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광복절 저녘, 평소와는 다른시간에 kbs 전국노래자랑 "평양"편이 방송되었다......
일주일 전인가 송해씨가 노래자랑 녹화를 위해 평양을 다녀왔다는 신문기사를 읽으면서 과연 어떤 모양새로 방송이 만들어졌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1시간 동안 TV를 주목해봤다......
"전국노래자랑"이란 어떤 프로인가?
20년이 넘도록 국민의 사랑을 받는 장수프로그램, 역대 방송상 가장 많은 사람이 출연한 기록을 가지고 있는 프로그램, "딴따따따다~"로 시작해서 "딩동댕"으로 끝나는 오프닝 음악과 코메디언 송해씨의 구수한 입담이 있는 프로그램, 방송에 나오기 위해서는 평균 100대 1의 예심 경쟁을 뚫어야 하는 프로그램, 딩동댕 소리를 들으면 가문의 영광으로 남지만 "땡-"소리가 나면 그즉시 마이크를 놓고 군소리 없이 무대에서 내려와야 하는 냉정한 프로그램, 대한민국 공영방송국의 국민프로그램이 아닌가?
일반서민들의 꾸밈없고 투박한 끼와 인간미가 넘쳐나는 전국노래자랑이 평양에서 제작되었다면 어떤 모습일까......
답은 "역시나 평양이로소이다"이다.
일반 거리풍경들과 평양시민들의 얼굴을 전혀볼수 없게 모란봉 공원에서 숲과 폭포로 둘러싸인 무대와 하나같이 똑같은 한복에 양복을 입고 얌전히 자리에 앉아서 해병대 박수를 치는 평양사람들........
"땡이 있으면 않된다!"는 북측의 강력한 주장과 "땡이 없으면 그게 어떻게 노래자랑인가?"라고 반박했던 kbs제작진의 대립때문에 예정된 방송시간의 1시간 전까지 방송 성사가 불투명했던 전국노래자랑은 결국 "땡"이 없는 전무후무한 기준을 가지고 진행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혁명의 심장이라고 자랑하는 평양시내와 평양시민들 마저 남측방송에 보여주지 못하는 그들의 졸렬함과 그다지 중요하지 않는 오락 방송에서 조차도 "배려와 협조"의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몰상식한 태도에 거북한 감정을 지울 수 가 없었다.
"땡이 없는 노래자랑"이러도 노래자랑인데 일반서민들은 볼수가 없고 모두다 준비된 인민가수들을 일반 평양시민인양 출연시켜, 시종일관 반복되는 어색한 무대연출로 시청자들의 흥미와 재미를 감소시키고 말았다. 우리는 평범한 평양시민을 기대하며 TV앞을 지켰으며 평범한 우리네 동포들의 노래솜씨를 보고싶었던 것이다. KBS의 방송의도도 이런 것이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사람들을 바보취급하는 북한의 위정자들의 오만함은 도데체 어디까지 갈것인가?
방송에 출연했던 평양시민들은 자막에 처리된 직업과는 무관하게 모두다 인민배우출신이거나 현재 활동중인 사람으로써 북측 당국의 엄정한 심사에 의해 출연하게 된것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말이 평양시민이지 실제는 모두 준비된 인민가수였다.
약간의 사전 지식만 있으면 "kbs 전국노래자랑- 평양-편"에 출연한 평양시민들의 노래하는 모습을 주의깊게 살펴보면 참여자들이 노래를 아주 잘하는 일반시민인지 아니면 북측 주최측에 의해서 동원된 인민배우들인지 대부분 판별할 수 있다.
보통 사람이 노래를 하는데에는 몇가지 창법이 있다. 성악가수들과 락음악 가수들과 트롯가수들과 일반대중가요 가수들은 각 음악의 특징에 맞게 다른 창법을 쓴다.
보통 성악가들은 밸칸토 창법이라고 하여 복식호흡을 통해 횡경막 이하의 몸통을 울려 머리의 뒷쪽으로 소리를 뽑아내는 한 느낌의 발성법을 쓴다. 그래서 울림소리가 아주 강하고 저음이 풍부하며 "아,이,우,에,오"다섯가지의 입모양으로 소리를 낸다. 그래서 나처럼 귀가 무식한 사람이 들으면 "어떤 동물의 멱따는 소리처럼"들리 것이다.
보통 락가수들은 "샤우팅 창법"이라고 하여 복식호흡을 하되 툭툭 내벹거나 악을 쓰듯히 하여 목을 통해서 소리를 뽑아내는 듯한 느낌의 발성법을 쓴다. 그래서 락가수들의 목소리는 거칠고 금속성이며 찢어지는 소리가 나는 것이다.
보통 트롯트 노래는 비음(콧소리)을 많이 사용한다. 꺽임음이나 간지러지는듯한 효과를 내기위해서이다. 틋록트 노래는 코와 윗입술 사이로 음을 뽑아내는 듯한 느낌을 갖는 특징이 있다.
그다음에 보통 훈련받지 않은 사람들중에 남들로 부터 노래좀 잘한다고 칭찬받는 사람들이나 일반 포크, 댄스 대중가수들이 사용하는 방식이 "진성창법"이다. 진성창법은 뭐 특별한 테크닉이 필요한 창법이라기 보다 말하는 목소리에 음의 높낮이를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판소리도 발성법으로 분류하자면 진성창법이다. 성악가나, 가수들은 평소 말하는 목소리와 노래소리가 분명하게 구분될 정도로 다르다. 발성법을 통해 노래로 나오는 목소리가 완전히 변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성창법을 쓰는 아마추어들이나 가수들은 자기목소리와 노래소리가 다르지 않다....
그런데 북한의 인민가수들은 세계적으로나 음악적으로 아주 특별한 창법을 쓴다. 거의 "북한식 창법"이라고 해도 이의를 제기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다. 역시나 북한에서는 "주체창법"이라며 주체를 갖다 붙이고 있다. 일명 트라이앵글 창법이라고도 한다. 북한식 창법의 특징은 복식호흡을 하되 목을 통해 소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눈썹사이(정수리라고 하는 곳)에서 소리를 뽑아내는 듯한 느낌의 방법이다. 정수리로 소리를 뽑아내는 듯한 느낌을 유지하기 위해서 입모양이은 항상 미소를 짓는듯이 보인다. 북한인민가수들이 심각한 내용의 투쟁가요나 혁명가(웃으면서 부를 만한 내용이 아닌것도)를 부를때도 미소를 짓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반사람의 입장에서 북한식 창법을 쓰는 북한 가수를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성대의 모양을 보면 알수있다. 성악이든 락이든 트롯이든 판소리든 그 어떤 노래도 성대의 떨림을 통해서 바이브레이션(음이 떨리는 것)이 생기게 되는데 북한식 창법은 아무리 강한 바이브레이션에서도 성대가 떨리지 않는다......... 성대을 통해 바이브레이션을 내는 것이 아니라 코와 귀와 목이 만나는 그부분을 울려서 바이브레이션을 만드기 때문이다. 그래서 트라이앵글 창법이라는 닉네임이 붙은것 같다.
그런 발성매카니즘에 의해서 북한가수들의 목소리는 매우가늘고 곱고 고음에 강하다. 그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음(저음은 사람의 몸통-횡경막이하-의 울림으로 발생되기때문에)이 부족하고 남성과 여성의 음색차이가 별로 크지 않다.
잘 알려져 있다 시피 북한의 인민가수들은 유아기때부터 선발되어서 전문적인 교육을 받는다. 이런 북한식 창법은 어려서부터 아주 전문적인 교육을 받지 않으면 소화하기 힘든 창법이다. 일반사람들이 노래에 재능이 있어 진성창법으로 노래를 아주 잘할 수는 있지만 성악가들이 쓰는 밸칸토 창법등은 스스로 터득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창법이다.(더이상 전문적인 설명은 생략...) 예전에 전대협-한총련에서 북한노래가 광범위하게 유행하던 시절에도 많은 노래패의 노래꾼들이 이 창법을 흉내내고 습득하려고 하였지만 쉽지 않았다. 월남한 북한의 인민가수 김해영이 보아의 노래를 부르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창법은 워낙 독특해서 쉽게 훈련되기도 어렵지만 한번 훈련되면 다른 창법의 노래들을 소화하거나 흉내내기도 쉽지 않기때문이다.
"전국노래자랑 -평양-" 방송에 출연한사람들은 저마다 각기 다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로 소개되었다.
옥류관 지배인도 있었고, 방직공장의 여성노동자도 있었으며 제철소의 남성노동자도 있었다. 실제로 그들의 직업이 소개된 내용과 맞는지 틀린지 입증할 방법은 없지만, 그들은 모두 위에서 설명했던 "북한식 창법"을 능수능란하게 구사하는 전문가들이었다. 북한식 창법은 독특한 호흡과 발성을 꾸준히 훈련해야 가능한 창법이다. 막 소리지르면 락음악이 되고, 코멩멩이 소리를 섞으면 트롯이되는 것처럼 반복적으로 흉내낸다고 해서 습득되어지는 창법이 아닌 것이다. 또한 그들의 무대연기과 발성, 마이크잡는 모양과 시선처리등은 "가수만큼 노래를 잘하는 일반시민이 아니라, 오랜시간 동안 인민배우로서 훈련과 공연 경험을 가진 프로"들의 모습이었다. 그들은 어릴적부터 영재교육을 받았던 사람이거나 각종의 문예단 단원들임은 틀림이 없다. 7살짜리 어린이나 7순이 넘은 백발성성한 노인이나 모두 북에서 길러지고 관리되고 있는 인민가수들이거나 문예단 출신이다. 평양시민 이라는 사람들이 보여준 무대동선과 무대매너는 일반사람으로서는 상상도 할수 없는 능숙한(능숙의 수준을 넘어 매우 기계적인)모습이었다. 천편일률적이고 똑같은 발성창법과 무대동선은 "문예사업에 종사하지않는" 일반시민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부적절하다.
평양시민들은 간곳없고 선전용가수들과 준비된 둘러리 관객들에 의해서 평양시민들의 울고 웃는 모습을 기대했던 내마음 한켠에 싸늘한 배신감이 밀려왔다.
평양에서 치루어진 노래자랑을 보고나서 이것저것 화나는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한국의 공영방송의 대표프로그램 제작진과 진행자에게조차 기본예의도 없이 "배째라" 식으로 깡자를 부리는 북측 제작진의 무식한 태도에 화가난다. 한국대표프로그램으로서 프로그램에 대한 기본 원칙조차 지키지 못하고 그런식으로 방송을 제작한 제작진에게 더 화가난다. 그리고 "남한은 우기면 된다!"는 김정일의 방식이 북한 사회 전반으로 퍼지는 것 같아서 마구마구 화가 난다. 마지막으로 진짜 화가 나는 것은 북의 위정자들에게 아무런 원칙과 예측결과도 없이 "좋게좋게 하는 것이 좋은것이다!"는 노무현의 방식이 한국사회 전반에 퍼지고 있는 것 같아서 참을 수가 없다.
"땡을 치면 방송을 만들수 없다!"는 북측 관계자들의 얼토당토 않은 협박에 kbs 관계자들은 전국노래자랑의 목숨과도 같은 "땡소리"를 포기하고 말았다. "땡소리"가 빠지면 그게 어찌 전국노래자랑인가? 북측관계자들의 방송불가 협박에 kbs관계자들은 자신이 "전국노래자랑"의 제작진인지 "열린음악회"의 제작진인지 헷갈리게 된것인가? 노래자랑은 북측에서 동원된 인민가수들이 짜고치는 선전선동용 열린음악회가 되고 만것이다.
"남측사람들에게는 우기면 된다!"는 사고가 북한 전역에 퍼지는 것 같다.
"우기면 된다!"는 북한 위정자들의 사고는 모두 다 남쪽을 상대했던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다. "원칙과 결과야 어찌되었던 일단 테이블을 유지하는 것이 좋지않은가?"라고 생각하는 남측사람들이 오랫동안 그들에게 그런 신념을 확인시켜 준것이다. 결과는 북측 사람들이 그러한 경험적 신념에 더욱더 강한 집착을 갖는 것으로 귀결되고 있으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협상과 대화가 갈수록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핵과 전쟁에 대한 협박으로 10년을 버텨온 북측 사람들에게 "노래자랑 프로에 땡소리가 없으면 어떻합니까?"라고 주장했던 송해씨의 항변은 콧방귀 꺼리도 않되었을지도 모른다.
북의 위정자들은 한국의 선량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속이고 있다. 계속해서 속일 수 있으며 더 크게 속일수 있다고 맹신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들과의 타협을 "화해와 공존"으로 착각하는 사람들 또한 공범죄 여부에 대한 경계심이 갈수록 약화되고 있다.
"진실"을 감추는 위정자들과 공범자들, 그리고 그들에 의해서 착각과 무지에서 살아가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마땅한 면죄부가 주어질지 매우 의심스럽다.........
"진실"은 굶어죽고, 맞아죽고, 도망다니가가 죽은 부모와 자식과 형제들을 깡그리 기억하고 있는 북녘사람들의 뇌리에 선명히 살아있기 때문이다.
첫댓글 햐~~~명쾌한 지적입니다
역시공상당 빨갱이들 믿으면안되요 대한민국은변했지만 북한은변하지않았습니다
송해씨의 개인적 감개무량함을 탓할수는 없으나, 뒷맛이 개운치 않네요.
북한은 여전합니다.
돈주고 굽신거리면서 이런 방송 하면 통일됩니까? 차라리 이라크에 가서 하던지... 짱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