 다니는 듯한 내 모습. 킥킥.
둘. 내일 저녁 8시, ICE 723을 타고 토마스가 뮌헨으로 달려온다.
나를 보기 위해 학업도 뒤로하고 달려와 주는 우정에 가슴이 뭉클뭉클.
씌 유 투마로우~ 토오~마스!
첫댓글 글에 신경마니 쓰셧네요 사진도 잘보구갑니다 ^^^
오랫동안 머리를 싸매고 쓰는데 생각보다 너무 진지해서 재미가 없죠..?! 최대의 고민입니다-;;; 워낙에 재치 위트 유머가 없는 사람인지라 헉헉. 잘 봐주시면 감사하구요~^-^
일기도 재봉틀 바느질마냥 꼼꼼..^^ ..뿐만아니라 예쁘게도 정리하셨네요//게으름이 온 몸을 휘감은 저로서는 불가능에 가까운..ㅠ//1.99 저 빵이..사진으론 맛있어보이는데...//다음 편도 기대합니다
독일 이야기는 아직 반도 못왔는데 언제나 다쓸까요.. ^-^;; 재봉틀을 빨리빨리 돌려야겠는데요? 다음편도 기대해주세요~
뛰어오르기님의 말에 백만번 공감하면서...ㅋㅋㅋ 정리를 워낙 잘하시니 여행기도 꼼꼼하게 쓰신거져~ 저 독일편보니까 독일 너무너무 가고싶어요ㅠㅠ 전 루트짤때 독일은 오래오래 있을거에요 흙흙 가고파~
다른 나라들도 다 매력이 있지만 독일, 사람들이 쉬이 말하는 것처럼 별 볼일 없는 나라는 아닌 것 같아요. 독일만큼 볼거리 많은 나라도 드문듯. 꼭 가보세요~^-^ 오래오래 머물수록 아마 그 매력에서 빠져나오지 못하실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