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악인 고미영 씨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 정상을 등정한 후 조난을 당해 숨진 안타까운 사고가 있었다. 3년 전 지인의 소개로 부산시민등산아카데미에 입교한 이래 주말이면 산을 찾는 내과의사인 필자는 고인과도 조금 친분이 있어 지면을 빌려 애도를 표한다. 최근 몇 년 사이 등산 인구가 눈에 띄게 늘었다. 등산아카데미를 졸업하고 필자는 2대 총동창회장을 맡아 봄, 가을 입교식과 수료식에 참석하고 가끔 등산 강의도 했다. 그때마다 등산 시 위험 대처법과 예방법을 빠짐없이 강조했다. 휴가철을 맞아 계곡산행을 많이 가는데 혈압이 높고 순환기에 이상이 있는 사람은 일단 주의가 필요하다. 산행 시 가슴이 답답하거나 두통, 구역질 등이 동반되면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는 상태에서 이른 아침 공복 산행은 저혈당을 유발할 수 있어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대사과정에서 수분을 많이 필요로 해 탈수현상을 유발하는 고단백 음식은 먹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산행 전 가장 좋은 식사법은 평소 식사량의 3분의 2 정도를 산행 2~4시간 전에 하는 것이다.
음식은 고탄수화물, 저지방, 저단백질식이 효과적이다. 지방은 소화·흡수에 많은 시간이 걸려 산행 중 위와 소장에 부담을 준다. 등산은 다른 운동보다 시간당 소모 열량이 많아 잠시 쉬면서 먹을 수 있는 초콜릿, 견과류, 빵 등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그렇지 않으면 등산 후 공복감으로 과식을 하게 된다. 탈수증 예방을 위해서는 물도 좋지만 오이, 당근, 귤을 준비하면 수분과 함께 비타민을 공급하기 때문에 더욱 괜찮다. 담배는 일산화탄소로 인한 산소 부족 현상을 악화시켜 가뜩이나 힘든 심장을 더욱 힘들게 한다. 술도 균형감각을 잃게 하는데다 일시적으로 체온을 올리지만 저체온증과 탈수를 유발하는 만큼 자제해야 한다. 특히 하산 후 과음은 힘들게 줄인 체지방을 원상태로 돌려놓는다.
우리나라 30~40대의 30% 이상에서 보이는 대사증후군은 생활습관과 관련이 깊다. 인스턴트 식품, 과식, 운동부족 등으로 인한 복부비만이 2차적으로 혈압, 당뇨, 동맥경화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대사증후군의 예방과 치료를 위해선 걷기, 조깅, 등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등산은 방법을 제대로 알면 효과를 배가시킨다. 산을 탈 때는 50분 걷고 10분 휴식을 취하며, 초보자는 30분에 10분 쉬며 쉴 때는 서서 휴식을 취한다. 오르막에선 발끝부터 내 디디며 발바닥 전체가 지면에 닿게 하고, 내리막에선 뒤꿈치가 먼저 닿게 한다. 등산은 스트레스 해소와 근골격계 강화, 골다공증 예방에다 우울증까지 다스린다.
한번은 65세 할아버지가 병원을 찾아왔다. 평소 중풍과 혈압으로 약물치료를 받았는데 술 등을 주의하지 않아 혈당이 계속 상승, 결국 합병증으로 백내장과 손발 저림, 동맥경화까지 온 상태였다. 할아버지는 무조건 좋은 약 처방을 요구했으나 당뇨는 약물치료에 식이·운동요법까지 병행하면 더 효과적이라고 설명하고 등산을 추천했다. 이후 아들과 매일 산에 다니기 시작한 할아버지는 처음엔 무리를 한 탓에 저혈당증세가 나타났다. 이는 갑자기 운동량이 많아지고 인슐린 분비가 좋아져 오는 현상인데, 당뇨환자는 반드시 운동·등산을 할 때 저혈당증에 대비해 사탕이나 초콜릿을 준비해야 한다. 할아버지도 그 뒤론 이를 지켜 등산을 통해 건강하게 생활하고 있다. 당뇨환자는 약도 중요하지만 등산이야말로 '명약'으로 권유하고 싶다.
전기환 해운대혜성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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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늘 함께 산행하는 병원장님이시지요..
혼자 아침산행하고 왔어요...늘 힘들다는 생각 게으름피울 핑게를 만들면서....앞으론 열심히 해야징
낼 아침엔 강아지랑 산에 가서 운동 하고 와야 겠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