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Star Piano Extravaganza-The Verbier Festival & Academy Concert
Verbier, Switzerland 2002, July 22 산정(山頂)의 피아노 대향연-피아노 엑스트라바간자 '엑스트라바간자'란,사전에 따르면 '화려한 쇼나 행사'를 뜻한다. 이 DVD는 스위스 알프스의 작은 도시 베르비에 음악축제((Verbier festival)의 10주년 기념콘서트를 담은 영상기록이다.
The Verbier Festival & Academy - Piano Extravaganza
화면은 우리가 늘 마음속에 그려보는 바로 그런 알프스 풍경으로부터 시작한다.
축제극장은 특별히 대단할 것도 없는 가건물이지만, 안에서는 놀라운 모습들이 펼쳐진다.
첫번째 출연자는 마르타 아르헤리치와 예브게니 키신이다. 엄마와 아들같은 모습의 두사람이 피아노 한대 앞에 나란히 앉아 사이좋게 치는 곡은 모짜르트의 Piano Sonata In For 4 Hands, K.521.
아르헤리치의 모짜르트? 키신의 모짜르트? 생소하다. 두 사람의 모짜르트 연주는..상상하시는 대로다.^^ 집에 있는 다른 CD 표지사진과는 사뭇 달라진 아르헤리치의 모습을 보는 것도 색다른 경험이다.
색다른 경험은 현악합주로 이어진다.무대에는 Birthday Festival orchestra가 나와 선다. 이 공연을 위해 세계적인 독주자들이 한데 모인 것인데..면면을 보면 기가 딱 찬다. 바이올린에 기돈 크레머, 사라 장(장영주),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 비올라에 유리 바슈메트, 노부코 이마이, 첼로의 미샤 마이스키 등 세계 최정상급 독주자들이 함께 모여서서 'Happy birtyday'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합주로 들려주는 것이다. 중간중간 기돈 크레머와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의 즉흥독주도 현란하기 이를데 없지만, 이런 슈퍼스타들이 서로 화기애애한 눈짓을 교환해가며 앙상블을 이루는 모습이 너무나도 행복해 보인다.
(왼쪽은 기돈 크레머. 오른쪽은 바딤 레핀) 드미트리 시트코베츠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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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돈 크레머 등 다른 주자들과 선율을 주고받으며 활짝 웃는 장영주) 이런 행복한 모습을 화룡점정하는 존재는 사라 장이다. 장영주는 이 무대에 오르내리는 세명의 여성연주자(아르헤리치, 노부코 이마이, 사라..)중 최연소이자 가장 미인이다. 화사하고 자신감 넘치는 장영주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프로골프 무대를 정복하는 미셸위를 보는 것과 같은 쾌감을 안겨준다. 카메라는 장영주를 다양한 각도에서 비춰준다. 심지어, 커튼콜을 위해 잠시 화장을 고치는 모습 까지도 보여줄 정도이니, 특별대접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래 사진은 아르헤리치가 이 공연 주최자인 마틴 엥스트룀에게 꽃다발을 전해주는 장면. Happy Birthday를 연주한 현악주자들이 뒤에 보인다. 다음은 J.S 바흐 Concerto For 4 Pianos And Orchestra In A Minor, Bwv 1065)와 롯시니(Semiramide 서곡의 곡. (바흐의 곡을 연주하는 피아노와 현악주자들. 피아노의 배치를 눈여겨보시라.) 그리고는 바그너 '발퀴레의 기행'으로 이어진다. 이 '발퀴레의 기행'은 개인적으로 이 DVD의 백미로 꼽는 부분이다.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통해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이 관현악의 명곡을 피아노 8대로 연주한다고 생각해 보시라. 화면에는 위에서 언급한 아르헤리치와 키신 외에도 미하일 플레트네프,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 랑랑, 엠마누엘 액스, 제임스 레바인 등이 줄줄이 등장한다. '해피 버쓰데이 변주곡'을 연주한 현악 진 못지않은 초호화 스타군단이다. 날아오르는 天馬의 시동은 그 자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지휘 자로서 상당히 뛰어난 음반을 남긴 레바인이 건다. 배추머리 레바인의 힘찬 시동. 저 뒤로, 템포를 맞추기 위해 레바인의 손을 지켜보고 있는 플레트네프의 눈초리가 날카롭다. 시종 침착.냉정한 표정의 안스네스와 플레트네프는 '추운나라 사람들이라 그런가'싶은 느낌을
주고, 랑랑의 오버하는 듯한 표정도 보기에 즐겁다. (1970년 노르웨이 생인 안스네스. 섬세한 서정의 표현에 능한 연주자이지만 표정은 무뚝뚝) (온갖 표정을 지어가며 피아노를 치는 중국의 신예 피아니스트 랑랑. 최근 클래식음악업계의 기린아로 떠오른 그는 엄청난 힘과 기교,쇼맨십을 과시하는 연주로 서구 팬들을 사로 잡았다. 그러나,,아직은 거기까지일 뿐, 키신만큼의 예술성을 갖추려면 내공이 좀 더 쌓여야한다는 느낌. 어쨌든 그의 카네기홀 공연실황DVD는 정말 대단한 볼거리이다. --가운데, 흰 무대의상을 입은 이가 러시아출신의 키신. '자식, 오바하네..'라고 말하는 듯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
랑랑은 예의 중국풍의 의상을 입고 나오는데, 같은 세대인 키신(키신이 나이는 좀 더 많지않을지..)과 묘한 신경전을 보이는 모습도 재미있다.
피아노 8대가 뿜어내는 발퀴레의 음향은, 역시 상상에 맡긴다. 오케스트라 연주와 비교해 들어보시면 더욱 재미있다. 피아노라는 악기의 매력, 그리고 바그너라는 작곡가의 관현악법이 얼마나 천재적인가를 실감할 수 있다. 'Jamaican Rumba', '13 Stars And Stripes Forver Suite', 'L`Union : Paraphrase De Concert Sur Les Airs Nationaux','Flight Of The Bumblee'등 역시 피아노 8대라는 특이한 편성의 합주효과를 고려하여 선택된, 과시성 강한 곡들이다.
이 DVD에는 메이킹 필름 성격의 다큐도 수록되어 있다. 이 콘서트의 프로듀서는 "8명의 大피아니스트를 모으는 것 만큼이나, 이들이 칠 8대의 피아노(음색이 서로 잘 어우러지는, 동일품질의 것이어야 하니까), 그리고 이들이 칠 곡을 마련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집단인터뷰. 자막은 맨우측 엠마뉴엘 액스의 말이다. 액스 왼쪽은 안스네스, 또 그 왼쪽 하늘색 셔츠가 플레트네프. 생각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보인다. 공연 마지막에는 소프라노 바바라 헨드릭스가 깜짝 출연해 "Happy Birthday"를 다시 한번 부른다. 연주의 예술의 완성도를 떠나서, 이런 공연 모습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클래식 애호가의 행복이며, 클래식이라면 어쩐지 부담스럽다고 느끼는 분들도 부담없이 볼 수 있는 '가족용 영상물'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구 몇만 되지도 않는 소도시에 저렇게 많은 음악가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유럽의 처지가 너무나 부럽다. 그들의 땅에서 생겨난 음악이니 당연한 것이긴 하지만 부러운 건 부러운 것이다. 서울에 저런 음악회를 열려면 티켓값이 백만원을 넘어가도 안될 것이다. No drink,no food라 써붙인 바로 옆에서 햄버거를 먹고 있는 레바인과 랑랑. 평상복 차림으로 보니 거의 아버지와 아들 수준의 연령차가 드러나보인다. 레바인 43년생. 랑랑 82년 중국 셴양 출생.
source-작은눈큰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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