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모두 꿈을 향해 달려가던 적이 있었다..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꿈을 꾼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러다가 불현듯 꿈에서 깨어났고, 비로소 깨달은 현실은 "나만 뒤쳐졌다"는 자각이다.
모두가 순조롭게 꿈을 향해 가고 있는데 나만 뒤쳐졌고, 나만 탈선했다. 내 인생은 망했다.
어차피 망한 인생 되는 대로 살아보자고 결심도 하지만 그 모든 환락도 꿈에서 탈선했다는 진실 앞에서는 차갑게 냉각된다.
그래서 자살도 시도해보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 비참함 속에서 뜻밖에 그녀를 만난다. 그녀는 남들처럼 꿈을 향해 순항중이다. 그녀는 아름답고, 재주도 좋고, 나처럼 게으르지도 않다.
그녀를 알아갈수록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그만큼 외로움은 더욱 더 사무치게 된다.
그녀를 내 세계 - 이 고립되고 냉혹한 세계로 끌어들이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일까?
.....옳지 않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패신저스는 근래에 보기 드물게 현실적인 영화다. 현시대 가난한 월급쟁이의 사랑을 살벌하게 풍자한다.
그녀를 사랑하지만, 그녀와 함께한다는 것은 나의 이 지옥, 이 빈곤 속으로 그녀를 끌어들인다는 것을 뜻한다.
그리고 그것은 남자들에게 악몽을 가져온다. 그녀가 나의 현실을 비난하고 나를 미워하면 어쩌지?
제니퍼 로렌스의 원망과 분노는 남자의 입장에서 바라본 악몽이다. 이 악몽은 현실성이 짙어서 더더욱 살벌하다.
실제로 결혼한 후에도 빈곤한 삶 속에서 갈등을 겪으며 침몰하는 부부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이 시점에서 영화는 충고를 한다.
"주변을 둘러보세요."
꿈을 보장할 것만 같던 이 신자유주의 세계는 망해가고 있다.
그리고 이 세계에서 탄탄대로로 성공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보장된 미래는 환상이다.
그러니까 지금 곁에 있는 그 사람 손을 꼭 잡아라. 그리고 함께 극복해라. 그래야 미래는 현실이 된다.
이 영화의 스토리는 매우 만족스럽다. 현실을 지나치게 낙관하지도, 비관하지도 않는다.
그리고 그 안에서 인생의 해법을 찾으려 한다.
이것은 매우 옳은 자세다.
문제는 스토리가 아니라 영상 스토리텔링에 있다.
이 좋은 이야기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아마도 타르코프스키의 <솔라리스>처럼 풀어야 할 것이다. 이 스토리의 진미는 심리적인 측면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감독은 (그리고 그 뒤의 제작사는)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만들고자 했다. 뭔가 인상적인 우주 스릴러를 만들고자 했다.
좋은 스토리를 맞지 않는 핏으로 텔링하자니 좌충우돌할 수밖에 없다.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 그러다보니... 본래는 <솔라리스>처럼 어둡고 암울한 공간으로 그려야 적당한 우주선을 너무 화사하고 아름답게 만들어 놨다. 게다가 치명적이게도, 이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인물은 딱 네 사람뿐이다. 그나마 나오자마자 죽는 선장을 빼면 딱 세 사람, 아니... 두 사람과 안드로이드 하나다. 한계는 뚜렷했다.
첫댓글 벌써 tv에서 팔더군요...누관도 그렇고 망한듯..
뭐 결국은 ㅎㅎㅎ 나만 안 죽을거야를 낭만적으로 풀어간거죠
근데 아이는 왜 안만들었을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