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에 새겨진 한 줄의 믿음
미국 달러를 유심히 살펴보면 눈에 잘 띄지 않는 문구 하나가 적혀 있습니다.
"IN GOD WE TRUST."
우리말로는 "우리는 하느님을 신뢰합니다."라는 뜻입니다.
돈은 물건을 사고파는 수단이지만, 그 나라의 역사와 가치관을 담아내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화폐에는 위인의 초상뿐 아니라 국가가 소중히 여기는 정신이 함께 새겨집니다. 미국이 달러에 이 문구를 넣은 것도 그런 이유에서입니다.
물론 이 문구가 미국 독립 당시부터 사용된 것은 아닙니다. 미국 남북전쟁 중이던 1864년 일부 동전에 처음 등장했고, 1956년에는 미국의 공식 국가 표어(National Motto)로 채택되었습니다. 이후 오늘날의 달러 지폐에도 사용되며 미국을 대표하는 문구가 되었습니다.
미국의 역사를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신앙의 자유를 찾아 대서양을 건너온 청교도들입니다.
그들은 낯선 땅에서 혹독한 겨울과 기근을 견디며 새로운 공동체를 세웠습니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첫 수확을 거둔 뒤, 자신들의 노력보다 하느님의 은총을 먼저 기억하며 감사의 예배를 드렸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추수감사절의 뿌리가 되었습니다.
청교도들은 신앙만큼이나 교육을 중요하게 여겼습니다. 성경을 스스로 읽고 진리를 분별할 수 있는 사람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학교를 세우고 인재를 길러냈으며, 이러한 전통은 미국 교육의 밑거름이 되었습니다.
이처럼 미국 사회의 초기 정신에는 감사와 신앙, 그리고 교육이라는 세 가지 가치가 깊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시대는 변했지만, 이러한 정신은 오랜 세월 미국 문화와 제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오늘날 우리는 돈을 손에 쥐고 살아갑니다. 그러나 돈은 행복을 살 수는 있어도 삶의 의미까지 대신해 주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달러에 새겨진 한 줄의 문구는 단순한 종교적 표현을 넘어, 인간은 자신보다 더 큰 존재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는 메시지로도 읽힙니다.
우리에게도 저마다 삶의 중심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은 성공을, 어떤 사람은 명예를, 어떤 사람은 재산을 가장 소중하게 여깁니다. 그러나 삶이 어려워질수록 마지막까지 우리를 붙잡아 주는 것은 눈에 보이는 소유가 아니라 마음속에 품은 믿음과 감사입니다.
지갑 속 지폐는 언젠가 쓰이고 사라지지만, 마음속에 새겨진 믿음은 평생을 살아가는 힘이 됩니다.
오늘 하루도 가진 것의 크기보다 받은 은혜를 먼저 헤아리며 살아간다면, 우리의 삶은 더욱 풍요롭고 따뜻해질 것입니다. 하느님을 향한 신뢰와 이웃을 향한 감사가 우리 삶의 가장 소중한 자산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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