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혹적인 꽃향기 속에서(555) – 화야산 얼레지(2)
얼레지
얼레지
김승기
길고 긴 겨울을 뚫어내느라
여린 숨결이 얼마나 상했을까
그렇게도 얄상한 목숨줄기로
뼛속에 옹이 박힌 얼음덩이 어떻게 녹여냈을까
하루를 꽃피우기 위해
땅 밑에서 백일을 꿈꾸었는데
아무렴, 얼음의 벽이 두꺼워도
코끝으로 느끼는 봄내를 막지 못하지
봄꽃들이여
티 없이 노랑웃음 저마다 눈이 부셔도
상처 없는 삶이 어디 있으랴
온통 불그죽죽 피멍든 얼굴이어도
오늘의 기쁨을 준 훈장인 걸
무엇이 부끄러울 수 있으랴
이제 봄바람 불었으니
씨를 맺는 작업은 나중의 일
따스한 햇살 받으며 활짝 웃어야지
천진스럽게 웃고 있는
홍보라
그 맑은 웃음이 황홀하다.
▶ 일 시 : 2026년 3월 30일(월) 흐림, 미세먼지 나쁨
▶ 장 소 : 화야산 큰골계곡
▶ 갈 때 : 청평역에서 택시 타고(요금 14,400원) 화야산 큰골계곡 입구 주차장으로 감
▶ 올 때 : 삼회1리 마을회관 버스정류장에서 군내버스 타고 청평터미널로 가서 41번 군내버스로 환승하여
청평역으로 가서 전철 타고 옴
얼레지에 대한 시 몇 수를 함께 올린다.
엘레지
공석진
바람난 여인은
요염한 자태로
유혹을 하네
얼레 얼레 얼레지
얼굴 벌개진 남정네
다급한 노래로
말을 더듬네
아가 아가 아가씨
선혈이 낭자한
자주빛 사랑은
절벽 바위틈에도
숨이 넘어가도록
비명이다
얼레지 꽃
최원정
봄 햇살이
단단하게 수직으로 꽂히는
호젓한 산길
앉은뱅이 양지꽃
봄볕 바라기로
노곤 노곤해 질 때
보랏빛 쓰개치마 곱게 쓴
얼레지 두 송이
살포시 고개 떨구고
그리움으로 애끊는 마음
짐짓, 옹송그려 보지만
파랗게 날이 선
따가운 봄 햇살에
그만, 더운 심장까지
데이고 말았다
얼레지 꽃
손병흥
깊은 산골 산모퉁이 돌아 나온 햇살비친 산기슭에 고개 내민 보라색 꽃망울로 수줍은 듯이 살포시 고개 숙인 채
피어난 자태
안타깝게도 꽃술 중앙부분이 이빨문양처럼 생긴 모양새 탓으로 억울하게끔 일명 개 이빨 제비꽃으로도
불려 지게 된 어여뿐 식물
땅속 씨앗에서 싹을 띄운 뒤에 꽃을 피워내기까지 오랜 세월동안 무려 7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는 인고의 나날을
견뎌낸 봄의 전령사
양지 녘에 햇빛 비칠 때 꽃잎이 치마를 훌렁 걷어 올린 것처럼 보여 너무 흡사하다고 해서 본의 아니게 붙여지게
된 꽃말조차 바람난 여인
봄날 살랑거리는 봄바람에 늘 소박한 아름다움으로 청초한 겸손 지닌 보랏빛 미소로 고개 숙여 하늘거리는
산등성이 산자락에 피어나는 들꽃
그나마 이름만으로 다행히 세련되어서 서구적인 냄새 풍기는 호사누리지만 이파리에 진흙탕처럼 마구 뿌려진
얼룩무늬 탓에 지어졌다는 토종 야생화
얼레지꽃
전길자
수줍게 꽃잎 들어 올리고
날듯이 앉아있는
연보라 빛 얼레지
봄 끝자락에야
살짝 얼굴 내밀고
있는 힘 다해 팔 들어올리고
춤추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이 지상의 한을
열연하는구나
꽃샘바람 뚫고 올라온
네 가냘픈 꽃잎에서
왜 지나간 시간이 보이는지
자꾸 돌아보게 되는지
살얼음 딛고 건너온 내 생애
말없이 마중하니
더 알싸하구나
꽃도 사람처럼
채광석
꽃도
사람처럼
선 채로 살아간다는 걸
먼저 서고 나서야
핀다는 걸
까마득한 옛날부터
그래왔다는 걸
이제야
안다
그까짓 화관(花冠)이 대체 무어라고
어느 봄 한 날
눈물겨워라
시간을 모아
제 허리를 만들고
시간을 세워
우주 한 장 밀어 올리는
저
공력이
첫댓글 얼레지 1
♣김창진
수선화를 만나면
내가 뒤따라 봄이 됩니다
프리지어 꽃은
그냥 가슴에 품어도
좋습니다
당신이 얼레지 꽃을 받으면
어쩔래요
큐피드의
사랑의 화살에
맞을 참입니까
이리 야스락거리다간
큐비즘까지
얼레
얼레
그냥
사랑의 실이라도
감아 보시지요
얼레지 2
♣김창진
얼레지를 보고 있으면 꽃과 잎을 보고 있으면
잎은 꽃에 대해서 동승의 관계냐 방관자이야
꽃줄기가 미끈 흠씬 높고
땅에 깔린 잎에서 보면
꽃들의 모양새며
표정이 얄궂기 때문이다
얼마나 첨예하냐
얼마나 꼬였느냐
저게 실감는
얼레-지
저러다가 바람까지
얽힐라
저 설주는 몇 다리인가
꽃잎 헤아리는 나마저
얼렁대니
화야산에 얼레지가 이리 많군요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 계절 형님께는 가장 행복한 철인 듯 합니다
아울러 고난의 계절이기도 합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