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책소개
“더 자주 불평하고 더 많이 불안에 떨수록 흐릿했던 세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세상의 당연한 질서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나를 깨우는 법
『싱글즈』, 『보그코리아』, 『에비뉴엘』에서 19년간 피처 에디터로 일을 해오며 어떤 세상사도 기사거리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갖춰온 조소현은 말한다. “운명인지 필연인지 나는 독자와 내 나이가 일치하는 잡지에서 일을 해왔다”고. 그의 머릿속을 휘젓는 모든 일, 주변에서 펑펑 터지는 일은 모두 기삿거리가 됐고, 인생에서 생긴 궁금증과 고민의 답을 기사를 쓰며 찾아다녔다, ‘사회초년생이 3년 안에 1억 모으는 법’, ‘성과를 도둑맞지 않는 법’, ‘혼자 해 먹는 보양식’, ‘호르몬이 나를 지배할 때’ 등 조소현은 그를 거쳐간 기사와 함께 나이를 먹고 커갔다.
어느 날 글감과 재능에 대한 선구안이 좋은 편집장이 무심코 던진 한 마디에서 이 책은 시작되었다. “여자에 관한 글을 매달 써보면 어떠니? 넌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돌이켜보면 사회에 나온 후 삶의 기본값은 불안이었다. 여자, 워킹맘, 나이 같은 세부 필터를 거치면 세상은 온통 불만으로 가득 찼다. 하지만 불만과 불안은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다. 더 자주 불평하고 더 많이 불안에 떨수록 흐릿했던 세상이 선명하게 보였다. 엄청나게 우렁찬 목소리도, 살이 베일 듯 날카로운 관점도 아니지만 다 같이 불만과 불안을 공유하고 있다는 감각. 이 책에는 그 순간들이 담겨 있다.
👩🏼🏫 저자 소개
조소현
1980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싱글즈』, 『보그코리아』에서 피처 에디터로 일했고 지금은 『에비뉴엘』편집장으로 재직 중이다. 19년간 피처 에디터로 일을 해오며 어떤 세상사도 기사거리로 전환시키는 능력을 갖췄다. 확신을 팩트로 충족하는 편이라 비슷한 고민을 풀어낸 책을 찾고 안구건조가 올 때까지 검색을 하며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으며 글을 써왔다. 그렇게 그러모은 것이 내면에서 내림차순으로 정돈이 될 때마다 마감도 하나씩 끝이 났고 중학생 이후로 자란 적 없는 키가 큰 느낌도 찾아왔다. 평소 단독으로 일하기보다 같이 일하고, 혼자 살기보다 가족들과 와글거리며 지낸다. 그런 덕분에 계속해서 해나가고 있다.
📜 목차
프롤로그
이유를 알고 가는 길은 오래 걸을 수 있다
1부 서른의 불만
써 내려간 말
야망의 눈동자
기울어진 도시
병을 병이라 부르지 못하는 병
먹는 게 죄라면
풍요 속의 생리 빈곤
보기 좋은 털
우리의 소녀 시대
‘그녀'와의 이별
네버 엔딩 저글링
N인분의 노동
각방 라이프
네, 평창동입니다
2부 마흔의 불안
다만 가면에서 구하소서
나의 자랑 해방일지
그레이 딜레마
내 자궁에서 진짜 일어나는 일
생존을 위한 운동
술 마시는 나를 인식하는 나
스페셜리스트 콤플렉스
백수가 아니라 갭이어
40대 부장’님’의 재취업기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
여자 친구라는 노후 대책
내 나이를 받아들이는 법
쓰다 써
🖋 출판사 서평
“우리는 정말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고 살고 있었다”
같은 시대를 보내며 매일 다시 나아가는 이들을 위한 독려편지
서른부터 불만이란 감정이 머릿속을 잠식했다. 막연한 감정만 생겼던 20대와 달리 드디어 문제점의 정체가 파악되기 시작했다. 왜 종일 일하던 의자가 그렇게 불편했는지, 그냥 밥을 먹을 뿐인데 왜 항상 죄책감이 드는지. 억울해서 화가 끓다가 어찌할 수 없다는 무력감이 일상을 흐물거리게 만들었다. 머리로 이해가 가지 않는 지점들이 많아서 무수한 표본을 찾아다녔다. 비슷한 고민을 풀어낸 책을 찾았으며, 같은 시대를 통과하고 있는 주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물었다. 생각해보면 그 원인은 매우 자주 외부에 있었다. 이 감정의 정체가 내가 유난해서 느끼는 것이 아님을 확인했을 때 불만은 더욱 거세졌지만 불안은 일면 잦아들었다.
신기한 것은, 그의 고민은 지극히 개인적이고 도움말을 구했던 지인과 전문가도 극히 일부일 텐데 ‘여자’, ‘직장인’, ‘엄마’, ‘나이’ 같은 필터를 거치고 나면 신기할 정도로 비슷한 이야기가 남았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우리가 비슷한 감각을 공유하고 살고 있다는 기분, 불만과 불안의 시대를 함께 살아가고 쓰고 있는 공저자를 만난 반가움을 얻었다. 해답을 알고 시작한 일이 아니기 때문에 허공에 오물거리는 셀프 다짐이나 상대에게 공을 떠넘기는 물음표로 글을 얼버무리곤 했지만 그럼에도 나아가고 싶다는 것을 느꼈다. 몰라서 해맑을 수 없다면 제대로 알고 사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병을 병이라 부르지 못하는 병에 대하여, 여성에게 야망을 품지 못하게 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하여, 남성을 평균치로 설계된 도시에서 살아가는 어려움에 대해 불만하고 40대 부장으로서 도전한 재취업기, 부모와 함께 산다는 것, 나이를 받아들이는 법, 라이터스 블록까지. 미묘하게 변하는 몸과 마음에 찾아온 불안을 통과하는 법을 이야기한다.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희망하며 쓴 글”
스스로에게서 문제를 찾던 사람이 세상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되묻는 찬찬한 과정
조소현은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 속 한 일화를 소개한다. 울프가 케임브리지 대학교 도서관에 발을 내디디려 하자 친절한 신사가 나타나 “여자는 도서관에 들어올 수 없다”고 말힌다. 이때 울프는 “도서관에 입장이 허용되지 않다니 나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라고 묻는 대신 “나를 들여보내지 않다니 도서관 문지기에게 무슨 문제가 있을까?” 하고 물었다. 조소현은 이 책 『서른의 불만 마흔의 불안』 역시 “항상 나에게 문제를 묻던 내가 상대나 사회에도 문제가 있지 않을까 자문하게 된 찬찬한 과정”이라고 말한다.
“그저 푸념 내지는 한탄으로 끝날 수 있는 숱한 불만과 불안, 그 실체를 목격자의 시선이 아니라 경험자의 마음으로, 때로는 분노하고 때로는 희망하며 쓴 글”이라는 윤혜정(국제갤러리 이사, 『인생, 예술』 저자)의 추천사는 이 책의 의미를 명확하게 드러낸다. 좀더 나은 사람이 되고자 하는 무구한 욕망을, 좀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은 순진한 바람을 갖고 사는 우리들에게 우리가, 우리의 생각이, 우리의 불만과 불안이 잘못되지 않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일상과 세상의 당연한 질서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나를 깨우고 싶은 독자가 환영할 책이다.
“변화에 다다르면 좋지만 그러지 않아도 괜찮다. 모두 삶의 재료가 된다”
불만과 불안, 꺼끌꺼끌해도 씹다 보면 고소해지는 맛을 음미하는 법
최근 한 배우가 인터뷰에 언급함으로써 수년 전 출판된 책 『불안의 서』가 증쇄에 들어가는 일이 생겼다. 800페이지에 달하는 페르난두 페소아의 책에 관심이 쏠린 건 배우가 인상 깊은 구절로 ‘모든 사람 이 24시간 동안 잘 때만 빼고 느끼는 감정이 불안’이라 꼽으면서 밝힌 자신만의 불안을 치우는 법이 옳아 보였기 때문이다. 정말로, 우리는 모두 불안에 시달리고 불안은 그렇게 매일 치워야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소현은 말한다. “불안한 그 감정은 나를 자꾸만 움직이게 했다”고. 언제까지 일할 수 있을지 걱정스러워서, 몸이 더 굽어질까 봐 두려워서, 부모님이 아프실까 봐 신경 쓰여서, 세상의 속도가 버거워서 지금 이 순간에도 무엇이든 하게 했다고. 저자는 말한다. “앞으로도 딛고 있는 지면은 ‘방방’처럼 수천 번 꿀렁거릴 테지만 계속해서 뛰어오르고 싶다. 불안한 채, 불평을 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