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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스펙 |
기업 자격요건(예) | |
기업 |
XXX Korea |
삼성전자 |
모집부문 |
회계 |
R&D |
학교 |
해외대학 |
4년제 이상 졸업예정자 |
학부 |
Business |
인문 |
토익 |
800점 이상 |
700점 이상 |
오픽/토스 |
IH |
IM 이상 |
자격증 |
무 |
워드프로세서 1급 우대 |
대외활동 |
해외 8년거주 |
해외봉사, 어학연수3개월 |
해당기업 인턴 여부 |
X |
X |
합격 여부 |
최종합격 |
1차면접 합격 |
언뜻 보기에 그다지 와닿지 않는 스펙입니다.
오랜 해외거주기간에도 불구하고 좋지 않은 영어성적, 졸업도 겨우할 정도의 낮은 성적, 나이 30에 기혼..
귀국할 때까지만해도 그래도 수많은 회사 중에 어디든 들어가겠지 하는 기대와 대기업에 대한 부푼 꿈도 많았습니다.
학과 과정도 힘들고, 생활비 벌려고 알바뛰고, 영어도 native 수준이 아니라 항상 쫓아가기 급급했던 학교생활.. 저랑 같이 공부하던 많은 유학생 친구들도 매학기 낙제하지 않고 통과하기만을 바랬지, 높은 성적 안 나왔다고 투덜거리는 사람은 한명도 없었습니다. 가령 있으면 뒤에서 뒷담화 무쟈게 했죠, 재수없는 놈이라고 ㅎㅎ 그 동안 해먹은 외화낭비와 아까운 시간을 생각해서라도 졸업은 꼭 해야한다는 일념으로 매진한 끝에 극적으로 졸업했습니다. 너무 행복했죠..
하지만 막상 받은 성적 가지고 한국와서 구직을 하다보니 제약이 많더군요.. 3.0/4.5 이상인자에 해당되지 않아서 이거 적어 놓은 기업에는 지원할 엄두도 못 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기회는 줄게 되고, 지원자격에 성적이 언급되지 않은 기업만을 골라 지원했지만 이력서 양식에 성적란이 있기 때문에 결과는 늘 뻔했죠. 그러다 작년 하반기에 황금같은 기회를 얻게 됩니다. 재계 20위 안에 드는 기업 중에 성적을 요구 안하는 유일한 기업이 딱 한군데 있더군요. 심혈을 기울여 지원서 작성하고 처음으로 대기업 서류통과, 어렵다고 알려진 인적성까지 통과. 면접까지 갔습니다. 동기생들도 없고 스터디모임도 따로 하지 않고 인터넷에 정보를 의지하던 저는 부랴부랴 면접준비를 하고 면접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첫번째 PT면접. 주어진 케이스에 대해 분석하고 해결방안을 내놓는 거였습니다. 문제지가 10장이 넘더군요. "아.. 우리나라말이 영어보다 더 어렵네" 라고 느낄 정도였습니다. 머릿 속엔 종이 땡땡땡 쳐대고, 아 암울했습니다. 학교때부터 시험지 보고 머릿속에 종이 땡땡 쳤을때의 경험 느껴보신분만 알겁니다. "뭘 어떻게 해야하는거지.. 망했다.."그렇게 이어진 15분간의 발표 동안 뭐라고 주절주절 했는지도 모르게 날려먹고, "인성면접이 더 중요하니까 잘해보자"라고 다짐 했습니다. 3:1 면접으로 약 1시간 아상동안 진행되더군요. 압박은 아니지만 한가지 주제에 대한 꼬리질문이 이어지다 보니까 사람 환장하겠더군요. 어벙어벙 준비한 멘트는 써먹지도 못하고 온 기회를 굴러찼다고 할 정도로 말아먹었습니다. 일주일 있다가 역시나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고 좌절했죠..
언제 다시 올지 모르는 대기업 면접.. 게다가 평소에 정말 가고 싶었던 기업의 문턱에 거의 다다랐는데.. 여기서 끝이네.. 그 후로 운 좋게도(?) 대기업 면접까지 갔던 곳은 2곳 더 있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다 안 좋았죠.. 굳이 원인을 꼽자면 준비부족이 아닐까 합니다. 음.. 지난 1년동안 지원만 미친듯이 하면서 사실 영어다 뭐다 다른거 하나도 안 했습니다. 무슨 똥배짱인지 본인의 능력도 잘 알고 실속도 없으면서.. 영어공부도 귀찮고, 돈 아깝다고 맨날 미루고.. 하지만 어디든 되면 잘할 수 있다는 믿음 한가지는 확실했습니다. 뭐 다른 지원자분들도 마찬가지겠지만, 나이도 있고 지난 인생 시궁창 직전까지 가면서 살아난 다량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적응하는데 문제 없을거라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대기업의 꿈을 접고 중간중간 중소기업에서 일했지만 버틸 수 없더라구요. 친구들은 삼성 들어가고, 자리 서서히 잡아가는데 난 여기서 돈도 많이 못 받고 X고생해하네.. 이러면서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연락도 뜸해지고 혼자서 비굴해져만 갔습니다. 그렇게 한두군데 조금씩 일하고 그만두다 보니까 어떤 친구는 "넌 누구 밑에서 일할 타입이 아닌거 같다"라고도 했습니다. 어딜 가나 힘들게 구는 사람은 있기 마련인데 그거 못 버티면 어떡하냐는거죠.
그래도 소신껏 때려치우고 ㅋ 일 알아봤습니다. 그러다 정말 우연한 기회에 한 외국계 마케팅기업에 지원하게 되었고, 합격돼서 낼모레부터 출근하게 되었습니다. 전 저에게 동기부여가 확실히 되는 곳이라면 정말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는 확고합니다. 여태 일했던 곳들은 동기부여가 될만한 메리트가 별로 없었죠. 당장 생활에 급급하고 언제 취업할지 모르는 불안감에 막연하게 임하다 보니까 일은 재미없고, 누가 뭐라 하면 기분 나쁘고 돈도 많이 안주면서 여기가 대기업보다 낫다 어쩐다 나불대고, 계속 일하면서 인생을 걸면 안되겠다는 마음이 굴뚝 같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에 들어가는 곳은 세계에서 가장 큰 마케팅 그룹의 계열사로서 국내에서도 1,2위를 다투는 곳이더군요. 이 정도면 다른 사람들한테 꿀리지는 않겠구나 하는 생각하니까 나름 뿌듯합니다. 비록 첫 연봉도 작고 계약직으로 시작하지만, 정규직 전환율이 95%이고, 처우도 정규직과 별반 다른게 없더군요. 사고 안치고, 죽을 병만 안 걸리고 일 잘하면 6개월안에 정규직 전환 가능하다 생각하고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면접때 뵈었던 임원분과 관리자분들께서 요즘의 구직세태와 저에 대해 솔직히 말씀해 주시고, 저도 그에 대해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며, 좋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속전속결이라고, 엊그제 면접보고 어제 가서 사인하고 인사했습니다. 집에 돌아와보니까 전무님께서 축하한다며 주말 잘 보내고 소주파티라도 하라고 카카오톡 메시지가 왔습니다 ㅎㅎ 뭐 또 들어가서 지내봐야 알겠지만 다른 직원들 분위기도 좋아보였습니다.
이제는 어떤 욕을 먹건, 일이 힘들다 하더라도 해고당하지 않는 이상 내발로 일을 그만두지 않기 위해 이렇게 보잘 것 없는 장문의 글을 남깁니다. 어떻게 보면 다른 사람들에게 부러운, 또 어떻게 보면 정말 실속없는 스펙으로 원하던 규모의 회사에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느끼게 된건 운이 정말 없는 놈은 아니구나라는겁니다. 이건 저뿐만 아니라 취업을 걱정하는 모든 이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하는 부분일겁니다. 제가 한가지 말씀 드리자면, 목표는 확실히 정하셨음 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에 쫓겨 원치 않는 자리에 가게 되면 저같이 시간 많이 허비하게 됩니다. 이력서 적고 자소서 적는거 정말 지긋지긋합니다.100% 다 만족하는 자리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부족한 부분을 채울 수 있는 확실한 동기가 있다면 앞으로의 커리어를 쌓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모든 분들 좌절하지 마시고 가고 싶은 길을 끊임 없이 개척하시길 바랍니다. 다들 잘 되실거에요~
저도 꼭 이기겠습니다. 건투를 빌어줘요
축하드려요~
정말 축하합니다
화이팅~!
축하드려여
축하드려요
ㅋㅋㅋㅋ
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