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품귀와 전셋값 폭등 현상이 7월 새 임대차법 시행 이후 석 달 가까이 지속되면서 아파트 대신 차선책으로 다세대와 빌라 전세를 찾는 세입자가 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빌라와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전경 (사진=연합뉴스)
전세 계약 만료를 앞둔 신혼부부 A씨는 졸지에 오도 가도 못하는 깡통전세 피해자가 됐다. 새 전셋집에 계약금까지 지불했지만 기존 전셋집의 집주인이 고의로 파산 신청, 집이 경매로 넘어가면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게 됐다. A씨는 계약금을 날려버린 채 두 돌도 안 된 아이를 데리고 친정살이를 하게 됐다.
서울 등 수도권 일대 전세난이 재점화하고 있어 연립·다세대 등 저가 주택을 중심으로 깡통전세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아파트와 달리 연립·다세대 등은 매매가 파악이 쉽지 않은데다 매매-전세가 격차가 거의 없어 갭 투자를 이용한 전세 사기의 타깃이 되고 있어서다.
5일 아시아경제가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빅밸류에 의뢰해 이상거래 감지 시스템(FDS)을 통해 분석한 결과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수도권 지역에서 ‘갭투자 기획파산’이 의심되는 이상 거래는 총 8468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연립·다세대주택을 최소 30채 이상 소유한 다주택자가 매매가격과 같거나 더 비싼 보증금을 받고 전세 계약을 맺은 후 3달 이내 해당 주택을 매매한 거래다.
2018년 1297건이던 관련 거래는 2019년 4006건으로 급증했다. 지난해 역시 관련 거래는 2919건에 달했다. 특히 인천의 경우 2018년 133건에 그쳤지만 2019년 888건, 지난해 918건으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갭투자 기획파산에는 임대사업자와 중개업자, 매매를 원하는 연립·다세대주택 소유주가 개입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컨대 중개업자는 시세 2억원짜리 주택을 전셋집을 구하는 세입자에게 2억2000만원에 소개해 소유주와 전세계약을 맺게 한다. 이후 이 집을 임대사업자가 계약서에는 2억2000만원을 기입하고, 실제로는 2억원에 사들인다. 집주인은 골칫거리였던 집을 처분하게 된다. 임대사업자는 아무런 비용 없이 집을 얻고, 세입자에게서 얻은 2000만원의 차익을 중개업자와 나눠 갖는 방식으로 수 십 채의 집을 거래해 이득을 챙기는 방식이다.
문제는 세입자가 피해사실을 전세계약이 종료되는 시점에야 알게 된다는 점이다. 전세보증금을 반환해달라고 요구하면 집주인이 된 임대사업자는 돌려줄 수 없다며 고의적으로 파산 신청을 해버린다. 집은 경매로 넘어가고, 세입자는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하게 되는 것이다.
전세 사기는 주로 매매가를 확인하기 어려운 신축 빌라에서 발생했다. 같은 단지에 매매거래가 많아 시세를 확인하기 쉬운 아파트와 달리 거래량이 적은 빌라 매물은 시세파악이 어렵다. 특히 비교할만한 주변 시세가 거의 없는 신축의 경우 사기의 표적이 되기 쉽다.
최근 수도권에서는 아파트에 이어 빌라 매매가격마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보니 전세 계약을 맺고 한두 달 후 전셋값보다 비싸게 매매계약을 맺어도 정상적인 거래로 보인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조세영 법무법인 로윈 변호사는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에 가입했더라도 세입자는 전세금을 돌려받기까지 시간과 금전적인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면서 "지금처럼 전세대란에 너무 좋은 조건에 나온 전세 매물이라면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조 변호사는 "계약 전에 인근 빌라의 매매·전세 시세를 꼼꼼히 확인해야 사기피해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자료원:아시아경제 2021. 7.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