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교합 교정 시술
오늘(2021. 1. 19) 손주 유진이가 부정교합(不正咬合 : malocclusion) 교정 시술을 받았다. 언제였던지 명확하지 않다. 어린 시절 우연하게 유진이 치아의 맞물림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어렴풋이 감지했다. 주위에 알음알음으로 알아 봤더니 좀 성장한 뒤에 정확한 검사를 받으라는 조언을 해줬다. 그래서 언제일지라도 평판이 좋은 명의(名醫)를 찾아갈 요량으로 여러 경로를 통해 수소문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지인들이 하나 같이 명성이 자자한 H원장을 천거했다. 그렇게 병원을 점찍어 두었다가 재작년인 기해년(己亥年) 초등학교 6학년 때(2019. 8. 5) H원장에게 일차적인 검사를 받았었다. 그 결과 아직 많이 성장하기 때문에 1년 뒤에 재검해 보고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부정교합(맞물림 장애)은 치아(齒牙)가 고르지 않거나 두 치열궁(齒列弓)의 관계가 서로 맞물리지 않는 부정확한 상태를 이르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 원인은 치아 크기나 턱 크기의 부조화, 상악(上顎 : 위턱)과 하악(下顎 : 아래턱)의 크기와 형태의 부조화, 치아 수의 이상, 치아의 맹출(萌出)* 이상, 유치의 조기 상실, 유년기의 나쁜 습관, 선천성 기형, 외상에 따른 턱뼈 손상, 유전(遺傳) 따위에 기인하는 것으로 알려 졌다. 한편 부정교합으로 나타나는 증상 중에 대표적인 것은 상악 돌출, 치간 이개(앞니 벌어짐) 또는 총생(덧니)*, 개방교합, 과개교합, 반대교합, 회전, 전위 등이다. 이런 증상 때문에 이가 튀어나오거나 입이 돌출되어 외모에 나쁜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음식물 저작(咀嚼)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단다.
원래의 약속대로라면 경자년(庚子年)인 지난 해(2020) 여름방학에 병원을 다시 찾아갔어야 아귀가 맞는다. 하지만 정초에 중국의 우한에서 발현했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들불처럼 세계로 번지면서 분탕질을 시작해 아직까지 행패가 진행형이다. 그 때문에 유진이가 병원을 찾아가야 할 스케줄도 크게 뒤엉클어져 버렸다. 지난 해 봄에 중학교 진학할 참이었다. 그런데 괴팍한 돌림병의 행패로 입학식도 치르지 못한 채 어정대다가 막다른 벼랑 끝으로 몰려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온라인 개학(2020. 4. 16)을 했다. 한편 엉거주춤한 상태에서 낯선 언택트(untact) 온라인 수업을 하다가 격주로 등교를 시작(6월 8일)하는가 싶더니 시부지기 여름방학(8월 18일)을 맞았다. 그리고 불과 두 주일 뒤(9월 1일) 2학기 개학을 했다. 이런 우여곡절을 겪는 혼란에 빠져 병원을 찾아갈 틈이나 여력이 도통 없어 신축년(辛丑年)의 정월인 며칠 전에 가까스로 병원을 찾을 수 있었다(2021. 1. 15). 그렇게 한 해 반 만에 다시 병원에 도착하여 부랴부랴 서둘러 X-Ray 촬영한 결과에 따라 교정 시술 날짜를 오늘로 예약했다.
코로나19라는 괴질(怪疾) 때문에 반 년 쯤 늦게 병원을 찾게 된 게 되레 전화위복인 모양새이었다. 유진이 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원래 약속대로 지난 여름방학에 병원을 찾은 것보다 이번 겨울방학에 찾아간 게 진료에 훨씬 좋다는 H원장의 단정이었다. 만일 6개월 전 여름방학에 진료를 위해 X-Ray 촬영을 했다면 결과의 판정에 애매한 점이 있었을 것이라는 얘기였다. 세상에 약속보다 늦어진 것이 득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이는 마치 득실을 따지는 셈법의 기준이 판이한 다른 행성의 일 같았다. 보통 약속을 일방적으로 파기하면 원인 제공자 쪽이 그에 따른 대가를 고스란히 떠안고 냉가슴을 앓을밖에 별다른 묘책이 없는 게 우리 사회의 보편적인 법도이다. 그런데 이 경우는 오히려 득이 되었다니 아이러니해 어리벙벙했다.
유진이의 경우는 비교적 경미한 상태로 약간의 개방교합으로 여겨진다. 이 분야에 대해 까막눈인 까닭에 정확하게 꿰뚫어 볼 재간이 없다. 전문가들의 견해를 귀동냥한 바에 따르면 부정교합의 치료는 그 원인이나 치료시기에 따라 다양한 장치와 방법이 있나보다. 그런데 유진이에게는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치아교정’ 방법이 시술되었다. 이는 브라켓(bracket) 장치를 치아에 부착하고 교정용 철사와 고무줄(separator)의 탄력을 이용해 치아를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이동시키는 고정식치료법이란다. 그런데 요즈음은 미관을 감안해서 투명교정이나 철측교정을 시술하는 경우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한편 매우 심한 부정교합에는 양악수술 치료를 한다는 전언이다.
오늘은 상악에 브라켓을 시술했는데 대략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하악에는 다음 예약일(2월 6일)에 시술할 예정으로 소요시간은 오늘과 엇비슷하리라는 설명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오랜 시간 치료를 받았기 때문일 게다. 잔뜩 긴장해 얼어붙은 표정으로 진료실을 나오다가 눈이 마주치는 순간 싱긋 엷은 미소를 보였다 그런데 마취가 덜 풀린 탓인지 일그러진 표정이 편치 않아 보였다. 그런 유진이가 칫솔질이나 구강관리를 비롯해 음식물 섭취 시 주의사항 따위를 장황하게 설명하는 간호사 말에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과연 올곧게 알아듣고 쓰임새에 따라 가르고 모아 기억의 곳간에 차곡차곡 갈무리 했는지 무척 궁금했다.
언제쯤 치료가 끝날지 물어보지 않았다. 주위에 유사한 치료를 받던 경우 대략 1~2년 정도의 기간이 소요되던 사례를 보면 얼추 어림할 수 있지 싶어서이다. 공연히 노심초사 안달복달하며 매달려 콩켸팥켸 따지지 않아도 때가 되면 병원에서 알아서 넌지시 귀띔하리라. 부정교합 교정 시술을 사계(斯界)*의 권위자인 명의에게 시술 받은 고마움에 보답한다는 견지에서 치료가 완료될 때까지의 진료비 전체를 일시불로 완불했다*. 예로부터 어떤 병이든 3합(三合)이 맞아야 제대로 다스릴 수 있다고 일러왔다. 이런 맥락에서 부정교합 교정을 간원하는 유진이, 시술과 진료에 진력(盡力)하는 명의, 최선을 다해 돕고 있는 나까지 더해 세 주체의 뜻과 정성이 모여 모자람 없는 3합(三合)을 이뤘다. 그런 까닭에 싱그러운 풋풋함을 한껏 뽐낼 끌끌한 애송이 총각의 자태로 거듭 태어날 게 틀림없다. 이제 맘 설레게 할 결과는 시간이 말해 주리니 느긋한 기다림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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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맹출(萌出) : 뼈 안에서 치아가 발육과 성장을 하던 도중에 일정 시기가 되어 잇몸을 열고 나타나는 현상을 의미한다.
* 총생(叢生) : 여러 개의 잎이 짤막한 줄기에 무더기로 나는 일. 그런데 치과 쪽에서는 턱에 치아가 배열되기 충분한 공간을 화보하지 못해 치아가 몰려 겹치거나 삐뚤빼뚤하게 난 형태를 이르는 뜻으로 쓰인다.
* 교정 시술에서 진료 완료까지 진료비 총액은 “6백 만 원”이었다.
* 사계(斯界) : 그 방면의 사회
2021년 1월 19일 화요일
첫댓글 교수심 그동안 잘 계셨는지요.
못 뵌지도 한참 된것 같은데 유진이 소식을 전해 듣습니다.
치과 치료는 꽤 오래 가는데 그중에서도 치아교정을 한다니 많은 시간이 소요될것 같군요.
시술 잘 받길 바라며 덕분에 치아에 대한 상식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