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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화 목 한 사람들 원문보기 글쓴이: 빛돌
천발견묘(薦拔畎畝)
밭고랑과 이랑 사이에서 농사짓고 있는
숨은 인재를 발탁하자는 뜻으로,
농사꾼 중에서 유능한 사람을
추천하고 등용하라는 말이다.
薦 : 천거할 천
拔 : 뺄 발
畎 : 밭도랑 견
畝 : 이랑 묘
출전 :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0권 인사문(人事門)
이익(李瀷)은 성호사설(星湖僿說)
제10권 인사문(人事門)의 천발견묘(薦拔畎畝)에서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호가 성호(星湖)인 그의 대표적 저술
'성호사설(星湖僿說)'에서 사회개혁에 대한
폭넓은 주장을 한 인사문(人事門)에 실려 있다.
널리 인재를 발탁해야 한다는
천발견묘(薦拔畎畝)편을 따로 두었다.
천자(天子)로부터 서인까지
하루도 먹을 것이 없어서는 안된다.
먹는 것은 곡식을 주로 삼는데
곡식은 백성에게서 생산되는 것이므로,
심고 거두기가 어려운 것은
오직 백성만이 참으로 알 수 있고,
왕공 대인(王公大人)은 지혜가 주밀(周密)하고
생각이 세밀하여 먼 곳의 일까지도 추측하여 안다고 하나,
몸이 안일하고 듣고 보는 것이 없으니,
어떻게 백성들의 살을 에고 뼈를 깎는 듯한
고통을 다 알 수 있겠는가?
대저 사람의 마음이란 겨울에 갈포옷을 보고
여름에 털옷을 보면 자기가 일찍이
입었던 옷이라도 오히려 싫어하는데,
하물며 몸소 농사의 괴로움을
겪지 않은 자에게 있어서랴?
이러므로 고종(殷高宗)은
오래도록 외방에서 괴로움을 겪었고,
조갑(祖甲)은 임금 되기 전에 백성이었는데
백성들의 실정을 절실히 깨닫지 못할까 염려하였었다.
지금 세상에는 이러한 일을 다시 볼 수 없게 되었다.
그 당시 공경대부(公卿大夫)들도 모두 처음에는
미천하다가 나중에 귀하게 된 자가 아님이 없었다.
중세에도 오히려 그러하여 사방에서 등용된 인재에
농촌에서 발탁된 자가 많았으므로
모포(茅蒲; 대나무 껍질로 만든 삿갓)와
발석(襏襫; 거친 천으로 만든 옷) 차림으로
몸뚱이는 땀에 젖고 발에는 흙을 칠해 가며
온갖 고생을 다 겪어도 가뭄과 장마,
바람과 서리의 재해가 있으면 굶주리고
떠돌이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것을 모두 알았으니,
어찌 차마 백성들의 힘을 상하게 하고
백성들의 먹을 것을 빼앗을 수 있었겠는가?
후세에 와서는 그렇지 못하여 조정에서
인재를 뽑는 것이 세벌(世閥)과 관위(官位)의 고하에
벗어나지 않아서 거실(巨室)에 있어서는
버림받는 자가 없고 원읍(遠邑)에 있어서는
어질고 덕이 있는 이도 버려 둔다.
게다가 과명(科名)이란 한 투식에 따라
교묘한 방법으로 발신(發身)하기 때문에
지우(智愚)를 막론하고 몸뚱이만 있으면
문득 귀히 되어서 살찐 고기로
배를 불리고 독한 술로 정신을 잃는다.
심한 자는 혹 이르기를
"염소로 밭을 갈고 쌀을 심으면 싹이 난다"고도 하니,
요사이 중지(中智) 이하는
모두 귀신 도깨비 같은 놈들이다.
이러고서 백성이 어찌 곤궁에 빠져
죽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러므로 공경(公卿)들에게
백성들의 농사하는 일을 알게 하려면
반드시 벌열(閥閱)이란
패병(欛柄; 칼자루)을 깨뜨려 없애고,
몸소 농사의 어려움을 아는 자 중에서
재능과 덕망이 있는 자를 가려 등용해야만
거의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높은 사람들은 지식이 많아 알 수 있다지만
'염소로 밭을 갈고 쌀을 심으면
싹이 난다(駕羊耕菑 種米生苗)'고 할 정도로
백성들의 고통은 모른다고 질타한다.
그래서 파벌과 지위에 따라 등용하는 것을 깨뜨리고
'몸소 농사의 고통을 아는 자 가운데
재능과 덕망 있는 자(躬知稼穡艱難者 得以材徳)'를 가려
중책을 맡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밭이랑 사이서 고생하는 사람 중
실제 인재를 찾으라는 이야기는 아니고
백성들의 실생활과 고통을 잘 아는 사람이라야
좋은 정책을 펼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하면 좋다.
여러 방면에서 인재를 찾는데 이론만 아는 것보다
실무에 밝은 사람이 난관을 헤쳐
나가는데 적임일 것은 물론이다.
한 때 우리 공직자들의 인사원칙으로
현장을 아는 사람 중에서 재능과 덕망 있는
인재를 고른다고 내세운 적이 있다.
그런데 갈수록 원칙은 허물어지고
같은 진영의 사람들만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는 인사는 늘어난다.
성호선생이 통탄할 일이다.
-옮긴 글-
첫댓글
좋은 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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