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속 추위에
최 병 창
사막 같은 하늘밑에선
기다리지 않은 무더위가 한창입니다
그래도 추위가 남겨놓은 모래바람은
흘러오는 산처럼
사막아래에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습니다
무덥다는 말은 차갑다는 말의 반어입니다
그런데 사정은 말과 같지 않아서
자꾸만 거꾸로 가고 있으니
무더움에 젖은 어깨를 훌훌 털어보아도
한낮의 무더위는
누구의 정거장도 되지 못합니다
익숙한 가난은 바다로 나가지 않더라도
모래바람은 모질도록 춥고 또 춥습니다
무더위가 함께
하지 못한 까닭이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무더위를 지그시 깨물어봅니다
늘어나기만 하는 낯선 풍선은 무릎아래서
햇볕 속으로 자취를 숨기고
소리를 막아버린 틈새에서는
얼음장 같은 외침이 추위를 재촉합니다
땀 흘리던 역사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우리가 오래전 사막을 건너오면서
찌는 듯한 무더위가 얼마쯤이면
무척이나 추워질 것을 잘 기억합니다
온몸이 이중고에 뚜껑처럼 달아올라도
춥기는 참으로 추웠다는 그 사실들을,
지금 당신은 한창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더위를 식히기에 여념이 없으시겠지요.
<2024. 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