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553) – 고궁 매화
매화
창 열고 문득 보니 봄소식이
바로 매화 첫 가지에 있구나
눈 녹자 원림(園林)엔 새 소리 맑고
매화 창 밝아 올 제 봄이 옴을 살펴본다
開窓忽見春消息
政在梅花第一枝
雪盡園林鳥語淸
梅窓欲曉省春生
―― 우성전(禹性傳, 1542~1593), 『계갑일록(癸甲日錄)』에서
2026년 3월 27일(금) 맑음, 미세먼지 나쁨
고궁에 매화를 보러 갔다.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 순으로 갔다.
고궁의 매화는 여느 들녘에 피는 매화와는 다르게 기품이 있어 보인다.
『우리 옛시』(허경진 엮음, 청아출판사, 1988)에서 퇴계 이황의 한시 두 수를 인용하여
함께 올린다.
봄날 한가히 지내면서(春日閑居次老杜六絶句)
산에 꽃들 어지러이 피는 것 싫지 않고
길가에 우거진 풀도 사랑스러워라.
올 듯한 사람이 그예 오지 않으니,
이 풀빛 술동이를 내사 어찌할거나.
不禁山有亂
還憐徑草多
可人期不至
奈此緣樽何
(고비)
(서울제비꽃)
도산에서 달밤에 매화를 읊노라(陶山月夜詠梅)
창가에 홀로 기대어 서니 밤빛이 차가운데
매화가지 끝에서 둥근달이 떠오르네.
이제 새삼 실바람을 불러올 것도 없으니.
맑은 향내 스스로 온 동산에 가득하여라.
獨倚山窓夜色寒
梅梢月上正團團
不須更喚微風至
自有淸香滿院間
홀로 뜰안을 거니노라니 달이 사람을 따르네
매화 곁을 돌고 돌아 몇 바퀴나 돌았던가.
밤이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날 줄 모르니,
향기는 옷에 가득하고 그림자는 몸을 가득 채웠네.
步屧中庭月趁人
梅邊行繞幾回巡
夜深坐久渾忘起
香滿衣布影滿身
늦게야 핀 매화형의 참뜻을 알겠으니
아마도 짐짓 내가 추운 때를 겁내는지 알았으리라.
어여뿔사, 이 밤에 내 병을 낫게 하기 위해서라면,
밤새도록 달을 대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라.
晩發梅兄更識眞
故應知我怯寒辰
可憐此夜宜蘇病
能作終宵對月人
노간의 매화 시에 주자가 감동받아,
수동(羞同)이란 글귀로 세 번이나 감탄했네.
주자에게 한잔 권하고 싶으나 할 수 없으니,
천 년 전 생각에 눈물로 가슴 속을 적시네.
老艮歸來感晦翁
託梅三復嘆羞同
一杯勸汝今何得
千載相思淚點胸
주) 수동(羞同)은 ‘함께하는 것을 부끄러워한다’는 뜻으로, 주로 고결한 존재(매화)가
비속하거나 평범한 것(하찮은 꽃)들과 섞이는 것을 꺼린다는 뜻이다.
(할미꽃)
첫댓글 첫번째 사진 한폭의 그림입니다.
너무 예쁘요
어느 매화가 더 에쁘다고 드러내놓고 얘기하기는 조삼스럽습니다.
서로 시기할까봐.
매화 향이 그득합니다...
재작년까지는 매년 홍쌍리 매화마을을 갔는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인지 굳이 먼 데까지 가고 싶지가 않습니다.
요즘은 어디 가나 매화이 가득하니.
고궁 순례를 하셨군요.
매화나무 밑에 자리잡고 막걸리 한 잔 하고파집니다. ㅋ
갑자기 술 생각이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