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도 밴드를 둘러싼 논의 중 가장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제, Mike Portnoy(이하 MP)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더 정확히는, MP의 탈퇴 이후 Dream Theater가 잃어버린 것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가장 민감하고 논쟁이 많을 주제임이 분명했기에 연재 시리즈 후반부에나 다루어 볼 생각이었지만, 언젠가 다뤄야 할 주제라면 부딪혀보자는 생각으로 용기를 내었습니다. 최대한 조심스럽게 객관적인 내용만을 중심으로 써보려고 했지만 음악이라는 것이 애초에 객관적이기가 어려운 분야라는 변명을, 시작에 앞서 궁색하게 늘어놓습니다. 한 가지 확실히 밝혀두자면 이 글은 후임 드러머 Mike Mangini와 MP 중 누가 더 훌륭한 드러머인지에 대한 내용이 아닙니다. 과거 밴드의 성공에 있어 MP가 수행했던 대체불가능한 거대한 역할들, 그리고 그의 탈퇴 이후 채워지지 못하고 있는 밴드의 요소들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것들을 몇 가지 항목으로 나누어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래서 제목 또한 '그들이 잃어버린 것' 입니다. 제법 긴 분량에 대해서도 미리 양해를 구합니다. 3부작으로 나누어서 연재가 될 예정입니다.
# Part 1. 그들이 잃어버린 것 : 기획력과 소통
이번 추석 연휴 전, Dream Theater 신보 15집 프로모션 인터뷰 영상이 공개 되었다. 진행자가 멤버들에게 질문을 던지면 돌아가며 대답을 하는 형식이었다. 질문 내용은 주로 '어디서 영감을 얻었느냐', '앨범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떠하냐', '작업 과정은 어땠느냐', 'epic 한 곡에 대해서는 ㅡ어김없이ㅡ 5집의 영향을 받았느냐' 등의 하품나는 질문으로 시작했고, 멤버들의 대답 내용도 30년간 매번 듣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좀 더 시간을 되돌려서, 2010년 MP 탈퇴 직후 당시 소속 레이블이었던 Roadrunner가 기획했던 드러머 선발 오디션 영상은 또 어떠했나. 당시 유행하던 오디션 포맷으로 제작되어 화제가 되었던 해당 영상은 MP의 공석을 메꾼다는 발상면에서는 참신했지만 연출의 허술함, 기복이 심했던 후보군 선정 등으로 인해 이슈메이킹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당시 후보 중 한 명이었던 Marco Minneman과의 불협화음으로 최종합격자가 미리 공개되어 버리는 참사가 일어나기도 한다. 드럼을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영향을 받았을법한 거장 Mike Portnoy의 대체자를 구한다는, 실로 엄청난 소재를 가지고 뽑아낸 것이 고작 그뿐이라니.
시간이 갈수록 줄어드는 Dream Theater의 팬 숫자에는 시대적 추세와 맞물린 음악적 요소 이외에도 많은 음악 외적 원인이 있다고 보는 것이 중론이다. (Dream Theater 음악의 퀄리티가 떨어진다고는 하지 않았다. 그들의 팬 숫자가 줄어든다고 했으며 그것은 엄연한 fact이다. 애초에 Progressive Metal은 2021년 음악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도태되고 있는 장르 중 하나이다) 그렇다면 밴드의 과거의 상업적인 성공에 ㅡ혹은 최근의 실패에ㅡ 이러한 기획 및 프로모션이 큰 영향력을 가지느냐는 질문에 먼저 대답을 할 필요가 있다. 결국 밴드가 만드는 음악이 좋다면 자연스레 팬 층은 두터워지고 앨범이 잘 팔리는 것이 아니냐는 반문 또한 가능하다. 하지만 밴드가 성공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음악이지만, 그런 좋은 음악을 통해 유입된 라이트 팬들이 점점 밴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충성도를 키우며 점차 헤비 팬이 되고 매니아로 진화하는데는 그러한 기획이나 서포트, 기믹 등이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뮤직 인더스트리의 목적이자 본질이다.
1989년 데뷔 이후 Dream Theater는 Mechanic과 ATCO Record (현 Atlantic Record) 로 소속 레이블을 거치는 동안 회사의 음악 외적인 도움을 전혀 받지 못했다. 앨범 발매 이후에도 별도의 promotion이나 tour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었다고 MP는 인터뷰에서 여러차례 밝힌바 있다. 그것은 그들의 전성기로 여겨지는 5~8집 때의 소속 레이블 Elektra나 Warner Bros 때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9집 발표 직전 베스트 앨범 발매 당시 Road Runner로 레이블이 바뀌고 나서야 제대로 된 앨범 홍보 및 투어 promotion이 이루어지게 된다. (계약 직후 결정한 베스트 앨범 발매는 끔찍했지만) 한 계열의 탑 밴드가 그 정도 처우를 받았다는 것은 애초에 Progressive 계열의 작은 시장규모를 반증하는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어쨌거나 당시 레이블이 손놓고 있으면 밴드로서는 음악 외적으로 밴드를 어필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한 시기였다. 그러한 상황에서 밴드를 상업적 측면에서 support를 해주고 팬들의 royalty를 끌어왔던 것은 바로 MP의 엄청난 기획력이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MP는 Dream Theater의 전신인 Majesty 시절부터 모든 영상과 footage를 수집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강박수준으로 모든 과정을 촬영하고 수집해두곤 했다. 매번 앨범이 나올때마다 writing & recording session을 촬영한 영상, 앨범의 demo 버젼, 드럼 녹음을 따로 촬영한 드럼캠, b-side 곡을 모아서 만든 앨범 등이다. 또한 새로운 월드투어를 돌때마다 Rock 명반 앨범을 하나 선정하여 앨범 전체를 통째로 커버하는 특별공연 기획 및 라이브 부틀렉 제작, 레슨비디오, 규모가 작은 local show 촬영, 투어마다 컨셉에 따라 바뀌는 드럼세팅, 킥드럼 헤드 디자인, 그리고 그에 따른 드럼세트 네이밍 등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또한 MP와 오랜 시간동안 함께했던 엔도서 TAMA, Sabian과의 컬레보레이션을 통한 MP 시그네쳐 스네어, 스틱, 스택스 & 스플래시 심벌 발매, 당시에는 신선했던 Dream Theater 홈페이지 상의 드럼 시뮬레이터, MIKEPORTNOY.COM 포럼 운영까지, Dream Theater의 음악 외적으로 팬들이 열광했던 아이템들은 전부 MP에 의한 것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Dream Theater의 '음악'을 제외하고는 모든 곳에 MP가 있었다. 이제는 플랫폼이 바뀌어 대부분의 밴드 관련 영상은 유튜브로 볼 수 있게 되었지만 현재 유튜브에 존재하는 1986~2010년 Dream Theater 영상은 외주로 제작된 공식 뮤직비디오 이외에는 기획-촬영(공연촬영제외)-편집까지 전부 MP가 '직접' 한 것이다. 4집 이후 발매된 라이브 앨범<Once In A Livetime> Commentary에서 MP가 '이 장면에서 John Myung의 솔로 앵글을 잡고 싶었는데 엉뚱한 장면을 찍고 있던 멍청한 카메라맨 때문에 다른 멤버의 분량을 넣을 수 밖에 없었다'는 식의 말을 하는 것으로 보아, 직접 장면 하나하나를 편집까지 했던 것으로 보인다. 급기야는 이러한 MP의 b-side 적인 작업을 위한 회사를(MP4 Production) 따로 설립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MP의 창작물이 가진 최고의 장점은, 그 결과물들이 밴드 내부의 멤버에 의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하나하나의 상품들이 밴드의 의도 및 핵심을 잘 담아내고 그들의 가장 깊숙하고 진솔한 모습을 잘 담아낼 수 있었다는 점에 있다. 실제로 Dream Theater 팬덤 중 다수가 악기나 작곡, 녹음 관련 지식이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그들의 음악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의도, 원리 그리고 때로는 인간적인(?) 실수가 담긴 그 상품들은 Dream Theater를 단순히 경이로운 연주자나 작곡가로만 보는 것이 아니라 멤버과의 깊은 애착관계와 일체감을 느끼게 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이처럼, Dream Theater 음악 외적인 모든 기획과 아이템들은 오롯이 MP의 재능과 노력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 2부에서 상술할 밴드 음악에 대한 MP의 공헌도 역시나 앨범의 프로듀서로서 핵심역할을 했던 그의 비중을 무조건 21% 이상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기획자로서의 그의 역할을 감안했을 때 밴드의 상업적 성공에는 MP가 절대적인 역할을 해왔음을 알 수 있다. MP의 밴드 탈퇴 이후에도 나름 규모를 갖춘 Roadrunner, Warner Bros 등 당시 소속 레이블들이 많은 기획과 프로모션을 했지만 락뮤직 레이블의 전형적인 아류성 기획과 프로모션 등은 실망스러운 수준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전혀 의도를 알 수 없었던 <Astonishing>의 세계관 티져 홍보, 소설과 모바일 보드게임 발매 등은 그 대참사들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오늘날에도 Petrucci와 Rudess가 SNS 등으로 활발하게 팬들과 소통하며 밴드 대외활동에 열심히 참여하고는 있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2020년대의 모든 public artist들이 필수적으로 해야하는 숙제 같은 것으로 보아야 한다. 심지어 Petrucci와 Myung은 2019년 어느 매체와의 한 인터뷰에서 포럼이나 인터넷 상에서 밴드 음악에 대한 팬들의 의견이나 멤버를 소재로 한 meme 등을 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밝힌 적도 있다. 팬들과 소통이 너무 많아지면 밴드의 방향성과 창작활동에 지장을 받게 된다는 이유로 말이다. 발언 직후 Petrucci 본인도 아차 싶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팬들과 소통하는 것은 너무 즐거운 일이며 SNS 등을 통해서 팬들과 가깝게 소통하게 되어 좋다는 식으로 수습을 하는 모습이었지만. 어찌 됐든 MP의 탈퇴 이후 팬들이 열광하던, 그의 열정과 재능이 빛을 발하던 밴드의 기획과 음악 외적 결과물들은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는 상태이다.
(2부에서 이어짐)
https://jellyjam.tistory.com/m/entry/whattheyhavelost1
첫댓글 멋진 칼럼 잘 읽었습니다! 읽을때마다 느끼는거지만 추천 버튼이 없다는게 아쉽네요;; 다음 칼럼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확실히 Astonishing 발매 때 앨범에 대한 자신감에 비해 프로모션은 납득 못할 수준이었죠. '게임을 만든다고...?'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다음 글도 기대가 됩니다. 잘 읽었습니다.
글에서 밴드에 대한 애정이 느껴집니다. 그렇기에 말씀하신 부분들이 더 아쉽게 와닿네요. 좋은 글 정말 감사합니다
크으...진짜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되네요
담편도 기대합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좋은 칼럼 읽었습니다.
포트노이가 추진력은 정말 대단했죠. 다음 칼럼이 너무 기다려지네요!
파트2는 언제 올라오나요? 포트노이 팬인데 기다리고 있습니다!
댓글 감사합니다- 연재는 2주에 한번 업로드하는 것을 목표로 생업을 하는 중간중간 열심히 쓰고있습니다 ㅎㅎ 주말까지는 2부를 마칠수있을것 같습니다!
글 참 잘쓰시네요~
쭉쭉 읽어내려가집니다.
다만 포트노이 있을 당시도 조금씩 계속 내리막이었어서...있었다고 인기나 활동력이 지금과 달라져있을꺼 같진 않습니다. 포트노이가 기획력이 좋지만, 지금도 나름 나머지 멤버들이 작아진 씬에서 그 나이에 꾸준히 잘하고 있다고 보는지라...팀웤도 더 좋아진거 같구요.
그때도 외부활동이 점점 늘어나던 포트노이가 계속 있었으면 팀이 어떻게 됐을지 의문입니다.
능력은 있지만 쇼맨쉽과 자기주장이 너무 강한 포트노이는 어찌보면 멤버간의 유기적인 화학작용이 중요한 드림씨어터라는 밴드와는 상극이었을런지도 모르겠습니다..이번 신보를 들으면서 더 극명하게 느껴지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