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7일(연중 제23주일) 오직 예수
예수님은 요즘 말로 카리스마가 넘치는 분이셨다. 율법 학자들과는 달리 권위를 가지고 가르치셨고(마태 7,29), 그분 말 한마디에 더러운 영들도 쫓겨났다.(루카 4,36) 인기 가수 공연장에 사람들이 모이는 거처럼 많은 사람들이 그분을 따랐을 거다. 그들 중 성경을 좀 아는 이들은 그분이 오시기로 되어 있는 구세주 메시아라고 여기는 이들도 있었을 거다. 그런데 그런 그들을 향해 뒤돌아서서 이렇게 말씀하신다. “누구든지 나에게 오면서 자기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자녀, 형제와 자매, 심지어 자기 목숨까지 미워하지 않으면, 내 제자가 될 수 없다.”(루카 14,26) 이 말씀은 그들에게 충격, 당혹, 실망, 도전 등이었을 거다.
예수님은 영원한 생명을 얻으려면 십계명을 잘 지키라고 하셨다. 세상 끝 날까지 율법에서 한 자 한 획도 없어지지 않는다고도 하셨다.(루카 18,20) 부모를 공경하지 않아도 된다거나 자기 목숨을 하찮게 여기라는 말씀이 아니다. 예수님이 사용하시던 언어에는 ‘더’나 ‘덜’ 같은 비교급이 없어서 ‘미워하다’라고 표현하셨을 거라고 한다. 다시 말해 부모 가족보다 자기 목숨보다 당신을 더 사랑해야 한다는 뜻이겠다. 그렇다, 우리는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다해서 하느님을 사랑해야 한다.(마태 22,37) 그렇게 지독하게 사랑해서 그분과 하나가 되어야 한다. 소금 인형이 바다를 너무나 사랑해서 자신이 녹아 없어지는 줄도 모르고 바다로 들어간 거처럼 말이다. 자신이 녹아 없어진 게 아니라 바다와 하나가 된 거다. 우리는 그렇게 하느님과 하나가 되기를 바란다.
지혜로운 사람이 말한다. “어떠한 인간이 하느님의 뜻을 알 수 있겠습니까? 누가 주님께서 바라시는 것을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죽어야 할 인간의 생각은 보잘것없고, 저희의 속마음은 변덕스럽습니다. 썩어 없어질 육신이 영혼을 무겁게 하고 흙으로 된 이 천막이 시름겨운 정신을 짓누릅니다.”(지혜 9,13-15) 죽어야 하고 언젠가 죽는 줄 아는 인간의 생각과 마음이 어떤지 아주 잘 안다. 만일 세상에 죽지 않고 늘 젊게 사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마음으로 세상을 대하며 살까? 우리 그리스도인이 바로 그들이다. 우리는 영원하신 하느님과 하나가 되는 길을 알게 됐기 때문이다. 그 길이 예수님이다. 그분과 친밀감이 커질수록 그에 대한 확신도 커진다. 죽어야 할 인간의 생각과 마음을 지니지 않는다. 영원한 생명으로 초대받은 사람의 생각과 마음으로 산다. 우리 마음은 ‘오직 예수’이다. 일부 개신교 형제들이 이렇게 외치며 과격하게 말하고 비상식적으로 행동해서 이 말에 대한 거부감이 생긴 거지, 우리가 공경하는 성인들과 순교자들이 오직 예수님만 바라보며 살고 또 죽은 이들이다.
하늘나라에 아버지도 어머니도 계시기를 바란다. 나도 거기에 있게 되기를 바라고 또 바란다. 어느새 아버지 할아버지 나이가 됐다. 지난 삶을 뒤돌아볼 때마다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답답해지곤 한다. 되돌아가 바로잡고 싶은 게 한둘이 아니다. 그런데 마지막 날에 지금 이런 나의 마음도 바로잡고 싶다고 할지 모르겠다. 하느님의 무한한 사랑과 자비를 믿지 못하고 불안해하고 괴로워한 걸 후회하게 될 거다. 후회와 통회는 가슴 세 번 치는 것으로 충분하다. 과거를 잊지 않지만 거기에 묶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지금 여기다. 하느님과 나의 관계다. ‘주님, 저희 날수를 헤아리도록 가르치소서. 저희 마음이 슬기를 얻으리이다.’(시편 90,12) 잘 따져 보고 비교해 보고 생각해 보자, 지금 여기 있는 내게 참으로 중요한 게 무엇인지. 예수님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 살아있는 진리, 말하고 보여 주는 지혜다. 우리가 간직한 ‘오직 예수’는 배타가 아니라 사랑이다. 외아들까지 내어놓는 하느님이 누군가를 미워하고 혐오하고 무관심하고 배척하는 게 가능하겠나. 그런 마음이 되고 그렇게 살아야겠다. 구약의 지혜로운 사람들도 모세나 엘리야도 지금 우리처럼 하느님과 가까울 수 없었다. 그들은 하느님이 외아들을 내어주실 정도로 그렇게 우리를 사랑하시는지는 몰랐다. 하느님을 먹고 마신다는 건 상상도 하지 못했을 거다. 모든 걸 버려야 예수님과 친해지는 게 아니라 예수님과 친해지면 다른 것들에 마음을 주지 않게 되는 거다. 그런 것들은 사는 데 좀 필요하거나 잠시 스쳐 지나가는 인연이라는 걸 알게 될 거다.
예수님, 오직 주님만 바랍니다. 버릴 것도 없는 줄 압니다. 처음부터 제 것이 아니었고 소유할 수도 없었습니다. 오직 주님만 소유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영원한 도움의 성모님, 저만 바라보시고 저를 넘어 무한을 응시하시는 어머니 눈을 따라 저도 같은 곳을 바라보게 도와주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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