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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원칙에 묶인 양철 인간
어느 날 태풍과 함께 낯선 누군가가 날아왔습니다. 양철 가면과 양철 장갑, 양철 빗자루를 가진, 온 몸이 양철로 이루어진 양철 왕국의 길거리 청소부였습니다. 밤 늦게까지 길거리를 쓸다가 태풍에 휘말려 이곳까지 날아왔나 봅니다. 양철 인간은 뒤늦게 이곳이 자신이 살던 양철 왕국이 아닌 머나먼 다른 나라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데도 양철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변을 서성이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습니다. 양철 인간이 신입 청소부 시절부터 가면속에 받아적은 양철 왕국의 ‘원칙’에는 낯선 세계로 날아왔을 때 해야할 행동 대신 양철 왕국 밖에선 양철 왕국 수색대에게 발견될 때까지 자리에서 기다릴 것이라는 원칙이 적혀있었기 때문입니다. 한 평생 원칙을 로봇처럼 지켜온 양철 인간은 원칙에 없는 행동을 할 마음과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탓이였을까요? 양철 인간은 하루, 이틀, 사흘, 나흘동안 그 자리를 조용히 지키기만 했습니다.
1장
길 잃은 길잡이와 불평쟁이 귀농인
어느덧 일주일째가 된 날 해가 하늘 꼭대기를 찍고 넘어갈 때 저 멀리서 태풍이 지나가고 잠시 후 두명의 행인이 양철 인간 옆을 지났습니다. 한명은 평온하면서도 방황하는 듯한 길잡이 “이내”, 다른 한명은 만사가 불편한 듯 곱씹는 표정을 한 귀농인 “동혁”이였습니다. 둘의 대화를 들어보니 이 둘도 태풍에 휘말려 이 나라에 떨어지만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오즈의 마법사를 찾으러 가는 길이였나 봅니다. 양철 인간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행인과 같이 떠나고 싶어했습니다. 평생을 지켜온 원칙대로 가만히 앉아있느라 답답하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었으며 양철로 이루어졌지만 왜인지 배도 고파했습니다. 결국 떠나기로 결심한 양철 인간은 자신을 뒤로하고 길을 떠나는 두 행인을 부르곤 삐걱거리며 자신도 데려가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원칙에 어긋나는 행동을 하니 낯설고 두려웠지만 한편으론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양철 인간은 그제서야 자신이 원칙에서 벗어난 의지를 가지고파 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행인은 양철 인간을 받아주었고 그렇게 양철 인간의 원칙에 어긋나지만 고향을 찾는 여정을 떠났습니다.
양철 인간 일행은 오즈의 마법사로 통하는 노란 벽돌길 위를 걷고 걷고 또 걸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내와 동혁의 이야기도 들었죠. 이내는 마을의 길잡이가 되었지만 남들을 이끌 자신이 없었고 혹여나 이상한 길로 이끌지 않을까 하는 의심을 품고 있었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의심하고 못미덥게 여겼던 이내는 결국 마을을 떠나 하염없이 방황하다 태풍에 휘말렸지요. 동혁은 도시에서 살았지만 어느날부터 눈에 들어오는 모든게 거슬리기 시작했답니다. 삐뚤빼뚤하게 생긴 가로등, 차선을 지키지 않는 자동차, 대열을 벗어나 혼자 다니는 개미 한 마리 까지도요. 동혁은 그런 눈엣가시들을 피하고자 돌아온 시골마을에서 태풍에 휘말렸답니다. 그래서 길잡이는 자신을 믿는 지혜를, 귀농인은 못난점을 고칠 힘을 원했습니다. 양철 인간도 속으로 원칙에서 벗어날 의지를 생각하며 걷고 또 걸었습니다.
2장
완벽하지못한 왕
길을 걷다보니 작은 벽돌집이 모인 마을에 도착했습니다. 일행은 하룻밤을 마을에서 묵기로 했죠. 여관의 방을 빌리고 잠에 들려던 그때 여관 밖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습니다. 일행이 소리가 나는 곳으로 따라가보니 그곳에는 왕관을 쓴 채 비행기를 만드는 왕 “정하”가 있었습니다. 손짓과 손가락을 자와 각도기 삼아 하나부터 열까지 완벽한 비행기를 만드는 작은 나라의 왕이 말이죠. 하지만 개미 한 마리가 비행기 위를 기어가자 왕은 개미의 발자국이 남았다면서 스스로 망치질한 나무판자를 부수고 곱게 매듭지은 밧줄을 끊어버리곤 바닥에 드러누워 짜증냈습니다. 그것도 완벽한 정자세에 완벽한 박자로 말이죠. 작은 나라의 왕은 모든걸 완벽하게 해내고 싶어했습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완벽함을 추구한 나머지 무엇을 해도 완벽하단 생각이 들지 않으면 부숴버리고 짜증내기 일쑤였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왕국으로 돌아가기 위한 비행기도 만들지 못했답니다. 일행은 왕에게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노란 벽돌길을 따라가면 모두를 집으로 보내줄 마법사 오즈가 있다는 사실을요. 왕은 잠깐의 고민 끝에 완벽한 마법사의 도움으로 완벽한 능력을 얻어 완벽한 왕국으로 돌아간 뒤 완벽한 왕이 되겠다며 여정에 함께했습니다. 달이 저물고 해가 뜨자 왕은 정확히 아침 7시에 일행들을 깨우며 여정에 나섰습니다.
3장
마음을 뺏긴 나무꾼
이번에 일행은 설원의 우거진 숲속에 도착했습니다. 빽빽하게 자란 나무들과 갑작스레 들이닥친 눈보라 때문에 대낮인데도 밤처럼 어두컴컴하고 차가운 숲속이였습니다. 길잡이는 등불에 불을 붙였고 귀농인은 앞이 안보인다며 투덜거리고 왕은 완벽한 햇살이 완벽하지 않은 추위에 가려졌다며 툴툴거렸습니다. 양철 인간은 아무말 없이 일행을 따라갔고요. 아직까지도 원칙을 어긴 것이 마음에 걸렸나 봅니다. 그런데 길잡이의 등불빛에 하얀 강철 도끼가 드러났습니다. 도끼는 장작을 향해 내리찍혔지만 장작은 예쁘게 조각나지 않고 심술궂은 표정처럼 이상하게 조각났습니다. 일행이 가까이 다가가 보니 그곳에는 하염없이 장작만 패는 나무꾼 “금조”가 있었습니다. 나무꾼은 태풍에 휩쓸려 이 숲에 떨어진 후 숲속에서만 지내다가 날씨가 추워지자 모닥불을 피우기 위해 장작을 패려 했습니다. 하지만 부끄러운 짓만 골라 하는 사고뭉치였던 자신의 옛날 생각이 자꾸만 떠올라 눈 앞에 있는 장작 하나도 제대로 패지 못하는 것이였습니다. 옛날 생각에 마음을 뺏겨버린 것이죠. 일행은 나무꾼에게 자신들과 함께 오즈의 마법사에게 가지 않겠냐고 물었습니다. 마법사에게 옛날 일에 빼앗긴 마음을 찾아주고 집으로 돌려보내달라 부탁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든 나무꾼은 좋다며 일행들이 숲을 빠져나가게 도와주었습니다. 그 덕에 눈덮힌 숲속에서 빠져나와 다시 노란 벽돌길을 따라갈수 있었죠.
4장
두려움에 떠는 기사
어느덧 일행은 큰 바위와 작은 조약돌이 나뒹구는 바위산 아래 동굴에 다다랐습니다. 그 동굴 안에는 새하얀 안개가 자욱하게 껴있었죠. 그것도 털실무늬가 있는 안개가요. 왕이 털실무늬 안개에게 붙일 완벽한 이름을 생각하는 사이 나무꾼은 몸에 먼지를 뭍히는 털실안개라며 조심하라는 말을 덧붙였습니다. 모두의 머리엔 이미 먼지덩어리가 붙었지만요. 그런데 갑자기 안개를 가르는 은색 검이 나타났습니다. 그 검의 주인은 안개를 가르며 나타난 은색 갑옷의 기사 “하린”이였습니다. 기사는 일행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습니다. 은빛 검은 나무꾼의 옷깃을 스치고 길잡이의 지팡이를 스치고 양철 인간의 가면을 스치며 휘둘러졌습니다. 하지만 기사는 검만 휘두를 뿐 일행을 쫓아내거나 해코지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무서운 괴물들을 쫓아내려는 것 같았습니다. 기사는 갑옷과 검을 지녔지만 사실 모든게 무서운 겁쟁이였던 것입니다. 기사의 칼질에 안개가 사라지자 기사는 일행을 보곤 깜짝 놀라 울기 시작했습니다. 커다란 왕과 무서운 도끼를 든 나무꾼, 망토를 뒤집어쓴 으스스한 길잡이, 무서운 가면을 쓴 양철 인간, 그냥 불편한 표정이 무서운 귀농인까지. 기사의 투구 사이로 눈물이 폭포처럼 쏟아졌습니다. 그때 길잡이가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오즈에게 부탁하면 용기를 얻고 집으로도 돌아갈수 있다고요. 기사는 그 말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기사도 내심 용감한 마음을 얻고싶어 했거든요. 그렇게 동굴에 같힌 후 벌벌 떨기만 했던 기사도 오즈를 찾아 나서는 여정에 함께했습니다.
5장
자신을 잊은 음유시인
일행이 바람부는 협곡 사이를 지날 때였습니다. 바람소리가 마치 협곡의 노래처럼 들려왔지만 모두들 자신의 옷과 물건이 바람에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느라 바빴습니다. 그런데 바람소리가 서서히 노랫소리로 바뀌더니 먼 바위에 앉은 누군가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기사는 노랫소리에 벌벌 떨었지만 일행은 바람을 뚫고 바위 위에 앉아 노래를 부르는 음유시인 “윤하”와 만났습니다. 협곡의 노랫소리는 사실 음유시인의 노래가 바람을 타며 울려퍼진 것이였죠. 하지만 음유시인의 표정은 어두웠습니다. 태풍 때문에 길을 잃어서가 아니라 마치 깊은 고민거리와 잊어버린 무언가가 있는것처럼요. 일행이 음유시인의 표정에 대해 묻자 음유시인은 자신의 어렸을 적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어린 시절 음유시인은 자신만의 노래를 부르고 싶었지만 남들처럼 곱고 잔잔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놀림을 받을까봐 남들과 똑같은 노래만 불렀고 어느새 자신이 부르고싶은 노래마저 잊어버렸다고 합니다. 음유시인의 가여운 이야기를 들은 일행은 음유시인에게도 오즈의 마법사를 찾으러 가자고 말했습니다. 음유시인은 마법사에게 자신이 잊어버린 노래를 찾아달라 부탁할 생각이였습니다. 덤으로 집으로도 돌아가고요. 음유시인은 바람을 타는 노랫소리와 함께 일행의 여정에 함께했습니다.
6장
의욕을 잃은 낚시꾼
주황빛 노을하늘에 조금씩 반짝이는 별빛이 드러날 때 일행은 해안가에 도착했습니다. 노란 벽돌길은 바닷물 아래로 사라진 뒤 바다 건너편의 육지에서 다시 나타났죠. 아마도 바다를 건너야 하나 봅니다. 그때 음유시인이 해안가의 돛단배를 발견했습니다. 나무로 만들어졌고 돛대도 작지만 7명은 거뜬히 태울만한 돛단배였습니다. 일행 모두가 돛단배에 타려하자 방금 잠에서 깬 듯 비몽사몽한 누군가가 배의 뒷칸 안에서 나타났습니다. 배의 주인이자 낚시꾼 “한희”였습니다. 낚시꾼은 일행을 보곤 그냥 다시 뒷칸으로 가 잠들었습니다. 문제는 일행중 그 누구도 돛단배를 모는 방법을 모른다는 것이죠. 돛단배를 타고 건너편으로 갈려면 낚시꾼의 도움이 꼭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낚시꾼은 귀찮다며 일행의 부탁을 무시했습니다. 낚시꾼은 자신이 살던 섬나라에서도 모든게 귀찮아 할 일을 미루기만 하는 게으름뱅이였죠. 그러나 낚시꾼도 자신의 할 일을 미룰 때마다 가슴속이 쿡쿡 쑤시는 것 같았습니다. 하고싶은 생각은 있는데 마음이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죠. 일행은 마지막으로 오즈의 마법사를 만나야 한다며 낚시꾼에게 부탁했습니다. 그 말을 들은 낚시꾼은 오즈의 마법사가 누군지 묻자 일행 모두는 마법사가 누군지 설명해주었습니다. 설명은 들은 낚시꾼은 곰곰이 생각했습니다. 자신에게 할 일을 미루지 않을 의욕을 달라 부탁하고 집에도 갈수 있다니. 낚시꾼은 이번만큼은 기꺼이 일행을 반대편 육지에 데러다 주고 오즈의 마법사를 찾으러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7장
뒤죽박죽 이야기꾼
일행은 저 멀리 성이 보이는 어느 정원을 지나갔습니다. 오즈의 마법사가 있다는 성이 보이자 일행의 발걸음은 조금씩 빨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사과나무 뒤에서 누군가가 일행의 앞길을 가로막았습니다. 연필과 빈 책을 가진 이야기꾼 “주환“은 일행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책에 연필을 쉴새없이 그었습니다. 마치 일행의 모습을 그리는 것 처럼요. 하지만 이야기꾼 옆으로 나비가 날아다니자 이야기꾼의 눈은 나비를 따라갔고 어느새 누군가는 사과나무 옆 장미꽃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책에 마침표를 찍자 책에서 이야기꾼이 그린 것들이 하나 둘 이야기가 되어 일행 앞에 나타났습니다. 아주.. 난해하고 뒤죽박죽인 이야기가요. 이야기꾼은 자신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은지 페이지를 넘기곤 다시 일행을 그렸습니다. 그러다가 꿀벌을, 새를, 구름을, 사과를 그렸지요. 이야기꾼의 정신은 너무 산만해 말투도 뒤죽박죽이고 그의 이야기도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이야기꾼은 포기하지 않고 그림을 그려댔습니다. 의욕은 넘치지만 무엇이 문제인지 모르는 것 처럼요. 이 모습을 본 일행은 이야기꾼에게도 오즈의 마법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이름에 이야기꾼은 가만히 일행의 이야기를 경청했습니다. 자신도 최고의 이야기를 만들 집중력이 가지고 싶었거든요. 이야기꾼은 최고의 이야기를 써내는 자신을 상상하며 일행의 여정에 동참했습니다. 중간에 길을 거꾸로 가고 나무에 한참동안 한눈을 팔렸지만 어찌저찌 일행은 목적지에 당도했습니다.
8장
마녀의 습격
드디어 9명의 일행은 오즈의 마법사가 있다는 에메랄드 마을 앞에 도착했습니다. 곳곳에 빼곡이 들어선 에메랄드로 장식된 통나무집 사이에 홀로 우뚝 선 거대한 성이 보였습니다. 아마 저기에 오즈의 마법사가 있는 거겠죠? 일행도 모두 함께 성을 향한 발걸음을 떼려던 그때 먹구름 낀 하늘에서 마녀가 나타났습니다. 하늘을 나는 빗자루를 가진 초록색의 못생긴 마녀가요. 일행은 얼떨결에 뿔뿔이 흩어져 강하고 사악한 마녀에게 쫓기는 신세가 되었습니다. 길잡이는 모두를 안전하게 피신시키려 했지만 귀농인과 왕과 나무꾼은 부리나케 도망치고 음유시인과 낚시꾼은 집 안으로 숨어버렸으며 이야기꾼은 음.. 주저앉아 우는 기사의 모습을 열심히 그리다가 지금은 나비를 그리고 있군요. 마녀는 그중에서 몸이 뻣뻣하고 느린 양철 인간을 노렸습니다. 마녀가 하늘 높이 손을 뻗자 뜨거운 불덩이가 생겼고 곧장 양철 인간에게 날아가 저 멀리 날려버리고 말았습니다. 멀리 멀리 저 멀리 날아간 양철 인간이 정신을 차렸을 때 주변은 시끌벅적한 난장판이 되어있었습니다. 양철 장갑은 벗겨지고 양철 빗자루는 구부러졌으며 양철 가면은 눈 앞에 까맣게 그을려버렸습니다. 양철 인간을 조종하던 가면속의 원칙들도 한 문장 빠짐없이 전부요. 그때 양철 인간은 그을린 가면을 보고 깨달았습니다. 원칙은 최우선이 아니라는 것을요. 지금껏 원칙대로 살아왔지만 막상 원칙을 깨고 여정을 떠나니 보다 자유로운 양철 인간이 되었습니다. 이제 양철 인간은 양철로 이루어지지 않은 청소부 인간이 된 것이죠. 하지만 감격할 시간도 없이 마녀가 또 다시 불덩이를 날렸습니다. 양철 갑옷도 없는 청소부를 새카맣게 태워버릴 기세로요. 하지만 청소부는 양철 장갑으로 불덩이를 막아내고 구부러진 양철 빗자루를 쥐어잡곤 불덩이를 저 멀리 날려버렸습니다. 양철 장갑은 불덩이를 잡는 용도가 아니며 양철 빗자루로 불덩이를 날려버려도 된다는 원칙따윈 없는데도 말이죠. 이대로 양철 왕국으로 돌아간다면 벌점폭탄을 면치 못할테지만 청소부는 더이상 원칙에 얽매이지 않았습니다. 청소부가 마당에 굴러다니는 쓰레기들을 치우듯 빗자루로 마녀의 사악한 마법을 쓸어버리는 모습을 본 다른 사람들도 하나 둘 마녀를 향한 반격을 시작했습니다.
길잡이가 마음을 다잡고 확고한 지휘를 하자 귀농인은 주변의 창고문을 열어 좋든 못나든 상관없이 일행의 무기가 되어줄 각종 도구들을 꺼냈습니다. 왕은 마녀를 향해 삽을 쥐곤 투창처럼 던졌습니다. 마녀를 맞추진 못했지만 왕의 삽은 마녀의 시선을 끌었고 그 덕에 집 지붕을 타고 기습한 나무꾼의 공격이 마녀를 빗자루에서 떨어뜨렸습니다. 눈물은 여전히 그치지 않았지만 기사의 일격이 마녀의 빗자루를 베어버린 덕분에 마녀는 하늘로 도망치치도 못하게 되었죠. 눈 앞에서 사악한 마법을 쓰려는 마녀를 본 음유시인은 있는 힘껏 노래해 마녀를 혼란에 빠뜨렸고 낚시꾼은 그 모습을 보자마자 낚싯대로 마녀를 낚아 맨 땅에 내동댕이 쳤습니다. 이 모든 광경을 똑똑이 지켜본 주환은 그 누구보다도 거대하고 장엄한 모험담을 써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이야기의 마침표가 찍히고 모두의 앞에 그동안의 여정이 담긴 아홉 일행의 이야기가 펼쳐지자 방금전까지 땅에 쳐박혀있던 마녀와 난장판이 된 마을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청소부, 길잡이, 귀농인, 왕, 나무꾼, 기사, 음유시인, 낚시꾼, 이야기꾼의 주변에는 초록빛으로 빛나는 에메랄드 마을의 건물들이, 눈 앞에는 커다란 에메랄드 성문이 있었습니다.
9장
오즈의 시험 그리고 귀향
성문 안의 높디 높은 회전계단을 오르자 옥상 꼭대기층에는 일행 모두가 그토록 찾던 마법사 오즈가 있었습니다. 일행은 모두 오즈의 마법사에게 태풍에 휩싸이기 전 각자 자신이 살던 곳으로 돌려보내달라 부탁했습니다. 하지만 오즈는 이미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게 해줄 9개의 열기구를 준비해뒀습니다. 그러곤 일행들에게 각자 소원을 한 개씩 말해보라 일렀죠. 그러자 길잡이가 제일 먼저 말했습니다. 남을 이끌수 있도록 자신을 믿는 지혜를 달라고요. 귀농인은 못난 점을 고칠수 있는 힘을, 왕은 모든걸 완벽하게 해낼 능력을, 나무꾼은 옛날 일에 빼앗긴 자신의 마음을, 기사는 모든 두려움을 이길 용기를, 음유시인은 자신이 잊어버린 노래를, 낚시꾼은 귀찮음을 이기고 마음을 낼 수 있는 의욕을, 이야기꾼은 최고의 이야기를 쓸수 있게 해줄 집중력을, 마지막으로 청소부는 원칙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의지를 부탁했습니다. 오즈는 모두의 부탁을 듣자 당황하는 표정으로 이미 가지고 있는걸 어떻게 또 주나며 물었습니다. 일행은 그 말에 깜짝 놀랐습니다. 자신이 가진적 없는 것들이 이미 자신에게 있었다니. 오즈는 껄껄 웃으면서 일행들에게 말했습니다.
섣불리 남을 이끌길 주저하고 방황했지만 위기속에서 망설임을 버리고 최선의 지도를 해준 길잡이 이내, 남의 못난점 때문에 불편했던 마음을 내려놓고 못나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모두를 도운 귀농인 동혁, 완벽하지 않아도 최선을 다해 마녀의 시선을 끈 왕 정하, 옛 기억에서부터 벗어나 온 마음으로 마녀를 떨어뜨린 나무꾼 금조, 무섭다는 생각을 이겨내어 용감히 마녀의 빗자루를 벤 기사 하린, 있는 힘껏 타인과 상관없는 마음의 노래로 마녀를 혼란스럽게 한 음유시인 윤하, 기꺼이 마음을 내어 마녀에게 최후의 일격을 날린 낚시꾼 한희, 산만했던 정신을 한 곳에 똑바로 집중하는 법을 깨닫고 최고의 이야기를 쓴 이야기꾼 주환, 그리고 정해진 원칙보다 넓은 생각과 마음을 가지고 마녀의 불덩이를 날려버린 청소부 “현서”까지. 일행 모두는 마녀를 물리치면서 각자가 원하는 소원을 모두 이루었습니다. 마법사 오즈가 내린 시험 ‘마녀의 습격’을 훌륭하게 통과한 것이죠. 그렇게 모든 일행은 서로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각자 저마다의 고향으로 돌아갔습니다. 양철 왕국으로 돌아온 현서는 여전히 청소부 일을 했지만 원칙에 얽매이지 않고 스스로 자유롭게 길거리를 드나들며 넓고 큰 길을 청소하며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벌점폭탄은 어떻게 되었냐구요? 다행히 원칙을 어긴 벌은 없었고 구부러지고 그을린 도구들의 수리비만 받아갔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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