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킨슨병을 앓게 됐으나 이로 인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된 것 같기도 합니다.”
울산 울주군 웅촌면에 소재한 선갤러리문화관에서 10월1일부터 15일까지 이상부 작가의 3번째 개인전 ‘초심’이 열린다. 전시를 앞두고 23일 선갤러리문화관에서 이상부(67) 작가를 만났다.
부산이 고향인 이상부 작가는 30여년 전 30대 초반에 석유화학 정제 필터 사업을 위해 울산에 정착했다. 그러다 50대 중반에 사업을 그만두고 나서 이듬해 걸어가던 도중 몸에 이상을 느꼈고 병원에서 파킨슨병 진단을 받았다. 밤에 혀가 굳기 시작하는 파킨슨병으로 그는 잠을 하루에 2~3시간 밖에 잘 수 없었다.
이 작가는 “잠을 몇 시간 못자게 되면서 무얼 해볼까 고민하다가 그림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미술학원 등에서 전문적으로 미술을 배우지 않았던 그는 혼자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그의 집을 방문했던 이선애 선갤러리문화관 관장이 소질을 알아보면서 미술지도를 거쳐 본격적인 전문 작가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선애 관장이 음지에 있던 이상부 작가를 세상 밖으로 꺼낸 것이다. 2021년에 선갤러리문화관에서 첫 전시회도 열었다.
이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30여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동양화 2점과 유화, 소품 등을 전시한다.
이 작가는 “처음에는 동양화를 그렸는데 색이 자유롭지 못했다. 이에 보다 자유롭게 색을 사용할 수 있는 유화를 하게 됐다”며 “5년 전 처음 그림을 그렸던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고 싶어 이번 전시명을 ‘초심’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이 작가가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이전의 개인전 때보다 밝아진 것이 특징이다. 대한민국 전통서화대전, 제28회 전국 공모 울산미술대전 등에서 수상하며 차츰 용기를 얻으면서 작품도 밝아졌다.
그러나 이 작가가 이런 성과를 거두기까지는 힘든 시간이 따랐다. 미세한 작업이 어렵고 글을 못써 한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길게는 석 달 정도 걸린다.
이 작가는 “파킨슨병으로 몸이 굳는 것을 막기 위해 골프, 요가, 테니스 등 수많은 운동을 하며 계속 움직이고 있다”며 “그림은 주로 오전 2~6시에 그린다”고 말했다.
그는 파킨슨병으로 인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으니 오히려 잘된 일이라며 병으로 좋은 일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 부정적으로만 생각할 필요는 없다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 작가는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으로 ‘프러포즈’를 꼽았다. 이 작품은 파킨슨병을 여우에 빗댄 것이 인상적이다. 이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여인의 여우 같은 얼굴에 속아 프러포즈 했다가 그 뒤에 숨어있는 거대한 파킨슨을 보지 못했다”며 “인생에 있어 복이 화가 될 수 있음은 곧 화가 복이 될 수 있다는 이치 아니던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 아픈 역사를 추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비구상 작업을 하고 싶다”며 “관객들의 선호를 따라가기보다는 내 마음 속에 담긴 이야기를 표출하는 나만의 작품 색을 고수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